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대화의 힘 - 상처받은 아이의 닫힌 마음을 열고 자존감을 높이는
한영진 지음 / 에듀니티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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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말이 아이에게 상처주고 있지 않습니까?"

표지에 한 문장이 마음을 두둥 내려앉게 만들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아이의 생각과 말, 행동을 통제하고 있었다. 어쩌면 내 욕심으로, 내가 가진 틀 안에 아이를 맞추려고 강압적인 부모로 자리잡았던 것은 아닐까.

저자 한영진은 40여년 교육 경력 중에서 12년을 학교상담실을 운영했다고 한다.
그 시간동안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만나고,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 그 부모님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담고 있다.

교육청에서 동영상 수업을 들을 기회를 주었다. 수업 기간동안 아이마음과 부모마음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마음을 울리는 강의였다. 하지만 어떻게 실천할까 고민이었다. 사람마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나는 동영상보다는 문자로 정보를 더 잘 받아들이는 편이다. 이 책을 보고 나니 그 수업들이 내면화되고 있었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엄마로서 이 책은 정말 와닿았다.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알 수 있었고
아이-선생님-부모 세 시각에서 모두 이야기하고 있어서 현실적이었다.
대부분의 육아서들은 엄마의 역할을 강조한다. 물론 엄마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가 초등학생 이상이라면 학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아이가 전학 후 적응 기간을 얼마나 혹독하게 보냈던가.
우리 학교에 이렇게 포용력있는 상담선생님이 계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엄마도 미숙했고, 그때 학교 상황도 맞지 않았더랬다.

38쪽
결혼생활 40년 정도 되니 노하우와 여유가 생겼다.
가족들이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아도 '그럴 수도 있겠지.','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하며 소소한 일에 관여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모든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관계설정이라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가족 간에 일어나는 문제들의 대부분이 경계문제로 일어난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척간에 넘지 ㅁ라아야 할 경계를 넘나들면서 간섭하고 참견하는 일 때문에 트러블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가?
부부사이, 부모 자녀사이, 형제 사이, 특히 결혼한 형제 사이에 경계 설정이 잘못되면 문제가 복잡해지기 쉽다.
경계가 경직되어도 문제지만 경계가 너무 없어서 아무나 쉽게 드나드는 것은 더 문제다.

57쪽
부모는 자녀들에게 화를 내면서, 아이에게는 화를 내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이미 아이들은 부모가 어떤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눈으로 지켜봤다. 불법 주차단속 카메라만 무서운 것이 아니다. 자녀들의 눈이 바로 살아있는 카메라다.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을 그대로 뇌 사진첩에 기록한다.
자녀를 부모의 분신이나 소유대상으로 인식하고 부모의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화를 낼 때 아이가 조용히 있으면 부모는 착각한다. 괜찮다고.
부모의 말을 잘 받아들이고 있는것이라고.
그러나 아이가 부모의 화를 묵묵히 받고 있는 것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부모의 화 속에서 아이는 편치 않음을 넘어서 불안하다.
아이가 조용히 있는 것은 속으로 분노를 삭이고 잇는 것이다.
훗날 아이가 쌓인 화를 분출하기 시작할 때 어떻게 감당하려 하는가?


 

 

 


책을 읽는 것이 습관이 된 가정환경(1)에서 자란 아이는 책을 읽는 것이 자연스런 행동이다.(2). 그런 행동이 습관이 되면서 독서를 통해 터득한 지식이 그 아이의 힘이 되고 아이는 여러가지 능력(3)을 갖게 된다. 책 속에서 얻은 간접적인 경험과 깨달음은 그의 신념이나 가치관 형성에 도움이 되고(4) 그가 세상을 향해 꿈꾸는 비전(5)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그는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행복을 찾게 되는 삶을 살게 된다(6)


이해를 돕기 위해 다소 극단적인 예를 들긴 했지만 이는 아이들의 행동이 시작되는 출발점이 환경, 특히 가정환경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활동지

A4용지를 세로로 놓고 이름 쓸칸만 위쪽에 남긴 후 대각선으로 선을 긋도록 한다.
그리고 가운데에 지름 4-5cm 정도의 원ㅇ르 그린다.
원 안에는 쓸려고 하는 날짜를 적는다.
위칸엔 '어떤 교통편으로 어딜 갔었는지,
몇 시간 걸렸는지, 어느 도시를 거쳐 갔는지를'적는다.
왼쪽 칸에 거기 가서 만난 사람들을 모두 적는다.
오른쪽 칸엔 그중에서 본받고 싶은 사람들(역할모델)과 그 이유를 적는다. 아래 칸엔 다녀온 소감을 간단히 적는다.


