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 셜록 홈즈의 모험, 셜록 홈즈 탄생 150주년 기념판 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레슬리 S. 클링거 엮음, 승영조 옮김, 아서 코난 도일 원작 / 현대문학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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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에서 나온 애거서 크리스티 완독을 얼마 전에 끝냈다. 수십 년 동안 수십 편의 책을 낸 작가의 모든 저작을 읽어나가는 과정 내내 황홀하고 행복했지만, 한편으로는 방대한 양에 좌절하여 멈추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점점 남아 있는 전집의 가짓수가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다 읽고 난 지금은, 뿌듯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만의 스펙이 생긴 느낌. 마치 고등학교 때 조정래의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을 전부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추리 소설의 시조는 에드거 앨런 포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의 작품인 <검은 고양이>는 어린 시절 읽어서인지 그 잔상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추리 소설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으며, 드라마와 영화 등 다른 매체로까지도 활발하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추리 소설의 황금기는 따로 있는 것 같다. 분명히 지금은 아니다. 요즘은 이른바 장르 문학이 당당히 대접받는 시대는 아닌 것 같고, 다른 소설에서 일종의 장르적 기법을 차용하는 경우는 엄청나게 늘어난 것 같다. 미스터리적 요소를 도입한다거나 주인공이 탐정이나 형사와 같은 직업에 종사한다거나 하는 설정이 꽤 많다.

 

아마도 추리 소설의 황금기는 셜록 홈즈, 아르센 뤼팽, 그리고 애거서 크리스티의 바로 그 시대가 아닐까?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저 세 사람은 약 10년 정도 겹치는 시대를 공유하면서 차례 차례 등장하고, 또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셜록 홈즈를 창조한 아서 코난 도일과 아르센 뤼팽을 만들어낸 모리스 르블랑의 경우 캐릭터가 작가의 명성을 뛰어넘었는데, 애거서 크리스티는 온전히 작가의 이름으로 남았다. 그 이유는 에르퀼 푸아로, 제인 마플, 레이스 대령, 토미와 터펜스, 배틀 총경, 할리 퀸, 파커 파인, 아리아드네 올리버등 수많은 탐정을 창조했고, 앞의 두 작가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작품을 내어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탐정 중 가장 상징적인 푸아로와 비교해봤을 때, 아니 크리스티의 탐정 전부를 다 합쳐 놓아도 셜록 홈즈 한 명의 아우라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만큼, 셜록 홈즈는 소설 속 캐릭터 중 가장 인기있고 유명하며 영향력이 지대한 인물이다.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완독을 마친 뒤, 느긋하게 쉬다가 문득, 추리 소설 특유의 쫄깃한 느낌이 그리워졌다. 그러고보면 여름이야말로 추리 소설 읽기에는 딱인데 말이다. 훗날의 즐거움을 위해 남겨놔야지라고 생각했던 마음은 금방 없어지고, 셜록 홈즈와 아르센 뤼팽 전집을 찾아보는 내가 있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압도적인 저서량에 비하면, 아르센 뤼팽의 활약담은 소박하게조차 느껴지지만, 그래도 분량은 셜록 홈즈의 두 배는 되보였다. 그렇다면, 셜록 홈즈를 먼저 보기로 하자.

 

이렇게 결정하고 나니 수많은 출판사 중 어느 출판사의 전집을 읽을 것인가 고민하게 되었다. 황금가지판으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읽은 이유는, 유일하게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과 공식적으로 계약을 맺었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 말은, 크리스티 생전의 모든 작품들이 전부 전집에 포함되어 있으며, 기존의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은 해적판으로 일부가 빠져 있기 때문이었다. 크리스티야 워낙 다작을 한 작가이기 떄문에 정식 계약을 맺은 출판사의 전집을 통해 완독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황금가지 판을 읽고 나니 일단 황금가지에서 나온 셜록 홈즈에 눈이 갔다. 아직 저작권이 크리스티 자손에게 남아 있기 때문에, 번역에서 군데 군데 튀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식 계약을 맺고 크리스티 생전의 모든 작품을 번역한 황금가지 판은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셜록 홈즈의 경우, 이미 저작권이 만료된 상태인 데다가, 생전에 아서 코난 도일이 남긴 소설이 많지 않기 떄문에 수많은 출판사에서 전집을 내어놓은 상태였다.

