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통하는 정치학 - 고성국 박사가 들려주는 정치와 민주주의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1
고성국 지음, 배인완 그림 / 철수와영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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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이 좋은 정치고 어떤 것이 나쁜 정치일까요? 좋은 정치는 국민을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치입니다. 국민이 정치의 주인으로 참여하고 활동하도록 해주는 정치입니다. 나쁜 정치는 그 반대겠죠. 국민을 살기 어렵게 만들고 국민을 소외시키고 배제하는 정치가 나쁜 정치입니다.-27쪽

결국 인간의 보편적인 이성과 합리성이냐, 전문성이냐 하는 문제로 귀결되는데, 전문성보다는 인간 이성의 합리성을 우선적인 가치로 보는 정치 원리가 민주주의입니다. 그 바탕에는 우리 인간이 때로는 전문성 부족으로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지만 인간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면 그 잘못을 수정할 능력도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다소의 시행착오는 인간 이성과 합리성에 대한 믿음의 대가로 감당해도 좋다는 것이지요. 전문가들은 자신이 가진 전문성으로 권위나 힘을 얻으려 할 것이 아니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다수의 올바른 판단을 도와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전문가의 직업 윤리이고 도덕성입니다.-68-69쪽

사상과 양심의 자유는 자유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사상의 자유는 "인간의 정신은 어떤 경우에도 가둘 수 없다"는 정신 해방 선언입니다. 파스칼의 말대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입니다. 인간은 갈대처럼 연약하지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만물의 영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만약 어떤 권력이 인간의 생각에 제한을 가한다면, 그것은 곧 인간의 인간됨을 억압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생각할 자유, 상상할 자유 곧 사상의 자유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제한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상의 자유는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97쪽

대부분의 국가들은 근로권을 보장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등 근로관계 법들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단결권, 단체 교섭권, 단체 행동권의 노동 삼권이 그 핵심 내용입니다.

단결권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노동조합 등의 조직을 구성할 수 있는 권리고, 단체 교섭권은 노동조합 등의 대표 기구가 노동자들을 대신해 임금, 근로 조건 등을 교섭, 협상할 수 있는 권리지요. 개별 노동자의 교섭력보다는 노동조합 같은 대표 기구의 교섭력이 더 크다고 생각되기 때문이지요. 마지막으로 단체 행동권이 있는데, 이것은 파업, 태업, 집회, 시위 등의 집단 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107쪽

원래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말은 독일의 한 산림청장이 썼던 말입니다. 매년 전체 숲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즉 새로운 나무가 자라나 일정한 양만큼 베어내도 전체 숲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벌목할 나무의 양을 정하면서 쓴 것입니다.-108쪽

집회, 시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권이란다. 양심, 사상의 자유가 기본권으로 인정된다면 그것을 표현하는 집회, 시위, 출판, 언론의 자유 또한 인정되어야 완전한 기본권이 된다는 생각에서란다. 그러므로 시위는 타인에게 심각한 손해를 끼칠 위험성이 없는 한 허용되어야 하는 거란다. 그것이 민주주의 정신이야.-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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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밥상 -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
피터 싱어.짐 메이슨 지음, 함규진 옮김 / 산책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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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새대가리'라고 부른다면 그를 대채 없는 바보라고 놀리는 것이리라. 그러나 닭은 다른 닭들을 90마리까지 구분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누가 '쪼는 순서'에서 밑인지 위인지를 구분한다. 연구자들은 닭이 색깔 있는 버튼을 바로 쪼면 소량의 모이를 주고 22초간 기다렸다가 쪼면 더 많은 모이를 주는 실험을 해본 결과, 닭들이 기다렸다 쪼기를 학습했음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수천 세대 동안 가금으로 길들여져온 닭이지만 아직도 멀리 있는 위험을 위쪽과 아래쪽으로 구분해서 인식할 줄 안다(위쪽 위험이란 가령 매, 또한 아래쪽 위험이란 너구리 같은 것이다). 과학자들이 '위쪽 위험' 신호를 녹음해서 들려주자, 닭들은 '아래쪽 위험'신호를 들을 때와 다르게 행동했다.-40쪽

인공조명은 가장 해가 긴 여름철을 흉내 내는 데 쓰이며, 암탉들이 1년 내내 가장 많은 달걀을 낳도록 한다. 이런 식으로 1년만 지나면 닭들은 지쳐버리며, 낳는 달걀 수가 적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미국 달걀 제조업자들은 닭들에게 주는 모이를 줄이고, 길게는 2주일 동안이나 모이를 주지 않는다. 그러면 그 닭들은 털갈이를 하게 되는데, 그것은 털이 차차 빠지면서 알을 낳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일부는 이 기간 중 죽어버리며, 나머지는 체중이 30퍼센트 정도 줄어든 채로 살아남는다. 그러면 다시 모이가 주어진다. 그리고 몇 달 동안 다시 알을 낳다가, 마침내 도살된다.-62쪽