87쪽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맺는 것은 중요하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좋은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적관계망을 넓혀가는 것은 자녀 양육과정에서 부모가 해야 할 필수적인 ㅇ리이다.
삶의 경험이 확장되고 원만한 성격 형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것은 아이의 대인관계 능력이나 감정 조절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친척들과의 왕래 역시 아이의 교육에 중요한 역할임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123쪽
그래서 난 기회가 생기는 대로 부모들에게 당부한다. '착하다, 모범적이다.'는 말로 자녀를 구속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도덕적인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큰 한계만 정해주고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마음껏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심신이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다. 부모나 교사는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다. 부모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 이후로 계속 공부를 하게 되었던 계기는 이렇게 우리 가족도 생활 스트레스에서 멀리 떨어져있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25쪽

일이 벌어진 다음에,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였는데,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는데.'
이런 말로 부모 스스로를 정당화시켜서는 안 된다.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을 배우지 ㅇ낳으면 부모나 교사는 '유력한 용의자'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아이에게 못마땅한 행동이 보일 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대로 끌어오려고 하지 말자.
그런 행동을 하게 된 원인이 부모나 교사에게 있지는 않았을까 생각해보자.
잊지 말자, 아이들 문제에 있어서
부모나 교사는 언제나 '유력한 용의자'라는 것을.

135쪽
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해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그런 상태에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수차례 받다 보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
첫째 부정적 자아 개념이 형성된다.

둘째 꾸중하는 사람과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

셋째 이중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넷째 변명하는 기술이 발달한다.

139쪽
아이가 잘못을 저지를 때,
보통 무슨 말부터 하는가 돌아보면 이해하기 쉽다.
대부분의 사람은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먼저 지적한다. 그런데 스위치 대화는 잘못된 행동을 나중에 지적하는 것이다.

스위치 대화를 하려면 그 행동의 이면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그 이면에는 반드시 아이의 욕구가 숨어있기 마련이다. 그 욕구를 먼저 인정하는 게 스위치 대화의 포인트다.

그렇게 하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는 기분이 들어 반감이 줄어든다.

146쪽
화가 날 일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든 사람들이 화가 나는 상황에 직면한다. 다만 그때마다 화를 어떻게 다스리는가가 중요하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화를 다스리는 능력은 곧 신뢰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갑자기 화를 내 주위를 긴장시키는 사람은 신뢰를 잃기 쉽다. 자신조차 다스릴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인식 때문에 주변에서 무시까지 당하게 된다. 결국 자신의 화가 자신을 외롭게 만든다.

190쪽
가족이 변하려면 부모가 먼저 변해야 했다. 부모가 먼저 나의 말이 아이에게 어떻게 상처를 주는지 알아야 했고, 잘못 형성된 대화습관이 소모적이고 비극적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했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기 땜누이다. 부모가 문제를 공감하고 변화를 주도할 때 비로소 아이들이 바뀔 수 있다.

199쪽
대화가 잘 되는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것은 바로 말하는 순서를 스위치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어른들이 보기에 아이들의 문제 되는 행동은 거의 욕구 표출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를 마음껏 표출했을 뿐인데 어른들이 제재하고 통제하니까 반항하는 것이다.
아이의 반항을 다시 한 번 강한 힘으로 누르려고 하는 어른들은 실수를 연발하는 꼴이다.

아이들의 자제력은 아직 훈련되지 않았고 안정감이 없어서 좌충우돌하는데 어른들은 너무. 수준 높은 것을 요구할 때가 많다.

206쪽
습관을 바꾸려면 먼저 원리를 적용할 상황을 만나야 되고, 두번째 그 상황을 만낫을 때 기존의 습관을 내려놓아야 한다.
기존의 습관은 너무 쉽게 툭 튀어나올 수 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3초 스탑이 필요하다. 어색하지만 새로운 습관을 연습해야 한다.


