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였던가요. 장관고시를 강행한게. 장관이 직접 여의도에 있는 한 호텔을 잡아다 했다죠. 회사에 있어서 인터넷 여기저기 기웃기웃 대면서 - 주로 다음 뉴스랑 아고라,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 어떤 글이 올라와있나 찾아보는데, 켜놓은 네이트 메신저로 '속보'라는 글자와 함께 조그맣게 네모창이 뜨더군요. 네 시에 장관고시 강행한다고. 그게 한 열한 시 무렵이었을겁니다. 그리고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바로 열두 시에 광화문에서 모이자는 말이 있었죠. 그리고 실제로 인사동, 안국동, 광화문, 종로 부근에서 삼삼오오 모여 시위를 했다고 하지요.
대낮부터 시작된 시위, 장관고시 발표 이후 폭발적으로 참가자가 늘었다고 합니다. 오늘은 조국 교수, 금태섭 변호사 강연회가 이화여대에서 있어, 난생 처음으로 이화여대에도 들어가보고 - 뒷문이라 그런지 별로 여대생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 그 멋지다는 훈남 조국 교수도 만나보고, 한겨레에 글 연재하다 검찰에 찍혀버려 에이 나 변호사할래 하고 나오신 금태섭 변호사도 만났습니다. 두 분의 강연과 이어지는 질의응답시간. 당연히 촛불시위 문제도 나왔습니다. 특별히 주관적인 견해보다는 두 분 모두 법 전공자시고, 이 강연회가 이화여대 법학과 주최하에 열린 만큼 객관적인 법을 기준으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질문하면 출판사에서 책을 줬는데 저도 두 분 모두에게 한꺼번에 질문던져 금태섭 변호사 책을 받았습니다.)
이건 그렇다치고. 강연회가 끝나고 집회장소로 향했습니다. 지금 이 시간이면 종로에 있을까, 광화문에 있을까, 아니면 시청에 있을까. 도대체 지하철 역 어디에서 내릴까를 고민하다가 - 뭐 어디로 나가든 행렬이 길어 다 만날 수 있기는 합니다만 -, 그래 그냥 가던대로 종각으로 가보자. 아무래도 거기 아직까지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종각에 내렸더니, 역시나였습니다. 어이쿠. 근데 이건 규모가 더 커졌습니다. 그건 명박씨와 농림부 장관씨, 검찰, 경찰총장씨가 부른 당연한 결과였지만요. :) 웬 깃발들이 이리 많은지, 어디서들 왔나하고 보니, 각 대학 과별로 다양하게 있었습니다. 중앙대, 고려대, 이화여대, 성공회대, 한양대, 경기대 등등. 드디어 대학생이 나섰습니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 아니 왜 고시강행하니까 이제 나와 - 대학 덕분에(?) 규모가 더 커졌죠.
시위대에 몸뚱아리를 파묻고 같이 걷는데, 걷다보니 어느새 또 맨 앞입니다. -_- 아니 난 왜 자꾸 맨 앞이야. 출근해야 되는데. 여의도, 청계천, 청계천, 청계천, 청계천. 다섯번째 촛불집회 참가입니다. 오늘로서. 청계천에서 있었던 네 번의 집회에선 거리행진에 항상 동참했기에 이제 익숙합니다. 내 앞에 있는 이 봉고차는 그 차가 맞습니다. ^^ 내가 따라가던 그 차가 맞습니다. 근데 광화문 방면으로 걷다보니 닭장차들이 이중삼중으로 겹겹이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지나갈 수 없었습니다. 앉으라 하더군요. -_- 다들 앉았습니다. 그리고 노선이 다른 양측의 고성이 오갔습니다. 앉자, 계속가자, 앉자, 계속가자, 자유발언하자, 마이크 좀 다오.
