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통행증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까지 만난 미시마야 변조괴담에서 이번 일곱번째인 《영혼 통행증》이 가장 얇지 않나 싶다. 뒤에 실린 편집자 글을 보니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와 함께 실으려면 시간도 걸리고 책이 두꺼워져서 나눴다고 한다. 그렇구나. 내가 앞에 책 《눈물점》을 보고 이야기 듣는 사람이 도미지로에서 다른 사람으로 바뀌기도 할까 했는데 그렇게 된다고 한다. 그런 것도 벌써 정해뒀구나. 미야베 미유키가 이 소설을 끝까지 쓰기를 바란다. 아흔아홉가지 이야기 말이다. 여기 《영혼 통행증》에 실린 세편을 더하면 34화라 한다. 앞으로 65화 남았구나. 이런 거 부담스럽지 않을까. 나는 그래도 작가인 미야베 미유키는 나와 다르게 쓸 이야기가 떠오르고 자료를 찾겠다.

 

 스물두살인 도미지로는 에도 간다 미시마초에 있는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 둘째 아들이다. 열다섯살에 목면 도매상에 고용살이를 갔다가 얼마전에 다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미시마야에서는 흑백방에서 괴담을 듣는다. 사촌 동생 오치카가 괴담을 들었는데 결혼하고 이제 도미지로가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지난번에도 이 말 했구나. 이 책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 테니 또 말해도 괜찮겠지. 《눈물점》에서 도미지로는 잘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도미지로는 그림을 그려도 괜찮을 것 같은데 도미지로가 그런 마음을 먹을지, 어떨지. 첫번째 이야기 <화염 큰북>을 듣기 전에 도미지로는 자신한테 그림을 가르쳐준 스승을 만났다. 스승은 도미지로 그림에서 다른 사람한테는 없는 빛을 봤다고 했다. 이 말은 스승이 그림 재료를 사는 곳 사람이 말했다. 그 사람은 또 나올지. 두고봐야 알겠다. <화염 큰북> 첫번째 이야기부터 뭔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영주를 모시는 가신은 자기 목숨도 바쳐야 한다니. 그것보다 많은 사람이 괜찮으려고 한사람을 희생시키는구나. 그것만 보면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은 없으면 어떻게든 살아가는데 어떤 걸 알면 거기에 기댄다. 우리가 사는 문명 사회도 다르지 않구나. ‘화염 큰북’에서는 힘이 있는 큰북이구나. 큰불이 나도 큰북이 그걸 다 빨아들인다. 그건 큰북 힘이라기보다 오보라케 님이라 하는 생물 손톱에 있는 힘이다. 그런 북이 있다면 어디서든 갖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 그 비밀이 다른 번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해야 하는데 간첩이 온다면 그것도 어렵겠다. 그 북을 도둑맞고 다시 찾으려다 찢어져서 그걸 다시 만들었던 때 이야기다. 오보라케 연못 터주한테 힘을 빌려야 했다. 그건 용암속에 사는 정체를 모르는 생물이다. 그 뒤 이야기는 좀 슬프다. 용암속에 사는 생물도 영원히 살지 않고 죽는다. 그 생물을 잇는 게 바로 영주 가신에서 한사람이었다. 거기 사는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동물을 잡아서 피와 고기를 먹는 의식을 치른다. 오보라케가 죽으면 동물 피와 고기를 먹은 사람에서 한사람이 다시 오보라케가 된다. 큰불이 나면 사람이 끄기 힘들겠지만, 모두가 힘을 합쳐 끄면 안 되나. 다른 힘을 빌리지 않고. 그동안 희생된 사람은 얼마나 될지. 이야기를 하러 온 무사와 무사 형 이야기가 슬펐다. 이제는 그런 일 없기를 바란다.

