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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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랑 소설에서 《지구에서 한아뿐》과 《덧니가 보고 싶어》에서 무엇이 먼저 나왔을까. 《지구에서 한아뿐》이 먼저 다시 나와서 그게 먼저 쓴 건가 했는데, 작가 말을 보니 이게(《덧니가 보고 싶어》) 먼저 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여기에는 재화와 용기 이야기뿐 아니라 재화가 쓴 소설도 나와. 그걸 보면서는 책속 이야기를 먼저 쓰고 다른 걸 썼을지 반대였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 정세랑 소설은 《이만큼, 가까이》로 처음 만났어. 그건 고등학생 시절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세상을 떠난 이야기였는데. 다음에 만난 《재인, 재욱, 재훈》은 SF 같은 느낌이 들었어. 《보건교사 안은영》은 판타지. 《피프티 피플》은 우리 둘레에 있을 것 같은 사람 이야기로 거의 이어져 있었어. 《옥상에서 만나요》에는 현실 환상이 골고루 섞였어. 정세랑 소설 많이 만났지. 《지구에서 한아뿐》도 만났군. 이 소설은 제목에서 느낌이 오지.

 

 재화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소설을 써. 소설을 쓰게 된 건 용기와 헤어지고 나서고 소설에서 용기를 죽게 해.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면 그런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도 할까. 그러고 보니 윤이형 소설에 나온 소설가도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진 다음에 소설을 썼군. 그것도 소설에 나온 이야기지만. 재화가 여기저기에 발표한 소설을 책으로 묶기로 해서 재화는 소설을 고치려 해. 고친 부분이 있을지. 재화가 소설을 한편 읽을 때마다 용기 몸에는 글이 새겨져. 그건 누군가 죽는 모습이 담긴 글이었어. 누군가라 했지만 거의 용기인가 봐. 재화는 자신이 소설을 볼 때마다 용기 몸에 글이 새겨진다는 건 꿈에도 몰랐어. 용기도 처음에는 그게 대체 뭔가 해. 여러 병원에 가도 이렇다 할 대답은 듣지 못해. 그건 병이 아니니 그럴 수밖에. 재화와 용기가 헤어졌지만 아직 이어졌다는 거 아니겠어.

 

 용기와 재화는 좀 달라. 서로 비슷하고 마음이 딱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서로 달라서 끌리는 사람도 있겠지. 용기는 분명한 걸 좋아하지만 재화는 그렇지 않았어. 가까이 있어도 어딘가 먼 곳에 있는 듯했어. 재화가 쓴 이야기는 그저 이야기면서 용기와 자신을 나타내는 듯도 해. 그런 걸 그렇게 여러 편이나 쓰다니. 왜 용기하고 헤어졌을까. 재화가 용기 마음을 아주 모르지 않은 것 같기는 한데. 재화는 말로 하기 어려웠겠지. 가볍게 말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 서로 다르다는 걸 알고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을 텐데, 그게 잘 안 될 때 있지 않을까 싶어.

 

 여기에서 덧니는 재화한테 난 거야. 그거 때문에 재화는 죽을 뻔해. 용기한테는 몸 여기저기에 글이 나타나고, 재화한테도 이상한 일이 일어난 건가 했는데. 그건 사람이 일으킨 일이었어. 재화가 위험할 때 용기가 나타나 돕지만 용기는 크게 다쳐. 뒷부분은 스릴러가 되다니. 재화가 쓴 이야기는 판타지와 SF야. 그건 정세랑이 쓰는 것과 같지. 재화와 정세랑이 비슷하다 생각해도 될까. 다른 이야기는 상상이라 하고. 헤어졌던 용기와 재화가 다시 만났어.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된 건 재화가 쓴 소설 때문이기도 하군. 용기는 자신보다 많이 어린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용기 몸에 나타난 글 때문에 헤어졌어. 용기한테 재화가 쓴 소설을 알려준 건 여자친구였어.