유대교식 도살장은 동물들을 날카로운 칼로 목을 단숨에 절단함으로써 바르고 깨끗한 도살을 해야 한다. 피가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뇌는 몇 초 지나지 않아 무의식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비디오를 보면 소들은 목이 잘리고 기관이 끊긴 상태에서도 한참 동안 몸부림을 치다가 죽는다. 어떤 소는 일어서려고 발버둥치며, 심지어 정말로 일어서는 소도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도살장 일꾼은 단말마가 그치고 소가 쓰러지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뒷발에 체인을 묶고는 마당으로 끌고 나간다. 어떤 소는 놀랄 만큼 오랫동안 쓰러지지 않아서, 비틀거리며 도살장 문을 지나 옆방까지 간뒤에야 숨이 끊어졌다. 그 소가 그렇게 지체하는 동안, 도살 현장에는 소 두 마리가 더 끌려와서 목 잘린 소가 마지막으로 몸부림치는 것을, 그리고 마침내 잠잠해지고 질질 끌려나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106쪽

암탉이 자연스럽게 서고, 몸을 돌리고, 날개를 펼 수 있을 만한 공간을 부여할 것. 방해받지 않고 횃대에 앉거나 바닥에 앉을 수 있을 것. 물론 통상적인 닭장은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암탉들은 산란용 둥우리를 제공받고, 긁으면서 놀 물건이 주변에 있어야 하고, 이른바 '먼지 목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쓰레기 더미 같은 데 뛰어들어 날개를 마구 퍼덕이며 깃털에 먼지가 섞이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암탉에게 꼭 필요한 행동처럼 보이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기생충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암탉들에게는 매일 모이를 주어야 하며, 따라서 강제적 털갈이를 위한 굶기기는 금지된다. 이 밖에 모이, 마실 물, 공기의 질적 수준에 대한 조항들, 암탉을 살피는 일에 관한 조항들, 암탉의 '보호자'를 양성하는 규칙과 그 행동에 대한 조항들이 있다. -156쪽

그는 자신의 닭들에게 신선한 공기와 햇빛을 접할 기회, 그리고 풀이며 씨앗이며 나무뿌리 따위를 쪼면서 돌아다닐 기회를 뺏으면서까지 달걀 가격을 떨어뜨릴 생각이 없다. 그는 특별히 맛 나는 달걀은 그만큼 가치가 크고, 그것은 개당 70센트라고 해도 아깝지 않은 가치라고 생각한다. '양심적인 달걀'의 시드 자만스키는 12개당 2.99달러에 파는데, 사람들이 달걀값이 비싸다고 불평할 때마다 이렇게 말해준다고 한다. "이봐요, 달걀 하나에 10센트, 아니면 20센트 더 써서, 닭들이 행복하게 살게 해줄 수 있다면 그걸 못해요? 달걀 하나에 20센트 주고는 4.5달러 짜리 카페라테를 마실 건가요? 영양가도 없는 건 그만큼 주고 마시면서!"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리고 카페라테 한 잔 값을 생각할 때, 70센트짜리 달걀이라도 그리 비싸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달걀 하나에 10센트에서 70센트로 가격이 뛴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순순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닭장 달걀 시스템이 우리 곁에 있는 한, 비록 밖에 나가지는 못하게 한다 해도 달장에 닭을 가두지 않고 얻은 달걀을 파는 사람들이나마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161-162쪽

<'피시포레버' 마크의 조건>

1. 어족 규모의 상태, 어업이 지속 가능할 수 있을 만큼 충부히 물고기가 많은가?

2. 해양 환경에 어로 행위가 미치는 영향, 어업이 해양 환경(비목표 물고기, 해양 포유동물, 바닷새 등 포함)에 즉각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3. 어로 관리 체계, 해당 해역의 어로 규칙과 절차는 무엇이며, 지속 가능한 방식의 어업을 계속하기 위해, 또한 해양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런 체계가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가?-169쪽

새우잡이가 불러일으키는 또 다른 중요한 환경 문제는 저인망 그물이다. 무거운 쉿덩이(그물이 바다 밑까지 가라앉게 하기 위해 쓰인다)를 달고 있는 저인망 그물을 암석이 많거나 산호가 많은 해저에서 쓰면, 산호초에 크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힌다. 또한 다른 해양 생태계에도 큰 악영향을 미치는데, 수십만 년 동안 형성된 산호가 파괴되며, 그에 따라 형성된 여러 물고기 종자, 산호 틈에서 살며 알을 낳던 해양 생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다. 저인망 어로법은 해저를 갈아엎음으로써 일부 해양 동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다. 따라서 그것을 일정 지역에서 되풀이하면, 바다 밑바닥이 마치 쟁기질을 한 발처럼 변해버린다.-186-187쪽