209쪽
아이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들면 자칫 큰소리로 명령하기 쉽다.
기대하는 행동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더 화가 나고 거칠어진다. 그것이 상대방과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데도 말이다. 소리치며 화내는 것은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비록 말을 배우기 전의 어린 아이일지라도 자신을 귀하게 대하는지 무시하며 대하는지 민감하게 알아차린다.
자아가 형성되어 자기만의 생각과 의견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억압하며 대하는 것은 비인간적인 지도 방법이다.

217쪽
써니스타일로 말하게 되면 아이들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갖는다.
누가 자기를 존중해주는 것을 느끼면 행동을 더 조심스럽게 하게 된다. 자기를 귀하게 여겨주는 사람에게 귀한 대접을 하고 싶은 법이다.

231쪽
사람은 인정받아야 클 수 있다.
무시 당하면 자기를 포기하고 잘못된 길로 빠지거나 보복할 기회를 엿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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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이 가장 궁금한 과학 - 그림으로 이해하는 그림으로 이해하는 가장 궁금한 과학
이리사와 노리유키 외 지음, 다카이요시카즈 외 그림, 정은지 옮김, 미마 노유리 감수 / 예림당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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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이제 조금씩 과학에 관심을 가진다. 질문도 많다.
"엄마, 이건 왜 이런거야?"
사실 나도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매번 이렇게 대답한다.
"네이버에서 찾아볼까?"
한동안은 노트북 켜서 네이버 찾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요즘은 예전처럼 집에서 백과사전을 구비해 놓지도 않는다.
이렇게 그림으로 알려주는 책을 만나니 반갑다.

 

 

-딸기 씨에서도 싹이 날까?
(은꽃도 이 질문을 한적이 있다.
그 때 나는 막연하게 대답했는데 이렇게 책에서 만나니 내가 말한 것과 반대였다.)
-젤리는 왜 탱글탱글할까?
-새는 귀가 어디있을까?

이렇게 눈에 보이는 질문에서부터
주부도 궁금한 질문들.

-곰팡이는 왜 생길까?
-이불을 말리면 왜 폭신폭신할까? 등

 

 

소설은 한꺼번에 휘리릭 읽어야 내용이 쏙쏙 들어온다.

 

 

이 책은 하나하나 쏙쏙 뽑아보는 재미가 있다.

 

 

우리집 큰아이는 사탕까먹듯이 하나씩 까먹고 있는 책

<그림으로 이해하는 2학년이 가장 궁금한 과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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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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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단숨에 읽을 수 없는 책,
꼭꼭 씹어 먹어야 소화가 잘 되듯,
차근차근 읽어야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한 장 한 장 넘기는 속도가 느리다.

강독회 내용을 책으로 만든 만큼 구어체로 진행된다. 그래서 눈으로 읽어도 부드럽다. 보들한 두부처럼. 그래도 후루룩 마실 수 있는 국은 아니다.

'내가 본 책은 이래. 너도 이렇게 한번 볼래?'
이 책을 보며 느낀 것이다.

막연히 어렵게만 느껴졌던 작품들, 읽지 않았지만 읽고 싶지만 거리감 있었던 작품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읽어보라고 권한다.
책은  자신이 해석하기 나름아닌가.

마지막 장 파우스트 이야기 시작하기 전에 "이옥봉"시인의 이야기도 그렇다. 어려워 보이는 한시 네줄을 이렇게 바꾸어 놓는다.

온다며
꽃 지잖아
새는 우는데
화장은 왜 한대?

315쪽
자는 모든 사람에게 각자의 [파우스트]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박웅현의 [파우스트]를 들으시고, 저마다의 [파우스트]가 생겨나길 바랍니다. 이 강독은 샘플일 뿐이죠.
 제 독법을 소개하는 것입니다. 그걸 염두에 두셨으면 합니다.

57쪽
짧은 길을 긴 시간을 들여 여행한 사람은 경험상 행복한 사람입니다.