 

 두번째 <한결같은 마음>에서는 도미지로가 이야기 할 사람을 만났다. 꼬치경단을 파는 오미요로 나이는 열다섯이다. 이거 보고 또 에도 시대 사람 나이는 지금과 다르구나 했다. 도미지로는 맛있는 걸 좋아하기도 한다. 우연히 꼬치경단 노점을 알게 되고 거기에서 산 꼬치경단을 미시마야에서 일하는 사람한테도 사다 주었다. 여기에서 말한 꼬치경단 맛있을 것 같다. 달면서 조금 짜기도 한. 한국은 경단에 여러 가지 가루를 묻히는데, 일본은 경단을 꼬치에 끼우고 양념을 바르고 굽는다. 도미지로가 경단을 사러 노점에 갔더니 오미요가 보이지 않았다. 뒤로 돌아가니 오미요가 우는 것 같았다. 도미지로가 오미요를 부르자 오미요는 어머니가 죽었다고 하고 이제 편해지겠다고 했다. 오미요 어머니는 정신이 이상해지고 자기 눈을 파내려고 했단다. 오미요는 그런 어머니가 죽어서 슬프면서도 이제 어머니가 편해졌다고 여긴 걸지도. 도미지로는 오미요를 진정시키고 자신은 이상한 이야기를 듣는다고 하고 어머니 장례가 끝나고 말하고 싶으면 자신을 찾아오라고 한다.

 

 흑백방에서 이야기 할 사람은 다른 사람이 소개하는데 오미요는 도미지로가 찾은 거구나. 오미요 어머니 오나쓰와 아버지 이사지 이야기는 슬펐다. 이사지와 오나쓰는 마쓰후지라는 요릿집에서 일했는데, 이사지가 폐병에 걸려서 오나쓰가 이사지와 혼례를 올리고 돌보았다. 가게 여주인이 있을 때는 괜찮았는데, 여주인이 죽고 후처가 들어오고 오나쓰는 몸까지 팔아야 했다. 오나쓰는 남편 이사지를 돌보아야 한다 생각하고 일했다. 그러다 아이를 갖고 낳았는데 아들 얼굴이 이사지와 닮았다. 둘째 셋째도 그랬는데 넷째인 딸 오미요는 이사지를 닮지 않았다. 마쓰후지에서 오나쓰를 찾는 사람도 없고 이사지는 죽는다. 갈 곳이 없는 오나쓰와 아이들을 예전에 요릿집에서 일하던 오산이 거두어주었다. 아이들은 차례차례 일을 하고 오나쓰도 오산을 도와 일했다.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오나쓰를 찾아오고 오나쓰가 낳은 아이에 자기 아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남자는 아이들 얼굴이 다 다르다고도 했다. 지금까지 오나쓰는 아들 셋이 이사지를 닮았다고 여겼는데 실제는 아니었나 보다. 그 뒤 세 아이 얼굴이 바뀌었다. 그런 일도 있다니. 오나쓰는 힘들게 일하면서 아이는 이사지 아이기를 바랐나 보다. 이런 말을 한 오미요를 도미지로는 그 뒤 만나지 못했다.

 

 자신만 간직한 이야기는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한테 하는 게 나을까. 아는 사람한테 하면 그 이야기를 한 사람뿐 아니라 그 말을 들은 사람 다 어색해질지도. 늘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세번째 이야기 <영혼 통행증>에 얽힌 이야기도 괜찮았다. 나이가 많이 든 사람이 이야기를 하러 왔다. 도미지로는 깃토미를 보고 자신도 그렇게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깃토미 집안은 여관을 했는데 하루는 별난 손님이 왔다. 다른 손님이 하나도 없고 그 손님만이 머물렀다. 그 손님은 별난 통행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 손님은 영혼을 가고 싶은 곳 고향으로 데려다 주는 뱃사람이었다. 어쩌다 깃토미와 새어머니인 오타케는 손님이 봉인해둔 게 풀린 여자 귀신을 보게 된다. 오타케는 그 이야기에 깊이 상관하지 않지만, 깃토미는 영혼 미나모와 손님한테 도움을 준다. 그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어서겠지. 깃토미는 억울하게 죽은 미나모를 대신해 복수한다. 영혼이 사람한테 해를 끼치면 성불하지 못하고 그 영혼이 안 좋아지면 뱃사람도 힘들다. 깃토미와 미나모는 비슷한 처지였구나. 새어머니와 함께 산 게. 새어머니가 좋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얼마 없을까. 미나모 새어머니는 미나모가 남편 재산을 받을 걸 생각하고 나쁜 짓을 꾸민다. 사람이 욕심을 내면 안 될 텐데. 돈은 죽으면 아무 소용없는데. 사람이 살았을 때 그걸 알면 좋지만, 어리석어서 그러지 못하는구나.