큰 물고기는 작은 물고기를 위협하며, 때로는 잡아먹는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물고기가 자라는 정도에 따라 분류를 해서는 빨리 자라는 종자를 천천히 자라는 종자와 분리해서 길러야 한다. 이런 분류는 양식 과정 중 세 번 내지 다섯 번 실시되며, 이때 물고기를 우리에서 그물로 건지거나 펌프로 밀어낸다. 그리하여 물고기들은 몇단계의 통로를 거치며 점점 더 작은 물고기만 통과할 수 있는 좁은 구멍과 만난다. 이런 과정은 연어에게 큰 스트레스를 준다. 일반적으로 빽빽이 들어찬 상태로 사육됨으로써 연어는 스트레스 폭증, 비정상적 행동, 바닷니 감염도 상승, 비늘 벗겨져 나가기, 그리고 높은 사망률 등을 보이고 있다. 살아남은 연어들은 통상 7일 내지 10일 동안 사료를 공급받지 못한 다음에 도살된다. 장을 완전히 비우고, 혹시라도 사료를 통해 감염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어제껏 빈번하게 풍성한 먹이를 얻다가 별안간 중단된다면, 의식이 있는 존재라면 당연히 고통을 느낄 것이다.-190쪽

우리의 행동이 심각한 피해를 입힐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일단 우리가 피해를 입힐지도 모르는 대상에게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추정해야 한다. 그러나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추정한다"는 것은 그 추정이 얼마나 신뢰성 있는 것인지, 또한 그런 행동이 우리에게 가져올 수 있는 부담이 얼마나 중대한지를 따져봄으로써 정말 우리가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없다고 확신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와 같은 식으로 가재, 게, 새우가 고통을 느끼는지 불확실하다면, 우리는 그들이 고통을 느낀다고 가정하고 상황을 추정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너무 지나친 비용을 부담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들이 고통을 느끼는지 확실하지 않다면, 그들이 고통을 느낄 수도 있는 행동은 무엇이든 피해야 한다. 반면, 그들이 느낄지도 모르는 고통을 유발할 것이냐, 아니면 우리 스스로 큰 고통을 짊어질 것이냐 상에서 선택할 입장이라면, 우리는 더 이상 그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추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초래할지도 모르는 고통의 정도를 최초솨하려는 노력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192-193쪽

<사회적 책임 국제연대 SA8000의 인증 조건>

아동노동 : 매우 제한적인 예외를 빼고, 모든 노동자는 최소한 15세여야 한다.
강제노동 : 강제된 노동은 없어야 한다. 그것은 죄수 노동이나 채무 변제를 위한 노동(실제 또는 불합리한 빚을 갚기 위해 강요된 노동)도 포함된다.
건강과 안전 : 고용주는 안전하고 건강을 해치지 않는 작업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는 욕실 이용권과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식수도 포함된다.
단체 결성권과 집단 교섭권 : 고용주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와 집단 교섭을 할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차별 : 인종, 신분, 국적, 종교, 장애, 성, 성적지향성, 가입 노조, 정치적 성향, 연령 등에 따른 어떤 차별도 없어야 하며, 성추행 역시 있어서는 안 된다.
징계 : 기업 측에서 노동자를 심리적 또는 육체적으로 강압하거나 언어폭력을 가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234쪽

(이어서)

근무시간 : 근무시간은 관련 법률에 따라야 한다. 단 어떤 경우에라도(설령 그 나라의 법이 허용한다고 해도 - 옮긴이) 주당 48시간을 넘지 말아야 하며, 최소한 주 1회의 휴일을 보장해야 한다. 초과근무는 반드시 자발적인 것이어야 하며, 적정한 수당 지급을 수반해야 하고, 정규적인 차원에서 주당 12시간을 넘지 말아야 한다.
임금 : 임금은 관련 법률과 업계의 기준에 따라야 하며,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기본적 욕구 충족에 충분한 수준이어야 한다.
관리 체계 : 이 인증을 획득 및 유지하려는 기업은 해당 기준을 그 관리 체계와 운영 방식에 단순히 통합시키는 이상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234쪽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두 번째 요인은 기본적으로 소들의 트림과 방귀 문제이다. 소들은 메탄을 방출하며, 이것은 온실가스로서 이산화탄소보다 20배나 위력적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볼 때 전체 온실가스 방출 효과의 2.5퍼센트 정도 책임이 있다. 소들은 세계의 메탄 방출량 중 절반 정도의 책임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섬유질이 많은 음식, 즉 목초나 건초를 먹을 경우 더 많은 메탄을 방출한다. 더욱이, 유기농 소들은 10퍼센트 정도 더 많은 젖을 내도록 하는 소 성장호르몬을 맞지 않고 길러진다. 그것은 일정량의 우유를 얻기 위해 유기농 방식으로는 10퍼센트 더 많은 소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렇게 많아진 소는 그만큼 많은 메탄을 방출할 것이다.-292쪽

