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VS 사람 - 정혜신의 심리평전 2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5년 2월
절판


"아기는 대상을 '좋은사람' 과 '나쁜사람'으로 분리해서 받아들인다. 엄마가 젖을 주고 포근히 안아줄 때는 좋은 사람이고, 욕구를 채워주지 않고 야단을 칠 땐 나쁜 사람이다. 통합되지 않은, 두 사람으로 인식한다. 한 사람 안에 'good' 과 'bad'가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이런 극단적인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바로 '경계선 인격장애'다. 경계선 인격장애를 가진 이들은 특정인에 대해 좋고 싫음의 극단적인 감정을 갖는다. 자신이 인정하는 사람을 거의 신처럼 숭배하다가도 아주 사소한 이유로 같은 사람에 대해 극도의 증오심과 적개심을 드러내며 폄하한다."(책을 펴내면서)-9쪽

"내가 경험했다고 해서 그 문제의 보편성을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동일한 경험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사안이라도 그때마다 개별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이명박 대 박찬욱, 이명박 편)-29쪽

"과거의 성공을 미래의 가장 위험한 요소로 파악해야 한다"(앨빈토플러)(이명박 대 박찬욱) -31쪽

" '절세미인'의 미모에 대한 끊임없는 결핍감을 "아직도 부족하다"는 겸양으로 보기는 어렵다. 쉼없는 회의와 불안과 자조와 두려움을 거치지 않고 어찌 탄탄한 안정감이 만들어질 수 있으랴만, 거기에도 균형은 필요한 법이다."
(이명박 대 박찬욱, 박찬욱편)-47쪽

"동일한 물리적 상황에서도 '내 현실'과 '네 현실'은 다르게 인식된다."(정몽준 대 이창동)-63쪽

"주관적으로 '나의 현실감각'이란 늘 공정하고 객관적이다. 나의 현실감각과 어긋나는 현실은 이미 현실이 아니다. 무시해도 좋은 마이너리티거나 불가해한 예외적 상화일 뿐이다. 무엇보다 먹거리를 중시하는 사람에게 옷가지에 많은 돈을 들이는 사람의 태도는 정신 나간 '비현실적 행동'으로 보일 것이다."(정몽준 대 이창동)-63쪽

" '감이 없다'는 게 별거 아니다. 다른 현실이란 있을 수 없고 내가 알고 있고 좋아하는 것만 현실이라고 우기다 보면 필연적으로 현실감각을 잃게 된다. 현실감각을 유지하려면 타인의 행위 뒤의 동기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현상적 시각이 필ŸG다ㅏ. 내가 보고 싶은 상황만 보지말고 나와 타인의 전체적 현실을 동시에 인식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으니 문제다."(정몽준 대 이창동)-63쪽

"현실감각은 한 개인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까닭에, 어떤 이의 현실감각을 살펴보는 일은 단순한 스타일의 차원을 넘어 개인적 성향이나 가치관의 문제로 이어진다."(정몽준 대 이창동)-64쪽

"그림자 없는 물체는 '실체'가 아니듯, 완벽한 '객관적' 현실이란 이데아일 뿐이다. 그럼에도 나와 남이 함께 소통하는 장은 그 '현실'이란 마당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도 '현실감각'을 잃지 않으려는 치열한 소통의 노력은 값진 것이다."(정몽준 대 이창동, 이창동편)-83쪽

"영화촬영 현장이란 때때로, 또는 자주 소외의 구조 속에 빠질 때가 많다. 역할이 작을수록 중심에서 멀어진다. 중심에서 멀어진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심지어 지금 어떤 장면을 찍는지도차 알지 못하는 수가 있다. 그래서 그들은 현장의 변두리에서 고개를 파묻은 채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와 중요성을 스스로 인식하면서 작업에 임할 수 잇는 열린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이창동의 말)-89쪽

"내향성/외향성의 분류는 정신분석가 융의 이론에 의한 것이다. 융은 심리학적 유형의 하나로 인간을 '외향형'과 '내향형'으로 구별하였는데, 그들은 주체와 객체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어떤 사람이 행동과 판단을 결정하는 기준이 주로 객체에 의한 것일 때 그의 태도는 외향적이며, 반대로 객체보다도 주체에 의해 결정되면 내향적이라고 한다."(심은하 대 김민기)

"가령 어떤 사람이 미술전람회에 가서 작품을 감상하면서 신문의 호평이나 화가의 지명도에 근거해 특정한 그림을 좋다고 평가를 내린다면 그의 태도는 외향적이다. 객관적 규준에 따라서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평이 좋고 그 화가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해도 자신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그의 태도는 내향적이다. 그의 판단기준은 주관적 측면이 객관적인 사실보다 앞서 있기 때문이다."-140쪽

