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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모두에게 다른 말을 건다 - 위태로운 정신과의사의 행복한 산티아고 피신기
김진세 지음 / 이봄 / 2016년 7월
평점 :
-위태로운 정신과의사의 행복한 산티아고 피신기-
요즘은
소제목만 봐도 어떤 책인지 책향기가 확 난다.
이 책의 저자는 글쓰는 정신과 의사이다. 책도 4권 넘게
냈고 칼럼도 일정간격으로 쓰며,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나오는 저명한 의사이다.
다른 이에게
위로하는 것이 직업인 그가, 자신의 삶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든 순간을 맞이했다.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책 흐름상, 자신의 내담자에게 화를 낸
듯하다.
의사도 사람인데, 그럴 수도 있지 싶지만 그 분은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저자도 그 부분을 아주 미안하게 생각한다. 책 속에도 나온다.
중년의
남자가 혼자 여행가기 쉽지 않았을 터, 특히나 자신의 병원을 운영하는 사람이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요즘 병원은 토요일 일요일도 하는 곳도 꽤
많으니 말이다.
집에서 자신의 맞이하는 아내의 얼굴에서 현재 상황을
직면하게 된다. 자신의 눈을 피하는 아내 얼굴, 그리고 자신과 대면하지 않는 아이들.
밖에서는
저명인사이지만 집에서는 가족과 분리된 아버지일 뿐이었다. 무심한 남편일 뿐이었다.
현재 모습을
확인하고 더 낙담한다. 그리고 몇 년 전 작성해둔 버킷리스트를 발견한다. "산티아고 길 순례"
그 후
2년을 준비해서 그는 떠났다.
이 책은
저자가 여행을 출발한 첫 날 부터 서른 번째 날까지 나온다.
여행책마다 색깔이 다르다. 어떤 책들은 바깥 풍경 위주로
묘사한다. 그리고 장소 이동을 중심으로 그 배경을 이야기한다.
어떤 책들은 저자의 심리에 주목한다. 여행기를 읽지만 한
사람의 마음 여행을 한 기분이다.
이 책은 저자의 행동과 생각을 아주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처음에는 저자가 너무 까칠한 것 아닌가 느꼈다. 하지만
사업하는 어버지를 둔 아들로 (물론 나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의사가 된 분이라면 스스로 세워놓은 뭔가 틀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 보니 이해가
되었다.
아니 나도 그렇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한 장 한 장 넘어갈수록 더 끌리는
책이랄까.
마지막에
아내에 대해서 미안함을 표현한 부분에서는 나도 몰입했다.
몇 년전 남편도 혼자 유럽을 갔다온 적이 있는데, 그 여행
후 조금 변화가 있었다. 저자도 그렇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고 나니, 남편이 어디 혼자 여행간다해도 아주
흔쾌히 아니 더 열심히 지지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물론 나 혼자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크고.
348쪽
"제가 무지
급해요. 그런데 걷다보니 함꼐 걷는 사람과 속도가 다르다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겠더라고요. 같이 걸으려면 좀더 빨리 걷거나, 아니면 좀더
느려져야 하는데······.
느려지는 거야
지루해도 참을 수 있지만, 빨리 걷는 것은 고통이지요.
그런데 아내가 제
속도에 맞추어 살아왔다는 생각이 드니······.
정말
미안하더라고요. 새삼 사랑스럽고.
평생 길동무를
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에요."
34쪽
인간은
혼자 있을 때 가장 솔직해진다. 이 솔직함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솔직함 속에는 두려움도 있기 때문이다. 단 가끔은 '나는 내게
솔직한가?'라는 물음에 답하려 애써야 한다. 삶을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서이고, 있는 그대로의 삶은 자유이기
때문이다.
물론 살다보면 나를 꾸미기 위해 애써야 할 떄가 있다.
좋은 의도든 나쁜 의도든 꾸밈은 부자연스럽다.
비록 지금보다 못되고 이기적이고 난잡하고 포악스러워도 더욱
솔직해져야 한다. 남이 보는 내가 아닌, 내가 보는 내가 진실할 때, 그것이 자유다.
42쪽
행복은
물질적인 것으로 이룰 수 없다. 리처드 이스털린이란 미국 경제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행복은 일정 수준까지 수입과 비례하지만, 그 이상이 되면
행복과 돈은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한다.
'이스털린 패러독스'라고 불리는 이 유명한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행복은 돈으로 살수 없다는
것이다.
67쪽
의존심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유아기 때의 의존심은 생존의
필수이다.
부모로 하여금 좀더 아이를 적극적으로 돌보도록 독려하는
힘을 지닌다. 연애 때는 양념과 같다. 자신에게 의지하는 연인에게 좀더 애정이 솟게 한다. 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경우는 물론이고 , 자칫
생존의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경우에는 다르다.
