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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
김태완 엮음 / 소나무 / 2004년 8월
구판절판


"다산 정약용이 과거의 폐단과 모순을 심각하게 느끼고, 추천을 통한 인재선발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을 때, 프랑스 계몽주의자들은 오히려 과거야말로 철인이 다스리는 이상국가의 인재선발 방식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이다."-12쪽

"세상에는 생기기 쉬운 폐단과 구제하기 어려운 폐단이 있습니다. 생기기 쉬운 폐단은 사물의 폐단이고, 구제하기 어려운 폐단은 정신의 폐단입니다. 구제하기 어려운 것이 먼저 나타나고, 생기기 쉬운 것은 뒤에 나타납니다. 정신의 폐단은 원인이고, 사물의 폐단은 결과입니다. 그러므로 나무가 병이 들면 좀이 쓸고 젓갈에 악취가 나면 구더기가 들끓는 것처럼, 술의 폐해가 어찌 정신의 폐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겠습니까?"(김구, 1488-1534, 성종 19-중종 29)-67쪽

"사회의 모순은 가난이 문제가 아니라, 분배의 불균형이 더 큰 문제이다. 빈부의 차이가 심할수록 사회는 불안정하고, 변화와 개혁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결국 정치적 안정을 이루는 길은 극심한 빈부차이와 같은 사회경제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다."(박광전, 1526-1597, 중종 21-선조 30)-223쪽

"문화란 예의와 절도의 결인데, 곧 '문리가 상세하고 분명하다'라고 할 때의 문화입니다. 공경함이란 '경건해서 안을 곧게 한다'는 뜻의 공경함입니다. 먼저 경건함으로써 안을 곧게 하고, 그 다음으로 문화로 바깥을 분명하게 드러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인재를 얻는 근본이 여기서 갖추어질 것입니다."(김효원, 1532-1590, 중종 27-선조 23)-242쪽

"당쟁이란 정치이념이나 정치적 지향점이 서로 다른 당파가 정치이념을 두고 투쟁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쟁 그 자체는 정치의 후진성을 나타내는 현상이거나 사회분열을 초래하는 원인이라 할 수는 없다. 오히려 당파 사이의 당쟁이 없는 전제나 독재체제가 제도적 측면에서는 더 후진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조선시대의 붕당을 근대적 정당에 곧바로 연결시킬 수는 없다. 근대적 의미의 정당이 정치적 이상의 실현을 위해 같은 정견을 가진 사람끼리, 정치권력에 참여할 목적으로 결성한 정치 단체라는 점에서는 붕당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정당은 국민 대다수의 의사를 반영하는 기구라는 점에서 대의 정치의 기반이 되는 조직이다.
이에 반해 붕당은 근본적으로 관료집단의 이해관계와 이념을 중심으로 결합된 조직이다."-250쪽

"재능은 평상시라면 쓸 수 있지만, 비상시에는 쓸 수 없습니다. 그러나 덕은 비상시에나 평상시에나 일관되게 쓸 수 있습니다. 그러니 과연 비상시에 쓸 수 없는 재능으로 비상사태를 만나서, 정도로 대응하거나 이치에 어긋나지 않게 할 수 있겠습니까?"(김의정, 1495-1548, 연산군 1- 명종 3)-266쪽

"원래 교육이란 글자에는 가르치고 길러서 선으로 이끌어간다는 뜻이 담겨 있다. <설문해자>에 따르면, 敎는 위에서 베푸는 것을 아래에서 본받는 것이고, 育은 자식을 길러서 착하게 만드는 것이라 했다. 위에서 베푸는 것이란 어른이 모범되는 것을 어린이에게 전달하는 것이고, 아래에서 본받는 것이란 어린이가 어른이 전해준 모범을 몸에 익히는 것이다."-319쪽

"교육은 국가가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는 수단만이 아니다. 교육의 고유한 기능 가운데 하나는 어린이가 한 성인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세계관과 건전한 의식을 갖도록 이끌어가는 것이다."-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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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32
장 자크 루소 지음, 박호성 옮김 / 책세상 / 2003년 9월
구판절판