우리가 곡기, 달걀, 우유를 산다고 할 때, 그것은 수출용 곡물을 심을 땅으로 쓸 수도 있었을 땅에서 자란 사료용 곡물로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런 제품을 구입하여 수요를 늘려주는 것이 결국 해외에서 더 많은 땅이 사료 곡물 재배용으로 바뀌게끔 부추기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비록 우리가 미국 땅에서 자란 곡물을 먹은 미국 곡물이 대신 다른 나라로 수출되었더라면, 열대우림을 벌채해 만든 땅에서 나는 곡물의 수요를 대신 채우고, 그래서 그만큼 열대우림 벌채의 필요성을 억제했을지도 모른다.-328-329쪽

(이어서)
따라서 우리 자신이 '열대우림 소고기', 즉 개간된 열대우림 지역에서 사료를 구해 길러진 소의 고기를 먹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는 우리의 먹을거리 선택이 아마존 강 유역이나 그밖의 지역에서 열대우림 파괴에 영햐을 주고 있지 않다고 확신할 수 없다. 물론 우리가 대두, 두유, 두부, 그 밖의 대두 가공품을 소비할 때도 간접적으로 열대우림 파괴에 관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 하든 열대우림 파괴와 우리의 먹을거리를 분리할 수 없다고, 고기를 먹든 대두를 먹든 마찬가지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브라질에서 자라는 대두는 대부분 사료용으로 수출된다. 따라서 대두를 동물에게 주는 것은 원래의 식품 가치의 일부만 산출해 사람이 섭취하는 것이며, 육식 위주의 식단은 곡물이나 대두를 직접 먹는 식단보다 열대우림 파괴에 더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329쪽

시카고 대학교의 기든 에셸과 파멜라 마틴은 동물성 식품 생산 과자ㅓㅇ에서 방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조사했으며, 전형적인 미국의 식단(그중 28퍼센트가 동물성인)은 같은 양의 칼로리가 포함된 베건 식단에 비해 한 명이 1년에 약 1.5톤의 이산화탄소를 더 배출시킨다는 결과를 얻었다. 대조적으로, 보통의 운전자가 미국의 전형적인 자동차 대신 좀 더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바꾸었을 때 1년에 줄일 수 있는 이산화탄소 방출량은 1톤이다. 다시 말해서 내가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억제하는 데는 차를 바꾸기보다 베건 식단으로 바꾸는 편이 더 효과적인 것이다.(물론 두 가지 다 하면 더 좋겠지만.)-337-3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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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편집하다 - 기획자노트 릴레이
기획회의 편집부 엮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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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편집자는 저자의 책이 매력적으로 제작되고, 그 책이 효과적으로 팔리고 배포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책임이 있다.
둘째, 편집자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원고를 재집필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저자를 설득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셋째, 편집자는 저자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의 이익이 되는 편에 서서 보호해야 한다.
넷째, 저자에 대한 의무와 공익에 대한 의무 사이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다섯째, 새로운 필자를 발굴하고 그것을 판별할 수 있는 날카로운 코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김우연 랜덤하우스 기획출판팀장)-153쪽

누가 아이템을 기획했느냐를 떠나서 편집자가 작가와 원고의 내용과 방향성을 충분히 협의, 공유하였다면 편집자가 해야 할 주요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작가의 창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적절한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작가의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편집자 자신이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기획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또 원고에 들어갈 내용에 대하여 검토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원고 디렉팅이다. 작가가 완성해온 콘티나 밑그림을 보면서 원고의 성격에 맞게 연출이 되었는지, 또 필요한 요소들은 다 들어갔는지 확인하면서 모자란 부분이 있을 경우 보태고, 문제에 봉착했을 경우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물론 분야에 따라서 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아동 학습 만화에서는 원고 디렉팅이 편집자가 해야 할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홍재철 코믹컴 실장)-169쪽

기획자의 '감'이라고 해서 오랜 출판 경험으로 얻은 무수한 성공과 실패 경험 따위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이미 입증되어 있는 출판업계의 논리나 경험보다 중요한 게 독자들의 체험이다. 어떤 출판계 선배들은 기획자나 편집자가 자신이 만드는 책을 모두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알 수도 없을뿐더러 책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하지도 않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말은 틀렸다! 정말로 '좋은 책' '팔리는 책'을 만들고 싶다면, 자신이 만들려는 책의 독자 세계를 최소한 직접 겪어봐야 한다. (안희곤 세종서적 편집장)-235쪽

문고란 한 출판사의 경험과 정신이 집대성된 출판양식이다. 출판인이라면 누구나 '오래가는 책'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공통된 바람일 것이다. 단기간에만 팔리고 수명을 다하는 책들도 나름대로 필요하지만,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고 살아남는 책들이 많아질 때 한 나라의 출판문화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잘 만들어진 문고는 단행본이 필연적으로 처하게 될 '책의 운명'에서 약간은 자유로울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듯하다. 문고 안에서도 어떤 책은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책들은 잊혀질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문고의 정신은, 아니 문고라는 양식은 남을 것이다. (강훈 살림출판사 기획1팀 팀장)-327쪽

