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약국 - 사랑의 상처를 치유하는 언어학자의 51가지 처방전
박현주 지음, 노석미 그림 / 마음산책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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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연애는 특별하지만, 그 특별한 사건들이 모여서 일상을 이룬다. 그래서 사람들의 연애는 모두들 닮아 있다. 나의 예로써 타인을 설명할 수 있고, 타인의 예로써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앓고 있는, 연애로 생긴 질병. 이 질병은 떄로는 감기처럼 가볍게 지나가고 떄로는 독감처럼 오래 앓게 한다. 백신도 없는, 감염율 100퍼센트의 질병.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을 만큼 심하지 않고, 완치되지 않아도 그냥 살아갈 수 있지만 가끔 마음에 반창고 한 개가 필요하다. 많은 연애지침서들이 명로하게 처방을 내려주는 것과는 달리, <로맨스 약국>은 어떤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연애로 생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사는 자기 자신뿐, 이 책은 이미 자신 갖고 있는 처방에 따라 약을 건네주기만 할 따름이다. 처방전은 이미 마음 속에 있다. 연애의 질병에 걸렸을 때는 스스로 처방을 내려 약을 타러 오기를.

 

책머리에 中 

 

굉장히 인상적인 구절이었다. 왜 로맨스 병원이 아닌 로맨스 약국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 또한 연애에서 발생하는 로맨스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질병의 정의와도 맞닿아 있다. 동일한 질병, 누구에게나 올 수 있지만, 사람마다 질병의 경과는 다르듯이 연애 또한 그렇다. 언어학자라서 그럴까, 비유가 적확해서 아름답다.

 

계속 읽으면서 알랭 드 보통의 사랑 3부작과도 비견할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 이게 섣부른 생각이었구나 하는 게 중반부터 느껴진다. 사랑의 시작과 진행, 결말까지 보여주는 보통의 에세이에 비해서, 여기 나와 있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은 대부분이 사랑의 시작에만 집중되어 있다. 다만 아직 '썸'이라는 단어가 생기기도 전에 '전연애단계' 혹은 '유사연애단계'라는 단어로 그 상황을 설명한 부분은 나름 날카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정 남자(혹은 여자)에게만 끌리거나 끌어당기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이 책은 best. 그러나 그 외의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약간 김빠진 콜라같은 느낌이 든다. 수많은 연애서, 남녀의 심리에 다룬 책들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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