84쪽
그런데 이 욕망은 사유의 창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어요. 사유라는 게 사실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스마투폰을 끄고, 접속을 멈추고 그저 가만히 있는 겁니다. 이런 노풋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여기저기서 너 노풋하면 지는 거야, 뒤처지는 거야 하면서 아우성이죠.
 법정스님께서 말씀하셨으어요. 지식은 밖에서 들어오지만 지혜는 안에서 우러나온다고요.
사유하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내 안에서 자생적으로 우러나오는 것들을 못 건져냅니다.
 그냥 잠깐이라도 가만히 앉아 있어 보세요.
복잡한 생각들이 한결 정리가 돼요.
사유하는 거죠.
사유는 그래서 중요합니다.

85쪽
 행복에 대해 연구하고 강의하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의 최인철 교수는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을 '행복의 4F'로 정리했습니다. 4F는 가족Family과 친구Friend, 성취감을 주는 활동Fulfilling activities, 그리고 우리 마음의 자세 혹은 관점이라고 할 수 있는 프레임Frame입니다.
 이중 앞의 두 가지, 가족과 친구를 생각해보세요.
 지금 우리에게 가족이나 친구가 중요한가요?
대학을 가기 위한 입시공부 때문에 가족여행도 미뤄야 하는 게 현실이잖아요.
내 스펙 관리를 위해서 친구와의 우정 따위는 뒤로 미루게 되잖아요.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헬조선'이 된 거죠.
지금의 대한민국이 '헬조선'이 된 여러 요인들 중 구조적인 이유도 엄청납니다. 고쳐야 하죠.
 그런데 구조적인 부분만 고쳐서는 개인의 불행이 해결되지는 않을 겁니다. 태도를 바꾸는 것도 매우 중요하죠.

목표가 곧 인생의 목적이고 꿈이라고 착각하는 세상

수행은 늘 깨어 있는 삶을 사는 일이다.
깨어 있다는 것은 늘 자신을 성찰하고 생각을 높이며 끊임없이 성숙시키는 것이다.
성찰은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살피는 것이다.
사색은 사물과 일에서 참되고 깊은 의미를 찾는 일이다.

88쪽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것들을 온전히 '느끼며'사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크고 비싼 집과 재물을 갖고 있고,
권력과 명예를 갖고 살아간다 해도 가치 있는 의미있는 느낌을 누리지 못한다면 그 살마은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 아니다.


104쪽
식사를 준비하고 집을 청소하고 빨래를 하는
일상적 노동을 무시하고서는
훌륭한 삶을 사 수 없다.

108쪽
육체노동이 정신적인 삶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은 정반대이다.
육체노동을 할 때만이
지적이고 영적인 삶이 가능하다.

109쪽
우리가 원하는 행복은 이미
모두 주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145쪽
왜 대학에 가고 싶지?
왜 돈을 벌고 싶지?
왜 결혼을 하지?
왜 아이를 낳고 싶지?
이런 질문 없이 무조건 대학에 가고, 돈을 벌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습니다.
안 물어봐요.
아니, 묻긴 묻죠. 자기 자신이 아닌 부모님, 선생님, 주변의 성공한 사람들에게 묻죠. 내가 왜 공부를 하는 건지 스스로에게는 묻지 않습니다.

182쪽
일반적인 여행서는 대상에 대한 객관을 담습니다. 기차표가 얼마이고, 맛집이 어디에 있고 하는 식의 객관적인 사실들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카잔차키스의 기행문은 '대상에 대한 저자의 사색'이 주제가 됩니다. 이 사람 외에는 건져 올릴 수 없는 것들이죠.
오늘 소개해드릴 기행문들을 읽을 때에는 그것을 발견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카잔차키스의 기행문은 '어떻게 삶을 대할 것인가?'라는 한 가지 방향으로 흐릅니다. 그는 온몸이 촉수인 사람으로 살고 싶었습니다.
순간순간 예민하고 싶어 했죠.
그 순간에 온전하고 싶었던 겁니다.

188쪽
보고 듣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서둘러서는 안 된다.
서두르면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 것도 듣지 못할 것이다.

210쪽
순간이 온전하기 위해서는
그 순간이 완벽해야 한다.
부족함이 없어야 하고 바라는 게 없어야 한다.
모든 희망의 극복이 필요하다.