 

 여러 가지 나온 다른 이야기도 나름대로 괜찮아. 재화는 이제 용기를 죽이는 소설 쓰지 않기로 해. 그런데 편집장이 그게 더 낫다고 말해. 그런 말 들어도 재화 마음은 바뀌지 않겠지. 용기를 다시 만나고 자기 목숨도 구해줬으니. 이야기에서 누군가를 죽게 하는 것보다 살게 하는 게 더 낫겠지(이 책을 보고는 이런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누군가 죽는 이야기 쓰고 싶어. 하지만 왜 죽는지 말하지 못해서 쓸 수 없어. 소심해서 날마다 꿈속에서 죽는 걸로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만 했어. 그러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하나 쓰기는 했어. 그건 언젠가 나중에 볼 수 있을 거야. 평범하고 놀랍지도 않은 이야기야. 내가 쓰는 건 늘 그렇지).

 

 

 

희선

 

 

 

 

☆―

 

 잘 알지 못하는 세계를 함부로 판단해선 안 되겠다고, 용기는 뒤늦게 생각했다. 영원히 알 수 없을 세계라면 더욱.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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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 꽃잎처럼 떨어지는 눈아

오랜만이야

세상을 하얗게 덮을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찾아왔구나

 

지난밤엔 좀 춥더니

네가 와서 그랬구나

아침엔 네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어

 

언젠가 또 올 거지

 

다시 만나고 싶어

꼭 와

믿을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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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거 범죄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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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난 어떤 사정이 있든 죄를 지으면 죗값을 치러야 한다 생각한다. 처음부터 이런 말로 시작하면 왜 이런 소설을 보느냐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게 난 어쩌다 이런 소설을 보게 됐을까. 내가 알고 싶은 건 누군가를 죽이게 된 까닭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죄를 없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죄를 짓게 되는 건 어떤 때일까. 본래부터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 이익만 생각하고 남을 때리고 돈을 빼앗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러고 보니 그런 사람이 여기에도 나오는구나. 동네 불량배로 부모를 믿고 남을 괴롭히는 사람이다. 여성을 마음대로 하려 하고,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때린다. 그런 사람을 신고해도 경찰은 잠깐 잡아두기만 하고 쉽게 풀어준다.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니 바로 풀어주겠지. 그런 사람은 나중에 자신을 경찰에 잡혀가게 하다니 하면서 복수할 거다. 그런 일이 되풀이되면 당하는 사람은 얼마나 힘들까. 자기 몸을 지키려다 큰일을 저지를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중국은 워낙 넓고 사람도 많고 사는 것도 한국하고는 많이 다를 듯하다. 아니 비슷한 곳이 아주 없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중국 사람도 휴대전화 쓰고 거리에는 CCTV도 많겠지. 소설에 그런 게 나와서 중국에도 CCTV가 있구나 했다. 좋은 아파트가 나오기도 했으니. 이 소설에 나오는 때가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몰라도 우리하고 아주 똑같다고 보기도 어렵다. 예전에는 누구나 휴대전화기를 갖고 있지 않았다는 말도 있으니. 그런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다고 해서 범인을 잡기 어려웠다고 해도 괜찮을까. 경찰이 하는 일은 적지 않을 거다. 일하는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고. 사건은 자꾸 일어나고 쉽게 범인을 잡지 못하면 질질 끌다가 피해자만 힘들게 하겠지. 중국만 그렇지는 않겠다. 어느 나라나 해결하지 못한 사건은 많을 거다. 그렇게 해서 일어나는 범죄도 있을 듯하다. 이건 여기 나오는 이야기라 해야겠구나.

