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 에세이 - 개정증보판 동녘선서 70
김교빈.이현구 지음 / 동녘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대표 김교빈은 '개정증보판을 내면서'라는 글을 통해 이 책을 쓴 의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처음 책을 쓸 때 동양철학을 신비로운 것으로 해석하거나 오늘날에도 여전히 쓸모 있는 위대한 사상으로 무조건 떠받드는 태도를 부정하는 시각을 갖겠다고 했습니다. 그런 시각에서 각 사상이 가지고 있는 시대적 의미와 한계를 통해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함께 드러내 보이려고 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어려운 동양철학이 아니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살아있는 동양철학을 그리려고 했습니다."

  그런 의도를 가지고 책을 썼고 만들었다면 성공이다. 첫 출간 이후 10여년의 세월이 지나갔고 개정증보판을 낼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 김교빈은 동양철학 분야에 있어서 꽤 다양한 책에서 이름을 올리는 열정적인 철학자다. 대중을 대상으로 쓰여지는, 또 개론서격 동양철학서에는 항상 그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얼마전에 읽은 <한국철학 스케치>의 몇명의 필진에도 이름을 올렸고 대중을 상대로 한 문화강좌에도 강의진으로 자주 이름이 올라온다. 호서대 예체능대학 문화기획학과 교수. 그것이 그의 직함이다. 아마도 추정컨대 호서대 철학과가 폐지된 이후 '문화기획학과 교수'라는 직함이 '철학과 교수'라는 직함을 대신한 듯 하다. 이 책 저자 소개에 나와있는 '철학과 교수'라는 직함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대학에 철학과가 있어야 하는건 아니지만 인기없는 학과라 하여 경제논리에 의해 과를 없애버리는 작금의 사태는 정말 아니다. 또 실제로 현재 철학과를 대학 학부 과정에 두고 있는 학교 또한 많지 않다. 다 있을 필요도 없지만 있는걸 없앨 필요도 없다. 더군다가 그것이 단지 인기가 없고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이유라면 더더욱. 지방의 알려지지 않은 대학, 그것도 철학과라니. 취직하기 위해선 학벌이 안되면 경쟁력있는 학문을 공부한 과라도 졸업을 해야하는데 그마저도 안되니 학교차원에서는 차라리 없애자고 결정했던 것이다. 당시 철학과 폐지 반대운동이 학내에서 꽤 격렬했던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언론에 크게 다뤄지지 않았기에 많은 이들이 알지 못했고, 나는 다른 대학 철학과에 적을 두었다는 이유로나마 소식을 접했을 뿐이다. 결국 경제논리에 의해 과는 사라졌고 졸업생은 다른 과로 전과했다고 들었다. 철학을 공부하고픈 이들을 강제로 찢어 다른 과에 배속시키는 이 행위를 어찌 봐야한단 말인가.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우리는 보통 '동양철학'이라고 하면 사주나 관상을 봐주는 점집을 예상한다. 또 실제로 그런 점집에는 '철학관' 내지는 '동양철학' 이라고 쓰여져있다. 그러니 오해를 할만도 하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철학과를 나오면 철학관을 차리는 줄 알고 있다. 그래도 좀 안다 하는 사람들도, 동양철학과 중국철학을 동일시한다. 중국철학이 동양철학인건 맞지만 동양철학이 중국철학이지는 않다. '동양철학'이란 범주 안에는 엄연히 한국철학도 포함된다. 그러나 서양과 동양의 대립구도에서 중국철학이 동양철학을 대신하게 되었기에 사람들은 그렇게 오해를 한다. 이 책은 동양철학에 대한 항간의 오해를 풂과 동시에 좀더 엄격히는 중국철학의 대가들을 만나보는 자리를 마련해준다. 개정판이 나오면서 흔히 동양철학개론서에서도 다루지 않는 농가가 추가되었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이라고 말하면, 이미 동녘에서 나온 80년대의 필독서였던 조성오씨의 <철학에세이>를 읽은 분들은 알테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과 연결지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단순히 공자와 노자와 장자와 순자와 맹자와 한비자와 기타 등등의 온갖 유명한 중국의 철학자들을, 그들의 이론을 소개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그와 관련하여 한국 사회의 현실을 바라본다. 결국 우리가 철학을 하는 이유는 각자의  시선을 키우고 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함이다. 서양철학을 공부하는 이유도, 중국철학을 공부하는 이유도, 궁극적인 목적은 그것이다. 고로 우리는 개론서를 익히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되며 익힌 바를 가지고 새롭게 사회를 조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대중을 상대로 한 얇은 책이고, 그 안에서 여러 철학자들을 다루느라 긴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묵자와 관련해서는 사회주의를 이야기하고, 장자와 관련해서는 현대 과학기술의 병폐와 환경문제를 이야기한다. 또 맹자의 혁명론과 관련해서는 5.16과 12.12를 말한다. 단면을 살펴보자.