 

어떤 출판사는 번역이 부실하고, 어떤 출판사는 삽화가 빠져있고, 어떤 출판사는 표지만 볼만하고... 수많은 블로거들의 평을 훑어보면서, 분량의 압박이 느껴지더라도 제대로 모든 작품과 삽화가 실려 있고, 각주와 해설이 충실하게 달린 현대문학 출판사의 전집으로 읽기로 결정했다.

 

딱 내가 원하는 바로 그 책이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을 읽으면서, 당시의 시대상이 궁금해서 일일히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아보거나, 아예 포기했던 부분들이 많았던 반면, 이 책은 미처 궁금해하기도 전에 책의 내용은 물론이고 책 바깥의 이야기들까지 전부 들려준다. 형사물에 빈번히 등장하는 버디 형식이 홈즈와 왓슨에서 출발했다는 것, 코난 도일의 다른 책 <잃어버린 세계>가 영화 <쥬라기 공원>에 영감을 주었다는 것 등등.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책이 2005년에 출판되었다는 것이다. 여태껏 수많은 셜록 홈즈 영화와 드라마가 만들어졌지만, 아무래도 그 중 최고는 2010년 BBC에서 만들어진 드라마 <셜록>이 아닌가 싶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연기파 조연 배우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버린 이 드라마로 인해, 또 한 번 셜로키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이른바 베이비붐이 일어났다. 아마도 이 책이 좀 더 뒤에 나왔더라면, 이 드라마의 이야기는 반드시 포함되었을 것이다.

 

 

머리말
추천사
셜록 홈즈의 세계

셜록 홈즈의 모험

 

『셜록 홈즈의 모험』 초판은 조지뉸스 출판사에서 1892년 10월14일 1만 부를 발행했고, 시드니 패짓의 삽화 104점이 함께 실렸다. 미국 초판은 그 다음 날짜로 뉴욕의 하퍼 앤드 브러더스 출판사에서 4500부를 발행했다.

 

  보헤미아 왕실 스캔들

셜록 홈즈 이야기 가운데 《스트랜드 매거진》에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그 후 장편소설인 『주홍색 연구』와 『네 사람의 서명』을 제외한 모든 작품이 이 잡지에 연재되었다. 여성에 대한 홈즈의 태도가 잘 나타난 것으로 주목할 만한 이 단편은 홈즈가 사건 해결에 실패한 유일한 이야기다. 물론 홈즈는 이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며 '실패'를 즐거워했음 직하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오페라 가수인 아이린 애들러는 수 세대에 걸쳐 여성 셜로키언들을 매료시켜왔다. 그래서 '베이커 스트리트 이레귤러스'에 가입하는 것이 금지된 여성들은 1965년에 '셜록 홈즈의 여성 모험가들'이라는 모임을 만들기에 이르렀다(그 후 금지 규정은 개정되었다). 이 이야기에서 홈즈와 왓슨은 동료로서 처음으로 함께 행동한다. 이제 왓슨은 『주홍색 연구』와 『네 사람의 서명』에서처럼 단순히 이야기를 전하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홈즈와 함께 나서서 사건 해결에 한몫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첫 이야기에서 괴이한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셜록 홈즈에게 그녀는 항상 '그 여자'다"라는 첫 문장은 독자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빨강머리연맹

