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오경아 지음 / 샘터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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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은 그냥 두어도 아름다운 전원 속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도시에 갇혀 공황장애를 앓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 아닐까? 사무실 책상 위, 주차장의 담장, 부엌 창문가, 햇살 들어오는 베란다, 작은 사과 상자에도 정원이 담긴다는 걸 보여주고, 함께 나누고 싶어졌다.

 

도시의 아이들이 게임 매뉴얼을 익히는 동안 이곳의 아이들은 양의 품종을 구별하는 방법부터 자연스럽게 배워간다. 또한 이곳은 동화책에 나오는 가축의 그림만 보고도 그 품종을 줄줄 외우는 아이들이 사는 곳이다. 게임 속에서 세상을 알아가는 아이들이 다 나쁜 길로 가지는 않겠지만 사이버 세상속에서 느끼는 행복과 맑은 햇살, 바람 속에서 양들을 친구 삼아 자라는 아이들이 느끼는행복은 분명 많이 다를 것이다.

 

"머리 나쁜 사람들이 바람 피우는 건가? 머리 좋아서가 아니고?"
"내가 지금껏 살면서 바람피운 뒤에 일이 잘 풀려서 잘 사는 사람들 거의 본 적 없다. 기웃거려 봤자 힘만 빠지고 인생 더 망가져. 어차피 다 똑같거든."
"그런 거야? 인생이?"
"그런 거지 뭐. 왜, 싱겁냐?"
"응. 뭔가 되게 재미없다."
"너, 어른이 된다는 게 뭔 줄 알어?"
"인생이 별거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거. 근데 그 별 것도 아닌 인생이 죽도록 힘들다는 걸 알게 되는 거."
"쳇, 어른 안 되는 게 낫겠다."
그러게. 나도 어른이 되지 말걸 그랬다, 그런 후회 종종 한다.

 

여행은 누군가를 만나기위해 떠나기도 하지만 누군가 머물렀던 그 장소에 나를 담아보기 위해 떠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세월이 그냥 흘렀던 것은 결코 아닌가 보다. 어쩌면 수십 년 전, 지금은 잊었지만 내가 간절하게 외쳤던 소원이 사라지지 않고 허공 속에 에너지를모아 지금의 나를 여기, 이 개울에 앉아 있도록 만들었음이 분명하다. 인연은 그 인연으로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내는 것이니 분명 내가 여기까지 올 수 밖에 없었던 어떤 이유와 인연이 나를 그 무엇으로 또 흘러가게 할 것이다.

1905년 서른아홉의 나이로 레이크 디스트릭트로 이주해 온 그녀는 모험과도 같은 자신의 40대의 삶을 열어가기 시작했다. 해보지도 않았던 농장 경영을 시작했고, 그러면서도 그녀는 창작에 대한 열정을 멈추지 않았다. 낮엔농장에서 가축을 관리하며 하루를 보내고, 밤이면 동화를 쓰고, 그림을그리며 그녀는 스물세 편의 책을 남겼다. 왕성한 창작활동을 했던 그녀의 나이, 서른아홉에서 쉰여섯은 정확하게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의 그녀 삶과 일치한다. 많은 것을 버리고 왔던 그녀였지만,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더 많은 것을 그녀에게 다시 돌려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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