 

 추리, 범죄 소설을 많이 봤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내가 이런 걸 알게 된 건 이제 열해가 조금 넘었으니. 그래도 어느새 열해가 넘었구나. 일본소설을 많이 만났다. 중국소설은 거의 처음이다. 중국 소설을 하나도 안 본 건 아니지만, 본 게 얼마 안 돼서 중국이 어떤지 잘 모른다. 그래도 알려고 하면 북한보다는 쉽게 알 텐데. 중국도 한국 사람이 알아야 할 곳이기는 하구나.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연예인도 많겠지. 한때 사드 때문에 좀 안 좋기도 했지만. 중국 사람도 일본 추리소설을 많이 볼 듯하다. 인터넷 책방에서 일본소설이 중국말로 나온 거 보기도 했다. 책을 다 보기 전에 마지막에 있는 옮긴이 말을 조금 봤다. 그걸 안 봤다면 좀 나았으려나.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이 소설은 《용의자 X의 헌신》을 생각하게 한다는 말이다. 작가도 2012년에 이 소설을 읽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아주 똑같지는 않다. 법의학자였던 사람이 젊은이 두 사람이 저지른 범죄 증거를 없앴다. ‘용의자 X의 헌신’은 꽤 예전에 읽어서 많이 잊어버렸지만, 죄를 저지른 사람 사정이 안됐다고 생각한 사람이 증거를 만들어 냈다. 여기에서는 두 사람이 죄를 저지른 걸 안됐다 생각한 것 말고 다른 생각도 있었다.

 

 세해 전부터 청시라는 곳에서 연쇄 살인이 일어났다. 이번이 다섯번째였다. 범인은 피해자를 줄넘기 줄로 목졸라 죽이고 그 줄을 버려뒀다. 거기에는 지문이 있었는데, 지문으로 범인을 잡지는 못했다. 범인은 피해자 입에 리췬 담배를 물리고 ‘나를 잡아주십시오’라는 말이 적힌 종이를 두고 갔다. 다섯번째에서는 ‘본지인’이라는 글자도 있었다. 지문이 있어서 범인을 바로 잡을 것 같지만, 청시가 그리 좁지 않아 모든 사람 지문을 다 대조해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다섯번째 사건 뒤, 다른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동네 불량배가 누군가한테 죽임 당했다. 깡패가 죽은 곳에 있던 맥주캔에 묻은 지문이 연쇄 살인에서 나온 지문과 같았다. 그래서 경찰은 시간이 걸려도 청시에 사는 사람 지문을 채취하려고 한다.

 

 여기에는 경찰 자오톄민뿐 아니라 수학자인 옌랑이 나온다. 옌랑은 본래 경찰이었는데, 예전에 범인을 불쌍하게 여기고 증거를 만들어 내서 경찰을 그만둬야 했다. 범인한테 동정을 하다니. 그런데도 자오톄민은 옌랑을 찾아가 도움을 바란다. 쯔진천은 옌랑과 자오톄민이 나오는 소설을 더 썼나 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물리학자를 나오게 했는데, 여기에는 수학자가 나오다니. 수학자는 방정식을 풀 듯 범인을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다원 5차 이상의 방정식은 거꾸로 풀어야 한다. 답을 먼저 정해두고 다른 건 맞춰보는 식이다. 옌랑은 어떤 사람을 다시 만나고 바로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다고 바로 경찰이 그 사람을 잡은 건 아니다. 답으로 증거를 찾아야 하니 말이다. 아니 증거보다 자백일까.

 

 앞에서 말했듯 난 어떤 사정이 있든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 생각한다. 아무리 죄가 있다 해도 말이다. 내가 범인 처지가 아니니 이렇게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한순간에 큰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고, 자신이 당한 걸 갚아주고 싶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가 자신을 스스로 제어하기는 힘들 거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딱 좋은 답은 없다. 경찰도 누군가를 괴롭히고 때리고 집안에서 식구를 때리는 사람을 오래 가둬두지는 못한다. 경찰이라고 범인을 잡고 싶지 않은 건 아닐 거다. 경찰이 해결해주지 않아서 자신이 스스로 범인을 찾아야겠다 생각하거나 그 사람을 찾도록 이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이 그런 거였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죽여서 경찰을 움직이게 하다니.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하는 사건도 있겠지만, 그런 일은 아주 많지 않을 듯하다. 죄를 지었다면 죗값을 치르는 게 마음 편하지 않을까. 사회가 죄를 짓게 하지 않게 해야 할 텐데. 그런 사회 만들기 무척 어렵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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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9-30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추석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희집에도 이 작가의 책이 있어요. 다른 시리즈에 나왔던 인물들도 나오고, 이 작가의 책 중에는 유명한 책인 것 같았습니다. 중국 작가의 추리 미스터리 소설도 최근에는 조금 더 많이 출간되는 것 같은데, 읽어보면 서로 다른 문화의 차이 같은 것들도 있어서, 외국 작가의 책도 읽어보게 되는 것 같아요.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시고, 좋은 밤 되세요.^^

