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통행증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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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만난 미시마야 변조괴담에서 이번 일곱번째인 《영혼 통행증》이 가장 얇지 않나 싶다. 뒤에 실린 편집자 글을 보니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와 함께 실으려면 시간도 걸리고 책이 두꺼워져서 나눴다고 한다. 그렇구나. 내가 앞에 책 《눈물점》을 보고 이야기 듣는 사람이 도미지로에서 다른 사람으로 바뀌기도 할까 했는데 그렇게 된다고 한다. 그런 것도 벌써 정해뒀구나. 미야베 미유키가 이 소설을 끝까지 쓰기를 바란다. 아흔아홉가지 이야기 말이다. 여기 《영혼 통행증》에 실린 세편을 더하면 34화라 한다. 앞으로 65화 남았구나. 이런 거 부담스럽지 않을까. 나는 그래도 작가인 미야베 미유키는 나와 다르게 쓸 이야기가 떠오르고 자료를 찾겠다.

 

 스물두살인 도미지로는 에도 간다 미시마초에 있는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 둘째 아들이다. 열다섯살에 목면 도매상에 고용살이를 갔다가 얼마전에 다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미시마야에서는 흑백방에서 괴담을 듣는다. 사촌 동생 오치카가 괴담을 들었는데 결혼하고 이제 도미지로가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지난번에도 이 말 했구나. 이 책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 테니 또 말해도 괜찮겠지. 《눈물점》에서 도미지로는 잘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도미지로는 그림을 그려도 괜찮을 것 같은데 도미지로가 그런 마음을 먹을지, 어떨지. 첫번째 이야기 <화염 큰북>을 듣기 전에 도미지로는 자신한테 그림을 가르쳐준 스승을 만났다. 스승은 도미지로 그림에서 다른 사람한테는 없는 빛을 봤다고 했다. 이 말은 스승이 그림 재료를 사는 곳 사람이 말했다. 그 사람은 또 나올지. 두고봐야 알겠다. <화염 큰북> 첫번째 이야기부터 뭔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영주를 모시는 가신은 자기 목숨도 바쳐야 한다니. 그것보다 많은 사람이 괜찮으려고 한사람을 희생시키는구나. 그것만 보면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은 없으면 어떻게든 살아가는데 어떤 걸 알면 거기에 기댄다. 우리가 사는 문명 사회도 다르지 않구나. ‘화염 큰북’에서는 힘이 있는 큰북이구나. 큰불이 나도 큰북이 그걸 다 빨아들인다. 그건 큰북 힘이라기보다 오보라케 님이라 하는 생물 손톱에 있는 힘이다. 그런 북이 있다면 어디서든 갖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 그 비밀이 다른 번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해야 하는데 간첩이 온다면 그것도 어렵겠다. 그 북을 도둑맞고 다시 찾으려다 찢어져서 그걸 다시 만들었던 때 이야기다. 오보라케 연못 터주한테 힘을 빌려야 했다. 그건 용암속에 사는 정체를 모르는 생물이다. 그 뒤 이야기는 좀 슬프다. 용암속에 사는 생물도 영원히 살지 않고 죽는다. 그 생물을 잇는 게 바로 영주 가신에서 한사람이었다. 거기 사는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동물을 잡아서 피와 고기를 먹는 의식을 치른다. 오보라케가 죽으면 동물 피와 고기를 먹은 사람에서 한사람이 다시 오보라케가 된다. 큰불이 나면 사람이 끄기 힘들겠지만, 모두가 힘을 합쳐 끄면 안 되나. 다른 힘을 빌리지 않고. 그동안 희생된 사람은 얼마나 될지. 이야기를 하러 온 무사와 무사 형 이야기가 슬펐다. 이제는 그런 일 없기를 바란다.

 

 두번째 <한결같은 마음>에서는 도미지로가 이야기 할 사람을 만났다. 꼬치경단을 파는 오미요로 나이는 열다섯이다. 이거 보고 또 에도 시대 사람 나이는 지금과 다르구나 했다. 도미지로는 맛있는 걸 좋아하기도 한다. 우연히 꼬치경단 노점을 알게 되고 거기에서 산 꼬치경단을 미시마야에서 일하는 사람한테도 사다 주었다. 여기에서 말한 꼬치경단 맛있을 것 같다. 달면서 조금 짜기도 한. 한국은 경단에 여러 가지 가루를 묻히는데, 일본은 경단을 꼬치에 끼우고 양념을 바르고 굽는다. 도미지로가 경단을 사러 노점에 갔더니 오미요가 보이지 않았다. 뒤로 돌아가니 오미요가 우는 것 같았다. 도미지로가 오미요를 부르자 오미요는 어머니가 죽었다고 하고 이제 편해지겠다고 했다. 오미요 어머니는 정신이 이상해지고 자기 눈을 파내려고 했단다. 오미요는 그런 어머니가 죽어서 슬프면서도 이제 어머니가 편해졌다고 여긴 걸지도. 도미지로는 오미요를 진정시키고 자신은 이상한 이야기를 듣는다고 하고 어머니 장례가 끝나고 말하고 싶으면 자신을 찾아오라고 한다.