"'편집자'라는 직업명은 여느 명칭보다 은유적이다. '놀라운 편집'과 '형편없는 편집'이라는 수사가 가치가 담긴 언어로 들리는 까닭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또한 그 놀라움과 형편의 차이를 가늠하고, 미쁘고 여문 편집의 요건을 되새기고 채비하는 것은 윤리적인 판단이자 가치 지향적인 활동으로 여겨진다. 이때의 윤리는 즐거운 실천이고, 가치는 경쾌하여야 한다. 그래서 직업윤리로서 오식과 허식 없이, 필요한 만큼의 노력과 방편이 깃들인 텍스트를 좋은 덕목을 갖춘 텍스트라 말하는 것처럼, '좋은 편집자'는 생활의 구체적 꾸림, 즉 '삶의 편집'을 통해 그 아름다운 은유를 표현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 끊임없이 질문 앞에 노출된 존재. 하나의 답으로부터 다시 좋은 질문을 찾아 텍스트를 뒤적이는 언어의 추적자. 그 추적의 속도가 강요될수록 늘어나는 질문의 상투화 혹은 질문의 죽음을 근심하는 편집자의 윤리는 '삶의 윤리'이기도 하다." (김수한 생각의나무 편집부장)-3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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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키호테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8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김정우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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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력을 행할 수 없는 동안은 목동이 되어 지내면 좋겠구나. 네가 좋다고 한다면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주인님은 라 만차의 기사, 사자의 기사인걸요. 목동의 지팡이가 아닌 창을 잡아야 합니다요."
"딱 1년 동안만이다. 그러고 나면 다시 기사의 직분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내가 시에라 모레노 산에서 했던 말을 기억하느냐? 기사는 시심(詩心)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했던 말 말이다."
"기억나고말고요."
"목동도 마찬가지니라. 목동은 순하디순한 동물들을 돌보며 초원을 돌아다니지. 자연이 주는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 말이다. 시냇물의 노래를 듣고, 맑은 샘물을 마시며, 잘 익은 나무 열매를 따서 먹겠지. 나무는 시원한 그늘을 마련해주고, 꽃들은 향기로 우리를 맞이하며, 어두운 밤에는 달과 별이 빛을 줄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하루하루를 만끽하고 한가롭게 사색을 하며 보내는 것이니라. 그러니 기사의 책무를 벗어 놓는 1년 동안 이보다 더 적당한 일이 어디 있겠느냐?"
-303쪽

산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와아, 편력보다는 훨씬 평화롭겠네요. 그야말로 최고로 평온하고 걱정 없는 생활이 될 겁니다요."
돈 키호테는 만족스런 미소를 띠었다.
"평화야말로 진정으로 나에게 필요한 것이니라. 나는 둘시네아 아가씨께 바치는 시를 짓고, 모닥불을 가운데에 놓은 채 목동들과 둘러앉아, 내가 겪은 영광스러운 모험 이야기를 들려주련다. 그나저나 해가 지고 있구먼. 산초야, 오늘 밤을 보낼 만한 곳을 찾아봐야겠구나." -303-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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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5-11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시절 세계명작으로 읽은게 끝이죠. 라헐 판 코헤이의 소설 '바르톨로매는 개가 아니다'에서 곱추소년에게 글을 가르치는 신부님이 '돈키호테' 책을 빌려주어요. 바르톨로매는 탐독하며 얼마나 행복해하는지...그 책을 읽으며 '돈키호테'제대로 봐야겠단 생각만 했지 아직도...독서회 토론도서로나 정해야 볼 듯해요.^^

마늘빵 2008-05-11 19:08   좋아요 0 | URL
^^ 재밌더군요. 저도 얼마전(?) 한겨레에 글 연재하시는 김용석인지 김용규인지 잘 기억이 안나는데, 그 분의 글을 읽고 <돈 키호테>에 관심이 갔습니다.

다락방 2008-05-12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이 책 말고 그 굉장히 두꺼운 책 있잖아요. 시공사에서 나온. 그 책을 읽었거든요. 그 책을 다 읽고서는 뜬금없이, 정말 뜬금없이 돈키호테를 읽은 남자와 결혼할테야, 라고 불끈 결심했어요. 대체 왜 그런 결심을 했는지는 의문입니다만.

여튼, 그 책이 너무 두꺼워서 지하철안에서 읽으려고 (멍청하게)시도했다가 팔 아파서 죽는줄 알았어요. 그래서 결국 집에서만 읽었었답니다. 윽. 악몽이야.

