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람 님께 드리는 편지, 그리고 이어지는 생각들
빵가게 재습격 님을 향해 쓰셨지만 저 역시 많이 언급되어 있어 한 마디 붙입니다. ^^ 우선, 잘 읽었습니다. 굉장히 긴 글이지만 천천히 차분히 읽었습니다.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바로 이전에 쓰신 글에는 동의도, 공감도 하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좀 전에 빵가게재습격 님이 쓰신 글에서와 같이 그 글은 '알라딘의 적립급 제도'에 대해서 언급하는 글이 아니라, 그 제도를 재료로 삼아 '이전의 상처'를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고자 하시는 말씀이 적립금 제도가 아닌 느낌을 강하게 받았고, 이후 일이 커지겠다 싶었습니다.
제가 많이 언급되어 있어 그냥 보고만 지나가지는 못하네요. ^^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글에 상처를 입는다는 이전 글의 표현 안에는, 저도 포함되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누군가 개인적인 서운함을 부당함으로 치환하여 생각하고, 공공의 문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합니다. 이번에만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 문제제기자는 무엇 때문인지 화가 많이 나 있고, 감정 표현을 격하게 합니다. 위로를 하고 어루만지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만 있으면 그 분의 문제제기에 잘못된 점이 없고, 옳다는 결론으로 끝나게 됩니다. 때문에, 위로를 하는 사람이 있는 한편, 그 문제를 따져보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제 판단이 옳고 그름을 떠나 후자의 역할을 그간 이 공간에서 주로 했고, 어떤 사명감이나 내가 이 문제를 끝내버리겠어, 라는 마음이 아니라, 그렇다면 한번 문제가 무엇이고, 원인이 무엇인지 따져보자, 하는 생각으로 정리를 해나갑니다.
제 분석과 판단만이 옳다고는 말 못합니다. 하지만 백지 상태에서 생각해보려고 애씁니다. 내가 그 대상을 싫어하는가, 그에게 서운한 마음이 있는가, 그 사람과 친한가, 여부를 떠나서 생각하고 판단하려고 애씁니다. 물론 그렇게 보지 않는 분도 계시겠지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어느 한 쪽에게 도움이 되기 마련입니다. 이번의 경우 알라딘 사측이 되겠지요. 사측에서 뭘 받아 먹은 적도 없고, 특별히 저를 챙겨주는 것도 아닌데 -지니의 램프를 수십번 문질렀지만 어제서야 비로소 알사탕 100개를 받았을 뿐입니다-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지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문제제기는 실체가 없는데 희미한 느낌을 잡아 선명하게 칠하고, 실체를 만들어, 이에 대해 분노하는 것 같았습니다. 백지 상태로 돌아가 생각했는데 그렇다면 그 문제에 대해 살펴본 거지요.
매 논쟁에서 제가 개입하게 되는 지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뭔가에 대해 불만이 있고 못마땅하다면, 그 뭔가가 무엇인지를 알아보자. 알아봤는데 문제가 있다면 개선점을 제안하면 되고, 아니라면 왜 아닌지를 이야기하자는 것. 지난 번 마녀고양이 님에 대한 글도 개인적으로 마녀고양이 님께 무슨 서운함이 있거나 못마땅해서 쓴 글은 아닙니다. 교류가 아예 없었거나 댓글 한두 차례 왔다갔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있다 해도 없다시피하거나 하니까요. 모르던 사람이 쓴 글에 결과적으로 상처를 받았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럴 의도는 없다 해도 가능성을 점쳐볼 수는 있는 부분이죠. 하지만, 그런 글을 안 썼다면-겨냥해서 공격하거나 하지 않고 문제제기한 부분에 대해 따져보는 글이었죠- 그대로 "알라딘은 못된 기업이다." 는 결론으로 끝났을 겁니다. 알라딘을 옹호하려고 한 게 아닌데 본의 아니게 이번까지 두 차례나 옹호하는 셈이 됐네요.
글을 쓸 때 조심하는 점이, 내 글에 오해할 부분이 있거나 내 의도와 달리 해석할 부분이 있는가 입니다. 이 부분을 아예 없애기 위해 분명하게 서술하는 편이고, 쓰고 나서도 재차 읽어보며 잘못 해석할 만한 요소를 없앱니다. 그런 부분이 생기면 논쟁이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도 서두에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사측을 옹호하려는 글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는 표현을 썼죠. 물론 그렇게 쓰고 한쪽을 공격하거나 한쪽을 옹호하는 글을 쓴다면 쓰나마나한 문장이 되겠죠. 실제로 누군가를 공격하려 했거나 누군가를 옹호하려고 했는지는 뒤에 이어지는 글을 끝까지 읽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 판단은 독자가 하면 되겠죠.