『셜록 홈즈의 모험』단편집 열두 편 가운데 하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는 우스꽝스러운 제이비즈 윌슨 씨, 빨강 머리 남자들로 가득 찬 플리트 스트리트의 해괴한 풍경, 정전에 여러 차례 나오지만 이번에 첫선을 보이는 야간 원정, "런던에서 네 번째로 머리가 좋은 남자"인 존 클레이의 교묘한 계략등을 꼽을 수 있다. 이번에 거의 마법사처럼 잇달아 놀라운 추리를 쏟아내는 홈즈의 모습은 「푸른 석류석」에서 모자를 치밀하게 분석하는 모습과 쌍벽을 이룬다. 그리고 놀랍게도, 왓슨은 윌슨이 홈즈를 깎아내린 말을 그대로 기록해서 들려준다. "처음에는 엄청 똑똑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별것도 아니구먼." 그것에 대해 왓슨은 평을 삼간다. 하지만 우리는 역으로 홈즈와 왓슨의 우정이 얼마나 견실한가를 더욱 이해할 수 있다.

 

  정체의 문제

「보헤미아 왕실 스캐들」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실제로 범죄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런데 홈즈가 다룬 1000건 이상의 사건 가운데 왓슨이 엄선해서 글로 발표한 60건에 왜 이 사건을 포함시켰는지 고개를 갸웃하는 학자들이 있다. 좀 어수룩한 메리 서덜런드 양, 언제나 소곤거리며 말하는 호스머 에인절, 귀에 거슬리는 소시를 하는 제임스 윈디뱅크는 왓슨의 무대에서 한 번 등장하고 사라지지만, 홈즈 시대에 독신 여성이 1년에 60파운드(700만원-옮긴이)로 아주 잘살 수 있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메리가 제 짝을 찾은 큰 규모의 사교 모임이었던 "가스 배관공들의 무도회"에 고무된 셜로키언들은 그와 비슷한 잔치판을 벌였다. 여기서 또 우리는 홈즈가 사악한 자에게 직접 벌을 내리려 하고, 자기가 알아낸 정보를 의뢰인에게 알리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하기도 하는 대범한 측면을 처음으로 보게 된다.

 

  보스콤밸리 사건

오스트레일리아는 독립운동이 무르익어가던 19세기 후반에 특히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인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 영국의 죄수나 반체제 인사들의 유형지였던 오스트레일리아는 아메리카의 서부 미개척지와 다를 게 없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일반 대중은 오스트레일리아에 살다가 잉글랜드로 온 사람들이 걸핏하면 폭력 범죄를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스콤밸리 사건」에 나오는 핵심 인물인 매카시나 터너 같은 오스트레일리아 출신들을 곱게 보지 않았다. 이것은 정전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첫 번째 단편이다. 또한 레스트레이드 경위가 등장하는 첫 번째 단편이기도 하다. 레스트레이드가 홈즈와 같이 처음 등장하는 초기의 장편, 곧 『주홍색 연구』에서 홈즈는 레스트레이드와 그의 동료 그레그슨 경위를 "형편없는 패거리 가운데서 그나마 발군"이라고 말한다. 레스트레이드는 여기서도 그보다 나을 게 없는 대우를 받는다. 즉 홈즈는 그를 "백치"라고 일컫는다. 「정체의 문제」에서처럼, 여기서도 홈즈는 '정규군regulars'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기 않고, 스스로 배심원이자 판사로서 판결을 내린다.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1887년에 일어난 이 사건의 의뢰인에게 셜록 홈즈는 자기가 평생 네 차례 실패한 적이 있다고 말한다. 이번 사건에서 홈즈는 의뢰인을 보호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홈즈가 또다시 실패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가운데 하나다. 여기서 왓슨은 패러돌 체임버 사건, 그라이스 패터슨 씨네의 우파 섬 사건, 아마추어탁발협회 사건 등을 비롯해서 정리하지 않은 사건들이 많다고 독자를 감질나게 하는 말을 한다. 그리고 『주홍색 연구』에서 선보인 자기만의 방식으로, 흥미진진한 사건 하나를 예리하게 엄선해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미국 비밀 테러 조직의 복수를 소재로 한 이사건에서, 홈즈는 살인자를 추적해서 직접 복수하려고 한다. 이때 홈즈는 과연 정의를 추구한 것일까, 아니면 상처 입은 자존심을 달래려고 그런 것일까?

