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6년차.
첫째, 3월에 이미 산속에 들어가 훈련을 받았는데, 실은 내가 훈련 대상자가 아니었던 것. 나에게 잘못 통보를 해줬던 것이다. 훈련을 받은 나에게 다음 달에 1박 2일 짜리 훈련을 받으라고 메일이 왔는데, 나로선 황당할 따름. 전화해서 당신네 행정 착오이니 해결해달라고 말했다. 이 부분은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다음달에 훈련 통지가 오더라도 무시하면 된다고 한다. 아직 구제 절차가 진행중인데 확실히 해결된 것이 아니라 불안하다. 이것 때문에 몇번씩 전화해가며 화내고, 따져서 겨우 얻어낸 결과이니.
둘째, 3월 훈련 이후, 두번의 향방 작계 훈련이라는 게 있단다. 이걸 전반기 한 번 후반기 한 번 받는다고 하는데, 전반기 훈련이 지난 주였단다. 첫째 문제에 대해서 문의 전화를 했다가 이 둘째 문제에 대해서 인지했던 것. 나로선 황당할 따름. 근데 왜 나한테 연락을 안 해줌? 내가 예비군 훈련 거부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연락해주면 꼬박꼬박 간다는데, 연락도 안 해놓고 지금 나한테 훈련 무단 불참했단다. 이 어이 없는 사태에.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난다. 은유가 아니라 정말로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다. 코와 입으로는 거친 숨을 뿜어대고.

동에 이병인지, 상병인지가 전화를 받고 알아보겠다고 하고선 전화도 안 해줘서 내가 전화한 게 다섯번은 됐던가. 답답해서 동대장 - 나이 많은 예비역 부사관이다 - 바꿔달라고 하니, 밥 먹으러 갔단다. 그래서 한 두시간쯤 뒤에 다시 전화했다. 바꿔달라고 했더니 자리에 없단다. 그러면서 다른 전화로 몰래 듣고 있었던 것. 상병과 이야기 중인데,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는 소리가 들린다. 허허. 몰래 듣고 있었으면서 자리에 없다고 한거니. 왜 잘못한 게 있으니까. 연락도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차분히 목소리 가라앉히고 숨을 한번 크게 내쉬고, 따졌다. 문자도, 메일도, 엽서도, 전화도 안 왔다. 어떻게 된 거냐. 문자 했단다. 안 왔다니깐. 가끔 전송했는데 발송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단다. 엽서는? 자기가 직접 전달하는 게 아니고 우체부가 보내는 거라 모르겠단다. 그럼 메일은? 보냈단다. 안 왔는데? 내가 매일 수십차례 드나드는 메일인데 안 왔다니까. 스팸으로 갔을 지도 모른단다. 요 메일은 스팸으로 오는 것도 내가 다 체크한다니깐. 정말이다. 전화는? 안 했단다. 왜 안 했냐고 물으니 인원이 많아서 할 수 없었단다. 허, 허, 웃음도 안 나온다.
그래서, 그럼 지난 주에 동네 학교에서 저녁에 받는 훈련을, 연락이 안와서 못 받았으니 같은 훈련을 받게 해달라 했더니, 다음달에 산으로 오란다. 이런 미친. 정신 나간 거 아님? 연락은 자기네가 못해놓고 내가 그 책임을 떠맡아야 하는 거임? 화가 나서 이게 말이 되냐고 또 따졌더니. 그럼 난 모르겠다, 나 이번달에 그만두니까, 니가 알아서 해라, 훈련장에서 받든 내년에 받든 니 맘대로 해라. 아 그러세요? 내년에 받을 수 있음에 그렇게 해주세요. 했더니 내년에 받을 수 없단다. 그런데 왜 내년에 받으라고 하셨어요 했더니 그냥 말이 그렇단다. 미친 거 아님. 정말 내년에 받아도 되는 줄 알았다.
화가 아주 머리 끝까지 올라서 김이 모락모락 정도가 아니라 머리 터질 지경에 이르렀는데, 오냐, 그러면 내가 국방부랑 통화하마 하고, 끊고, 휴우 잠시 멈춤.
국방부에 전화했다. 알아보고 연락주겠단다. 한참 뒤에 전화가 왔다. 원칙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아, 그래, 무슨 말 할지 알겠다. 아까 그 동대장이란 녀석하고는 말하는 태도가 완전히 다르긴 했다. 원칙이 이러한데, 동대에서 행정상 착오를 일으킨 것이 맞다. 유선 전화로 확인했어야 했다. 그건 인정하겠다. 그래서 사단과 이야기해서 행정적 잘못에 대해서는 시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런데, 일단 훈련이란 게 계획이 짜여져 있고, 1차 훈련을 못 받았으니 2차 훈련인 산 속으로 가야 한다. 허, 허, 허. 아저씨, 지금 그쪽에서 잘못해놓고 나보고 그걸 감수하라는 거임?
화를 내다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길래, 결국은, 그래 국방부, 군대라는 곳이 다 그렇고 그렇지 뻔하지, 뭐, 하고 내가 포기했다. 이건 국방부 예비군 관리자와 통화를 했는데 이지경이면 어디다 전화를 하겠냐. 헌법재판소 관할도 아니고. 꼴통 군대 일 처리하는 방식은 현역시절에 이미 다 봤으니, 어쩔 수 없지. 그래, 알았다. 너희 국가의 폭력 내가 몸으로 받아주마. 다음 달 훈련에 가마. 산 속으로 가서 훈련 받으마. 그래, 군대가 그렇지 뭐, 아주 기분 더럽다.
p.s. 국방부나 예비군 홈페이지에는 자유게시판이나 방명록 따위는 없다. 민원 받는 곳이 유일하게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어차피 거기 답변도 원리원칙만 이야기하는 셈. 오직, 공지, 훈련 통보 등의 명령만 있을 뿐이다. 피해 본 개인은 하소연할 곳도, 타인에게 알릴 방법도 없다. 그래, 군대가 그렇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