"교육은 자연이나 인간 혹은 사물을 통해 이뤄진다. 우리의 능력과 신체 조직을 내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자연의 교육이다. 이러한 성장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인간의 교육이다. 이러한 성장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인간의 교육이다. 우리에게 자극을 주는 물체들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얻는 것은 사물의 교육이다." -24쪽

"자연의 길에서 머무르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을 살펴보자.
첫번째 원칙. 아이는 힘이 남아돌기는커녕 자연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하기에도 힘이 부족하다. 따라서 아이가 자연에게 받은 모든 힘을 사용하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그래도 아이는 그 힘을 남용할 줄 모른다.
두번째 원칙. 육체적으로 필요한 것 중 아이에게 부족한 것은 지성이든 힘이든 간에 보충해주어야 한다.
세번째 원칙. 아이를 도와줄 때는 실제로 필요한 일만 한정해서 도와주어야 하고, 환상이나 이유 없는 욕망에 동조해서는 안된다. 환상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므로, 환상을 품게 만들지만 않으면 아이가 고통을 전혀 겪지 않기 때문이다.
네번째 원칙. 아이의 언어와 표정을 주의 깊게 연구해야 한다. 일체의 감정을 속일 줄 모르는 나이의 아이가 지닌 욕망 가운데 자연으로부터 직접 오는 것과 억측으로부터 오는 것을 구분하기 위해서이다."-96쪽

"사회는 인간에 의해서, 인간은 사회에 의해서 연구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와 도덕을 분리하여 고찰하려 드는 사람들은 둘 중 어느 하나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124쪽

각주
(옮긴이주) 토인비는 문명을 정신적 관점에서 정의한다. 그에 의하면, 문명은 인류가 모든 것을 포용하는 단일한 가족 구성원으로서 협조하면서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사회 상태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이다.-143쪽

각주
슈펭글러나 토인비는 문명을 역사의 단위 혹은 인격체로 보았으며, 각 문명의 등장, 성장, 퇴락, 붕괴의 규칙적인 양상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전례로 볼 때 서구 문명은 전성기를 벗어나 가까운 장래에 멸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시드니 폴라드, <진보란 무엇인가>, 이종구 옮김(한마당, 1983), 199쪽.-143쪽

각주 -칸트
"나는 지식만이 인간의 명예를 구성할 수 있다고 믿으며 아무 것도 모르는 일반인들을 경멸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루소는 이런 나의 잘못을 고쳐주었다. 이 맹목적인 편견이 사라지면서, 나는 인간의 본성을 존경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이러한 관점이 인간의 권리를 수립하려는 모든 사람에게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면 나 자신이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더 무용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145쪽

각주
또한 드라테에 의하면, 루소에게 있어서는 도덕이 정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그 자체가 도덕적 문제에 대한 해결이다.-1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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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 청아출판사 / 2000년 7월
구판절판


"사형을 언도받은 죄수가 형 집행 바로 직전에 어쩌면 최후의 순간에 이르러 집행유예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갖게 된다." (집행유예의 환상 중)-31쪽

"강제수용소에서 살았던 우리들은 막사 앞을 지나가던 죄수가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던진다든가, 그들에게 마지막 남은 빵조각까지도 주고 가던 광경을 아직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들은 한 가지 만족할만한 확증을 제시하고 있다. 즉 한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가지, 주어진 어떠한 환경에 놓이더라도 자기의 태도를 선택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112쪽

"모든 개인을 구별하고 개인의 실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특이성과 유일성은 인간에게 베푸는 사랑 못지 않게 창조적인 작용을 나타내고 있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대신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자신의 존재에 대한 책임과 계속 살아 남아야 할 책임이 중요한 문제로 등장하게 된다. 한 사람이 그를 지극한 애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인간에게나 완성되지 않은 작업에 대해 지고 있는 책임감을 의식하게 된다면 그는 결코 자기의 삶을 내던질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는 그가 실존해야 할 '이유'를 알고 있으며, 어떠한 곤경에도 참고 견딜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134쪽

"모든 일이 꿈속에서 느끼는 것처럼 실제 같지도 않고 비슷하지도 않게 보인다. 우리는 자유가 진실이라고 믿을 수 없었다. 흘러간 몇 년간 우리들은 꿈속에서 얼마나 자주 속아왔던가!(비인격화 현상)" -148쪽

