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라딘 마을의 '승주나무'님께서 시사저널 사태에 대해서는 기사도 쓰셨고, 기자를 만나 인터뷰도 하셨고, 그 분의 서재에 많은 페이퍼를 통해 소개해주셨으므로 더 알고픈 분들은 서재 파도타기(?)를 권해드립니다. (http://blog.aladin.co.kr/booknamu)
승주나무님께서 사전에 페이퍼로 공지해주신 덕분에 오랫만에 일찍 자려던 걸 참고 피디수첩을 보았다. 결국 시사저널 前 기자들은 이제 사표를 냄으로써 22명 모두 백수가 되었고, 피디수첩의 피디에 따르면 9월부터는 그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주간지를 내놓는다고 하였다. 그 이름은 비록 '시사저널'은 아니지만 난 그 스물 두 명의 기자들을 믿고 정기구독을 하련다. 맨날 돈 없다 돈 없다 대출금 내야한다 하면서 돈 없는 티 팍팍 내고 있는 나지만 써야할 땐 써야한다.
사실 전에 한겨레21 한참 열독하고 있던 시절이 있었는데 - 대략 2001년 - 그때도 정기구독은 하지 않았다. 한겨레에서 전화도 몇 번 왔고 매번 가판대에서 구입하는거 보다 정기구독을 해주면 더 고맙겠다고 했을 때, 그 의미가 무엇인지도 알았지만 구독하지 않았다. 매번 챙겨보기보다는 주제에 따라서 사봤기 때문이고, 가판대에서 직접 내 손으로 구입하는 손맛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따뜻한 주간지를 손에 넣기 위해 종로쪽으로 일부러 가서 한겨레21을 사오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예정된 날짜보다 하루 정도 앞당겨서 종로나 광화문 쪽에 미리 배부된다는 사실을 몇달에 걸쳐 주간지를 구입하며 몸으로 체득했기 때문에.
그렇게 좋아하던 한겨레21도 정기구독을 하지 않았는데, 아직 나오지도 않은, 이름도 모르는 주간지를 정기구독하겠노라 약속한다. 솔직히 나 지금 사표낸 스물 두 명의 시사저널 기자들이 시사저널에 있을 때도 시사저널 사 본 적 많지 않다. 시사저널이 독립언론이란 것도, 어떤 주간지보다도 팩트에 충실하다는 것도, 어떤 압력과 강요에도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도, 기자들의 글발이 '상당'을 넘어 베껴쓰며 익혀야 할 정도라는 것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나는 한겨레21에 빠져있었기에. 시사저널이 멀쩡했을 때도 구입하지 않았는데 그 기자들이 나와서 꾸리는 새 주간지를 미리 사겠다고 말하니 난 뭐에 혹해 이런 발언을 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적어도, 최소한, '기자'라는 직함으로 '기자'가 해야 할 제 역할에 충실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그들에게 힘을 조금이나마 보태주고 싶어서, 정기구독을 하려는 것이다. 9월이 아니라 준비되는대로 하루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2007년의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감히 이미 인쇄소에 넘어간 기사 세 쪽을 들어내고 광고로 떼워버릴 수 있단 말이냐. 언론자유 언론자유 부르짖는 조중동은 꼭 이럴 땐 침묵하더라. 조중동 뿐 아니라 다른 언론도 마찬가지다. 한겨레 빼고는 시사저널에 대해 다룬 신문을 보지 못했다. 심지어 내가 사랑하는 한국일보까지도. 언론자유가 무참히 짓밟히는 이 형국에 왜 타 언론사의 기자들은 함께 소리쳐주지 않는가. 그럴거면 뭣하러 기자됐냐고 묻고 싶다. 일반 월급쟁이 회사원이나 기자나 다를 바 없다면 말이다.
결국 돈이 펜을 눌러버렸고, 삼성의 힘은 위대했다. 삼성이 직접 압력을 가하지 않았더라도, 직접 손대지 않고서도 누군가가 삼성의 뒤를 봐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오히려 이런 사실이 더더욱 삼성의 위력을 느끼게 해준다. 겉으로는 괜찮은 기업인 것처럼 포장하고 속은 아주 썩었다. 얼마전 삼성신입사원의 매스게임광경과 또 얼마전 삼성직원 한 명이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는 장문의 사직서가 떠오른다. 그리고 또 아마도 한겨레21에서 본 것으로 추정(?)되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스키장 체험기(?)가 머리 속에 떠오른다.
스물 두 명의 기자들이 이렇게 들고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 분들은 제때 월급 받아 집에 가져다줬을 것이고, 삼성도 이미지 버리지 않았을 것이고,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도 지금처럼 티비에 얼굴 들이밀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들은 시사저널 '前' 기자를 너무 낮게 평가했고, 그들이 고분고분 말을 들을 것이라 생각했나보다. 기자들은 다행히(?)도 부정의에 대해서는 시정을 요구하는, 참 언론인이었고, 사태는 결국 모두가 인상 구기는 쪽으로 마무리 되었다.
2007년 2월에 나온 책 <기자로 산다는 것>은 시사저널 前 기자들의 기자로서의 삶에 대한 생각을 담아놓은 책이다. 오늘 MBC 피디수첩과 더불어 시사저널 사태와 관련해 꼭 봐야할 책이다. 그들은 이제 시사저널 기자가 아니지만 새로운 매체에서 시사저널의 애초의 정신 그대로 '사실과 진실의 등불을 밝'히고, '이해와 화합의 광장을 넓'히며, '자유와 책임의 참 언론을 구현'해주리라 믿는다. 출처조차 밝히지 않으며 미국 언론의 기사나 번역하고 짜깁기하며 기자의 이름조차 가명으로 싣는 지금의 '짝퉁' 시사저널은 가라. 정기구독자들을 우롱하고 있다. 기존 시사저널의 독자들은 시사저널의 기자정신에 지지를 보낸 사람들이므로 그들은 짝퉁을 견딜 수 없을 것이고 구독을 중지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짝퉁 시사저널이 살아남을 길은 하나 남았다. 조중동의 친구가 되는 방법이다. 이제 우리는 주간조선, 주간동아와 동일선상에 시사저널을 올려놔야할 것이다. 9월 창간되는 새 주간지를 통해 스물 두 명의 기자들이 자본과 권력에 거침없이 대항해주기를 적극 바란다.
* <기자로 산다는 것> 리뷰 : http://blog.aladin.co.kr/drumset/1067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