그러다 계속 가길 원했던 대학측(아마도 경기대?)이 앉길 원했던 국민대책회의와 의견이 맞지 않는다고 왔던 길을 되돌아 뒤로 갔습니다. 그리고 각 대학들이 잇따르고 사람들이 따랐습니다. 촛불행진은 계속 됐습니다. 그들은 앉지 않고 계속 걸었습니다. 종각 사거리에서 이들은 좌회전을 택했습니다. 청와대가 있는 그곳 맞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여전히 아기엄마, 할아버지, 부부, 연인, 친구, 군인, 직장인, 엄마 아빠, 심지어 외국인까지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했고, 그들 간에는 조금씩 의견이 다르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시위는 계속 됐습니다. 저는 거리행진부터 합류했고, 거리행진 도중 또 나와야 했습니다. 아까 그 장소에서 양측이 말다툼을 하는 바람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던 것입니다.
이제 시작인데. 이제 시작인데. 진짜 거리행진은 이제 시작인데. 그때가 대략 열한시경이었습니다. 오늘 직장에서 무지 졸았습니다. 책상에 대놓고 엎드려 잘 수도 없고 연차도 없어서 쉴 수도 없고 미치겠더라고요. 아침에 버스에서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는데 꾸벅꾸벅 조는 통에 지나칠뻔 했습니다. 지금도 졸려요. z_z 내일은 퇴근하고 잠을 일찍 자야겠습니다. 그래야 토요일에 또 한가닥 할테니. 토요일엔 지금보다 오래 있어보고 싶습니다. 무슨 신데렐라도 아니고 열한시 조금 넘으면 집에 가야한다니. -_- 뭐 꼭 그래야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출근하려면. 우리팀 분들이 모두 알았습니다. 과장님과 대리님 한 분만 알고 있었는데 오늘 모두 알아버렸습니다. 흐흐. 숨길 필요도 없지만 뭐 대놓고 드러낼 필요도 없어서 두 분에게만 말씀드렸던건데.
장관고시 예정대로 발표하고, 대한민국 내의 온갖 단체들은 분노했죠. 국민과의 전쟁. 맞습니다. 절대 과장된 표현, 과격한 표현 아닙니다. 그거 맞습니다. 이쯤되면 막가자는거지요? 네 맞습니다. 막가자는거 맞습니다. 입만 살고 귀는 먹은 녀석들에게 분노를 보여줘야 합니다. 나 이만큼 화났거든!!! 가만 있으면 모릅니다. 화났는지 안났는지, 에이 화났어?, 그러고 맙니다. 지가 삐져봐야 얼마나 가겠어, 원래 삐지면 삐진 사람이 알아서 돌아와. 우씨. 삐진게 아니라 화난거래두!! 버럭!! '화' 정도로는 약하죠. 분.노. 적당한 표현입니다. 분.노. 내가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가 보여줘야 합니다. 도대체가 머슴노므자식이 말을 안들어먹으니 어쩌겠습니다. 때리지도 말라는데요. 자기방 근처에 얼씬거리면, 자기방으로 오는 길에만 서있어도, 가만두지 않겠다는데. 나 주인 맞아?
토요일. 3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집중시위날입니다. 평소 가고 싶었지만 퇴근이 늦어 못가신 분들, 평일에 이런저런 다반사 많았던 분들, 마음놓고 오십시오. 내일 퇴근 후 잠 푹 자고, 몸뚱아리 배터리 충전 후 가벼운 몸으로 달려가겠습니다. 장관고시했다, 그런데 니네 분노 요고밖에 안돼?, 이러면 다음은 대운하, 의료보험민영화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작 요 정도 보여줄거면 시작도 안했습니다. 혼자 택배받아 처먹으면 외로우니까 같이 먹자고 아예 수입을 합니다. 이제 땅파서 운하 만들어 배타고 같이 놀자네요. -_- 분노. 제대로 보여줍시다. 연행자 다 풀어줬다죠. 현행법상 잡아가면 안되는거 이제 깨달았나봅니다. 그런다고 끝날줄알고? 어림없다. 토욜날 보자 명박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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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은 3시 대학로, 7시 시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