"정신분석에서 인간이 본능적인 것에 관하여 의식하게 되는 반면에 실존분석이나 로고데라피에서는 인간이 그 어떤 심령적인 것, 혹은 실존적인 것을 의식하게 된다. 왜냐하면 인간적이 된다는 것은 인간의 영성, 혹은 실존의 관점에서만 책임지는 존재라는 말로 묘사될 수 있기 때문이다."-237쪽

"나는 인간적이 된다는 것은 실존적으로 그 자신의 실존에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240쪽

각주에서...
프리드리히 폰 쉴러
"영혼은 이야기를 하는 그 즉시 이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혼일 수는 없다."-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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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의 형벌 - 사형의 비인간성에 대한 인간적 성찰
스콧 터로 지음, 정영목 옮김 / 교양인 / 2004년 7월
절판


"우리가 사형논쟁에 깊이 빠져들게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런 질문들의 본질적인 성격 때문이다. 자신이 사형에 대해 초연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옹호자이든 반대자이든, 또는 그 중간에서 갈등을 겪는 사람이든 모두 이 문제에서 한 나라의 정신을 형성하기 위한 투쟁응ㄹ 보고 있다. 종교적이거나 영적인 확신 때문에 사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형에 찬성하는 사람들을 야만인이나 방종한 죄인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사형 지지자들은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동정을 과장하는 사람들이거나 위선자라고 생각하며,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살해된다면 분명히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67쪽

"사형제도를 지지하는 사람이라도 무고한 사람을 처형하는 일은 당연히 끔찍하게 여길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이런 처형에 대해 말로는 완전히 표현하기 힘든 특별한 공포를 느낀다. 물론 무고한 사람을 평생 감옥에 가두어두는 것도 인권을 능욕하는 무시무시한 짓이다. 그러나 확실한 근거 없는 처형은 분명히 그보다 더 나쁘다. 법원이 종종 간결하게 표현하듯이, "사형은 다르다". 한 가지 이유는 죄수가 살아있기만 한다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희망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형수 감옥에 있다가 퍼먼 판결로 목숨을 구했던 사람들 가운데 넷이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우리가 극도의 혐오감을 느끼는 더 큰 이유는 무고한 사람을 처형함으로써 정의가 거꾸로 서고, 법을 문명의 힘이 아니라 야만의 힘으로 만든다는 것이다."-93쪽

"모든 사형 집행은 정의로워야 한다. 만일 무고한 사람이나 그럴 만한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을 처형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도덕적 균형 감각이나 사형이 전하고자 하는 분명한 메시지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훼손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법 제도는 틀림없이 정확해야 한다. 이 제도는 극한의 악이 무엇인지에 대한 섬세하게 조율된 감각에 따라 운영되어야 하며, 그런 악을 저지른 자가 누구인지 오류 없이 밝혀 내야 한다."

-134쪽

" '극한의 악'을 처벌한다는 상징적인 문제를 고려할 때, 재활이나 속죄는 계산의 한 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 피고가 지배적인 도덕의 요구를 인정하게 되면 그런 가치들을 재확인하기 위해 벌을 줄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단 그 길로 접어든다 해도, 누가 속죄를 할지, 언제 할지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사형 집행은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 자체를 없애 버린다는 것이다."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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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VS 사람 - 정혜신의 심리평전 2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5년 2월
절판


"아기는 대상을 '좋은사람' 과 '나쁜사람'으로 분리해서 받아들인다. 엄마가 젖을 주고 포근히 안아줄 때는 좋은 사람이고, 욕구를 채워주지 않고 야단을 칠 땐 나쁜 사람이다. 통합되지 않은, 두 사람으로 인식한다. 한 사람 안에 'good' 과 'bad'가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이런 극단적인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바로 '경계선 인격장애'다. 경계선 인격장애를 가진 이들은 특정인에 대해 좋고 싫음의 극단적인 감정을 갖는다. 자신이 인정하는 사람을 거의 신처럼 숭배하다가도 아주 사소한 이유로 같은 사람에 대해 극도의 증오심과 적개심을 드러내며 폄하한다."(책을 펴내면서)-9쪽