  "하지만 맹자의 혁명론에는 한 가지 필수 전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혁명 주체에게 민중의 뜻에 근거한 도덕성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과거 봉건 왕조의 교체는 언제나 혁명이냐 아니냐의 논란을 일으켰스빈다. 5.16과 12.12의 주체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혁명이라고 강변하지만, 역사가 준엄하게 군사 쿠데타로 규정한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맹자의 혁명론은 지배 집단에게는 반갑지 않은 것이었지만, 임금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주장이었습니다."

  저자는 마지막 장 '남은 이야기들'을 통해서 오늘날 동양철학의 유행이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첫번째는 개인주의의 문제요, 두번째는 개인주의의 확산이 가져오는 사회성 부정과 실천성 결여, 세번째는 이런 것들이 귀결할 수 밖에 없는 신비주의, 네번째는 위의 것들이 갖는 몰역사성의 문제를 든다. 넷째 문제와 관련하여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속에 담긴 가치와 아울러 한계를 함께 보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방적으로 절대화된 보편성과 가치만을 강조하면서, 토대가 다른 현대에 무차별로 접맥하는 것이 객관적이라고 강변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객관적이라는 말을 통해 엄청난 주관화를 꾀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변형된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유교 자본주의론 같은 것이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유교 자본주의론은 자본주의적 물질 문명과 봉건주의적 정신 문명을 마구잡이로 엮어 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지배 형태인 관과 민, 자본가와 노동자 등의 관계에서 지배 집단의 이익을 관철하는 논리가 되고 맙니다."

  동양철학의 유행한다고 반길 일도 아니고, 굳이 유행시킬 필요도 없다. 우리가 동양철학을 공부하는 목적이 무엇인가가 중요하지 그것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부차적 산물일 뿐 먼저가 되어선 안된다. 우리가 동양철학을 바로 보기 위해서는 기준이 있어야 하며, 그 기준은 '현실적 요구'가 되어야 한다. 현실을 보기 위해 철학을 공부하고, 현실의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기 위해 철학을 공부한다. 저자는 이 말을 하고 싶었던게다. 여기 공자, 노자, 묵자, 장자, 맹자, 순자, 한비자, 공손룡, 허행 아홉명의 철학자가 있다. 그리고 <주역>을 말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며 그대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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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7-05-16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와 함께 장바구니로..^^

가넷 2007-05-16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종류의 책을 읽고 난 후에 읽었는데, 생각보다 별로 였었어요. 음.-_-;

마늘빵 2007-05-16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가슴에 불을 지폈나요? :)

마늘빵 2007-05-16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늘사초님 네 별 다섯까지는 아니지만, 오래된 고전 중의 고전으로서, 이땅의 현실과 관련해 살펴봤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봤습니다. 쉽게 빠르게 읽히진 않습니다.

yoonta 2007-05-17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동양철학은 언제쯤 손에 잡히게 될지 모르겠네요. 일단 한자의 압박때문에..-.- 위 책읽으면 동양철학도 쉽게 다가올 수 있을까요? ^^

마늘빵 2007-05-17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타님 / 저도 한자 잘 모릅니다. 빡빡한 한자로 된 원서로는 아직 안봤어요. -_- 풀이본으로만 봤죠. 그래서 주변 언저리의 책들을 두루 보고 있습니다. 나중에 수월하게 읽으려고.

yamoo 2010-08-21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철학과 나오셨군요! 김교빈 교수는 개인적으로 몇 번 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말이 없으셔서 좀 재미없는 분..

마늘빵 2010-08-21 08:37   좋아요 0 | URL
네 ^^ 김교빈 교수는 김시천 교수와 함께 뵙고 싶기도 합니다. 두 분이 항상 같이 작업을 하시더라고요. 몇몇 책에서 함께 이름이 오르는 것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