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4 (완전판) - ABC 살인 사건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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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소설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18번째 장편소설이며, 푸아로가 등장하는 11번째 작품이다. 크리스티의 소설이 워낙 많다보니, 그녀의 소설은 어떤 식으로든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것이 가능하다. 탐정에 따라서 분류할 수도 있고, 살인 방식이나 벌어진 장소, 범죄자의 유형 등등 비슷한 그룹으로 묶는 것이 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그 중 어느 분류에도 속하지 않는, 그런 유일한 소설들이 있다. 이 소설도 그 중에 하나다.

 

이 소설은 1935년 6월, 남아메리카로 이민갔던 헤이스팅스가 영국을 잠시 방문하는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푸아로의 초현대식 거처를 보며, 이런 곳에서는 암탉도 사각형 알을 낳는 것이 아니냐는 농담을 하는 부분에서는 <푸아로 사건집>의 '대번하임씨의 실종'이 떠오르며, 네 사람이 브리지 게임을 하다가 한 명이 빠져나와 난롯가에 있던 한 사람을 죽인다면, 누가 범인일 것 같냐는 푸아로의 말은 이 소설 이후에 씌여진 <테이블 위의 카드>와 연결된다. 푸아로의 말처럼, 이상적인 범죄라는 표현은 좀 너무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 소설에서 탐정과 용의자는 각각 네 명이 등장하므로 크리스티 입장에서 이상적인 추리 소설로 꽤 많은 시간 고민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ABC라는 것은 살인자가 푸아로에게 보낸 편지에서 계획 범죄를 예고하는 사람이 스스로에게 붙인 이름이기도 하며, 살인 기법이기도 하다. A로 시작되는 도시에서 A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해되고, 그 다음은 B, 그 다음은 C... 이런 식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1800년대 후반 영국에서 수많은 살인을 저지르고, 끝내 잡히지 않았던 잭 더 리퍼를 떠올리기도 했고,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수많은 살인을 저질렀던 조디악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 둘은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사실 범인의 이름도 정확하지 않다.

 

이 소설도 마치 이런 살인광의 소행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반전이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그야말로 푸아로의 다른 사건들과 전혀 다른 성격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악마스러운 범인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아마 작가 또한 이 작품이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서언에서 아서 헤이스팅스 대위가 대영제국 제 4급 훈장 수훈자라는 설명까지 덧붙이며 그의 입을 빌려 '푸아로가 이전에 다루었던 것들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말이지 천재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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