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도서관 THE PARIS LIBRARY (2021)
자넷 스케슬린 찰스 우진하 옮김
하빌리스 2021년 03월 29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을 사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걸 더 좋아하겠지요. 저도 책이 있는 게 더 좋을 것 같기는 하지만 책을 둘 곳이 없어요. 제 물건은 별로 없는데, 거기에서 책이 가장 많습니다. 많다고 해서 아주 많지는 않아요. 다른 것, 옷에 견주면 아주 많군요. 옷이 워낙 없어서. 옷장 자체가 없습니다. 예전에는 그런 거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 있지만, 그런 게 있으면 방만 좁아지잖아요. 책장에 책을 잘 정리해 두지도 못합니다. 책장 놓을 공간도 없고. 그러면 책은 어디 있나 싶겠네요. 상자나 비닐봉투에 들어 있습니다. 책을 본 다음에 다시 상자나 비닐봉투에 집어 넣어요. 그런 게 몇 해 동안 쌓이니 방이 아주 좁아졌습니다. 본래 넓지도 않지만. 이런 말 하니 창피하네요.
제가 책을 별로 사지 않는데도 책을 보는 건 도서관이 있어서지요. 어렸을 때부터 책과 도서관을 알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도서관에서 책 많이 빌려 봤습니다. 책을 보게 됐을 때는 많이 사기도 했는데, 물난리가 한번 나고 책을 버리고 난 뒤로는 책 사는 게 어쩐지 덧없어졌습니다. 물난리 난 뒤에도 책을 조금씩 사서 늘어났지만. 저와는 반대로 뭔가 큰일을 겪고 책을 사서 보기로 한 사람도 있겠습니다. 책을 사고 본 다음에 되팔기도 하던데, 저는 그런 것도 못하고 딱히 줄 만한 곳도 없네요. 오래된 건 버리거나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런 것도 못하고. 지금은 도서관 많고 책도 많지요. 이런 말 인터넷 책방에서는 안 좋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19로 다른 때보다 책을 더 샀습니다. 아주 많이 사는 사람에 견주면 새발의 피지만. 재난지원금은 다 책 사는 데 썼습니다. 제 책보다 다른 사람한테 보내줄 거.
저처럼 책 보고 싶지만 사기 어려운 사람은 도서관에서 빌려서 봐도 괜찮겠지요(요새는 잘 안 가지만). 도서관도 처음에는 돈이 있는 사람만 책을 빌릴 수 있었군요. 지금은 누구나 그곳에 살고 대출증만 만들면 책을 빌릴 수 있지요. 요즘은 더 좋아졌어요. 저는 휴대전화기가 없어서 안 되지만, 뭔가 하면 자신이 사는 시뿐 아니라 어디에서나 책 빌릴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다 컴퓨터로 이어져 있으니. 어릴 때 도서관을 자주 가면 좋겠지요. 책과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을 테니. 도서관이라고 해서 조용하기만 해야 할까요. 어린이는 조용히 가만히 있기 힘들어 하잖아요. 어린이는 놀면서 책과 친구가 되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저는 도서관에서 책만 빌려요. 사람 많고 넓은 데서는 책 못 봅니다. 집에서 조용하게 보는 게 좋아요.
이번에 만난 책 《파리의 도서관》 이야기는 시작도 못했군요. 도서관이 나와서 도서관 이야기를 잠깐 해 봤습니다. 저는 도서관에서 책만 빌려서 왜 도서관이 좋은지 말하기 어렵네요. 책을 빌려서 좋다는 것밖에는. 여기에는 1939년 프랑스 파리에서 도서관 사서가 된 오딜 이야기와 1981년 미국 작은 마을 몬태나 주 프라이드에 사는 십대 여자아이 릴리 이야기가 담겼어요. 지난날은 1939년부터고 지금은 1981년이군요. 지금보다 옛날이네요. 미국 하면 큰 도시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미국에도 작은 시골 마을이 있겠지요. 릴리는 이웃에 사는 오딜 구스타프슨 부인한테 관심이 있어요. 오딜은 앞에서 말한 프랑스 미국 도서관 사서가 된 오딜과 같은 사람입니다. 프랑스 파리에 있던 사람이 이제는 미국에 산다니 어떻게 된 걸까 싶겠습니다. 그건 책을 보면 알겠지요.
