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의 연습장 - 그림이 힘이 되는 순간
재수 글.그림 / 예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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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며 그림을 그릴 때에는
'이렇게 그려도 괜찮을까?
이렇게 안 생겼을 텐데...'
하는 의심이 선을 망친다.ㄷ

반면, 직접 보며 그림을 그릴 때에는
말도 안 되는 선의 진행일지라도
생김새가 눈앞에 실재하므로
선에 확신이 생긴다.

이러함을 나란히 두고 보니,
상상하며 그림을 그릴 때에도
확신만 있다면
의심 때문에 선을 망치는 것을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 중에서

작가는 한동안 구상하던 만화가 진행되지 않아 답답할 때 아침마다 카페로 출근해서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해 오른손으로 스케치를 하고, 작업실로 복귀해 그 그림들을 보며 왼손으로 다시 그렸다고 한다. 그러기를 한 달, 총 100장 정도의 그림이 나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기에 선이 의도된 대로 그려지지 않았지만, 그 또한 오직 작가의 왼손에서만 나오는 선이었기에 그냥 믿고 쭉쭉 그리다 보니 쓸데없는 선이 걸러지기도 하고 평소 아무 생각 없이 긋던 익숙한 선의 방향이 아닌 새로운 선이 그려지면서 그동안의 습관적인 선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고 그림 그리는 행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슬럼프에 부딪쳤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슬럼프란 어쩌면 익숙함, 어쩌면 체념, 어쩌면 합리화, 어쩌면 한계의 다른 이름일 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들의 총합일 수도 있고 이들 뒤에 오는 우울함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쉽게 만나게 되는 이 늪에서 벗어나는 것은 결국 방법을 달리한, 변형된 꾸준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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