희선 2020-09-30 23:24   좋아요 1 | URL
중국에도 추리 미스터리 소설 쓰는 사람이 있구나 하기도 했네요 어느 나라에나 있는데 그걸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중국은 워낙 넓고 사람도 많으니 쓸거리는 더 많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쓴다고 해서 바로 책으로 내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좀 달라졌을지, 아직도 아주 자유롭다고 하지는 못할 것 같네요

명절이 지나면 조금 더 서늘해지고 가을이 깊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서니데이 님도 좋은 밤 보내세요


희선
 

 

 

 

레이먼드 카버

고영범

 

 

 

 안톤 체호프라는 이름은 알지만 소설은 거의 못 봤습니다(몇달 전에 희곡 읽어봤어요). 안톤 체호프를 좋아하면 미국 소설가 존 치버나 레이먼드 카버도 좋아할까요. 존 치버는 몇해 전에 일기와 편지가 책으로 나와서 이름을 알았습니다. 저는 빨리 몰랐던 거고 아는 사람은 알았겠네요. 그래도 레이먼드 카버는 존 치버보다 먼저 알았습니다. 김연수가 한국말로 옮긴 《대성당》도 만났지만……. 그 책을 봤을 때는 책만 보던 때여서. 책을 보고 느낌을 조금이라도 썼다면 집중하고 뭔가 알아봤을지. 어쩐지 그리 다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잘 모르는 거 많고 소설뿐 아니라 다른 책도 그리 잘 읽어내지 못합니다. 어쩐지 이 말 평생 할 듯합니다. 죽을 때도 난 대체 무엇을 알았을까, 아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 하겠지요. 이런 생각하니 조금 슬프네요.

 

 

 어쨌거나, 이번 생에서 바라던 걸

 얻긴 했나?

 그랬지.

 그게 뭐였지?

 내가 사랑받은 인간이었다고 스스로를 일컫는 것, 내가

 이 지상에서 사랑받았다고 느끼는 것.

 

 -<말엽의 단편>, 《폭포로 가는 새로운 길》, 122쪽  (296쪽)

 

 

 레이먼드 카버는 죽기 전에 자신이 사랑받았다고 썼네요. 비트겐슈타인은 죽기 전에 괜찮은 삶이었다고 했다던데. 카버 소설은 별로 못 봤지만 무척 두꺼운 평전은 읽었습니다. 몇해 전에 봐서 많이 잊어버렸지만, 이 책을 보면서 그걸 떠올리기도 했어요. 작가는 자신보다 작품을 더 보기를 바랄지도 모를 텐데, 어떤 작가는 작품과 아주 가깝기도 하죠. 카버도 그런 사람에서 한사람이 아닌가 싶어요. 카버는 자기 경험은 쓰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카버 동생이나 아이들은 실제와 다르게 쓴 걸 보고 실망했다고 하더군요. 그 부분은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글 재료는 둘레에서 가져왔다 해도 그걸 그대로 쓰기는 어렵잖아요. 아니 어쩌면 자신이 보는 자신과 남이 보는 자신이 다른 데서 오는 거였을지도 모르겠군요. 카버는 자신만의 눈으로 보고 생각하고 상상력을 더한 거겠지요.