그녀는 자신이 "so kind"라고 표현하는 그들에게
커다른 짐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슨 큰 문제가 당장 벌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어느 날 그 좋은 스페인 친구들이 그녀를 짐으로
여긴다면 어떻게 할까?
결국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이 의존적 성향의 사람들이 살아남는
방법이다.
85쪽
스스로에
대한 집중은 인위적으로, 그리고 짧은 시간만으로는 이루기가 어렵다는 것 또한 걸으면서 깨달았다.
혼자 걸으며
'나는 누구일까?'생각한다고 치자.
처음에는 그럴듯한 철학적 사고나 과거의 경험에서 답을
찾으려 애쓴다. 하지만 그러다보면 꼭 삼천포로 빠진다.
생각과 생각이 꼬리를 무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길을 걷기만 하면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이미 알고 있던 내 모습과는 조금은
다른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근데 자꾸 생각은 며칠 째 주변을 맴돈다. 변두리에서
헤매다가 다시 집중을 해서 나를 찾기를 반복하니 이 또한 여간 힘든 ㅇ리이 아니다.
많이
당황했다. 그러다가 퍼뜩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내버려두자!'
생각의
방향을 잡지 말고 내버려둬보자.
복잡한 일들은 대부분 시간이 답이지
않던가!
설사 생각 가는 대로 내버려두어 나 자신을 찾는데
실패하더라도 일단은 내버려두기로 했다. 최소한 사고의 자유로움이라도 만끽하고 싶었다.
변두리
순회가 끝나면 나 자신으로 파고들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자신을 찾는 여행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89쪽
길 잃은
사람에게 길을 알려주려면, 길에 대한 정보는 물론 표현도 정확해야 한다.
하지만
언어가 다른 사람일지라도, 공감과 배려만 있으면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어떤 면에서 내 직업은 공원에서 만난 할어버지나 바의 아저씨와
비슷하다.
인생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통찰도 중요하겠지만, 상담의
핵심은 공감과 배려의 태도다.
누군가 길을 묻는다면,
그의 불안을
공감하고 함께 고민하는 배려가 중요하다.
98쪽
카미노를
걷는 사람들 중에는 자기치유를 위해 걷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일상의 긴장과 압박감에서 벗어나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의 깊은 곳으로 내려오면 자기도 모르게 에너지가 충전이
된다.
114쪽
왜 자신의
삶에 대해 방향성이 없을까?
부모의 과잉보호 때문이
아닐까?
아이가 원하기도 전에 부모가 다 해주니까 스스로 무엇을
결정하거나 선택할 필요가 없고,
그러다보면 그럴 능력도 없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평생
자기 앞가림조차 못하고 살아야 하나? 스스로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
에미처럼 억지를 써서라도, 혼자 부딪혀보고 느껴봐야 한다.
스스로의 결정과 선택에 책임과 보람을 느껴야 한다. 바뀌려고 노력하면 안 될 것도 없다.
노력하는
자만이 비뚤어진 삶의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다.
115쪽
그녀에게
하고픈 말이 있었다,
누구보다도 훌륭한 일을 하면서도 왠지 잘못 살고 있다고
느끼는 그녀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녀가 먼저 떠나버리고 나자 전할 길이 없었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함.
사랑의 고백도 아닌데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은
기분,
살면서 한 번쯤은 누구나 느낄 그런
답답함이었다.
그녀의 손을 잡고, '내가 말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녀도 사뭇 진지해졌다.
"넌 최고야! 네가 어떤 삶을 살던
말이야.
지금처럼 신중하고 긍정적으로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면,
짐바브웨에서 살든 더블린에서 살든 넌 최고가 될 테니까
걱정하지마!
스스로가 최고라는 것을 잊지
마!"
순간, 그녀의 눈물이 비치는 것을
보았다.
내가 한 이야기에 진정으로 감격하고 기뻐해주니, 나도 약간
울컥했다.
"제음스, 정말 고마워요.
이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어요. 그냥 뭐랄까······. 머릿속에 있던 실타래가 조금 풀려가는 느낌이에요."
120쪽
우리나라에도
질리언 같은 친구들이 적지 않다.
남녀를 불문하고 누가봐도 괜찮고 잘 살고 있는데, 갑자기
삶의 의미를 상실하는 이들 말이다.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 모든 것이 변했다는 사람, 친구 또는 비슷한 나이 또래의 죽음을 맞이하고 살아갈 의미가
없어졌다는 사람, 심지어 아무 이유 없이 사는 것이 자신 없고 불안하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일종의
정체성의 위기다.