 

 흑백방에서 이야기 할 사람은 다른 사람이 소개하는데 오미요는 도미지로가 찾은 거구나. 오미요 어머니 오나쓰와 아버지 이사지 이야기는 슬펐다. 이사지와 오나쓰는 마쓰후지라는 요릿집에서 일했는데, 이사지가 폐병에 걸려서 오나쓰가 이사지와 혼례를 올리고 돌보았다. 가게 여주인이 있을 때는 괜찮았는데, 여주인이 죽고 후처가 들어오고 오나쓰는 몸까지 팔아야 했다. 오나쓰는 남편 이사지를 돌보아야 한다 생각하고 일했다. 그러다 아이를 갖고 낳았는데 아들 얼굴이 이사지와 닮았다. 둘째 셋째도 그랬는데 넷째인 딸 오미요는 이사지를 닮지 않았다. 마쓰후지에서 오나쓰를 찾는 사람도 없고 이사지는 죽는다. 갈 곳이 없는 오나쓰와 아이들을 예전에 요릿집에서 일하던 오산이 거두어주었다. 아이들은 차례차례 일을 하고 오나쓰도 오산을 도와 일했다.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오나쓰를 찾아오고 오나쓰가 낳은 아이에 자기 아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남자는 아이들 얼굴이 다 다르다고도 했다. 지금까지 오나쓰는 아들 셋이 이사지를 닮았다고 여겼는데 실제는 아니었나 보다. 그 뒤 세 아이 얼굴이 바뀌었다. 그런 일도 있다니. 오나쓰는 힘들게 일하면서 아이는 이사지 아이기를 바랐나 보다. 이런 말을 한 오미요를 도미지로는 그 뒤 만나지 못했다.

 

 자신만 간직한 이야기는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한테 하는 게 나을까. 아는 사람한테 하면 그 이야기를 한 사람뿐 아니라 그 말을 들은 사람 다 어색해질지도. 늘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세번째 이야기 <영혼 통행증>에 얽힌 이야기도 괜찮았다. 나이가 많이 든 사람이 이야기를 하러 왔다. 도미지로는 깃토미를 보고 자신도 그렇게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깃토미 집안은 여관을 했는데 하루는 별난 손님이 왔다. 다른 손님이 하나도 없고 그 손님만이 머물렀다. 그 손님은 별난 통행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 손님은 영혼을 가고 싶은 곳 고향으로 데려다 주는 뱃사람이었다. 어쩌다 깃토미와 새어머니인 오타케는 손님이 봉인해둔 게 풀린 여자 귀신을 보게 된다. 오타케는 그 이야기에 깊이 상관하지 않지만, 깃토미는 영혼 미나모와 손님한테 도움을 준다. 그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어서겠지. 깃토미는 억울하게 죽은 미나모를 대신해 복수한다. 영혼이 사람한테 해를 끼치면 성불하지 못하고 그 영혼이 안 좋아지면 뱃사람도 힘들다. 깃토미와 미나모는 비슷한 처지였구나. 새어머니와 함께 산 게. 새어머니가 좋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얼마 없을까. 미나모 새어머니는 미나모가 남편 재산을 받을 걸 생각하고 나쁜 짓을 꾸민다. 사람이 욕심을 내면 안 될 텐데. 돈은 죽으면 아무 소용없는데. 사람이 살았을 때 그걸 알면 좋지만, 어리석어서 그러지 못하는구나.

 

 여기에서는 좋은 일로 여기는데 난 정말 그게 좋은 일인지 잘 모르겠다. 오치카가 아이를 가졌단다. 다음엔 오치카가 엄마가 된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오치카가 즐겁게 살면 좋은 거겠지. 예전에 약혼자가 죽어서 마음이 안 좋았는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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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8-24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요즘 미미여사님? 책 열심히 읽으시는군요. 희선님 리뷰 보니 다시 읽고 싶어집니다. 한때 열심히 읽었는데 이 분....

희선 2022-08-25 00:59   좋아요 2 | URL
책이 나왔을 때 바로 못 보고 이제야 봤습니다 이것보다 먼저 나온 책도 볼 거예요 그건 새로운 에도 시대 시리즈더군요(《기타기타 사건부》) 올해 나온 것도 언젠가 보겠지요 한번 보고 시간이 가면 안 보는 사람 책도 있지만, 미야베 미유키 책은 여전히 봅니다 안 본 책이 많을 때는 잘 봐도 책이 나온 걸 따라잡고 다음에 드문드문 나오면 전처럼 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보고 싶은 책이 바뀌어설지도...


희선

프레이야 2022-08-24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여사 신작인가요? 앗 작년이군요.
못 읽어본 책입니다. 재미있겠어요^^

희선 2022-08-25 01:03   좋아요 2 | URL
아직 안 봤다면 신작이기도 하겠습니다 2022년에도 나왔어요 이번에 나온 건 《인내상자》예요 여기에는 단편 여덟편 실렸다는데 이야기가 짧을 것 같습니다 여덟편 실렸는데 책이 별로 두껍지 않아요 두꺼운 책이어도몇 편 실리지 않기도 했는데...


희선

scott 2022-08-24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본 여름철에 매년 지역 축제로 요괴 만담 대회가 열리는데 (밤을 꼴딱 새는)
학교에서도 열리고 지역 회관에서도 사람들이 모이면 각자 전해 들었거나 지어낸 요괴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상금도 있음)

미미여사님의 오치카가 이렇게 시리즈가 나오면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 주네요^^

희선 2022-08-25 01:06   좋아요 2 | URL
일본에서는 그런 걸 축제로 하기도 하는군요 밤을 새우면서 무섭거나 이상한 이야기 하면 즐거울지 무서울지... 둘 다겠습니다 지어낸 이야기도 괜찮군요 이런 책에서 읽은 건 어떨지... 책을 보고 그 이야기 잘 하는 사람도 있죠 저는 그런 거 정말 못합니다

예전에 오치카가 나이 들어서도 이야기 듣게 하겠다고 한 듯한데, 이야기 듣는 사람은 바뀌어도 오치카 소식 알려주겠지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