 

 여기에서는 좋은 일로 여기는데 난 정말 그게 좋은 일인지 잘 모르겠다. 오치카가 아이를 가졌단다. 다음엔 오치카가 엄마가 된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오치카가 즐겁게 살면 좋은 거겠지. 예전에 약혼자가 죽어서 마음이 안 좋았는데.

 

 

 

희선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2-08-24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요즘 미미여사님? 책 열심히 읽으시는군요. 희선님 리뷰 보니 다시 읽고 싶어집니다. 한때 열심히 읽었는데 이 분....

희선 2022-08-25 00:59   좋아요 2 | URL
책이 나왔을 때 바로 못 보고 이제야 봤습니다 이것보다 먼저 나온 책도 볼 거예요 그건 새로운 에도 시대 시리즈더군요(《기타기타 사건부》) 올해 나온 것도 언젠가 보겠지요 한번 보고 시간이 가면 안 보는 사람 책도 있지만, 미야베 미유키 책은 여전히 봅니다 안 본 책이 많을 때는 잘 봐도 책이 나온 걸 따라잡고 다음에 드문드문 나오면 전처럼 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보고 싶은 책이 바뀌어설지도...


희선

프레이야 2022-08-24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여사 신작인가요? 앗 작년이군요.
못 읽어본 책입니다. 재미있겠어요^^

희선 2022-08-25 01:03   좋아요 2 | URL
아직 안 봤다면 신작이기도 하겠습니다 2022년에도 나왔어요 이번에 나온 건 《인내상자》예요 여기에는 단편 여덟편 실렸다는데 이야기가 짧을 것 같습니다 여덟편 실렸는데 책이 별로 두껍지 않아요 두꺼운 책이어도몇 편 실리지 않기도 했는데...


희선

scott 2022-08-24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본 여름철에 매년 지역 축제로 요괴 만담 대회가 열리는데 (밤을 꼴딱 새는)
학교에서도 열리고 지역 회관에서도 사람들이 모이면 각자 전해 들었거나 지어낸 요괴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상금도 있음)

미미여사님의 오치카가 이렇게 시리즈가 나오면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 주네요^^

희선 2022-08-25 01:06   좋아요 2 | URL
일본에서는 그런 걸 축제로 하기도 하는군요 밤을 새우면서 무섭거나 이상한 이야기 하면 즐거울지 무서울지... 둘 다겠습니다 지어낸 이야기도 괜찮군요 이런 책에서 읽은 건 어떨지... 책을 보고 그 이야기 잘 하는 사람도 있죠 저는 그런 거 정말 못합니다

예전에 오치카가 나이 들어서도 이야기 듣게 하겠다고 한 듯한데, 이야기 듣는 사람은 바뀌어도 오치카 소식 알려주겠지요


희선
 

 

 

 

살던 세계를 떠나

그곳과 비슷한 곳에 살고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떠나온 곳을 그리워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요

그곳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곳도

좋았습니다

 

이제 전 이곳을 떠나려 해요

이곳이 아닌 이 세상이군요

 

사는 건 어디서든 쉽지 않았어요

뭐 하나 제대로 못했지만 어쩌겠어요

더는 살려고 힘쓰지 않아도 돼서 좋네요

 

모두 잘 지내세요

저세상이 있다면 거기에서 다시 만나요

 

 

 

희선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ini74 2022-08-24 12: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시도 쓰시지만, 이세계물 소설도 한번 써보시는 건 어때요 가끔 희선님 글 읽을때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잘 쓰실거 같아요~~~

희선 2022-08-25 00:55   좋아요 1 | URL
짧아도 이야기 쓰고 싶기도 한데, 제가 쓰면 사람이 한두 사람밖에 안 나와요 그래서 짧을지도... 여러 사람이 나와야 좀 길게 이어갈 텐데... 이건 핑계일지도 그냥 잘 못 쓰는 거겠습니다


희선

mini74 2022-08-25 12:01   좋아요 1 | URL
엽편? 이라고 찗은 소설들도 있던데요. 왜 전 잘 쓰실거 같죠 ㅎㅎ

희선 2022-08-25 23:53   좋아요 1 | URL
몇 해 전에 백일 동안 쓰기 할 때는 떠오르기도 했는데, 그 뒤에도 가끔 썼지만 요새는 못 쓰는군요 책 읽다 생각난 거 말고는... 코로나 때문이야 하기도... 쓰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쓰지 못하는군요 얼마전에 하나 떠올랐는데...