누구나 이런 상황이 되면 무척 당황하게
된다.
이런 위기를
겪는 이들의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사춘기를 별 탈 없이 잘 넘겼다. 그럴듯한 반항 한
번 제대로 못 해보고 사춘기를 보낸 경우가 많다.
또 부모와의 관계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부모가 나쁘다. 양육이 잘못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부모와의 사이가 먼, 즉 부모와의 감정적 교류가 원활치 않은 유소년기를 보낸 경우가 흔하다는 뜻이다.
141쪽
나이가
드신 분들에게 부러운 것 중의 하나가 솔직함이다.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는 감정 표현은 오히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나온다.
155쪽
부모가
바라는 자식은 강한 사람이었다.
그들이 바라는 자식은, 절대 배고파서도 안 되지만, 동시에
자신들처럼 희생해서도 안되었다.
게다가 그들이 바랐지만 못 이룬 꿈, 즉 사회적 성공까지도
요구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만한 조건들을 충족시키려면 더
강해야 했다.
불굴의 의지와 도전 정신이
필요했다.
일부러 그렇게 키운 것이 아니겠지만, 부모의 경험과 요구
때문에 자식은 그렇게 커왔다.
더 강한 아이로 자라기 위해, 부모의 의사에 반하는 일은
절대할 수 없었고 약한 모습이나 게으른 행동은 용납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위로받고
싶었다.
아버지와의 감정적 거리감을 줄이고
싶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세대는 대부분 그러지 못했다.
위로받지 못한 아이들은 강하게 커가지만, 동시에 스스로에게 야박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위로받지 않아도 잘
견딘다.
감정적 고립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이해받는 것보다는 이해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래서 나와 같은 많은 중년의 남자들은 다름 사람의 실패는
위로하지만, 정ㅈ가 나의 실패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158쪽
이 길이
주는 자유로움은 이전에 상상하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일에서의 해방감과 나 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기대와 더불어,
낯선 환경이 주는 두려움과 걱정이 떠올랐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 그것도 세계 각국의 살마들을 대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어지간히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래서 자유로울 것을 예상하고 또 그대하면서도, 혹시
그렇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하짐나 막상 걸으니, 낯선 환경은 자유를 방해하기보다는 더욱 자유롭게
해주었다.
낯설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자유롭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한테서, 불안감보다는 오히려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순례가 주는 동질감이 서로를 거리낌 없이 대할 수 있게 해주는 듯하다. 더불어
이 길을 벗어나면 다시 보기 힘든 사람들이니, 오히려 숨김없이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164쪽
마음의
정리가 필요할 때 침묵의 공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심신이 많이 지쳤을
때,
혼자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그 침묵의 공간에 누군가
끼어들면 불편하다.
비록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그런데
순례길에서는 다르다. 오히려 침묵의 시간이 넘치니, 그 속에 들고나는 사람들에게 신경이 덜 쓰인다. 애초에 낯선 사람들이니 침묵을 깨고
들어오기도 힘들고, 언어가 달라 못알아듣는 척해도 무리가 없고, 걷다보면 피차 지쳐서 서로 말 걸기조차 어려워서 이기도
하다.
시간이 넉넉해서이기도 하다.
194쪽
맞다.
현명한 그녀의 말처럼 용기가 필요하다.
나쁜 남자에게서 벗어나려면, 다시는 나쁜 남자에게 넘어가지
않으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탈출을 해야
한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살마들의 말에 귀기울어야
한다.
그리고 돌아서면 절대 뒤돌아보면 안 된다. '혹시나'하는
기대를 할 필요도 없다. 삶의 반복되는 패턴은 쉽게 바뀌지 않아서 '혹시나'는 없다.
더불어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야 한다.
나쁜 남자를 놓지 못하는 이면에는 애정에 대한 욕구가
있다.
살아가는 동안 그 애정 욕구를 채워줄 사람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스스로 채우기 시작하지 않으면, 타인은 결코 그것을 채워줄
수 없다.
그러니 자기처벌은 절대 안
된다.
스스로를 먼저 사랑해야 한다.
198쪽
부모의
이혼이나 남자친구와의 관계로 그녀의 가슴에는 '버림받는 두려움'이 웅크리고 있다. 소위 유기공포를 가진 사람은 대인관계에서 불안을 느끼기
마련이다. 정말 힘들고 괴로운 상황을 잘 극복하고 있는 배경에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이 버티고 있기는 하지만, 실은 그런성격 형성의 이면에는
유기공포가 존재한다. 늘 다른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어하며, 관심을 못 받았을 때의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그녀가 이
길의 모든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놓고 보면, '관심'이 아닌,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하는 '눈치'에 가깝다.