 

 아는 사람 이야기를 쓸 때는 조심해야 하는데, 여기에서는 카버가 그런 생각은 안 했다고 하더군요. 카버가 살아 있다 해도 뭐가 진짜인지 모를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자기 경험 많이 썼다는 건 알겠어요. 카버가 글로 쓰고 달라진 건 그리 없어 보여도. 글 쓴다고 사람이 확 바뀌지는 않습니다. 저도 조금 경험했습니다. 카버가 빠지고 힘들어한 건 알코올 의존증이에요. 알코올 의존증 때문에 아내인 메리앤이 바람피웠다고 의심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딘가에서 보니 알코올 의존증인 사람은 자기 아내를 의심한다더군요. 카버가 소설을 잡지에 발표하고 대학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고 집도 괜찮은 데 살았을 때 카버와 메리앤은 둘 다 알코올 의존증에 걸리고 맙니다. 한사람이라도 괜찮았다면 나았을지. 왜 형편이 나아졌을 때 그렇게 됐을까요. 그것 때문에 카버는 사는 게 힘들어지고 빚도 많아져서 파산 신청을 해요. 카버는 두번이나 그랬어요.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칠 때 카버는 소설을 거의 못 썼어요. 알코올 의존증이 심해져서기도 했군요. 존 치버는 카버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 친하게 지내기도 했답니다. 존 치버는 알코올 의존증으로 술을 자꾸 마시면 죽는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카버와 같이 술을 마셨습니다. 몇해 뒤 존 치버는 장편소설을 써요. 그걸 본 카버는 어떤 생각을 했을지. 카버도 장편소설 쓰려 했지만 생각만 하고 못 썼습니다. 그래도 카버는 술을 끊으려고 여러 번 애쓰고 해냈어요. 그 뒤로 열해밖에 살지 못했지만. 카버가 메리앤과 일찍 결혼하고 일찍 아이를 가졌지만 그때 그렇게 안 좋았을까요. 안 좋을 때가 더 많았을지 몰라도 괜찮았던 시간도 있었으리라고 봐요. 카버가 공부한다고 여기저기 다닐 때 메리앤은 아이들과 함께 카버를 따라갔어요. 가난한 그 시절이 있어서 카버가 있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술을 끊은 카버는 대학 교수가 됐는데, 얼마 뒤 미국예술문학아카데미에서 스트라우스 기금을 받아요. 그때는 대학 일을 그만둡니다. 다섯해 동안 주는 거였는데 네해 뒤 카버는 폐암이라는 걸 알게 되고 한해 뒤에 세상을 떠납니다. 카버는 그렇게 오래 살지 않았어요. 카버보다 더 조금 산 사람도 있지만. 카버는 1988년 8월 2일에 세상을 떠나요. 두번째 아내 테스 갤러거는 《대성당》 전에 나온 카버 소설을 본래대로 내려고 애씁니다. 카버가 편집자 고든 리시를 만나 세상에 더 알려졌다고는 해도 두번째 소설집은 고든이 무척 많이 자르고 고쳤어요. 카버가 좀 더 세게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다면 좋았을걸. 그래도 《대성당》은 카버 뜻대로 냈어요. 그게 더 잘됐답니다. 편집이 중요하다 해도 작가 뜻도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 삶이 잘 굴러가기만 할까요. 좀 더 괜찮게 살고 싶다 생각해도 잘 안 돼요. 이건 저군요. 레이먼드 카버는 어릴 때 가진 작가가 되겠다는 꿈은 이뤘습니다. 힘든 시절도 있었지만. 카버는 딸도 알코올 의존증이 된 걸 안타깝게 여겼다고 해요. 메리앤은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도 공부했던데. 메리앤이 카버 마음을 잘 받아줬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도 헤어졌지만. 헤어지고 둘은 친구로 지냈다고 하던데. 언젠가 카버 소설 만날지 모르겠네요. 그걸 보고 잘 알지. 소설을 보면 또 다른 카버를 만날 것 같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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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28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버가 편집자 덕에 유명해졌다는 말이 있어요. 그만큼 훌륭하게 고쳤다는 거죠. 그 편집자가 없었다면 지금의 카버는 없다, 라는 말도 있을 정도에요.
그래서 저는 제가 책을 낼 때 출판사에서 잘 고쳐 줄 줄 알았어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어요. 띄어쓰기만 체크해서 보냈더라고요. 출판사마다 다르겠지만요...

