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소리 - 나를 깨우는 우리 문장 120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월
품절


"자기를 온전히 잊는 몰두가 없이 이룰 수 없는 일이란 아무 것도 없다. 잊는다는 것은 따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것을 해서 출세에 도움이 될지, 먹고 사는데 보탬이 될지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자체로 좋아서,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서 한다는 말이다." -37쪽

"천지는 만물에 있어 좋은 것만 다 가질 수는 없게 하였다. 때문에 뿔 있는 놈은 이빨이 없고, 날개가 있으면 다리가 두 개 뿐이다. 이름난 꽃은 열매가 없고, 채색 구름은 쉬 흩어진다. 사람에 이르러서도 또한 그러하다. 기특한 재주와 빼어난 기예로 뛰어나게 되면 공명이 떠나가 함께하지 않는 이치가 그러하다."
(이인로, <파한집> 중)-66쪽

"사람은 벗을 가려 사귀지 않을 수 없다. 벗이란 나의 어짊을 돕고 나의 덕을 도와주는 존재다. 유익한 벗과 지내면 배움이 날로 밝아지고, 학업이 나날이 진보한다. 부족한 자와 지내면 이름이 절로 낮아지고, 몸이 절로 천하게 된다. 비유하자면 개와 개가 사귀면 측간으로 이끌고, 돼지와 돼지가 어울리면 돼지우리로 이끄는 것과 같다." (성현, <부휴자담론>중)-94쪽

"아침에 일어나니 푸른 나무 그늘진 뜨락에서 이따금 새가 지저귄다. 부채를 들어 책상을 치며 외쳐 말했다. "이것은 내 날아가고 날아오는 글자이고, 서로 울고 서로 화답하는 글이로다. 오색 채색을 문장이라고 한다면 문장으로 이보다 나은 것은 없을 것이다. 오늘 나는 책을 읽었다."(박지원, <답경지지이> 중)

-144쪽

"마땅히 말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잘못이다. 의당 침묵해야 할 자리에서 말하는 것도 잘못이다. 반드시 마땅히 말해야 할 때 말하고, 마땅히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해야만 군자일 것이다. 군자의 침묵은 현묘한 하늘 같고 깊은 연못 같고 진흙으로 빚은 소상같다. 군자의 말은 구슬 같고 혜초와 난초같고, 종과 북 같다."
(신흠, <어묵편>)-190쪽

"말은 행동을 가리지 못했고, 행동은 말을 실천하지 못했다. 한갓 시끄럽게 성현의 말씀을 즐겨 읽었지만, 허물을 고친 것은 하나도 없다. 돌에다 써서 뒷사람을 경계한다." (허목, <허미수자명>)-198쪽

"남을 살피느니 차라리 스스로를 살피고, 남에 대해 듣기보다 오히려 스스로에 대해 들으라."(위백규, <좌우명>)-248쪽

"자기의 허물은 살피고, 남의 허물은 보지 않는 것은 군자다. 남의 허물은 보면서 자기의 허물은 살피지 않는 것은 소인이다. 자신을 점검함을 진실로 성실하게 한다면 자기의 허물이 날마다 제 앞에 보일 터이니, 어느 겨를에 남의 허물을 살피겠는가? 남의 허물만 살피는 자는 자신을 검속함이 성실치 못한 자다. 자기의 잘못은 용서하고 남의 허물은 살피며, 자기의 허물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남의 허물은 들춰내니, 이야말로 허물 중에 큰 허물이다. 자기의 허물을 능히 고치는 사람은 허물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할 만하다."
(신흠, <검신편>)-276쪽

"소동파가 말했다. "물건을 사려면 돈이 필요하듯, 글을 지으려면 뜻을 써야한다." 참으로 맛이 있는 말이다. 대저 시장 가운데 물건이 숱하게 많지만, 돈이 없고 보면 내 것으로 만들 수가 없다. 옛사람의 책 속에 문자가 수도 없지만 뜻이 없으면 내가 가져다 쓰지 못한다. 뜻을 버리고서 옛책을 읽는 것은 돈 없이 저자의 가게를 어슬렁거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임상덕, <통론독서작문지법>)-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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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감옥 올 에이지 클래식
미하엘 엔데 지음, 이병서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3월
구판절판


수많은 견학을 통해 배운 바에 의하면, 결국 그 '집'이라는 건 세상 어디에든 있었다. 다만 그것이 자신에게 기쁨이나 슬픔을 안겨 주는 그런 '집'이기를 바란 것이 착각이라면 착각이었다. -25쪽

모든 소망은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진정한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모든 성취란, 결국 또다른 의미의 실망만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36쪽

현실은 무엇이 '단순히 있다'는 사실 외에, 그것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의식'이 전제될 때에만, '실현'될 수 있다는 이 말의 의미를 내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그 '현실의 성질'은 '의식의 성질'에 의해 좌우된다고 대담하게 추론해 볼 수 있다. 특히 후자, '의식의 성질'은 모든 민족, 모든 인간들 사이에 큰 차이가 있으므로, 이 지구상의 수없이 많은 장소엔 그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현실이 존재할 뿐 아니라, 한 장소에도 여러 현실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가정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102쪽