미소 가득한 얼굴로 지나가는 사람마다 '올라!'를 외치는
그녀가 안쓰러워 보였다.
213쪽
길을
잃는다는 것은 정말 불안한 일이다.
누구에게 의지하고 싶다. 길을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다. 순례길을 한 번 경험한 사람이라면 길을 잘 알 것이다. 두번 경험한 사람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인생은 순례와
다르다. 어느 누구도 인생을 두 번 살수 없다. 인생의 선배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살아가는 동안 왑겨한 길을 꿰차고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문제는 혼자
짊어져야 하는 선택의 무게와 그로 인한 두려움이다. 용기가 필요하다.
정보를 모으고 조합하고 결론을 내리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는 의지가 필요하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재수가 없어 가던 길로 되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결국 길울 걷게 된다.
늦더라도 완주는 가능하다.
하지만
포기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
길을 잃었더라도, 힘든 삶을 살고 있더라도 포기하지는
말자.
229쪽
상실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상실은 피할 수 없는 삶의
증거다.
상실을 하면 우울해지지만 대부분 일시적이고, 그 애도의
시간 동안에 우리는 성숙해질 기회를 갖는다.
하지만 망각은 생존을 위한 진화의
산물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기억력이 얼마나 좋은지만큼, 망각을 얼마나
잘하는지도 중요하다.
만약 애도를 통해 상실의 아픔을 잊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면, 인류는 존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잊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래야 살아갈
수 있다.
239쪽
사람마다
걷는 속도가 다르다.
루스처럼 걸음이 느린 사람도 있지만, 무슨 마라톤 선수처럼
뛰어다니는 사람도 있다.
루스도, 마라톤 순례자도, 그리고 나도 순례길을 완주할 수
있다.
완주하려면 어떤 속도로 달리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페이스만 유지하면 절대 성공 못할 리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조금
앞서거나 조금 뒤처질 수 있지만, 자신의 페이스만 유지하면 결코 실패할 인생은 없다.
248쪽
이럴 때
남탓만 하는 살마은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보다 소모적인 책임 전가로 세월을 흘려보내는 경우가 잦다.
그런
사람들의 인생은 모나고 불안하다.
이유가 있다. 두려움
떄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봐야 한다. 어떤 결과든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화살표를 믿든 말든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두려워만 해서는 안 된다. 나의 선택이 틀렸따면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음의 선택을
준비해야 한다.
남 탓만 하느라 시간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253쪽
자식을
키우면서 느끼는 감정은 행복만은 아니다.
미움도 있고 분노도 있고, 떄로는 후회와 낙담도 있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자식에게서 볼 수 있는 나의 모습이 있다.
생김새일 수도 버릇일 수도 말투나 사고방식일 수도
있다.
그런 순간에 느끼는 감정은 즐거움이나 놀라움 이상의 어떤
것이다.
순례 이전에는 그 감정의 정체를 몰랐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그 감정은 생존의 기쁨이다.
282쪽
미련을
넣고 다니는 것처럼 피곤한 인생은 없다.
무거운 짐에 몸이 피곤하듯이, 김정과 생각의 미련은 마음을
짓누른다.
이미 끝난 일에 마음 상하고, 이미 저지른 작인 실수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과거의 실수를 오늘 돼시김질하느라고 가슴이 먹먹하다.
'그떄
그랬다면'은 단지 그떄의 일일 뿐이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미련은 오늘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동시에 미련만 버린다면 쉽게 해결될 일이기도 하다. 미련은 빨리 잊을수록 약이다.
291쪽
살다보면
누구나 멈추어야 할 때가 있다.
늘 성장과 발전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런데 쉬지를 못한다.
왜? 두렵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인간에게 두 가지 방향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하나는 겁쟁이가 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을
피하려고 애를 쓰고, 직면하게 되면 도망만 친다. 또다른 하는 모험가가 되는 것이다.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오히려 두려운 상황을 즐긴다.
전자의 인생은 소심하고, 후자의 인생은 위험천만하다.
나이가 들면서 더욱 확신하는 것. '인생은 균형'이다.
314쪽
남편이
박박우겨서 혼자 들고 간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행동은 의식을 지배한다는 사실이다.
자꾸
배려받다보면, 스스로 약자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런 사고방식에 젖으면 배려받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생긴다.
자기 짐을 다른 사람이 드는 대신 드는 것이 별거 아닌
일처럼 보이지만, 알게 모르게 스스로를 의존적으로 만들 수 있다.
처음이는 짐으로부터 시작해서, 차츰 중요한 결정까지
남편에게 다 의존하게 되면 독립적인 여성으로서의 존재와 역할이 부지불식간에 사라지게 된다. 남편이 내 짐을 들어준다고 하는 순간,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잘 헤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