"내가 경험했다고 해서 그 문제의 보편성을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동일한 경험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사안이라도 그때마다 개별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이명박 대 박찬욱, 이명박 편)-29쪽

"과거의 성공을 미래의 가장 위험한 요소로 파악해야 한다"(앨빈토플러)(이명박 대 박찬욱) -31쪽

" '절세미인'의 미모에 대한 끊임없는 결핍감을 "아직도 부족하다"는 겸양으로 보기는 어렵다. 쉼없는 회의와 불안과 자조와 두려움을 거치지 않고 어찌 탄탄한 안정감이 만들어질 수 있으랴만, 거기에도 균형은 필요한 법이다."
(이명박 대 박찬욱, 박찬욱편)-47쪽

"동일한 물리적 상황에서도 '내 현실'과 '네 현실'은 다르게 인식된다."(정몽준 대 이창동)-63쪽

"주관적으로 '나의 현실감각'이란 늘 공정하고 객관적이다. 나의 현실감각과 어긋나는 현실은 이미 현실이 아니다. 무시해도 좋은 마이너리티거나 불가해한 예외적 상화일 뿐이다. 무엇보다 먹거리를 중시하는 사람에게 옷가지에 많은 돈을 들이는 사람의 태도는 정신 나간 '비현실적 행동'으로 보일 것이다."(정몽준 대 이창동)-63쪽

" '감이 없다'는 게 별거 아니다. 다른 현실이란 있을 수 없고 내가 알고 있고 좋아하는 것만 현실이라고 우기다 보면 필연적으로 현실감각을 잃게 된다. 현실감각을 유지하려면 타인의 행위 뒤의 동기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현상적 시각이 필ŸG다ㅏ. 내가 보고 싶은 상황만 보지말고 나와 타인의 전체적 현실을 동시에 인식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으니 문제다."(정몽준 대 이창동)-63쪽

"현실감각은 한 개인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까닭에, 어떤 이의 현실감각을 살펴보는 일은 단순한 스타일의 차원을 넘어 개인적 성향이나 가치관의 문제로 이어진다."(정몽준 대 이창동)-64쪽

"그림자 없는 물체는 '실체'가 아니듯, 완벽한 '객관적' 현실이란 이데아일 뿐이다. 그럼에도 나와 남이 함께 소통하는 장은 그 '현실'이란 마당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도 '현실감각'을 잃지 않으려는 치열한 소통의 노력은 값진 것이다."(정몽준 대 이창동, 이창동편)-83쪽

"영화촬영 현장이란 때때로, 또는 자주 소외의 구조 속에 빠질 때가 많다. 역할이 작을수록 중심에서 멀어진다. 중심에서 멀어진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심지어 지금 어떤 장면을 찍는지도차 알지 못하는 수가 있다. 그래서 그들은 현장의 변두리에서 고개를 파묻은 채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와 중요성을 스스로 인식하면서 작업에 임할 수 잇는 열린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이창동의 말)-89쪽

"내향성/외향성의 분류는 정신분석가 융의 이론에 의한 것이다. 융은 심리학적 유형의 하나로 인간을 '외향형'과 '내향형'으로 구별하였는데, 그들은 주체와 객체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어떤 사람이 행동과 판단을 결정하는 기준이 주로 객체에 의한 것일 때 그의 태도는 외향적이며, 반대로 객체보다도 주체에 의해 결정되면 내향적이라고 한다."(심은하 대 김민기)

"가령 어떤 사람이 미술전람회에 가서 작품을 감상하면서 신문의 호평이나 화가의 지명도에 근거해 특정한 그림을 좋다고 평가를 내린다면 그의 태도는 외향적이다. 객관적 규준에 따라서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평이 좋고 그 화가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해도 자신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그의 태도는 내향적이다. 그의 판단기준은 주관적 측면이 객관적인 사실보다 앞서 있기 때문이다."-140쪽