희선

페넬로페 2022-08-24 14: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바닷가에서‘를 읽고 있는데 떠나온 세계가 어떤 세계였는가에 따라 지금 살고 있는 세계에 영향을 주더라고요~~
그곳을 그리워하면서도 진절머리가 날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마 떠나온 세계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희선 2022-08-25 00:58   좋아요 1 | URL
압둘라자크 구르나 다른 소설을 보시는군요 떠나왔다고 해도 자신이 살던 곳 영향을 받겠지요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 사는 사람도 다르지 않을 듯합니다 싫어서 떠난다 해도 다른 곳에 가면 그곳이 그립기도 할 겁니다 그렇다 해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일지도...


희선
 

 

 

 

오랫동안 그리던 곳으로 돌아왔어요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라 여겼는데

 

그동안 마음 잡지 못하고 살았어요

이젠 다른 곳이 아닌

이곳만 생각할 거예요

 

떠나온 곳이 아주 싫지는 않지만,

언제나 마음이 텅 빈 듯했어요

이런 마음은 어디에 있든 같을까요

 

이제 더 이상 다른 곳은 생각하지 않을게요

아주 가끔 꿈속에서만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눈물점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도 간다 미시마초에 있는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에서는 특별한 괴담자리를 마련했다. 이야기를 하는 곳은 흑백방이다. 이번이 미시마야 변조괴담 여섯권째다. 지난번까지는 미시마야 주인인 이헤에 조카 오치카가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번부터는 듣는 사람이 바뀌었다. 미시마야 둘째인 도미지로다. 지난번에는 도미지로와 오치카가 함께 이야기를 들었던가. 바로 바뀌면 안 되니 그 자리를 물려주는 형식으로 했나 싶기도 하다. 오치카는 결혼하고 미시마야를 떠났다. 그렇다고 아주 먼 곳으로 가지는 않았다. 일본도 옛날에는 친정 사람이 시집에 가기를 꺼렸나 보다. 이 책 본래 제목이기도 한 마지막 이야기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에는 오치카와 오치카가 결혼한 사람 간이치가 잠깐 나온다. 여기에는 이야기가 네편 담겼는데 마지막이 가장 길다.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 흑백방에서는 이야기 하고 버리고 듣고 버린다. 그런 게 말하는 사람한테 도움이 될까. 자신만 아는 일을 누군가한테 말하면 마음이 풀릴지 어떨지. 지금까지 본 걸로는 이야기 한 사람 마음이 편안해진 것 같다. 이야기를 보면서 도미지로가 스물둘이라는 걸 알았다. 스물둘이라니. 에도 시대 스물둘과 지금 스물둘은 아주 다를 것 같다. 조선시대도 스물둘은 적지 않은 나이였겠다. 오치카와 함께 이야기를 듣다가 처음으로 도미지로 혼자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눈물점>이 시작이다. 이 이야기를 하러 온 사람은 도미지로 어릴 적 친구기도 했다. 두부가게 막내아들이었다. 하치타로 식구는 열세해 전에 일어난 일로 뿔뿔이 흩어졌다. 점이 사람을 아주 다른 사람으로 만들고 안 좋은 일을 하게 했다. 그 점은 누군가의 원한이 담긴 거였을까. 하치타로 식구가 뿔뿔이 흩어졌지만, 그때 죽은 사람은 아버지 하나였다. 눈물점이 있는 여자는 아버지가 아는 사람이었을지. 첫번째에서는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았구나.

