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의 형태 3
오이마 요시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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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 당시의 니시미야는 확실히 이해하고 있었다. 자기 때문에 사하라가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그런 것도 몰랐던 주제에,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주제에, 나는 니시미야를 마냥 아무것도 모르는 애라고 단정지었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의 나 자신을 쥐어 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중학교에서도 니시미야가 있었다면 사하라는 매일 보건실이 아닌 교실로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빼앗은 것은 나다. 나는 내가 니시미야에게서 빼앗은 수많은 것들을 돌려줘야 한다. 두 사람의 미소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니시미야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아니, 방금 전이 알 수 있는 기회였는데. 헤어스타일이라든지, 왜 수화가 아니라 말로 하려 했는지, 나한테 준 선물에 대해서라든지 이것저것 물어보면 좋았을 걸. 겁이 나는 건가? 니시미야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 알고 있었으면 아마, 아니 분명, 초등학교 6학년 때의 나 자신을, 아~~~ 죽여버리고 싶다. 옛날의 나 자신을. 그 자식만 없었더라면 걔 마음을 아는 것쯤, 지금보단 간단했을 텐데.

과거가 발목을 잡는다는 말, 우리는 흔히 한다. 이 말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연민도 동정도 자아내지 못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변명에 그칠 때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진심으로 상대에게 다가가고 싶어서, 용서받고 싶어서, 다가가다가도 주저하게 되는 주인공의 마음이 아프게 느껴지지만, 독자인 내가 그의 고통에 공감하게 되는 것은 가해자였던 그가 피해자가 되어 고스란히 자신이 만들고 기여하고 증폭시켰던 그 아픔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진짜 용서를 받으려면 이만한 고통이 수반되어야 가능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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