마늘빵 2008-05-13 08:52   좋아요 0 | URL
아 시공사 것이 제대로 된 책이군요. 이건 청소년용으로 나와서 그런지 얇던데. 읽기는 수월했는데, 시공사 걸로 다시 한번 보고 싶네요.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 - 애국주의와 세계시민주의의 한계 논쟁
마사 너스봄 외 지음, 오인영 옮김 / 삼인 / 2003년 6월
품절


세계시민주의는 보편적 정의와 선을 중시하는 반면, 세계화주의는 시장 질서와 자본의 자유 이동을 강조한다. 애국주의에 대한 비판적 대안으로서의 세계시민주의가 인간은 그들이 세계 어디에 살든 인류 공동체의 일원으로 동등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윤리적 견지의 세계주의를 강조한다면, 신자유주의적 사고 방식에 구현되어 있는 세계화주의는 윤리적으로 가치 중립적인(사실은 '비윤리적'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자본 주도적인 성격을 노출하고 있지만, 여하튼 가치중립적으로 표현해서) 태도를 표명한다. (역자 오인영)-11쪽

도덕적으로 임의적인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은 국가가 아니라 국민이다. 인간은 인류적 질서보다 더 협소한 정치적 질서 속에서 살고 있고, 바로 그러한 정치적 질서 안에서 공적인 옳고 그름의 문제가 주로 제기되고 결정되기 때문에 동료-시민의, 즉 동일한 질서의 한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결코 임의적인 일이 아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자유주의가 국가를 강조한다는 세계시민주의자들의 비판이 과장되었다고 본다. 즉 세계시민주의자들이 찬양하는 문화적 다양성은 국가들의 실재의 복수성에 좌우되기 때문에, 우리는 국가들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콰미 앤서니 애피아) -54쪽

국가는 원래부터 도덕적 문제이다. 국가는 사람들이 그것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항상 도덕적 정당화를 필요로 하는 강제적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규제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국가 제도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근대인의 수많은 목적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남용의 가능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홉스가 생각했듯이, 국가는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어떤 공인된 강제형식을 독점해야만 하고, 그러한 권한의 행사는 많은 사람들이 국가에 조금도 긍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은 많은 포스트-식민 사회들에서조차도, 정당성을 필요로 한다. (콰미 앤서니 애피아)-55쪽

인간은 소규모로 사는 것이 가장 낫기 때문에 우리는 국가만이 아니라 나라, 도시, 거리, 사업, 기능, 직업 및 가족 등도 공동체로서, 또한 인류적 지평보다는 협소하지만 도덕적 관심의 영역으로는 더 적절한 수많은 동심원의 일부로서 옹호해야 한다. 세계시민주의자인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국경 안에서나 국경을 초월하여 충분히 연대할 수 있는 민주 국가에서 애국적 시민이 되어 살아갈 권리를 당연히 지지해야 한다. 그리고 또한 우리는 세계시민주의자로서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그러한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콰미 앤서니 애피아)-56쪽

세계시민주의자들이 좋은 시민으로써 우리가 살기를 바라는 세계에서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우리는 세계에서 특수한 이 지역, 저 지역, 이 계곡, 저 해안, 이 가족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의 애착은 지역에 대한 애착에서 시작하며, 그 이후에나 밖으로 뻗어나갈 뿐이다. 세계시민주의를 지지하기 위해서 그런 점들을 무시하게 되면 종착지가 없는, 모국에서도 세계에서도 마음이 편할 수 없는 위험에 곧바로 빠질 것이다. 이것이 미국의 소란스러운 다문화적 정치가 주는 교훈이다. 즉 미국인이 되기 위해 사람들은 ㅁ너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나 폴란드계 미국인 혹은 유대계 미국인이나 독일계 미국인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타고난 시민으로서 존엄을 획득하기 위해서 그들은 먼저 자신의 지역 공동체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벤자민 R 바버)-62쪽

보편주의적 견해나 한계를 설정한 견해 모두 인간의 생존과 안위에 관심을 갖고 있다. 나는 둘 중 어느 하나도 별 생각 없이 도덕적으로 무관한 것으로 간주하여 폐기할 수 없다는 시지윅의 견해에 동의한다. 따라서 그가 언급한 가족 구성원에 대한 의무는 어떤 형식으로든 이미 모든 사회와 도덕적 전통이 알고 있는 것이다. 즉 아무리 소규모일지라도 내적 지지와 충성 없이 생존할 수 있는 집단은 없다. 두 견해의 지지자들은 최소한 그러한 약간의 의무가 생존에 필수적인 가치라는 점에는 동의할 것이다. 물론 더욱 좁게 한정된 의무가 인류 전체에 대한 의무와 빚을 수 있는 마찰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두 견해의 주창자들 대부분은 살인, 약속의 파기 및 사기 등에 있어서는 모든 동심원의 모든 경계를 초월해 유지되어야 할 어떤 금기가 있으며, 심각한 긴급 상황에서는, 예컨대 지진 이후에는 경계를 초월해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할 의무가 국내의 요구들에 우선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시실라 벅)-70쪽

애국주의는 주권 국가가 국제 사회를 조직하는 기초라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선권은 자연스럽게 교육, 사회화, 포부 및 충성이 지향할 방향의 기초로서의 국가주의 의식에 주어진다. 이런 식의 방침은 영토상의 주권 국가가 어느 정도 자율성과 일차성을 갖는다고 가정하는데, 기실 그런 국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국가가 다시 존재하려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조직이 국가적, 지역적, 세계적 차원에서 큰 구조적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 오늘날 그러한 국가의 자율성과 일차성은, 도전받고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다양한 유형의 지방화와 세계화에 의해서, 특히 복잡한 형식의 경제적, 전자적, 표의적인 통합에 의해서 중요하고 누적적인 타협이 강요되거나 심지어 대체되고 있다. (리처드 폴크)-87쪽