 

 앞에서 수수께기라 했는데, 그게 풀리기도 하고 풀리지 않기도 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모두 앞뒤가 맞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시어머니 무덤>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서 일어난 갈등이다 해야 할까. 시어머니가 다 며느리를 힘들게 하지는 않을 텐데.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그리 편하지 않은가 보다. 아니 이건 어느 나라나 비슷할까. 시어머니는 죽어서도 며느리가 좋은 꼴을 못 보다니. 이 이야기를 한 사람은 아들이 혼례를 앞두었다. 어쩌면 자신도 며느리를 괴롭히는 시어머니가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에서는 집안 사람이 죽고 흩어졌다. 단 한사람인 오하나만 남았다. 오하나는 자신이 어릴 때 살던 곳 저주가 자신한테 들러붙지 않았을까 했다. 도미지로는 오하나 마음을 잘 풀어주었다. 그런 거 보면서 스물두살 맞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도미지로는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을 자질이 있는가 보다. 도미지로만 있는 건 아니구나. 호위를 맡은 오카쓰와 차와 과자를 준비하는 오시마도 있다. 도미지로가 이야기를 듣고 버리는 방법은 그림 그리기다.

 

 세번째로 찾아온 사람은 파발꾼이었다. 이제는 나이를 먹어서 달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때는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을 보고 파발꾼 자질이 있다고 여겼구나. 그런 거 재미있지 않나. 가메이치가 처음부터 파발꾼을 하지는 않았다. 땜질 직인인 새아버지를 우습게 여기고 소방수가 되려 했는데, 선배와 크게 싸우고 달아나다 파발꾼이 되었다. 파발꾼 일은 처음부터 잘 배우고 아내를 얻고 곧 딸도 얻었다. 그때서야 가메이치는 새아버지가 자신과 어머니를 돌보려고 힘들었다는 걸 깨닫는다. 가메이치가 조금 철이 들었는데 그때 아귀 고뿔이라는 게 퍼졌다. 아귀 고뿔은 가메이치만 남기고 다른 식구를 모두 저세상으로 데리고 간다. 가메이치는 왜 자신만 살았나 하면서 파발꾼으로 달리고 달렸다. 그러다 불이 난 찻집을 지나다 우는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그때는 그냥 달렸는데, 자기 뒤에 얼굴 없는 남자가 따라 오는 걸 깨달았다. 가메이치는 어머니 새아버지 아내와 딸이 죽어서 자신도 죽고 싶다 생각했는데, 요괴 같은 걸 보고는 무서워했다.

 

 사람은 슬픈 일, 누군가 죽으면 자신은 왜 살아 있나 여기고 슬픔에 빠지겠지. 슬픔에 빠져도 시간이 가면 조금 나아지기는 한다. 하지만 그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다. 가메이치를 따라오던 얼굴 없는 남자가 그랬다. 그 사람은 가메이치가 자신과 같은 처지라는 걸 알아본 거겠지. 가메이치는 그 사람이 성불하게 도와주고 살아가기로 한다. 가까운 사람이 죽으면 자기 탓을 하겠지만, 그것도 오래 하면 안 되겠다. 이 이야기를 보니 슬픔에 빠진 사람한테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다그쳐도 안 좋을 것 같다. 누군가한테 슬픈 일이 생기면 슬퍼할 만큼 슬퍼하게 두는 게 좋을지. 이것도 아닐 것 같은데. 그 사람이 슬픔과 함께 살려고 해야 하는데, 그런 걸 남이 알게 하기는 어렵기도 하다.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데. 가메이치는 자식 같은 사람을 도우며 살았다. 그건 괜찮은 거구나. 자신이 죽은 사람을 잊지 않고 살면 좀 낫겠다.