저도 대성당, 이라는 소설집 읽었는데 괜찮았어요. ^^

희선 2020-09-29 23:30   좋아요 0 | URL
예전하고 지금이라는 것도 있고 편집자마다 다르기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은 작가가 쓴 걸 많이 고치려는 사람 없을 것 같아요 만화영화에서 본 건데 만화 편집자는 만화가한테 이런저런 말을 하거나 고칠 게 있으면 고치라고 하더군요 다른 글을 편집하는 사람은 어떨지... 편집자 덕에 이름 잘 알려진 사람 더 있겠지요

페크 님은 고칠 게 보이지 않았나 봅니다 명절 연휴 시작이네요 명절 즐겁게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드립백 코스타리카 라스 로마스 - 10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알라딘은 책 사는 곳인데 이젠 커피 사는 곳이기도 하다 할 듯해. 이번 커피 코스타리카 라스 로마스는 어떠냐면, 괜찮아. 겨우 이런 말밖에 못하다니. 이걸 먼저 마신 사람이 쓴 글을 보니 산미 덜하다 했는데, 난 신맛 많이 느꼈어. 고소하고 끝맛은 조금 단 것 같기도 해. 난 이정도밖에 모르겠어. 커피맛 잘 말하는 사람 있던데 난 아무리 마셔도 제대로 말하지 못할 것 같아. 어떤 음식이든 다르지 않나. 맛있다, 맛없다로밖에는.

 

 커피맛 제대로 말하기 어렵지만, 지금까지 마셔 본 알라딘 커피는 다 괜찮았어. 알라딘 커피는 누구나 편하게 마실 듯해. 커피가 거기에서 거기겠지 하는 생각도 조금 들어. 이런 말 커피를 낮잡아 보는 건가. ‘미안해, 커피야.’ 지금 생각하니 믹스커피도 다 좋지는 않았어. 어떤 건 내 입맛에 맞지 않았어. 그건 내가 산 게 아니고 누가 우리 집에 준 거였어. 커피를 많이 사고 남아서 준 걸지도. 난 커피 남게 사지 않고 많이 사도 내가 다 마셔. 좀 이상한 말을.

 

 

  

 

 

 

 아무래도 나 알라딘 커피에 맛들였나 봐. 커피에 아무것도 넣지 않고 마시는 것도 이제 좀 괜찮아. 커피 한모금 마시고 ‘와, 맛있다.’ 하는 날 올지. 그런 모습 만화영화에서 봤는데. 드라마도 아니고 만화영화라니. 그건 사람이 내린 것도 아니고 동물이 내린 거였어. 커피콩 고르기부터 볶기도 다 동물이 했는데. 그 동물 이름은 잊어버렸어. 사람이 그 동물 제자로 들어가. 재미있지. 만화여서 그런 일도 있는 거군.

 

 소설 《신의 카르테》 3권에서 어떤 의사가 커피와 사과를 함께 먹었어. 커피와 사과 괜찮을까 했는데, 그렇게 먹는 사람 실제 있더군. 알라딘 커피도 사과와 먹기에 좋을까. 괜찮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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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9-27 0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커피에 산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얼마전에 주문할 때 리뷰에 산미 적다고 해서 샀는데 개인차가 있나봐요.
희선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0-09-27 23:40   좋아요 1 | URL
이 커피가 나온 곳을 보니 오렌지 산미라는 말이 있군요 사람마다 물을 붓는 게 다를 테니 조금은 다른 맛이 날 듯도 하네요 물맛에 따라 커피맛도 다르지 않을지... 곧 주말이 가는군요 서니데이 님 새로운 주 즐겁게 시작하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9-27 1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커피에, 알라딘 굿즈에... 책뿐만 아니라 알라딘은 유혹적인 게 많아요. ㅋ

희선 2020-09-27 23:42   좋아요 1 | URL
알라딘에는 책하고 어울리는 물건이 많지요 얼마전에 보니 어떤 쪽 책을 어느 정도 사면 주는 거 있던데, 그거 편지지로 쓰기에 좋을 것 같더군요 그것만 따로 팔면 좋을 텐데 했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