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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을 찾아서 -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여행
양국희 지음 / 쿠키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지금도 빨강머리 앤 좋아하기는 해. 앤은 자기 머리카락색이 빨개서 싫어했지만, 난 앤처럼 빨강머리였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도 있어. 언제 그렇게 생각했을까. 어릴 때가 아니고 나이를 먹은 다음이었던 것 같아. 그런 생각만 하고 빨간색으로 머리카락을 물들인 적은 없어. 나한테 빨강머리는 별로 안 어울릴지도. 빨강머리 앤 하면 소설보다 만화영화가 먼저 떠올라. 그건 꽤 옛날에 만든 건데. 지지난해(2020)엔가도 케이블 방송에서 하더군. 우연히 스치듯 봤어. 처음이었다면 봤으려나. 지금도 할까. 그건 나도 모르겠어. 한다 해도 보기는 어렵겠지. 나중에 컴퓨터로 한번 볼까 봐. 소설이나 만화영화 속 앤은 언제든 보고 싶을 때 만날 수 있군.
앤은 자기 이름을 말할 때 e가 붙은 앤(Anne)이다 했지. 앤은 고아원이 아닌 프린스 에드워드 섬 에이번리에 있는 초록 지붕 집에 살게 되리라고 생각하고는 아주 기뻐했는데, 마릴라는 매슈한테 남자아이는 어디 있고, 왜 여자아이를 데리고 왔느냐고 해서 앤은 슬픔에 빠져 울지. 매슈는 다른 사람 그것도 여자아이를 편하게 여기지 않았는데 앤은 달랐어. 앤이 매슈한테 아무렇지 않게 말해서 그랬겠지. 이튿날 매슈는 마릴라가 앤과 함께 스펜서 부인 집에 가는 모습을 보고 아쉬워했어. 마릴라한테는 제대로 말하지 못했지만,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고 그렇게 됐을 때 기뻐했어. 앤도 다시 초록 지붕 집에 돌아오고 거기에 살아도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무척 기뻤겠지. 그걸 보는 사람도 앤과 같은 마음이었을 거야.
몇해 전인가 인터넷에서 우연히 앤의 방 사진을 본 적 있어. 캐나다에는 앤이 마릴라 매슈와 함께 살았던 초록 지붕 집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 앤은 소설에 나오는 사람인데 실제 초록 지붕 집이 있다니 하고 신기하게 여겼어. 일본에서 만든 만화영화 빨강머리 앤은 캐나다에 가서 초록 지붕 집이나 둘레를 보고 만들었나 봐. 예전에는 그런 생각 못했는데, 이 책 《빨강머리 앤을 찾아서》(양국희)를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어. 여기 실린 그림 만화에서 본 것과 거의 비슷해.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앤뿐 아니라 에밀리 이야기도 썼는데, 책을 보니 에밀리가 친구와 갔던 등대도 있더군. 에밀리도 앤과 가까운 곳에 살았을 거야. 앤이 살았던 초록 지붕 집은 있지만, 에밀리가 살았던 곳은 모르겠군. 앤이 더 많은 사람한테 사랑받기는 했지.
양국희는 어릴 때부터 빨강머리 앤을 좋아하고 언젠가 캐나다에 가고 싶었던가 봐. 쉬는 시간이 찾아와서 양국희는 그때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 캐번디시에 가기로 했어. 난 그곳에 가지 않아도 소설 속 사람이 살았던 집이 있다는 것만 알아도 괜찮아. 이 책 앞에서 양국희가 초록 지붕 집에 찾아가고는 앤이 나올 것 같다고 했는데, 그 부분 보니 나도 그런 마음이 들었어. 초록 지붕 집을 보니 앤이 거기에서 뛰어 나와 거기 온 사람을 반겨 줄 것 같았어. 하지만 앤은 나오지 않았어. 아쉬워라. 앤을 만나지 못해도 앤이 거기 있다 생각하고 싶기도 해.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 앤은 초록 지붕 집에 오기 전에 고아원에 있었는데, 고아원에 가기 전에는 여러 집을 다니면서 아이를 돌봤어. 어린이가 자기보다 조금 어린이를 돌보다니. 예전에는 그렇구나 했는데, 지금은 앤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힘든 시간을 앤은 상상력으로 버텼지. 앤 친구는 책장 유리에 비친 케이티 모리스와 메아리인 비올레타였는데, 앤은 초록 지붕 집에 오고 진짜 사람 친구 다이아나를 만났어. 그때 무척 기뻤겠지. 앤 부모가 일찍 죽은 것처럼 루시 모드 몽고메리 엄마도 일찍 죽고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살았어. 거기는 집터만 남았더군.
샬럿타운 알지. 앤이 다닌 퀸즈 학교(퀸 학원)가 있던 곳. 거기에서는 뮤지컬도 하는가 봐. 양국희는 그 뮤지컬을 봤어. 어린 앤이 아닌, 선생님이 되고 대학에 가서 공부하는 앤 이야기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재미있겠어. 빨강머리 앤이 살고 다닌 곳을 다니면 즐겁겠어. 길을 걷다 앤이나 다이아나를 마주칠 것 같을지도. 그걸 이렇게 그림으로 남겨두다니 멋지군. 앤은 프린스 에드워드 섬 에이번리(캐번디시) 초록 지붕 집에 아직도 살겠지. 앤이 자라기도 하겠지만, 앤은 언제나 상상력 가득한 아이일 것 같기도 해. 상상력 때문에 마릴라한테 가끔 혼났지만, 매슈는 앤한테 상상력을 갖고 살라고 말했어. 낭만이었던가. 상상력은 누구한테나 중요해.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