세계시민주의적인 견해는 명백히 세계적 차원의 윤리와 인본주의를 갖고 있지만, 급속하게 경계를 초월해서 경험을 통합하고 있는 세계화 경향들과 충분히 구별되지도 않거니와 그것들을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 현재 통화 딜러와 카지노 자본가들뿐만 아니라 초국적 법인과 은행들에 의해 조장되고 있는 시장 주도 세계화의 파괴적 도전에 대한 대처 없이, 환상적인 세계시민주의를 국가주의적 애국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기획하는 것은 현대적 형태의 흐리멍덩한 순진무구에 빠질 위험이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세계시민주의는 신자유주의적 사고 방식에 구현되어 있는, 윤리적으로 결함 있는 세계화에 대한 비판 및 세계를 전체로 파악하는 인식에 담긴 윤리적이고 통찰력 있는 내용을 최소화시키는 법을 어떤 식으로든 제정하려는 세계주의에 대한 비판과 마땅히 결합되어야만 한다. (리처드 폴크)-90-91쪽

무엇보다 세계시민주의는 부모, 조상, 가족, 인종, 종교, 유산, 역사, 문화, 전통, 공동체, 국적 등과 같이 생명을 주는 기존의 사실들을 애매하게 만들고, 심지어 부정한다. 그것들은 개인의 '우연적인' 속성이 아니다. 그것들은 본질적인 속성이다. 우리는 자유로이 유영하는 자율적인 개인들로서 세계에 편입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우리를 인간으로, 정체성을 지닌 인간으로 충분히 형성시키는 모든 고유하고 독특한 특성들을 완전히 갖추고서 세계로 유입된다. 정체성이란 우연도, 문제도, 그리고 선택도 아니다. 그것은 주어지는 것이지, 의도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도중에 선한 동기에서 이런 소여의 어느 한두가지를 배제하거나 변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아에게 상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서는 그럴 수 없다. 정체성을 다시 새롭게 창조하기를 갈망하는 '변화무쌍한 자아'는 자신의 국적을 부인하는 사람이 국가 없는 사람인 것처럼 정체성 없는 자아이다.(거트루드 힘멜파브)-114쪽

자기 문화의 업적에 전혀 관심이 없는 학생은 다른 문화의 업적에 대해서도 별로 가치를 부여할 것 같지 않다. 종교가 없는 학생은 다른 사람의 종교적 헌신을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 나라의 영웅들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영웅들을 존경하는 사람들의 순진함을 경멸하기 십상이다. 어린이는 다른 사람들의 가치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우선 가치를 존중하는 법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 (중략) 그 대신에 어린이들을 '세계시민'이 되도록 교육하면, 아마도 그들은 십중팔구 애국자도 세계시민주의자도 되지 못하고, 세계 전역에서 실재하는 결함투성이의 개인과 문화들을 포용할 줄 모르는 추상과 이데올로기의 애호가가 될 것이다. (중략) 그런 교육은 고결한 세계시민주의를 고무시키는 영감이 아니라 자칫 이기적인 개인주의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우리가 친밀한 사람들을 덜 사랑한다고 해서 소원한 사람들을 더 많이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마이클 W 매코넬)-118-120쪽

나에게는 '세계시민'이 아니라, 바로 그 누군가가 동료이며, 무덤까지 함께 갈 동반자라는 사실이 도적적으로 중요하다. 내 생각에, 그것은 우리가 신의 형상에 따라 창조되었다는 견해에 호소하고, 다른 모든 인간과의 공감에 호소한다는 사실과 관계가 있다. 반면에 사람들은 '잠재력'에 호소한다. 그 잠재력은 실제로 보편적일 뿐 아니라, 내가 속해 있고 우리가 물려받은 전통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세계 시민'은 언젠가는 그런 유의 도덕적 무게를 지닐 것이고, 마사 너스봄도 새로운 도덕적 통찰의 예언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다.(힐러리 퍼트넘)-137-138쪽

"만일 누군가가 내일 새끼손가락을 잃어버리게 되어 있다고 하면, 그는 오늘 밤 자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수억 명의 형제들이 잔해 위에서, 자신의 그 하찮은 불행보다 관심을 끌지 못하고 그저 객체로 보일뿐인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파멸 위에서 태평하게 코를 골며 잘 수 있을 것이다. 결코 그들을 본 적이 없다면. 그러므로 결코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인류의 한 사람'인 자신에게 닥친 하찮은 불행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꺼이 그 수억 명의 형제 인류의 목숨을 희생시키려고 할 것이다. (애덤 스미스) (아마티아 센이 자신의 글에서 인용)-160쪽