267쪽
반가운 월요일
너무 긴 휴가.
먹기 싫은 술
하기 쉬운 다이어트
말 잘 듣는 고양이
안 무서운 아내
빈틈없는 남편
만만한 인생.

제가 생각하는,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이번 강독을 준비하며 한 줄을 추가했죠.

그 후로 오랫동안 행복하게.

이런 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나 가능한 일이죠.
그 이야기들은 한 사람의 삶을 하나의 창으로만 보니까요.
그래서 실제의 삶보다 훨씬 근사해보이도록 만듭니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집에는 창이 여러 개 달려 있습니다.
어떤 창으로는 꺠끗하게 정돈된 거실이 보이지만, 또 어떤 창으로는 지저분하고 정리 안된 방도 보이죠.
우리의 삶은 드라마 같지 않아요.
서두가 길었는데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현실의 우리처럼 여러 가지 창을 가지고 삽니다. 하나의 창으로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주지 않아요. 그래서 더 매력 있습니다

279쪽
어는 라 밤 사람은 사랑 없이도 행복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랑과 싸우면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비밀을 깨닫고 그녀는 경악하며 산책길에서 되돌아왔다.

334쪽
진심으로 느끼질 못한다면, 사람들을 사로잡진 못하리라.

똑같은 시간이 주어진다면,

여러 권 책을 한 번만 읽고 넘기는 것보다

한 권 책을 깊게 꼭꼭 씹어 여러번 읽는 것이 어떠냐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일요일이면 EBS라디오를 듣는다.
지난해 방송했던 <비숍살인사건>.
분명 들었었는데 또 새롭다.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다.
어떨 땐, 내가 읽었던 책인 줄 모르고 다시 읽게되는 수도.

자신만의 독서법을 가져보라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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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여행 - 때론 투박하고 때론 섬세한 아홉 남자의 여행 이야기
정영호 외 지음 / 세나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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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잠을 설쳤다.
둘째는 뒤척이긴 했지만, 밤새 곤히 잤다.

새벽 3~4시면 깬다. 이건 필히 내 삶에 뭔가 부족한 것이 있다는 것이다.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무언가.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눈물이 왈칵 날뻔했다.
오늘 아침 출근한 남편의 뒷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첫 장이 축구이야기다.
남편은 호주에 축구지도자 자격증을 따러 갈 계획이었다. 그러다 덜컥 우리 전직장 시험에 붙어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축구는 그의 꿈이었다. 지금도 매주 일요일마다 조기축구회에서 코치로 활동하며 그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가슴 속에 간직한 그 꿈을 이어가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초등학생, 어린이집 다니는 딸, 그리고 전업주부 아내. 그는 쉴 수 없다. 떠날 수 없다.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흐르네.
자유로운 영혼이 묶여있을 걸 생각하니.

남편은 자신의 꿈을 접고 우리 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나머지는 덤이다.
그래도 항상 잊고 더 많은 것을 바라게 된다...

 

 

 

 


그대의 존재가 적으면 적을수록,
그대의 삶을 덜 표출할수록,
그만큼 더 많이 소유하게 되고,
그만큼 그대의 소외된 삶은 더 커진다.
_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중에서

35쪽
사람이 절박해야 창의력도 메마르지 않고 뭐든지 하게 된다고 했던가.

46쪽
6,000킬로미터든, 1,500킬로미터든 기록과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 세상에 많고 각자 자기 몫의 여행을 하면 된다. 중요한 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진정 원하는, 실패도 두렵지 않은 '나만의
인생'이라는 여행을 떠날 수 있느냐는 것이다.

97쪽
도대체 약속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길래 낯선여행지에서 그렇게 혼자 미련을 부려가며 20분 넘게 코에 점이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하냔 말이다. 결국 약속에 대한 일종의 강박이 있는 내가 문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 자식도 안쓰러웠다. 아마 자신의 많은 약속이 지켜지지 못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약속을 아무 것도 아닌 감정의 배설로 취급한다면 우리 삶은 너무 건조하다.

113쪽
지나간 추억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하지만 어쩌면 추억은 현재 진행형으로도 존재하지 않을까? 바로 지금, 이 순간에.

