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욱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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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이름은 내방 책탑 어딘가에 꽂힌 『쇼펜하우어 문장론』 때문에 익숙하다. 이 책도 아포리즘이라 그 책과 비슷한 스타일의 책이라 생각하고 읽게 됐다. 물론 제목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현실로 겪기 전까지는 확 와닿지 않으나 겪다 보니 답답할 때가 많았다) 그게 현실임을 알기에 어떤 내용 내게 울림으로 남을까 싶어 책장을 펼쳤다.


  '편역자의 글'을 읽으며 '비관에 대한 비관'이라는 쇼펜하우어의 철학관과 그의 외면받은 삶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들으나 결국은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생각하게 된다. '쇼펜하우어의 글'을 보면 또 그렇게 비관적이진 않은 듯싶은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 그의 글에 대한 궁금증을 더하게 해준다.


  4부로 구성된 아포리즘은 각각의 글 제목이 우리가 익숙한 짧은 명언 같다. 그 제목에 대한 내용이 본문을 채우는 데 각각의 본문 분량이 그리 길지 않기에 짬을 내서 읽기 좋은 스타일의 책이다. 개인적으로 출퇴근 시간(만원 지하철이나 버스는 어렵겠으나) 자리에 앉아 읽다보며 금세 완독할 수 있을 내용이 아닌가 싶다. 책 판형도 휴대성이 높은 게 꼭 출퇴근 길이 아니라도 가볍게 약속시간이 남았을 때 짬을 내서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시간이 없다고 하는 분들이라면 목차를 보며 꽂히는 아포리즘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각각의 제목이 하나의 아포리즘으로 다가오기에 보다 더 깊은 쇼펜하우어의 생각을 보고자 할 때 목차에서 와닿는 아포리즘을 자세히 읽는 것 또한 이 책을 읽는 방법이 될 수 있을 듯하다. 해당 본문에서 더 머리를 울리는 문장이 만나기도 한다.


  되도록이면 힘들지 않은 인생을 바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살아 있다면 마주하게 되는 현실이 아닐까? 제목은 마음에 들지 않으나 보다 현실적인 글들이라 와닿는 말들이 많았던 것 같다.


아픔을 모르는 기쁨은 존재하지 않는다.(p.181)


  유독 와닿았던 위문장을 인용을 해본다. 현실 속에서 이상을 추구하지만 그 격차가 클수록 좌절의 강도도 클 것이다. 너무 이상에만 시선을 두지 않길 바라며 보다 현실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면 쇼펜하우어의 글이 적절한 조언이 될 때가 많지 않을까 싶다. 명언을 좋아하거나, 고민 때문에 생각이 너무 많아졌거나, 인생의 적절한 조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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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테이스팅 코스
마크 드레지 지음, 최영은 옮김 / 시그마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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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업으로 했던 과거를 바탕으로 직업은 아니지만 여전히 로스터이자 홈바리스타이기에 구입했던 『와인 테이스팅 코스』, 위린이로 요즘 조금씩 마시고 있는 위스키 때문에 전자책으로 구입한 『위스키 테이스팅 코스』, 두 권 모두 책장과 전자책 서재에 잘 자리하고 있는 와중에 우연히 마주친 『맥주 테이스팅 코스』. 그럼에도 아직 '커피 테이스팅 코스'는 보이지 않으나 세 주류 테이스팅이 익숙해지면 그 충분히 커버를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책을 펼친다. 그래도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그동안 다양한 맥주를 마셨던 기억들을 바탕으로 하여 읽기 시작했다.



  '시작하며'를 읽으며 저자도 나와 비슷한 스타일의 사람임을 확인한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맥주란 무엇일까?'에서는 전반적인 맥주의 역사와 풍미 등 여러 부분을 다룬다. 워낙 맥주가 접하기 쉬워졌었기에 여러 맥주를 마시며 맥주 관련 책들도 읽은 게 꽤 있었기에 대략적인 맥주 분류는 낯설지 않았다. 다만, 에일과 라거는 익숙하고 자주 마셨는데 와일들/사워 분류는 생소했다. 맥주의 풍미는 워낙 다른 책들에서 접한 것들과 마셔본 경험이 도움이 된다. 테이스팅 시트는 그래도 많이 단순화되어 있기에 다른 주류에 비해 양의 부담이 적게 다가온다. 물론, 경험 등에 따라 이 외의 풍미도 찾아내는 이들이 있겠으나 너무 커핑 때처럼 뭘 찾아야 할지에 대한 부담감은 적다.