 

 마지막 이야기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은 다른 이야기보다 길다. 미시마야 변조괴담에 들어가지만 책 한권으로 여겨도 될지도 모르겠다. 이야기 시작도 다른 것보다 오래 걸린다. 이야기를 하러 진자부로가 오고도 바로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조금 지루할 뻔했는데, 진자부로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거기에 빠져들었다. 나오는 사람이 여럿이어서 앞부분이 길었을까. 에도 시대에 말하기에는 쉽지 않은 거여설지도. 이 이야기를 보니 미야베 미유키 다른 소설이 생각나기도 했다. 《사라진 왕국의 성》. 에도 시대니 여기에서는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는 걸 나타내는 가미카쿠시가 됐구나.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보낸 시간은 길었는데, 본래 세계는 사흘밖에 흐르지 않았다. 그곳은 원념이 만들어 낸 공간이었을까. 한국도 다르지 않은데 일본도 예전에는 예수교를 탄압했다. 한국은 천주교라 했구나. 종교와 함께 서양 문물이나 지식도 함께 들어와서 거기에 관심을 가지고 그걸 받아들인 사람도 있을 거다. 종교는 종교고 지식은 지식일 텐데. 신이 모든 죄를 용서해 준다고 해도 모든 사람을 살리지는 못한다. 사람은 부조리한 일이 일어나면 신을 원망한다.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힘들 때 신은 무엇을 했느냐고. 구로스케 어신화 저택은 그런 사람이 만들어 낸 곳이다. 이제 그곳은 사라졌을까. 사라졌기를 바란다.

 

 오치카가 아닌 도미지로가 이야기를 듣게 되어서 미야베 미유키는 쓰기 힘들었던 것도 썼다고 한다. 그렇기도 하겠지. 도미지로 잘 하는 것 같다. 잘못할 뻔한 적도 있지만 잘 넘겼다. 이야기 듣는 사람이 도미지로에서 다른 사람으로 바뀌기도 할까. 바뀐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런 생각을 했다. 그건 앞으로 보면 알겠다.

 

 

 

희선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2-08-21 2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분 소설 모방범 하고 몇 권 읽은 기억이 나는데 시대배경이 옛일본에 괴담 이야기가 재미있는거 같아요 ~ 이 책도 배경이 에도라니 궁금합니다 희선님 ~

희선 2022-08-22 02:29   좋아요 2 | URL
일본 미스터리 소설 쓰는 사람에서 미야베 미유키하고 히가시노 게이고를 같이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나온 책은 거의 다 봤는데, 못 본 거 조금 있네요 에도 시대 이야기는 여러 가지 시리즈로 나왔어요 이건 거기에서 하나로 백가지 아니 아흔아홉가지 이야기를 쓸 계획이랍니다 일본에는 백가지 이야기 하는 게 있는데, 백가지 이야기를 다 하면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흔아홉가지만 쓴다고...

백가지 이야기를 할 때는 초를 백개 켜고 이야기 하나 할 때마다 초를 하나씩 꺼요 그걸 다 끄고 나면 뭔가 나타나는... 그런 이야기 다른 사람 소설에 있기도 했어요 그때 나타난 거 미야베 미유키 소설에서도 본 것 같기도 한데...


희선

서니데이 2022-08-21 2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여사의 에도시리즈는 산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어서 잘 모르는 책도 있고, 샀다고 생각했지만 집에 없는 책도 있는 것 같아요.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느낌이라서,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분들은 한권씩 모으는 것 좋아하실 것 같아요.
희선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2-08-22 02:31   좋아요 2 | URL
에도 시대 이야기도 여러 가지가 있군요 두권이나 한권으로 끝나는 것도 있지만 여러 권인 것도 있네요 이것도 여러권이고 아직 더 나온다고 합니다 새로운 시리즈도 쓰는 것 같더군요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가지를 쓰다니, 그런 이야기 어떻게 쓸까 싶기도 합니다

서니데이 님 새로운 주 즐겁게 시작하세요


희선

scott 2022-08-22 0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여사 이제 에도 시리즈물에 집중해서 사화파물을 좋아했던 저는 출간 즉시 읽지는 않고 띄엄 띄엄 ㅎㅎ

<눈물점>
얼굴에 있으면 반드시 빼야 합니다(관상학적으로 흉*)

희선 2022-08-22 02:31   좋아요 2 | URL
저도 바로 못 봤네요 이 책 2020년에 나왔어요 그 뒤로도 한권 더 나오고 다른 이야기도 나왔군요 책은 어디 가지 않으니 천천히 봐도 괜찮지요

여기서는 눈물점이 움직여요 실제 그런 거 보면 오싹할 것 같지만, 이야기여서 그냥 봤네요 만화 그림 같은 거 보면 눈물점 그리기도 하던데...