130쪽
"내 말은 조물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는 거야. 나는 계획을 세우지 않아. 사실 그게 나의 가장 큰 내 삶의 가치관이기도 해. 대신에 나는 그때그때 제일 나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고 현재에 더욱 집중하려고 하지. 우리에겐 사실 미래도 과거도 없으니까. 오로지 현재만 있을 뿐이지. 나는 올지 안 올지 모르는 미래에 현재의 나를 구속하고 싶지 않아.
나는 한 치 앞을 못 보는 인간들이 계획을 세우기 위해 그리고 그 계획을 지키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고 생각해.
마치 한낱 개미 같은 존재가 자기의 앞날을 계획하고 있는 거지. 그게 계획대로 될 리가 없잖아. 당연히."

134쪽
음, 그래.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알겠어. 그런데 말이야. 이부분은 너 말고도 내가 아는 몇몇 한국인들에게서도 느끼는 건데.
너희 한국인들은 좀 더 자부심을 가져도 돼.
나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너희만큼 착실하고 똑똑하고 예의 바르고 부지런하고 강한 사람들을 못 봤어.
그런데 한국인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서양사람들보다 수준이 아래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 항상 어딘가 위축되어 있고.....

실수라도 하면 갑자기 유령이라도 튀어나와 자기들을 때를 것처럼.




....

한국의 사회 분위기가 어떤지는 잘 몰라도 이것만은 알아주었으면 해. 너희 개개인들은 정말 완벽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말이야.
그저 사회적 문제의 원인을 자기 자신들 속에 있다고 자꾸 내면화하지 마, 아니니까."


 

 

 

 


마치 단편영화 모음 같은 여행책.

장면 전환이 마치 영화같았다. 각각의 여행기가 마치 내가 본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미국 자전거 여행기, 인도 오토바이대여, 인도에서 축구, 이탈리아 도보 여행기뿐 아니라 도소면을 눈 앞에 두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과거 연인을 추억하는 모습까지.

남자들의 여행이 거칠거라는 상상은 고정관념이었다.

한사람의 여행기를 한 권 주욱 읽는다면 러닝타임이 긴 영화를 한 편 본 기분이다.
이 책은 지루할 틈이 없다. 각각 개성이 다른 작가님들의 여행기가 생기발랄하게 이어진다.

하루 동안 여러 곳을 여행다닌 듯한 착각이 들정도이다.

요즘처럼 축축한 장마기에
마음을 상큼하게 해줄
책.

눈물로 시작했지만 마무리는 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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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플레
애슬리 페커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익숙한 것들과 이별.

타이밍이 적절한 때에 딱 맞는 소설책을 만나는 즐거움이란.

요즘 금토 저녁에는 딸아이와 <디어 마이 프렌즈>를 시청한다. 

 

 

 

 

 

 

 

 

 

 


 첫회보다 3회가 아니 그 이후가 더 와닿는 드라마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이 딱맞다.

이 드라마에 대한 내 감정은 지난주에 절정에 이르렀다. 마침 읽게 된 <수플레>.

 전혀 다른 드라마와 책이 내 마음 속에서는 감정적으로 이어지는 느낌이다.

 수플레 세 주인공들도 <디어마이프렌드>처럼 인생의 쓴 맛과 단 맛을 아는 이들이다. 세 도시, 세 사람의 인생이 나온다.

#1. 뉴욕에 사는 릴리아.
필리핀계 미녀화가였다. 고모할머니의 뒤를 이을 뻔했으나 꿈을 가지고 미국으로 온다. 하지만 그녀는 결혼 후, 다른 이들의 뜻에 따라 삶을 이어간다. 남편과 돈독한 사랑을 가꾸는데 실패했고, 입양한 두 아이는 그녀와 거리를 둔다. 그녀가 자기 자신을 찾는 공간은 부엌뿐이었다.