  잔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최근에 생맥주를 마셨던 때를 떠올린다. '완벽한 맥주 따르기'는 어느 순간 당연히 저렇게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익히고 있기에 낯설지 않았으나 헤페바이젠과 윗비어에 대한 부분은 전에 알고 있었으나 캔을 저렇게 해서 따라 마시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한다. 전용잔에 대한 욕심이 생겼던 게 맥주 때부터라는 것을 떠올리는 파트도 보이나 결국은 자주 쓰는 잔에 아무렇게나 마시는 것 같다(이제 하이볼과 언더락을 주로 마시니 더 그런 듯...). 맥주 공정은 책으로는 그래도 여러 번 봐왔기에 기회가 될 때 양조장을 하는 아는 동생에게 견학을 가봐야 할 것 같다. 백날 책으로만 접해 봐봐야 결국 잊어버리니... 위스키 때문에 몰트에 빠져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맥주의 풍미에서 홉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오프 플레이버는 커피에서의 부정적인 풍미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적당량이 함유될 때는 오히려 맥주에 플러스 요인이 된다는 것도 확인한다(커피에서도 그럴 때도 많은 것 같다 적당량이면 괜찮으나 그게 오버 될 때 더 큰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니... 하지만 분명 커피와의 차이가 있). 음식 페어링 부분은 그동안 나는 어떤 맥주와 어떤 음식을 먹어왔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두 번째 부분인 '스타일로 맥주 살펴보기'는 '라거', '페일 에일, IPA, 홉의 특징이 강한 에일', '몰트의 특징이 강한 에일', '사워 맥주와 과일 맥주', '밀 맥주와 벨지안 에일'로 구분해서 그에 해당하는 제품들의 특징도 다루기에 어떤 맥주를 마실지 고민인 이들에게는 직접적인 조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름 다양하게 마셔봤다고 생각했는데 책에 나오는 맥주들 중에서 내가 마셔본 게 이렇게 적다는 것에 역시 맥주의 세계에 나는 별로 해본 게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최근 들어 위스키를 주로 마시기에 맥주를 마시는 일도 줄어들었기에 더 그런 것 같다.



  알고 마시는 것과 모르고 마시는 것의 차이는 분명 크다. 과거 내가 커피에 눈을 뜨게 될 때 그 경험을 확실히 했기에 커피 업계에 몸을 담기도 했던 것이다. 여전히 위스키보다는 맥주의 접근성이 더 좋다. 기온이 꾸준히 올라가는 요즘 제대로 맥주 맛을 알고 마시면 그 즐거움이 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다양한 맥주 맛보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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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초지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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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글릭의 시를 접하게 된 것은 노벨문학상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것 같다. 생존한 외국 시인의 시는 특별히 찾아 읽지 않는 편이었다. 노벨문학상을 예측하지 못했던 사람이었는지 루이즈 글릭의 시집이 우리나라에는 출간된 게 없었다. 그나마 그해 나온 다른 출판사의 모음 시집에 「눈풀꽃」 한 편이 실려 있어서 접했던 것 같다. 당시에 해당 출판사에서는 이름을 '루이스 글릭'이라고 표기한 것을 기록이 기억하고 있다.


  그 후 시인의 다른 시를 접한 것은 얼마 전이었다. 그때 봤던 시와 다른 호흡의 「우화」라는 시로 『신실하고 고결한 밤』(시공사, 2022)에 수록된 시였다. 그리고 이번에 출간된 시집을 접하게 됐다.