 

  입술이 뒤틀린 남자
    “다른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장미는……”

범죄로 얼룩진 런던 이스트엔드 아편굴에서 사건이 전개된다. 이 아편굴은 빅토리아 시대의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곳이다. 왓슨의 이번 이야기는 '페어플레이' 추리소설(탐정과 독자에게 모든 정보가 동시에 공개되는 추리소설)의 초기 사례 가운데 하나다. 홈즈는 독자도 가능한 방법으로, 즉 순전히 생각만으로 수수께끼를 푼다. 왓슨은 여기서 결코 잊을 수 없는 홈즈의 이미지를 그려낸다. 실내복 차림으로 베개에 파묻혀 다리를 꼬고 앉은 채, 파이프를 빨며 수수께끼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홈즈와 사랑스러운 네빌 세인트클레어 부인 사이의 낭만적인 막간극이 감질나게 암시되지만, 왓슨이 느닷없이 등장함으로써 그녀의 갈망은 충족되지 못하고 만 듯하다. 왓슨은 「보헤미아 왕실 스캔들」도입부에서 홈즈의 냉소적인 여성관을 꼬집은 적이 있지만, 이번 이야기에서 볼 때 홈즈의 여성관이정말 냉소적인지 좀 미심쩍다.

 

  푸른 석류석
    거위의 모이주머니?

존경받는 홈즈 학자이자 작가인 크리스토퍼 몰리는 「푸른 석류석」을 "군더더기 없는 크리스마스 이야기"라고 평했다. 이 이야기를 가장 좋아하는 독자들도 많다. 이것은 정전에서 유일하게 명절을 무대로 하는 이야기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처럼 전통에 뿌리를 둔 이야기인 것이다. 프랭크 캐프라 감독의 걸작 영화인 <멋진 인생>처럼, 보석 도난에 얽힌 이 이야기는 정의에 대한 연민의 승리를 노래한다. 이 이야기에는 진짜 보석이 담겨 있다. 헨리 베이커의 누추한 모자에 대한 홈즈의 빛나는 추리, 브레킨리지를 다루는 홈즈의 교묘한 솜씨, 범인이 푸른 석류석을 킬번까지 운반하기 위해 짜낸 기발한 방법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해마다 이 이야기를 들춰보게 되는 것은 홈즈와 왓슨의 따스한 우정 때문이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도 꼬박꼬박 "명절 인사차" 독신인 친구를 찾아가는 그런 우정 말이다. 셜록 홈즈 또한 이 이야기에서 "완벽한 추론가"로서의 차가운 모습이 아닌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홈즈는 말한다. "지금은 용서의 계절"이라고.

 

  얼룩 띠
    “늪살모사야! 인도에서 가장 치명적인 뱀”
    셜록 홈즈와 존 H. 왓슨 박사의 총

학자들은 「얼룩 띠」를 속속들이 파헤치며 즐거워했다. 과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얼룩 띠"의 진짜 정체는 무엇인가? 로일럿 박사가 죽은 것은 홈즈가 또다시 임의로 심판한 것인가, 아니면 우연한 사고인가? 치타와 개코원숭이는 원래 어디서 살던 동물인가? 왓슨의 이 이야기에 탄복한 코난 도일은 이것을 연극으로 각색해서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인기 순위를 말하자면 「빨강머리연맹」에 버금간다. 「얼룩 띠」는 독자를 전율케 하는 괴기소설 요소를 지니고 있다. 그라임스비 로일럿 박사와 셜록 홈즈의 대결은 자못 멜로드라마 같으면서도 박진감이 넘친다.