프랑스 파리에는 파리 미국 도서관이 있었어요. 프랑스 사람도 이 도서관에 다니겠지만, 파리에 사는 영어를 쓰는 다른 나라 사람이 더 많이 다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영어 공부하려는 사람도. 사서는 영어도 할 수 있어야 했어요. 오딜은 영어 공부뿐 아니라 사서공부도 했습니다. 스무살은 어른이기는 하지만 세상을 다 알 정도는 아니지요. 이십대라 할까, 그때도 이것저것 알고 현명한 사람 아주 없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오딜은 책을 좋아해서 도서관에서 일하게 됐군요. 시간이 흐르고 전쟁이 일어나요. 2차 세계전쟁. 오딜 쌍둥이 남동생은 군대에 자원하고, 포로수용소에 갇히게 돼요. 전쟁에 나가 사람을 죽이거나 죽는 것도 슬프겠지만, 포로수용소에 갇히면 더 걱정되겠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많은 사람이 그곳을 피하려고 할 텐데, 파리 미국 도서관은 전쟁 때도 문을 닫지 않았습니다. 군인한테 책을 보내주고 독일군이 파리에 왔을 때는 책을 빌리러 오지 못하는 사람한테 책을 갖다주기도 했어요. 이 일은 실제 있었던 일이에요. 이 소설은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썼답니다. 이 말 쓰니 한국전쟁 때 서울에 있던 도서관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때 도서관은 문 열었을까요. 학교도 다니기 어려웠을 텐데, 도서관에 다니는 건 더 힘들었겠습니다. 파리는 전쟁터가 되기도 했더군요. 독일군이 오고 파리 사람은 가까운 사람을 의심하고 고발했어요. 이름을 쓰지 않고 경찰서에 편지를 썼지만. 앞에서는 아무 말 안 하고 뒤에서 그런 일을 하다니. 그게 사람이기도 하다고 여겨야 할까요. 이 책을 보고 파리 미국 도서관이 좋은 일을 한 것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한 안 좋은 일도 알았네요.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좋아하고 친구를 좋아하는 오딜도 잘못했어요.
어떤 사람은 자신이 잘못한 걸 용서해주길 바라고 잘못한 사람 가까이에 있기도 하지만, 거의 되돌릴 수 없다 여기고 멀리 떠날까요. 오딜은 어찌하면 좋을까 하다가 멀리 떠나요. 어렸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프랑스 어딘가도 아니고 미국으로 가다니. 오딜이 미국에서 어떻게 지냈는지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작은 마을에서는 모르는 게 없기도 하겠습니다. 오딜은 다른 사람과 친하게 지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같은 잘못을 저지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설지도. 그래도 시간이 흐르고 이웃집 아이 릴리와 친구가 됐네요. 릴리가 잘못해서 멀어질 뻔했지만. 릴리보다 오래 산 오딜이 릴리를 다시 받아들여줬어요. 릴리가 친구 문제로 잘못하려고 했을 때 오딜이 그걸 막아요. 릴리는 친구를 잃지 않았습니다. 친구하고 생긴 문제는 친구한테 말해야지, 친구가 사귀는 사람한테 말하면 안 되겠지요. 책 도서관에서 친구 이야기가 됐군요. 책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기도 합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오딜 친구가 오딜을 용서해줬다면 좋겠네요. 오딜이 프랑스를 떠난 건 친구를 생각해서기도 했어요. 그런 마음을 오딜 친구가 알았을지.
희선
☆―
“많은 사람은 말이지, 뭘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 늘 알 수 없어서 가끔 어색한 모습을 보이는 거야. 그걸 보고 뭐라 하면 안 돼. 그 사람 마음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다른 사람은 절대 알 수 없어.” (《파리의 도서관》1권, 67쪽)
“진지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는 마법 같은 힘을 지닌 건 오직 책뿐입니다. 파리 미국 도서관은 문화와 문화를 이어주는 책으로 만든 다리입니다.” (《파리의 도서관》1권, 209쪽~2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