  시집은 두 권으로 분권이 되어 있었다. 루이즈 글릭의 시집 『목초지』와 '옮긴이의 말'이 적힌 얇은 책으로 두 권 모두 가지고 다녀도 그리 두꺼운 분량은 아니라 크게 부담 되지는 않는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을 통해 시인은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전에 읽은 시집에서 '우화'라는 제목의 시를 접했다면 이 시집에서는 더 다양한 '우화' 시를 접하게 된다. 그러나 우화 보다 강렬하게 끌렸던 것은 마치 내게 질문하는 듯했던 시 「소망 THE WISH」의 마지막 연이다. 내 마음이 잘 표현되는 문장이라 시선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늘 내가 소망하는 걸 소망했어.

나는 또 하나의 시를 소망했다.


「소망 THE WISH」 中 p.89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 명확하게 알진 못하나 그동안 보거나 들은 이야기들과 알고 있는 캐릭터의 목소리가 현대로 와서 시인을 통해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본다. '옮긴이의 말'을 통해 시인에 대한 평가나 개인사에 대한 정보가 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번역됐으나 20여 년도 전에 출간된 시인의 시. 현재 보다 아직은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지 않았을 때에도 이미 소리를 내고 있었기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시집을 읽으며 신화를 재해석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만들어 가는 시인의 시를 통해 여전히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내 시심을 붙잡을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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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아트 컬렉터를 위한 멘토링 - 현대미술시장의 흐름과 아트테크의 이해
나하나 지음 / 바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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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랜만에 미술 전시회를 다녀왔다. 그 직전에 미술 관련 서적을 읽은 게 도움이 되기도 했고 한동안 전시회를 가지 않았던 게 생각나 좋은 기회가 생겨 예매를 하고 다녀왔다. 화가인 친구의 그림이 마음에 들어도 쉽게 사줄 수 있는 상황이 안 되는데 아트 컬렉터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미술 감상 레시피'나 '알아두면 도움 되는 미술인문학' 등의 목차 구성이 재미있을 것 같아 읽게 됐다.



  책은 '당신을 위한 친절한 미술지식', '갤러리스트가 들려주는 K-ART 이야기', '이제는 상식! 현대미술!', '그림 속 경제 아트테크의 미학' 총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목차만 보면 아트테크 부분은 마지막 파트에 집중되지만 결국 전반적인 미술의 이해를 지나 마지막에 실질적인 아트 컬렉팅까리 연결이 되는 것이니 구성을 이렇게 한 것 같다.


  그동안 너무 '감상법'에 집착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결국 사진 이론과 책으로 읽은 지식들을 바탕으로 봐오긴 했으나 오히려 그런 방식들이 날 고정된 프레임에 가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한국화 감상법은 흥미롭다. 시서화의 일치를 추구한다는데 '오른쪽 위 - 왼쪽 위 - 왼쪽 아래 - 오른쪽 아래'순으로 시선을 옮겨가며 읽어보라는 것은 처음 접하는 것 같다. 미술인문학에서는 예술에 대해 잘못 생각하는 부분들을 경계하게 만드는 내용을 접하게 된다. 뭐 가격이 전부라 생각하지 않으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의 잣대를 금전적 가치로 평가하기도 하니... 아트테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더 주의는 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두 번째 파트에서 한국화와 전반적인 K-ART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된다. 동양화와 한국화의 명칭의 애매한 문제는 한국화로 통일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또 그동안 모르고 있던 세계 3대 아트 페어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역시 세계 3대 무엇이 여러 분야에 있음도 확인하게 된다). 한국 미술이 앞으로도 더 발전하길 바라는 것은 내 친구가 화가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고, 미래를 위한 바람이기도 하다.


  세 번째 파트는 현대에 살고 있으나 사진 외에는 현대미술에 대해 아는 게 부족한 내게 필요한 부분이었다. 방법보다 태도로 접근하는 방식이라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장르를 동양화와 서양화로 구분하는 게 애매하기도 할 것 같다. '동시대미술'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미술에만 한정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문학에서도 난해성은 회자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본문의 문장이 그 해결 방안을 보여주는 듯했다.