#2. 파리에 사는 마크.
모든 삶이 아내, 클라라를 중심으로 돌아갔었다. 그녀가 갑자기 죽기 전까지. 그는 큰 상실감을 맛본다.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이 없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녀가 주로 머무르던 부엌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3. 이스탄불에 사는 페르다.
 어릴 적부터 그녀의 어머니는 심신쇠약으로 힘들어했다. 엄마이기 보다는 딸의 보호아래 사는 걸 택했던 그녀는 심지어 성격까지 고약하다.
 결혼 한 이후, 엄마와 떨어져 살았어도 언젠가는 어머니를 모셔야 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결국 엉덩이를 크게 다친 엄마를 모시게 살게 된다. 그녀의 일상은 무너진다. 그녀가 힘을 얻는 건 부엌에서 가족을 위한 요리를 하는 것이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인생을 크게 상심한 순간에 서점에서 <수플레>라는 책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수플레의 특징은 보통의 재료로 간단해보이는 조리법을 거리치지만 성공하기는 참 힘들다는 것.

세 사람은 수플레에서 인생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낀다.


책의 뒷표지에 나오는 한 줄이 이 세사람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외면당한 여자, 사랑을 잃은 남자. 삶에 지친 여자.

평소 소설책보다 실용서를 더 좋아했다. 밑줄도 실용서에 더 많이 긋는 편이고. 이 책은 나에게는 삶에 대한 실용서와 비슷했다. 와닿는 문장이 얼마나 많은지.

내가 이십대라도 그랬을까.

아마 <디어마이프렌드>도 나이대마다 와닿는 장면이 모두 다 다르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페르다가 정신이 돌아온 엄마와 손을 마주 잡고 울면서 이야기하는 장면은 디어마이프렌드에서 바닷가에서 엄마를 보내드리는 장면과 맞닿아있었다.

나도 엄마의 딸이고, 내 딸의 엄마이기에

언젠가는 나도 마주할 장면이기에

더 울컥했을지도 모른다.



아직 수플레를 만나지 못해서
그 음식이 진심으로 먹고 싶어졌고,
가능하다면 나도 내 부엌에서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이 책을 보고 난 후.





122쪽
마침내 오늘 이 토요일 아침에 그는 모든 걸 떠내보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밖에 나가지 않았고 꿈 때문에 생기는 고통에도 개의치 않았다. 그저 이불 속에서 한없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오늘이야말로 바로 그의 세계를 바꿀 날이었다. 용감해져야 했다.

먼저 자기자신과 싸워야 했고, 그다음엔 이 도시와, 나아가 그의 모든 기억과 싸워야 했다.

그는 침대에서 나오기도 전에 오늘이 지나가면 만신창이가 될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더 이상 인생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132쪽
'음식'은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다. 지구의 중심은 거대한 쇠공이 아니라 모든 집의 부엌이다.

140쪽
걷는 것도 피곤하고, 사람들에 시달리고 자신의 감정에 지칠대로 지친 그녀는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시켰다. 다른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은 앞에 쌓아놓은 잡지들과 책들에 고개를 파묻고 다른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잊은 것처럼 보였다. 반면 릴리아는 그들 모두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아주 오랜만에 마셔보는 근사한 커피를 한껏 음미했다. 3년 전에 집에 있는 커피메이커 유리병이 깨지는 바람에 그때부터 냄비에 커피를 끓여 마셨고 그 이후 제대로 된 뜨거운 커피는 마시지 못했다.


141쪽
카페에 가는 이유
주문을 하느라 갖은 고생을 한 후에 그녀는 아주 자랑스럽게 그 컵을 들고 한모금 한모금이 돈 값을 한다고 느끼면서 커피를 음미하며 마셨다. 그 덕분에 그분이 나아졌고 이 도시의 일원이 된 것 같았다.


도서관에 가는 이유
릴리아는 요리책들로 가득 찬 다섯 개의 책꽂이 앞에 서서 꿈을 꾸듯이 그 책들을 바라봤다. 특별히 찾는 책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중 하나가 자신의 관심을 끌고, 읽고 싶게 만들어서 인생을 바꿔주길 빌었다. 맨 위 칸에 있는 책이 바로 그런 책이었고 그 책이 바로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는 발끝을 세워 최대한 몸을 높이고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여서 그 책의 제목을 읽었다. 오늘처럼 힘든 날에 그녀가 미소를 지으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그러나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144쪽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그는 자신의 새로운 뮤즈인 부엌이 누군가의 삶을 지배할 수 있다는 걸 조금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이 뮤즈는 그의 한 주를 하루하루의 단위로 나눌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리고 그의 뒤에 서서 아주 오래된 좋은 친구처럼 다시 살아가도록 등을 밀어주었다. 게다가 마크가 자기 연민에 빠지게 놔두지도 않았다. 부엌에서는 멈춰서 생각하고 울 시간이 없었다. 때가 되면 사람들은 항상 그 뮤즈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들은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녀의 가슴에 기대고, 그녀가 주는 물로 세수를 한다. 그렇게 그녀는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녀는 강인하게 기다리면서 아이들이 집에 왔을 때 빵을 줘야 한다. 부엌은 엄마의 가슴이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이며, 우주의 중심이다.