희선

파이버 2022-08-22 2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처럼 습하고 비가 드문드문 오는 날씨에 구미가 당기는 괴담들이네요~ 이 작가분 책들 재미있어보이는 데 서점에서 보니 두께가 다들 상당하더라구요 ㅎㅎ

희선님, 새로운 한주도 무탈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희선 2022-08-23 23:42   좋아요 1 | URL
오늘은 밑에 지방에 비가 내렸네요 제가 사는 곳에도, 비 오고 하루 내내 흐린 날씨였습니다 두꺼운 것도 읽다보면 재미있어서 잘 넘어갈 거예요 소설이니... 비가 올 때 읽으면 조금 무서운 듯한 건 미쓰다 신조 소설이군요 갑자기 비가 많이 오고 발자국 소리 같은 게 들리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파이버 님도 이번주 한주 즐겁게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희선
 

 

 

 

어느 날 갑자기 모르는 곳에 갔어요

그곳은 본래 살던 곳과 비슷하면서도 달랐어요

마치 거울 속 세계 같았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곳이었는데,

지내보니 괜찮았어요

이곳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는데,

다시 갑자기 돌아왔어요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런 일은 이제 일어나지 않겠지요

 

그곳에 중요한 걸 두고 왔는데……

 

제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겠지만,

돌아가지 못하는 그곳을 그리워할 것 같아요

언젠가 제가 세상을 떠나고 영혼이 돌아간다면 좋겠어요

 

 

 

희선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새파랑 2022-08-21 11: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꿈에서 본 세계 일까요? 저도 여기 아닌 다른 어딘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가끔 들더라구요 ㅋ

희선 2022-08-22 02:26   좋아요 2 | URL
어디에서 봤을지... 그냥 다른 세계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그런 이야기 보면 그곳에 갔다가 돌아오기도 하잖아요 아예 안 돌아오는 것도 괜찮을 텐데...


희선

페넬로페 2022-08-21 1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번씩 꿈 속에서 모르는 곳으로 가요. 모르지만 왠지 기시감이 느껴지는 곳인데 생소하기도 하고 슬픈 느낌도 들고 그래요. 그리고 자주 꾸는 꿈인데 꿈에서 매번 똑같은 장소가 나와요. 그 곳에서는 항상 길을 잃고 집으로 오는 길을 못찾아 헤매거든요. 그럴땐 꿈속에서도 진땀을 흘려요~~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이기도 해요^^

희선 2022-08-22 02:28   좋아요 3 | URL
모르는 곳이지만 간 것 같은 곳이기도 하군요 그런 거 현실에서도 일어나지 않나 싶어요 그건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느끼는 거기도 하네요 어쩌면 그런 꿈을 한번 꿨을지도 모르죠 다 생각하지 않지만... 길 잃고 집으로 가는 길을 모르면 꿈속에서도 진땀 흘리겠습니다 또 꿈속에서 그런 곳에 가면 여기는 처음 오는 곳이 아니다 생각하면 어떨지... 꿈속에서 그렇게 생각하기 어려울까요


희선

mini74 2022-08-21 2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곳이 두고 온 건 무엇인지 궁금해지네요. 여기서 다시 모을 순 없는 걸까요.

희선 2022-08-22 02:28   좋아요 2 | URL
영혼, 은 아니군요 언젠가 영혼이라도 돌아가고 싶다고 했으니... 그러면 마음... 사람은 여기에 있으면 저기를 그리고 저기 가면 여기를 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scott 2022-08-23 0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반복적인 장소와 길이 꿈에서 나오는데

실제로 어느 날 꿈에서 갔던 장소에 우연히 간 적이 있습니다.

가끔씩 미래에 일어날 일(장소 사건 사람) 꿈에서 경험 하기도 !^^

희선 2022-08-23 23:39   좋아요 1 | URL
저는 꿈에서 일어난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한번 경험한 적 있는 일을 또 경험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더군요 잊어버렸지만 꿈에서 같은 일이 있었을지도... 가끔 신기한 일이 일어나기도 하네요 꿈이 현실인 듯, 현실이 꿈인 듯하다는 말은 그래서 생겼을지도...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