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대표 펑크 밴드라고 불리우는 쌍두마차 크라잉넛과 노브레인. 그 중 하나인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라는 곡이 2007년 가장 큰 행사인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선캠프 선거노래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 다른 가수들이야 다 그렇다쳐도 노브레인의 행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렇다. 활동한지 거의 10년이 넘은 것 같다. 이제 나이도 꽉찬 서른 안팎의 멤버들은 적당히 늙었고, 공연 때도 체력의 한계가 오는지 예전만큼 '지랄발광'(좋은 의미다)하지는 못한다. 올해 여름쯤으로 기억하는데, 구로 어느 페스티벌에서 그들을 오랫만에 봤고, 생각보다 얌전하게 노는 그네들을 보며 아참, 세월이 많이 흘렀지, 하고 생각했었다.
지금까지 노브레인이 별다른 말이 없는걸 보니, 이명박 캠프가 허락을 구하지 않고 쓰지 않았을까, 하는 1%의 바람은 바람에 날아갔다고 봐야겠다. 내심 노브레인의 진심이 아니길 바랬지만 아무래도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다면 그들의 '생각'이라고 봐야겠지. 현재 노브레인 홈페이지에는 팬들 간에 작은 공방이 계속 되고 있다. 펑크 밴드라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입장을 밝혀달라, 실망했다, 부터 펑크라고 다 왼쪽에 있다고 봐선 안된다, 나치펑크도 있고, 우익펑크도 있다, 까지. 한쪽에선 그들에게 실망감과 분노를 드러내고, 한쪽에선 노브레인 잘못없다, 비난하는 너희들이 잘못이다, 라고 그들을 비판한다.
로커들은, 그중에서도 펑크로커들은 대개는 왼쪽에 위치해있는 것이 사실이고, 밴드가 왼쪽인지 오른쪽인지를 대놓고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을 좋아하는 팬들은 대개 '왼쪽에 있음'으로 자연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나도 그렇다. 내가 노브레인을 좋아한건 단지 음악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그네들의 존재 자체가 그냥 밑바닥 10대와 20대들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쩌면 그건 단순히 그들의 팬이 기대했던 실체없는 이미지에 지나지 않았나 생각도 해본다. 사실상 그네들의 노래 가사에서 특별히 정치적인 요소를 찾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에 윗대가리들에 대한 분노와 밑바닥 인생들의 거친 숨소리가 깔려있음을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노브레인의 정치성향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이 왼쪽에 있다 간주하고 그들을 좋아했던 수많은 팬들이 가진 그들에 대한 기대감이, 잘못된 것이라 말하긴 어렵다. 좌냐 우냐를 따지기 전에 사회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와 욕설을 통한 배설, 기대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막연함을 가진 바닥 인생들을 대변하는양 노래를 부르며 그들의 '사랑'을 먹으며 11년의 세월을 버틴 그들은, 팬들에게 최소한 그들의 입장을 밝혀줘야한다. 무슨 생각으로 예상 밖의 그같은 행동과 결정을 했는지를.
좌와 우를 넘어서 만약 그들이 현 정치권과 대선후보들을 싸잡아 비난했더라면 차라리 더 그들 다웠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기껏 한다는 행동이 대선캠프 선거노래란 말이더냐. 한참 오른쪽에 있는 명박캠프가 아니라 동영캠프나 국현캠프였다 할지라도 어쩌면 팬들은 노브레인을 비난했을지도 모른다. 기존 정치권에 '자발적으로' 이용됐다는 이유로. 팬들의 비난은 그것이 특별히 명박캠프여서라기보다는, 오른편에 그들이 위치해서라기보다는, 기존 정치판에 함께 놀아났기 때문이라고 보는게 더 정확한지도 모른다. 그런데, 기존 정치판 중에서도 약자를 대변한다는 이들이 아닌 명박캠프와 붙었다는 것이 팬들을 분노케 하지 않았을까. 이슈도 되지 않는 홈페이지 게시판 안에서의 작은 공방이지만 그들의 생각을 알고 싶다. 노브레인 불대가리의 말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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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일주일 전쯤 11년간 함께했던 베이시스트 정재환이 음악적 견해 차이라는 이유로 탈퇴를 했는데, 이번 사건(?)과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혼자 근거없이 짐작해본다. 11년 동안 같이 했던 멤버가 갑자기(?) 음악적 견해 차이를 이유로 들어 탈퇴를 결심했다는건 가볍게 볼 일은 아닌거 같은데. 막연한 추측일 뿐이다. 마침 시기가 딱 맞는지라.
p.s. 2. '대한민국 대표 펑크 밴드'라는 호칭은 사실 그들이 아닌 기자와 팬들에 의해 붙여진 수식어지만, 그들이 펑크 밴드임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언젠가는 한번 어떤 티비프로그램을 통해서 굳이 장르를 구분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저희는 저희 음악을 할 뿐이에요, 라고 말했지만, 11년간 그들은 '펑크 밴드'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버티고 살아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딱히 이런 호칭을 거부한 적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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