그는 이제 자신을 '길잡이'라는 의미의 '인디카비아'라 칭했다.
사람들이 이 이름의 뜻을 물어오면 그는 습관처럼 이렇게 설명하곤 했다. 길잡이 노릇을 하는 이정표는 비바람이 부서지고 썩기까지 해서, 그 자체론 아무 가치도 없는 나무 한토막에 지나지 않는다. 이 나무 토막은 자신의 몸 위에 무엇이 씌어 있는지 스스로 읽을 수 없다. 설사 그것을 읽을 수 있다하더라도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이 안내하는 그 목적지에는 결코 가 볼 수도 없다. 하긴 자신이 세워져 있는 그곳에 머무르는 게 그의 존재 목적이기도 하다. 이정표는 자신이 가리키는, 바로 그 목적지만 빼곤 어느 곳에나 있을 수 있으며, 그곳이 어디든 그의 가치는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 목적지야말로 이정표가 아무런 쓸모도, 아무런 의미도 없는 유일한 장소인 것이다. 그리고 인디카비아 자신은 지금 자신이 안내하려는 그 목적지에 있는게 아니므로, 그 길을 찾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리라고 말이다...-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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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고교생들의 우화철학
알렝 르 니네주 지음, 김웅권 옮김 / 이루파(범조사) / 2005년 8월
절판


"철학은 시간을 죽이는 데도, 여가를 즐기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철학은 영혼을 만들어 갈고 닦아주고, 생활의 리듬을 조절해주며, 행동의 길잡이가 되고, 해야 할 일과 피해야 할 일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철학은 우리가 파란 많은 인생길을 항해할 때 암초를 피해 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세네카)-14쪽

"이야기를 할 때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자체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16쪽

"우리는 결코 지혜를 소유할 수 없다. 우리는 다만 지혜를 추구하고 '사랑할 '수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고유한 의미에서 지혜를 사랑하는 자, 즉 철학자가 될 수 있을 뿐이다."-24쪽

"철학을 한다는 것은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다. 철학에서 질문은 답변보다 더 본질적이다. 그리고 각각의 답변은 또다시 새로운 질문이 된다." (칼 야스퍼스)-25쪽

"윤리는 살아가는 기술이다. 그것은 대개의 경우 행복을 지향하며 지혜에서 절정을 이룬다."(콩트 스퐁빌)-27쪽

"행복, 그것은 삶의 멋 자체다. 딸기에서 딸기 맛이 나듯, 삶에서는 행복의 맛이 난다. 태양도 좋으며 비도 좋다. 모든 소리가 음악이다. 보고, 듣고, 냄새를 맡고, 맛보고, 만지는 것은 행복의 연속이다. 고통과 아픔, 피로에도 삶의 맛이 배어 있다. 다른 것보다 특별히 나을 것은 없지만 존재한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알랭)-33쪽

"가난도, 유배도, 감옥도, 죽음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자체다."(에픽테토스)-57쪽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자는 자신의 감정을 투명하고 분명하게 이해하면서 즐거워한다."(스피노자)-77쪽

"순간을 잡아라"(carpe diem) (호라티우스)
"영원을 잡아라"(carpe aeternitatem) (콩트 스퐁빌)-121쪽

"이성은 막연한 추상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적인 분별 능력이다. 현자는 자신의 이성으로 선하고, 정의롭고, 좋은 것을 판별 할 줄 알고, 이런 가치에 따라 행동할 줄 안다. 지혜란 가능한 행동들에 대한 모든 관념 가운데 가장 올바르고, 가장 신중하고 가장 관용적인 관념, 달리 말하면 추구하는 목표인 행복에 도달하는데 가장 적합한 관념을 선택할 줄 아는 것을 말한다."(브뤼노 기울리아노, <지혜의 사랑>)

"나는 가능한 것의 한계 내에서 자신들의 예견에 따라 대체로 가장 훌륭한 해법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을 현자로 간주한다. 또 나는 그러한 판단력을 가능한 한 가장 신속하게 얻게 해 주는 훈련에 매진하는 사람들을 철학자로 간주한다."(소크라테스)-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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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오디세이 1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3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11월
구판절판


"주술이나 신화가 사물들 사이의 비유적 연관을 설정하는데 반해, 이들은 비유를 벗겨내고 사물들의 진짜 연관을 알고자 했다. 이렇게 해서 철학이 생겨난다."

"예술도 이제 주술이 아니게 된다. 예술은 '현실'과 '가상'이 분리되는 순간에 탄생한다."