"사람에게는 '자아 동조적' 측면과 '자아 비동조적' 측면이 있다. 원래 자아 동조적/자아 비동조적이란 개념은 정신과에서 성격장애와 신경증을 구분할 때 중요한 잣대가 된다. 청결과 반복적 확인, 정리정돈에 집착하는 두 질환인 강박증과 강박적 성격장애를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하루에 수십 번 손을 씻어야 직성이 풀리는 '강박증' 환자는 본인도 괴로워한다. 안 그러고 싶은데 계속해서 그런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자신의 행동이 힘들고 짜증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아 비동조적'이다. ...... 그러나 '강박적 성격'을 가진 사람은 '자아 동조적'이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청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하루 종일 걸레를 들고 쉴새 없이 닦고 또 닦는 것도 단지 집이 더럽기 때문이라고 말한다."(심은하 대 김민기) -152쪽

"오해가 지속되면 편견이나 잘못된 고정관념이 되어버린다. 편견을 고치려 하지 않고 될 수 있는 대로 편견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회나 개인은 언제나 불행하다."(심은하 대 김민기)-165쪽

"욕심과 희망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누구에게 피해가 가면 욕심이고 누구에게 피해가 안되면 희망인가. 그냥 생각해볼때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버려야 할 것이 욕심이라면 불행해졌을 때 가져야 할 게 희망일 것이다. 잠시 욕심을 버린다고 생각하고 희망을 버린 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욕심이 아니라 그냥 정당한 (...) 내 삶의 희망인 것 같았다."(이인화 대 김근태, 20대 어느 젊은이)-169쪽

"역사소설은 그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보다 그 소설을 쓴 작가가 살고 있는 시대의 배경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황석영 왈)-185쪽

"인간은 원래 과거에 겪은 쓰라린 일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일을 더 잘 회상할 수 있다고 한다. 또 과거의 괴롭고 쓰라렸던 일들이 지금의 행복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믿는다. 거의 모든 사람이 자기는 쓰라린 과거를 딛고 일어섰다고 믿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이인화 대 김근태, 이인화 편)-188쪽

"타인과의 적절한 거리 유지를 위해선 일단 나의 실체가 어디까지인지부터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에게 개성이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정신분석가 융이 정신치료의 궁극적 목적을 '자기 개별화' 혹은 '자기 개성화'로 정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융이 말하는 '자기 개성화'란 무의식에 있는 자기 모습을 찾는 것이다."(김수현 대 손석희)-247쪽

"반 박자 앞서야 할 때와 반 박자 물러서야 할 때를 안다는 건 '지금 여기'의 나를 제대로 인식할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김수현 대 손석희, 손석희 편)-275쪽

"모든 존재가 존재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조각상의 외적 형태를 색깔, 무게, 길이 등으로 말할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 작품의 의미를 알 수 없는 것처럼, 사람도 그 외적인 조건만으로 존재성이 있따고 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아버지이긴 하지만 아버지가 가져야 하는 온전한 존재의 형태, 즉 부성이 없으면 아이에게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 존재는 하지만 존재성이 없는 것이다. 존재성이 있는 사람이라야 타인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인간의 본질은 '존재성'에 있으며, 존재성이란 자신의 존재를 명확히 드러냄으로써 상대의 존재도 그만큼 명백해지게 하는 그런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존재성은 언제나 관계 속에서만 일어난다."(김대중 대 김훈)-285쪽

"기능적 사고에 고착화된 사람에게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정서적 격리'현상이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인식할 때 정서기능은 거의 정지상태에 이르고 사고기능만 비대해지는 현상이다. 이들이 사건이나 상황을 기억하는 방식은 좀 특별하다. 사건이나 생각은 자동적이라고 할 만큼 정확하게 기억되지만 그 사건에 수반된 정서는 거의 휘발되어 기억되지 않는다. 김훈의 글에는 그런 '정서적 격리'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난다."(김대중 대 김훈, 김훈편)-308쪽

"나는 정의로운 자들의 세상과 작별하였다. 나는 내 당대의 어떠한 가치도 긍정할 수 없었다. 그대들과 나누어 가질 희망이나 믿음이 나에게는 없다. 그러므로 그대들과 나는 영원한 남으로서 서로 복되다. 나는 나 자신의 절박한 오류들과 더불어 혼자서 살 것이다."(김훈, <칼의 노래> 서문)-3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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