알라딘에 머물면서 누군가를 향해 욕설을 내뱉거나 그 사람이 미워서 의도적으로 몰아내려고 한 적은 없습니다. 이 부분에서 혹 저와 하이드 님의 관계를 떠올리는 분이 계실지도. ^^ 하이드 님을 겨냥해서 글을 쓴 적은 있죠. 하이드 님이 개인적인 취향을 근거로 다른 사람을 못마땅해 하는 글을 자주 남긴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실제로 그 때문에 떠난 사람도 몇몇 있고요. 혹자는 하이드 님의 그런 말과 행동을 쿨하고 스타일리쉬하다고 여기는 것도 같습니다. 그때에도 하이드 님이 싫어서 몰아내려고 했던 건 아니죠. 다만, 반복되는 언행에 대해 지적을 하고 싶었을 뿐. 누군가가 누군가를 지적할 권리가 있는지 여부는 또 별개의 문제지만, 누군가가 누군가의 부당한 언사 때문에 남몰래 울거나 조용히 떠난다면 이는 문제가 있다고 봤기 때문에 개입했습니다. 이 일로 다시 하이드 님과 논쟁하고 싶지는 않고요. 하이드 님이 이 글을 보신다면 공격하는 것이 아니고,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여겨주면 고맙겠습니다.
특정인을 겨냥하지 않아도 비판 글은 누군가를 아프게 합니다. 그 사람을 염두에 둔 것도 아닌데 읽고서 아파하는 경우도 있죠. 비판 글을 읽으며 자신의 과거 행태를 살펴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쓴 글을 읽고 저도 나는 과거에 그런 적이 없었나, 내가 이 때 이렇게 행동했던 건 잘못이 아니었나 살필 때가 있습니다. 명백히 그렇게 느낀다면 이 공간에서 대놓고 사과를 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떠난 바람구두 님께 제가 큰 실례를 했고, 사과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백번 잘못한 것입니다.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지난 번에 마녀고양이 님께서, 그리고 이번에 스텔라 님께서 제 글 때문에 아프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픔과 동시에 스스로 화를 내고 있는 이유가 올바른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도 제 글의 내용이 옳음을 전제하는 건 아닙니다. 제 글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고, 동의하지만 마음이 아플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제 글의 내용이 옳고 그름을 떠나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는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글로 상처를 받을 수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고자 한 글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싶고, 문제제기자와 이 공간에 함께 있는 분들이 해당 건에 대해 다시 돌아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랐을 뿐입니다.
상처를 어루만지는 글과 문제에 대한 비판 글은 함께 하기 어렵습니다. 성격이 맞지 않고, 논점이 흐려지기 때문입니다. 위로하는 사람과 문제에 대해 살펴보고 비판하는 사람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로는 가까운 분들의 몫으로 돌리고, 저는 후자의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이상 한사람 님이 쓰신 장문의 글을 읽고 생각해 본 바를 정리했습니다. ^^
덧)
한사람 님 쓰신 글 중에,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 인문 엠디 님이 말하면 더 좋겠지만, 인문 엠디 님이 김상봉 샘의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나 기존에 한나 아렌트의 책을 미는 것은, 회사가 시키기 때문이 아닙니다. 회사 수익을 증대하고자 한다면 다른 자기계발서나 좀 더 팔릴 만한 책을 미는 게 낫습니다. 출판사에서 돈을 받은 것도 아닐 테고. 인문 엠디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선택입니다. 다른 인터넷 서점 엠디들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알라딘 엠디들이 페이퍼를 써서 홍보하는 책은 개인의 취향이 기준이 아닌가 합니다.
두 번째, 마이리뷰나 마이페이퍼는 알라딘 직원이 임의로 '알라딘 마을 메인'으로 보내지 않고, 추천 수나 댓글 수에 따라 자동으로 올라갑니다. 쓰신 글 중에 알라딘 직원이 글을 선택하여 보낸다고 서술하신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
세 번째, 빵가게 재습격 님을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말씀하신 내용 중에 빵가게 재습격 님의 격앙된 말투나 단어 선택이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동감합니다. 쓰신 내용 중 성매매 여성들이 전세 버스에 탄 것을 위안부 할머니들에 비유한 김구라에 빗대 빵가게 재습격 님을 언급하신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은 비유가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사안의 크기와 심각성이 일단 많이 다르고, '표현의 문제'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 같다고 보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