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 달린 안데르센 동화집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동화 깊이 읽기 주석 달린 시리즈 (현대문학) 4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마리아 타타르 주석, 이나경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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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치통 아주머니에서 나온 구절

"내가 시보다 더 세다는 걸 이제 인정할 테냐?"

에 대한 주석이다.

 

치통 아주머니는 육체적 고통의 사도로, 일레인 스케리가 지적했듯이 이는 언어를 차단하고 세상을 뒤집는 힘을 지닌다. 스케리는 두통에 대한 버지니아 울프의 통찰력 있는 묘사를 인용하면서, 그것이 보다 극심한 형태의 고통에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햄릿의 고민과 리어의 비극을 표현할 수 있는 영어지만 오한이나 두통을 표현할 단어는 없다... 아무리 어린 여학생도 셰익스피어와 키츠에 반하면 자신의 마음을 말할 수 있지만, 두통을 겪는 환자가 어떻게 아픈지 의사에게 묘사하려면 갑자기 표현할 말이 없어진다."(스케리, 1987, 4쪽)

치통 아주머니는 시, 철학, 수학, 그리고 대체로 음악을 포함한 예술 및 학문 분야와 대조를 이루는데, 그녀가 전적으로 유령 같은 존재이자 말로 묘사할 수 없는 상상력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고통이 창조성을 앗아가기도 하지만, 학생의 인생에서는(안데르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창조성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여기까지가 본문의 내용이다.

 

어릴 때 보았던 익숙한 동화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의미, 작가와의 관계, 그리고 새로운 동화를 읽는 즐거움. 그래서 이 책은 두 장으로 분리된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와 어른을 위한 동화. 어린이를 위한 동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어린 시절에 한번쯤은 읽었을 '소년소녀를 위한 세계명작동화'였을 것이고 어른을 위한 동화는 다소 잔인하고, 다소 적나라한, 그래서 아무리 각색을 하고 의도적으로 내용을 빠뜨려도 아이에게 읽히기 어려운 작품들이다. 그 중의 하나가 치통 아주머니였다.

 

사랑받기를 갈구했으나 평생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았고 외국에서는 인정받았으나 모국 덴마크에서는 외면받았으며 부모의 사랑을 받았으나 사실은 복잡한 가정사가 있었던 안데르센은 모순되는 요소를 참 많이 갖춘 사람인 것 같다. 우리 중 누가 안 그렇겠냐만은 안데르센은 유독 어린아이와 같은 특징이 많았고 그것은 양면의 날이 되어 길이길이 남을 동화를 만들어내는 창조성과 더불어 평생 어른들 사이에서는 크게 적응하지 못하는 외로움을 둘다 초래한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요즘에는 가장 성공한 복지국가의 모델인 덴마크가 한때는 이렇게나 사회적 모순이 심한 나라였구나, 하는 사실을 알았고, 또 치통아주머니를 보면서 언어의 한계, 특히 인간의 고통을 묘사하는데 있어서 언어의 한계를 실감했고 그 고통 또한 양면성을 지녀 창조성을 선사하기도 앗아가기도 한다는 사실이었다. 한편으로는 지금 내가 힘들어하고 있는 것도 반드시 나에게 마이너스만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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