 

  기술자의 엄지손가락

이것은 발표된 이야기 가운데 왓슨이 직접 홈즈에게 의뢰한 유일한 사건이다. 엄지손가락을 잃은 환자가 아침 일찍 찾아오자, 왓슨은 사려 깊게도(의사로서는 좀 미흡했지만) 환자를 신속하게 홈즈에게 데려간다. 여기서는 기묘한 독일인 화폐 위조범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는 정전에 곧잘 등장하는 여러 타락한 대령 가운데 첫 번째 인물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는 사실상 탐정 활동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홈즈는 악당을 잡는 데 그리 열의를 보이지도 않는다. 엄지손가락이 절단된 사연에 대한 빅터 해설리의 설명은 실제 상처와 일치하지 않아서, 그가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독신 귀족
여기서 홈즈는 로버트 세인트사이먼 경이라는 상류층 인사를 만난다. 세인트사이먼은 제법 멋쟁이인데, 영국의 중산층 독자들은 홈즈가 이 젊은 귀족의 품위를 구겨놓은 것에 갈채를 보냈을 것이다. 영국 여성들은 미국의 젊은 부자 여성들이 '침략'해오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잉글랜드의 가난한 귀족을 남편으로 가로채 가는 것 말이다. 여기서 홈즈는 사라진 미국인 신부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는 정확하게 실마리를 포착해서 그녀를 찾아낸다.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그녀를! 아름다운 이 여주인공이 범죄를 저지른 셈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지만, 홈즈는 그녀를 흔쾌히 용서한다. 하지만 홈즈는 신세계와 구세계의 사람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하는 외교에는 성공하지 못한다. 여기 나오는 쾌활하고 민주적인 홈즈의 태도, 영어권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홈즈의 믿음은, 배질 래스본과 나이절 브루스가 주연한 유니버설 영화사의 <셜록 홈즈>(정전과 전혀 무관한 영화)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녹주석 코로닛

윌키 콜린스의 걸작 추리소설 『월장석』에서도 여기와 마찬가지로 값을 헤아릴 수 없는 보석을 아주 소홀히 보관한다 그런 면에서 『월장석』을 연상시키는 이 이야기에서는 익명의 귀족이 은행가에게 담보물로 맡긴 국보가 도난 당해 홈즈가 찾아 나선다[익명의 귀족은 빅토리아 여왕의 맏아들로, 대중적인 인기가 있엇지만 곧잘 구설수에 오른 웨일스 공 앨버트 에드워드(즉위 후에는 에드워드 7세)라고 믿고 싶어하는 독자가 많다]. 런던 교외를 무대로 한 「녹주석 코로닛」에서 홈즈는 런던 범죄계에 대한 지식을 과시하는 한편, 은행 잔고가 두둑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너도밤나무 저택
홈즈의 의뢰인 가운데는 어려움에 처한 여성, 특히 여성 가정 교사가 많다. 코난 도일의 누이 하나도 가정교사였다. 가정교사는 당시 신흥 계층인 일하는 여성이 선망하던 일자리엿다. 홈즈는 자신의 탐정 일이 "잃어버린 연필이나 찾아주고, 기숙학교를 나온 젊은 아가씩에게 조언이나 해주는 역할"로 전락한 것에 대해 자조의 웃음을 흘리면서도, 이번 바이올렛 헌터 양(그가 만나는 네 명의 바이올렛 가운데 첫 번째 여성)의 사건은 예외로 친다. 『셜록 홈즈의 모험』으로 엮인 연작 이야기의 마지막 편인 「너도밤나무의 저택」에서, 주근깨투성이인 헌터 양은 거액의 일자리 제안을 받아들이고 홈즈에게 "지원"을 요청하러 온다. 왓슨은 헌터 양이 "제 몸 하나는 잘 간수"할 수 있는 여성이라고 생각하지만, 홈즈는 그답지 않게 우려를 하며, "내 누이라면" 헌터 양 같은 그런 일자리에 취직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중얼거린다. 이런 말로 홈즈의 가족 배경을 추리하려는 학자들도 있었지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헌터 씨네 바이올렛'이 어쩌면 왓슨의 부추김을 받아 홈즈에게 구애를 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고 추리한 학자들도 있다. 이야기의 막을 내리는 왓슨의 어조에는 은근한 슬픔(홈즈가 헌터 양의 매력에 무관심한데 대한 탄식)이 어려 있다.

 

옮긴이 후기
셜록 홈즈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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