데카르트 & 버클리 :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지식인마을 2
최훈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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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까지 아주 확실하다고 받아들였던 것들은 감각으로부터 또는 감각을 통해서 얻은 것들이다. 그런데 나는 감각이 때때로 우리를 속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를 한번이라도 속인 것은 완전히 믿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데카르트 <성찰> 中)-60쪽

"이런 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깨어 있는 것과 꿈을 꾸고 있는 것을 구별해줄 수 있는 어떤 징표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는 이런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라게 되고, 그 놀라움이 너무커서 내가 지금 여기 깨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할 정도다."
(데카르트, <성찰> 中)-62쪽

20세기 초반에 버클리와 흄의 철학을 이어간 철학자들을 현상론자라고 한다. 감각 경험을 현상이라고 하고 우리와 독립적인 대상을 본질이라고 할 때, 이들은 확실한 지식은 현상에 대한 지식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들에 따르면 물리적 대상이나 과학적 대상에 대한 지식은 현상에 대한 지식으로부터 정의된다. 밀과 에어가 대표적인 현상론자다.
버클리도 흄도 현상론자도 상식의 견해와는 맞지 않는다. 그러나 철학의 임무가 상식을 보존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과학 이론이 상식과 어긋난다고 해서 잘못된 이론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철학 이론의 장점과 결점도 상식과 부합하느냐에 따라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다른 확립된 이론과 충돌하지 않는가, 충돌한다면 더 그럴듯하게 설명해낼 수 있는가, 그 이론 내부에 모순은 없는가 등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다. -120-121쪽

흄은 인간 이성의 모든 대상이 두 종류로 나뉜다고 생각했다. 하나는 관념들의 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사실의 내용이다. 관념들의 관계는 순전히 선험적인 지식, 곧 감각에 기대지 않는 지식을 가리킨다. 이런 종류의 지식으로는 수학과 논리학의 진리들이 있다. 수학과 논리학의 진리들은 세계에 대한 주장이 아니라 수, 도형, 식, 사고들의 관계에 대한 주장일 뿐이다. 반면에 사실의 내용은 관찰 가능한 세계를 직접 다루며 감각에 의해서 알려진다. 대부분의 상식과 과학의 주장들이 여기에 속한다.
... 중략 ...
흄은 세계에 대한 현재의 우리 경험을 과거 또는 미래의 가능한 경험과 묶어주는 구실을 하는 것이 바로 원인과 결과, 곧 인과원리라고 생각한다.
... 중략 ...
흄은 경험론의 원칙에 충실하다면 인과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사건들이 필연적으로 관련되어 있음을 우리가 경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하나의 사건 다음에 또 하나의 사건이 뒤따라온다는 사실뿐이다. 그리고 그런 경험의 결과, 두 사건이 인과적 관계에 있다고 우리 머릿속으로 생각할 뿐이다. 흄은 그런 생각이 가능한 것은 순전히 습관 때문이라고 말한다. 두 사건이 항상 함께 일어나는 것을 보고, 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다른 사건이 따라 일어날 것이라고 우리는 예측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두 사건 사이에 필연적인 인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다. -149-150쪽

여기 손이 있다는 전제는 증명이 필요 없는 분명한 것이라는 생각은 무어의 생각일 뿐이다. 그 전제 자체가 분명한지 그렇지 않은지 따져보자는 것이 회의론의 의도인데 아무 근거 없이 자신의 전제가 더 분명하다고 말하는 것은 독단적인 태도다. 아닌 게 아니라 회의론자들은 외부 세계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는 사람들을 독단론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무어의 회의론 반박 논증 中)
-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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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5-01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상학은 일종의 인식론이니 갑론을박의 좋은 소재가 되곤 합니다..
사르트르의'존재와 무'를 읽으며 후설의 현상학을 처음 접했는데
저의 이해능력 밖에 있더군요. 저는 얼른 포기했지요. 하하
사실은 현상학 입문서를 몇권 억지로 읽었는데도..
전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답니다. 하하


마늘빵 2007-05-01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상학과 해석학에 관심 많아요. 아직 저도 아는 바는 없습니다. 학부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이기 때문에. 인식론의 기본만 대충 훑었지요. 일단 지금 하고 있는 공부를 좀 해놓고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