"이제 주술은 서서히 예술, 종교, 철학이라는 서로 다른 세 개의 상징 형식으로 나뉘기 시작한다. 시대마다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가 결정적 역할을 발휘한다. 가령 신까지도 예술적 형상을 빌려 나타났던 고대 그리스와, 예술을 종교의 필요에 종속시키고 과학을 교회의 시녀로 만들었던 중세, 그리고 과학의 오만함이 극성을 부리는 우리 시대는 얼마나 다른가! 시대가 변하면 이렇게 그 시대의 지배적 상징 형식도 달라진다. 예술에서, 종교로, 다시 철학으로."-55-56쪽

"인간들의 삶 속에서 저렇게 현실과 가상이 분리되면, 드디어 문명이란 것이 시작된다."-61쪽

"빌헬름 보링거 라는 사람은 이렇게 설명한다. 그리스처럼 축복받은 땅에선 인간과 자연 사이에 행복한 범신론적 친화 관계가 이루어진다. 이때 사람들은 '감정이입충동'을 갖게 되고, 그 결과 그리스 예술처럼 유기적이며 자연주의적인 양식이 발달한다. 하지만 이집트처럼 자연 환경이 척박한 곳에선 광막한 외부 세계가 인간에게 끊임없이 내적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때 사람들들은 이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추상충동'을 갖게 되고 그 결과 추상적, 기하학적 양식이 발달한다."
-67쪽

"훌륭한 비극이 되려면,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 악행이 아니라 악의 없는 중대한 '과오'의 대가로 불행해져야 합니다. 가엾다는 감정은 부당하게 불행에 빠지는 것을 볼 때 생기고, 두려운 감정은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 불행에 빠지는 것을 볼 때 생겨나니까요."-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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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저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5월
구판절판


"뭔가를 진짜로 창조하는 것이란,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떤 건데?"
"글쎄...... 사람들에게 음악을 마음 속 깊이 전달되게 해서, 내 몸도 물리적으로 얼마간 스르륵 이동하고, 그와 동시에, 듣는 사람의 몸도 물리적으로 스르륵 이동하게 하는 것, 그렇게 창작자와 감상하는 자 사이에 공유적인 상태를 낳게 하는 그런 게 아마도 창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해."-128쪽

"그런데 말이지, 몇 차례 재판소에 다니며 재판을 방청하는 동안에, 거기서 심판을 받고 있는 사건과, 그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일에, 이상하게도 흥미를 갖기 시작했어. 그러니까, 점점 남의 일처럼 생각되지 않게 됐거든. 정말 이상하게도 그런 느낌이 들었어. '거기서 옳고 그른 것을 심판받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나하고는 다른 종류의 인간들이다.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살고, 나와는 다른 사고방식을 하고, 나와는 다른 행동을 하고 있다. 그 사람들이 사는 세계와 내가 살고 있는 세계 사이에는, 아주 확실한 높은 벽이 있다.' 처음 얼마동안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왜 그런가 하면 말이지, 무엇보다 내가 흉악범죄를 일으킬 가능성 같은 건 없잖아. 나느 평화주의자고, 성격도 온화하고, 너그럽고, 어렸을 때부터 누구에게도 손을 대본 적이 없었거든. 그러니까 그냥 순수한 구경꾼으로서, 재판받는 사람들과는 달리 높은 곳에서 재판을 내려다 볼 수가 있었다, 이거지. 그냥 남의 일로서 말이야."

"그런데 재판소에 다니면서, 관계자의 증언을 듣고, 검사의 논고나 변호사의 변론을 들으며, 범죄자의 진술을 듣는 동안에, 아무래도 자신을 가질 수가 없게 됐어. 다시 말해서, 뭔가 이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거든. 그들과 나라고 하는 두 세계를 갈라놓고 있는 벽이란 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혹시 그런 벽이 있다 해도, 종이를 겹겹이 붙여 만든, 허술한 '하리포데'라고나 할까, 그런 얇은 벽인지도 모른다. 몸이 슬쩍 기대는 순간 뚫려나가서, 벽의 반대편으로 쓰러져버릴지 모를 그런 벽이라고 할까. 우리 자신의 내부에 '저쪽 세계'가 이미 몰래 숨어 들어와 있는데도, 그런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야.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말이지."-132-133쪽

"우리들의 인생은 단순히 밝은가, 어두운가 하는 것으로 쉽게 구분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지. 어둠과 밝음 사이에는 그늘이라는 중간지대가 있잖아. 그 그늘의 단계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이 건전한 지성이야. 그리고 건전한 지성을 획득하려면, 그 나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어? 나는 마리가 성격적으로 별로 어둡지는 않다고 생각해."-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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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9-15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공유를 그렇게 낳았군요! ㅎ
추석에 무슨 책 갖고 갈까 했는데 요거 들고 가야겠어요.
아직 읽지도 않았고 안 무거워서...ㅎ
아프락사스님, 추석 잘 보내세요 ^^

마늘빵 2005-09-15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플레져님 오랫만이에요. 제가 요새 뜸해서. 이 책 그냥 읽기 편합니다. 그다지 딱 끌리는 내용은 아닌데 편안한게 읽을 수 있는 책. 하루키를 싫어하는 분이 많은데 어떨지 잘 모르겠어요. 전 싫지도 좋지도 않은 작간데.

이리스 2005-09-15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리 추석~
저는 아직도 삼실임돠... 이제는 몸에 열이나서 땀이.. -.,-

마늘빵 2005-09-15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아직도 삼실에 계시면 어쩐대요. 구두누님. 회사에서 넘 일을 많이 시키는거 아녀욧. 추석때도 나오진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