149쪽
페르다는 아주 어린 나이에 유년기와 작별하고 철이 들어야했다. 그녀는 힘들었을 때 누군가의 품에 안겨 울어본 적이 없었다. 감기로 아플 떄도 혼자 코를 풀었고 넘어져서 무릎을 다쳤을 때도 혼자 상처를 치료했다. 그녀는 엄마의 자식이 아니라 항상 엄마를 보살펴주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엄마가 되기 아주 오래전부터 엄마가 되는 법을 익혔다.


151쪽
페르다 역시 자신의 감정을 너무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그녀는 몽유병자처럼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마지못해서 살아가고 있었다. 모든 게 산산조각 날까 봐 두려워서 자신의 심장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그녀에게 가장 필요하지 않은 건 자신의 감정을 분석하는 것이다. 한 번씩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건 감당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을 해야 한다는 건 지금까지 살아온 전 생애를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니까.


152쪽
페르다는 책들 주위에 있으면 박물관에 있을 때처럼 항상 뭔가 불편했다. 예술과 관련된 모든 것은 그녀에게 즐거움만 준게 아니라 고통도 줬다. 그런 예술작품을 보면 자신이 삶을 송두리째 내던지고 창의성을 포기한 것 같은 패배감이 들곤했다.

그녀는 태어나서 단 한번도 뭐너가 해볼 기회가 없었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이 꽁허한 삶을 살아왔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에 실망한 그녀는 요리책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어딘가에서 이런 말을 읽은 적이 있었다.

"우리가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우리의 진정한 기대와 희망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겠는가?"

페르다는 이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삶에서 진정으로 기대하는 게 뭔지 알아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자신의 실패와 직면해봤자 가슴만 찢어질 뿐이었다.

186쪽
"항상 침착해 보이는 사람의 마음속에선 화가 차오르고 있는 법이다."

284쪽
릴리아는 이제야 지금까지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게 됐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남의 뜻에 따라 인생을 살아왔다. 그건 남탓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한 모든 결정은 그녀가 내린 결정이었지 다른 사람이 내린 게 아니었다.
사실 그녀는 아니와 결혼하기 전에 친구들이 했던 경고를 무시했고,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만 믿었다.
그리고 덩과 장을 입양하기 전에 형제자매들이 했던 말도 듣지 않았따.
문득 맨해튼에서 친구와 치하철을 타고 가며 했떤 대화가 희미하게 기억이 났다.
 릴리아는 그때 하던 일을 그만두고 곧 입양할 아이들에게 전적으로 헌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친구가 말했다.
 "그 결정을 나중에 후회하지 않았으면 해, 릴리아.
여자는 자기돈은 자기가 벌어야 해."


290쪽
마크는 인생에 대한 사랑을 새롭게 발견했다. 그는 아내가 죽기 전에도 항상 아주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생전 처음으로 인생과 정면으로 대결하면서 마침내 그동안 자신이 놓치고 살아온 게 얼마나 많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더 행복해졌는지 깨달았다. 요리가 그의 열정이 되었다.

356쪽
"페르다, 모든 게 다 미안하구나. 내가 저지른 모든 일이 다 미안해.
부디 용서해다오, 얘야. 정신이 흐릿해지면 나도 더 이상 내가 누군지 모른단다. 내가 뭐라고 하니? 대체 뭐라고 하던? 난이제 그것도 모르겠다. 내가 네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제발 용서해주렴."
그 순간 페르다의 마음속에 있던 응어리가 마침내 풀렸다. 몇 달동안 쌓여 있던 모든 감정이 쏟어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울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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