우리에게는 애국주의와 세계시민주의 둘 다 필요하다. 왜냐하면 근대 민주주의 국가는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지극히 많은 것을 요구하는 공동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구성원들에게 대단히 많은 것을 요구하고, 전체 인류보다는 같은 나라 사람들에게 더 큰 연대 책임을 요구한다. 강력한 공통의 귀속 의식 없이는 이 사업에 성공할 수 없다. 그러므로 현재 우리 세계의 민주주의에 대한 대안을 고려할 때, 우리가 이 사업에서 실패하면, 그것은 인류를 위하는 것이 아니다. (찰스 테일러)-168-169쪽

우리는 또 다른 각도에서 이것을 살펴볼 수 있다. 근대 국가들이 꼭 민주적인 국가들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전통적으로 계급 제도에서 벗어난 국민 국가들은 대단히 높은 수준의 국민 동원을 요구한다. 동원은 공통의 정체성에서 생겨난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의 선택권은, 사람들이 공통의 정체성에 입각한 동원에 호응할지 호응하지 않을지 여부에 이쓴 것이 아니라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정체성들 중에서 자기에게 충성할 것을 요구하는 정체성(들)이 어느 것인지에 놓여 있다. 이 중에서 어떤 것은 다른 것보다 더 광범위하고, 세계시민주의적인 연대에 좀더 개방적이고 우호적이다. 문명적으로 개화된 세계시민주의를 위해 가끔 벌일 수밖에 없는 전쟁은, 바로 이런 정체성들 사이에서 일언아는 것이지 모든 애국주의적 정체성들을 파기하려는 불가능한(가능하다해도, 자멸적일 수밖에 없는) 시도에서 촉발되는 것이 아니다. (찰스 테일러)-169쪽

세계 시민권에 대한 너스봄의 견해보다는 그녀의 동심원 이미지가 훨씬 더 유용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나의 '근본적인' 충성들 가장 바깥의 원에 두거나 두어야만 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가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의 충성은 나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중심에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타자의 가치를 인정할 뿐만 아니라 타자를 관통해서 가장 바깥쪽 원에 도달하는 방식을 이용해 매개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으 안쪽의 원에 대한 구체적이고 호의적이며 마음을 끄는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는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설명을 요구한다. 그런 후에 안쪽의 원을 바깥으로 펼치는 것 못지않게 바깥쪽의 원을 안으로 그려넣으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마이클 왈쩌)-176쪽

진정 세계 시민으로 처신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그러므로 세계 국가의 부재는 세계 시민적인 행위의 장애물이 아니다. 그러나 세계시민주의는 우리에게 어떤 경우에도 세계의 모든 지역들에 동등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세계시민주의 전통에 속하는 주요 사상가 어느 누구도, 자신과 자기 가족이 속해 있는 지역 및 국가에서의 관계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수 있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것을 부정한 적이 없다. 분명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한다. 왜냐하면 국민 국가는 우리의 모든 일상적 행위의 기본 조건을 구성하고 있으며,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가족으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계시민주의자는 특정 지역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계시민주의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일차적인 이유는 특성 지역이 그 자체로 선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분별 있게 선을 행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마사 너스봄)-187-188쪽

우리는 인간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애피아가 말하듯이, 세계시민주의적인 이상에는 인간의 문화, 언어, 생활방식의 다양성에 따른 실제적인 즐거움이 내포되어 있다. 이 다원주의는 소위 '좋은 것보다는 올바른 것의 우위'를 주장하도록 세계시민주의적인 자유주의자들을 자극한다. (마사 너스봄)-189쪽

세계시민의식은 그런 경우, 우리 각자의 상상에 엄격한 요구를 부과한다. 확실히 상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애덤 스미스가 지적하듯이, 타자에 대한 측은지심은 약하고 지속되기 어려운 관념이다. 만일 세계 시민권을 변덕스러운 일상적 반성에 맡겨놓는다면, 우린는 최상의 이념을 제도화하려고 할 때보다 더 제대로 행동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상상력은 개인들의 동등한 가치를 가능한 한 최대로 제도화할 수 있는 법률을, 특히 입헌 제도를 필요로 한다는 일레인 스캐리의 견해에 동의한다. 그러나 이런 법률은 상상력에서 동력을 얻어야 하며, 사람들이 우둔할 정도로 불안정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법률 조항에서는 물론이고, 우리의 정신과 마음에서도 세계 시민권을 계발해야 한다. 나는 스캐리와 몇몇 사람이 제시한 이유에서, 상상에 의거한 문학 작품들이 그런 계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스캐리의 견해에 동의한다. (마사 너스봄)-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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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8-05-05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흥미롭군요..

마늘빵 2008-05-05 09:50   좋아요 0 | URL
나온지 꽤 된 책이고, 그냥그냥 묻혀버린 책인데, 주제가 끌리시죠. ^^ <보스턴 리뷰>라는 잡지를 통해 이루어진 미국 철학자, 작가, 사회학자들 간의 논쟁을 싣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