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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가을 에디션)
고다 아야 지음, 차주연 옮김 / 책사람집 / 2024년 12월
평점 :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하면 책이 보고 싶기도 하다. 그런 말 보고 책을 만나면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보고도 뭐가 좋은 건지 알지도 못한다. 이런 거 생각하면 참 슬프다. 왜 난 잘 모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이 책 《나무》(고다 아야)는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 나왔던가 보다. 영화 때문에 이 책 다시 나왔을까. 그 영화 못 봤지만. 거기 나온 사람은 일을 하고 집에 가서 책을 본단다. 그런 거 쉽지 않다. 일을 하고 집에 가면 쉬어야지 책을 볼 겨를이 어디 있나. 내가 이렇구나. 세상에는 일을 하고 집에 돌아가고 책을 읽는 사람 많을 텐데. 내가 못하는 것뿐이지 다른 사람은 잘 할지도.
나무 잘 모른다. 이 책 ‘나무’에 담긴 글을 고다 아야는 천천히 썼다. 1971년부터 1984년까지 쓴 글이다. 나무를 보러 여기저기 다녔나 보다. 이렇게 책으로 묶은 건 작가가 죽은 뒤다. 어릴 때 아버지는 삼형제한테 같은 종류 나무를 한그루씩 돌보게 했다. 나무는 하나가 아니고 귤나무 감나무 벚나무 동백이다. 그런 나무를 네 그루씩 심으려면 뜰이 넓어야 했겠다. 고다 아야 언니는 아버지가 물어본 나뭇잎을 잘 알아맞혔다. 마른 나뭇잎, 말린 나뭇잎만 보고도. 언니는 일찍 죽었단다. 아버지는 언니한테 식물학을 공부하게 하려 했는데. 고다 아야 언니가 살았다면 식물학자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아이들한테 자연을 가까이에서 만나게 해주었다. 고다 아야가 딸한테도 그렇게 해주기를 바랐는데, 고다 아야 딸은 나무나 꽃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 사람도 함께 사는 사람이 나무나 꽃에 관심을 가지니 관심을 갖게 됐다. 고다 아야 사위가 그랬다는 거다. 난 그저 길에서 나무를 본다. 그것도 대충. 고다 아야가 나무를 보러 간 곳은 아주 높은 곳이기도 했다. 고다 아야는 나이가 많아서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걸 한탄하기도 했다. 같이 간 사람이 고다 아야를 업고 갔다. 그런 사람도 있었구나. 나무도 서로 돕고 사는 게 생각난다. 큰 나무가 어린 나무를 돌보는. 여기에 이런 이야기는 없지만.
가문비나무는 쓰러진 나무 위에 나무가 자란단다. 그런 일이. 고다 아야는 그 모습을 실제로 보기도 했다. 여기에 사진도 담겼다면 좋았을걸, 아쉽구나. 한달은 30, 31일인데 야쿠섬에 ‘한달에 35일 비가 내린다’는 말이 있었다. 한달 넘게 비가 오는 거겠지. 비가 그렇게 오다니. 그건 나무한테 도움이 되는 거겠지. 야쿠 삼나무는 수령 천년 이상인 삼나무를 가리키고 천년 미만인 건 ‘어린 삼나무’다 한단다. 사람은 겨우 100년(이것도 길지만) 살까 말까인데. 나무는 정말 오래 사는구나. 몇백년도 긴데 몇천년이나 사는 나무도 있다니 말이다. 그렇게 오래 산 나무 한번도 본 적 없다. 고다 아야는 그런 나무를 가까이에서 보고 무섭기도 했나 보다. 나무를 신령스럽다고도 하지 않나. 오래 산 나무를 보면 그런 느낌이 들겠다.
일본에는 화산 활동을 하는 곳이 있다고 들었다. 고다 아야는 화산재를 뒤집어 쓴 나무를 보러 사쿠라섬에 간다. 이 말 보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 생각났는데, 거기 나온 섬이 사쿠라섬 맞았다. 그 영화 본 적 없다. 화산이 한번 터지고 끝이면 괜찮지만, 사쿠라섬은 그렇지 않았다. 지금도 화산 활동이 멈추지 않았나 보다. 아직 거기에 사는 사람 있겠지. 나무는 어떻게 됐을까.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거기에 가는 사람이 있다는 거 알았다. 화산 활동이 관광상품 같은 것이 된 걸까. 그런 건 좀 씁쓸하다. 지금은 재해도 관광상품이다. 여러 사람이 그런 곳에 가면 거기 사는 사람들이 사는 데 도움이 될까. 고다 아야가 갔을 때와 지금은 다를지. 모르겠다.
목수는 나무를 목재로만 봤다. 고다 아야가 나무를 볼 때 도움을 준 사람이 목수였다. 목수는 나무를 목재로만 보고, 한그루만 남은 나무는 좋은 목재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한그루만 오래 남은 나무를 보면 대단하다 여길 텐데, 어떤 사람은 둘레 환경을 생각해 보라 했다. 다른 나무는 사라지고 혼자만 남을 나무. 그 나무가 살아남은 건 다른 나무나 풀이 있어서였겠다. 지금은 없지만. 고다 아야는 나무를 보고 이런저런 기모노를 입었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무늬 기모노. 자신이 기모노를 입어서 그렇게 생각했다.
여기에서는 자연, 기후 같은 건 말하지 않지만 난 그런 걸 생각했다. 나무를 목재로만 보지 않고 자연으로 생각하면 좋을 텐데. 그러면 그렇게 많이 베지 않겠지. 기후 위기로 멸종 위기에 놓인 나무가 많지 않나. 일본에도 그런 나무 있겠지. 숲에 사는 나무는 쓰러져도 치우지 않아야 하지만, 도시에 사는 나무는 치워야 한단다.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구나. 숲에 사는 나무는 쓰러져도 다른 생물한테 도움이 된다. 아주 많은 생물한테.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