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행운 - 여배우가 삼재를 건너는 법
고바야시 사토미 지음, 이정원 옮김 / 씨네21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카모메 식당에서 처음 보고 단단하면서도 야무진 모습이 아름다운 배우라고 생각되어 계속 어른거렸는데 태풍이 지나가고, 종이달 에서의 모습은 처음 보고 반했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 역시 배우는 배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러니까 이른바 삼재라고 하는 삼년 동안 재수가 없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그 시기에 배우 스스로 쓴 에세이다. 미신이라고 무시하거나 반대로 맹신하지 않고 아, 이런 시기에는 밖으로 발산하기보다는 내면을 들여다보고 조용히 기록하기로 하자, 고 결심한 것 같은데 글을 읽다 보면 정갈하고 침착해서 다 읽고 나면 꼭 맑은 생수를 마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같은 방에서 한 달쯤 지내게 되면 자연스레 내가 살기 좋게 공간이 재배치되면서 내 체취로 채워질 것이다.

 

평생 털가죽을 덮어쓰고 사는 동물들은 그 상태가 이미 나체인 셈이니 더 이상 어찌 할 수도 없다는 것이 정말로 가여울 따름이다.

 

도쿄에서는 거의 잠만 자는 아이라 틀림없이 무척 졸릴 텐데도, 제가 잠든 사이에 뭔가 재미있는 일이 생기면 어쩌나 싶은 모양이다.

 

그리고 어둑하게 해가 진 뒤 모닥불을 피우자 다시 '뭐야, 뭐?'하고 참견하듯 일어나더니만, 태어나 처음 보는 모닥불의 모습에 전생의 기억이라도 돌아왔는지 불 옆에 앉아 물끄러미 불을 들여다보거나 그 근처를 어슬렁거렸다.

 

하지만 토비는 서툰 아역이 자는 연기를 할 때처럼 눈을 감고 움찔거릴 뿐 잠들지 않았다.

 

조금은 자랑거리가 되는 도끼다.

 

일은 그게 무엇이든 다 제각각 힘들게 마련이라, 내가 모르는 곳에서 고생한 스태프도 많았겠지.

 

나는 5월에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5월을 무척 좋아한다. 거리가 온통 짙은 녹음으로 뒤덮여 왠지 나까지 의욕으로 뒤덮이는 기분이다.

 

같은 투어에 참가한 아저씨, 아줌마들이 우리 부모님에게 공손하게 대하는 걸 보자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미 어엿한, 아니 그러니까 뭐랄까, 누가 봐도 확실한 노인임을 실감하게 된다.

 

이 면허증 사진도 내 손에 들려졌을 당시에 상상하던 내 모습과 실상이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는 걸, 그러니까 하늘과 땅 사이가 얼마나 광대한지를 보여주었다.

 

이런 딱 좋은 날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으리라는 건 잘 안다. 하지만 요즘은, 쾌적하고 기운이 넘치며 상태가 좋은 나날이다. 다음에 다가올 커다란 풍랑에 대비해 조용히 원기를 북돋우라는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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