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천천히
박솔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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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문에는 어딘가로 빠져버릴 가능성이 늘 있는 것일까. 다시 몇 개의 문을 통과하여 중환자실로 향해 가면 너는 몇 번째의 문에선가 다시 몸을 접어 나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어두운 곳에서 가만히 있기 위해 가만히 있는 것을 하기 위해 자꾸만 움직이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일까.

의식의 흐름으로 이어진 소설이라 술술 읽힌다. 그게 이 소설의 장점이기는 하지만 내가 읽고 있는 이 글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희망 없는 세대와 미래 없는 시대를 사유하는 작가 박솔뫼의 네번째 장편소설. 다섯 권의 책을 내는 동안 박솔뫼는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에 네 번 선정되었으며 문지문학상과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번 소설에서도 박솔뫼 특유의 '쉼 없이 흘러가다가 익숙해질 무렵 덜컥 변하는 리듬 같은 문체'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공간'이 여전히 빛을 발한다. 

이 책에 대한 출판사의 소개이다. 희망도 미래도 없이 사는 사람들을 위한 글이라는 것을 내가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과연 얼마나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다. 독자를 위해 조금만 더 친절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쉽다가도 그 아쉬움조차도 이 소설의 일부이고 또 전부라는 생각을 했다. 오래 전, 10년 전쯤 읽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라는 일본 소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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