"사람에게는 '자아 동조적' 측면과 '자아 비동조적' 측면이 있다. 원래 자아 동조적/자아 비동조적이란 개념은 정신과에서 성격장애와 신경증을 구분할 때 중요한 잣대가 된다. 청결과 반복적 확인, 정리정돈에 집착하는 두 질환인 강박증과 강박적 성격장애를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하루에 수십 번 손을 씻어야 직성이 풀리는 '강박증' 환자는 본인도 괴로워한다. 안 그러고 싶은데 계속해서 그런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자신의 행동이 힘들고 짜증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아 비동조적'이다. ...... 그러나 '강박적 성격'을 가진 사람은 '자아 동조적'이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청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하루 종일 걸레를 들고 쉴새 없이 닦고 또 닦는 것도 단지 집이 더럽기 때문이라고 말한다."(심은하 대 김민기) -152쪽

"오해가 지속되면 편견이나 잘못된 고정관념이 되어버린다. 편견을 고치려 하지 않고 될 수 있는 대로 편견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회나 개인은 언제나 불행하다."(심은하 대 김민기)-165쪽

"욕심과 희망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누구에게 피해가 가면 욕심이고 누구에게 피해가 안되면 희망인가. 그냥 생각해볼때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버려야 할 것이 욕심이라면 불행해졌을 때 가져야 할 게 희망일 것이다. 잠시 욕심을 버린다고 생각하고 희망을 버린 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욕심이 아니라 그냥 정당한 (...) 내 삶의 희망인 것 같았다."(이인화 대 김근태, 20대 어느 젊은이)-169쪽

"역사소설은 그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보다 그 소설을 쓴 작가가 살고 있는 시대의 배경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황석영 왈)-185쪽

"인간은 원래 과거에 겪은 쓰라린 일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일을 더 잘 회상할 수 있다고 한다. 또 과거의 괴롭고 쓰라렸던 일들이 지금의 행복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믿는다. 거의 모든 사람이 자기는 쓰라린 과거를 딛고 일어섰다고 믿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이인화 대 김근태, 이인화 편)-188쪽

"타인과의 적절한 거리 유지를 위해선 일단 나의 실체가 어디까지인지부터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에게 개성이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정신분석가 융이 정신치료의 궁극적 목적을 '자기 개별화' 혹은 '자기 개성화'로 정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융이 말하는 '자기 개성화'란 무의식에 있는 자기 모습을 찾는 것이다."(김수현 대 손석희)-247쪽

"반 박자 앞서야 할 때와 반 박자 물러서야 할 때를 안다는 건 '지금 여기'의 나를 제대로 인식할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김수현 대 손석희, 손석희 편)-275쪽

"모든 존재가 존재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조각상의 외적 형태를 색깔, 무게, 길이 등으로 말할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 작품의 의미를 알 수 없는 것처럼, 사람도 그 외적인 조건만으로 존재성이 있따고 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아버지이긴 하지만 아버지가 가져야 하는 온전한 존재의 형태, 즉 부성이 없으면 아이에게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 존재는 하지만 존재성이 없는 것이다. 존재성이 있는 사람이라야 타인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인간의 본질은 '존재성'에 있으며, 존재성이란 자신의 존재를 명확히 드러냄으로써 상대의 존재도 그만큼 명백해지게 하는 그런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존재성은 언제나 관계 속에서만 일어난다."(김대중 대 김훈)-285쪽

"기능적 사고에 고착화된 사람에게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정서적 격리'현상이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인식할 때 정서기능은 거의 정지상태에 이르고 사고기능만 비대해지는 현상이다. 이들이 사건이나 상황을 기억하는 방식은 좀 특별하다. 사건이나 생각은 자동적이라고 할 만큼 정확하게 기억되지만 그 사건에 수반된 정서는 거의 휘발되어 기억되지 않는다. 김훈의 글에는 그런 '정서적 격리'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난다."(김대중 대 김훈, 김훈편)-308쪽

"나는 정의로운 자들의 세상과 작별하였다. 나는 내 당대의 어떠한 가치도 긍정할 수 없었다. 그대들과 나누어 가질 희망이나 믿음이 나에게는 없다. 그러므로 그대들과 나는 영원한 남으로서 서로 복되다. 나는 나 자신의 절박한 오류들과 더불어 혼자서 살 것이다."(김훈, <칼의 노래> 서문)-3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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