현대미술은 감상자가 작품을 통해 창작자와 함께 주체가 되고, 근원적인 것을 함께 고민함으로써 예술이 우리 삶에 주는 가치를 찾아주는 소중한 매개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p.157)


  공공미술은 요즘 건물들 앞에 보이지만 크게 신경을 써오진 않았다. 하지만 책에서 나오는 〈해머링 맨〉이나 〈스프링〉은 익숙하며 요즘 퇴근길 거의 매일 보는 타임스퀘어의 〈카르마〉는 오늘 퇴근길에는 조금 더 관심 있게 보며 지나왔다. 그리고 조금은 한편에 보이지 않으나 자리를 꾸준히 지키는 〈평화의 소녀상〉도 시선이 갔다. 메타버스와 NFT ART는 이상하게 최근 들어 나와 접점이 생기는 것 같은 느낌도 드는 것이 곧 손을 댈 것 같은 예감은 뭘까? 


  마지막 파트는 아트테크에 대해 다룬다. 첫 글의 마지막 문장의 여운이 오래간다.


자본 없이는 예술은 불가능하다.(p.211)


  그동안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궁금했던 미술품 가격이 결정되는 미술시장의 구조와 흐름을 엿보게 된다. 내 친구 화가에게 직접 살 경우 1차 시장에서 구매하는 것이라는 것도 확인하게 된다. 컬렉팅의 한 번 손을 대면 계속된다는 것이 아트만이 아니라 모든 것에 적용되는 듯하다. 처음이 어려울 뿐이지 두 번째부터는 수월하다는 말도 여기에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미술품에 붙은 세금에 대한 내용과 보관 및 관리법도 간단하게 접할 수 있어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각 챕터의 마지막에는 '안목 넓히기'라는 칼럼이 기다리고 있어 책을 읽으며 예술에 대해 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듯했다. 

  책을 읽었음에도 아트 컬렉터의 길로는 입문하려면 아직은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보다 나은 관람객이 먼저 되어야 보다 나은 컬렉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아트 컬렉팅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물론 미술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읽어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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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 거야 - 흔들리고 지친 이들에게 산티아고가 보내는 응원
손미나 지음 / 코알라컴퍼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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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데 산티아고. 내 생애 첫 해외여행이자 해외 성지순례를 다녀온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유명한 '프랑스 길' 800km 중 100km 이상을 걷고 순례자 증명서만 받았으나 하루 20~25km 카미노의 마무리를 함께 걷는 신부님들과 소공동체 미사를 드리던 게 생각난다. 그때의 힘으로 어쩌면 지난 10년을 살아왔는지 모를 만큼 경제적으로 잘 풀리지 않았음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SNS 팔로잉을 하고 있는 손미나 작가가 산티아고를 간다고 했을 때 댓글을 남기기도 했었는데 그 결실을 이렇게 접하는 감회가 남다른 것은 나도 그 길의 일부를 걸어봤기 때문이 아닐까.


'생장'에서 저자가 만난 세실의 말은 공감하게 된다. 또 가고 싶고, 언젠가 다시 가야만 한다는 일종의 사명 같은 게 분명 내게도 남아 있다. 그때 함께 걸었던 멤버들과 본 지 몇 년이 지났으나 그래도 당시 우리 조 지도신부님이 올해 초까지 우리 본당에 계셔서 2년이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던 특별한 시기도 있었기에 본문의 말들이 와닿는 게 아닐까.


'나바라' 역시 내가 걸어보지 못한 TV 영상이나 그런 것으로나 접했을 공간이다. 직접 걷는 작가의 글은 간접이지만 그 공간을 감성적으로도 공유하게 만들기도 한다. 미치도록 아름답기에 '산티아고 길, 언젠가 꼭 다시 걸을 테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p.92)는 내 마음에도 희미하게 새겨져 있던 기억이 공명하는 듯했다.


'리오하' 역시 들리지 못했기에 수도원 와인의 맛을 보진 못했다. 그래도 저자의 『스페인, 너는 자유다』 표지의 소는 다른 곳에서 봤었고 그 입간판에 얽힌 이야기는 당시 가이드를 통해 들었던 게 떠오른다. 이미 내가 걸었던 총거리의 두 배 이상을 걸었으니 안 아픈 곳이 없기 어려울 텐데 괜히 저자에게 몰입해 걱정을 하게 된다.


'카스티아 이 레온'의 내용을 보며 사진 속 풍경들은 내가 걷거나 걷지 않았던 스페인의 하늘을 떠오르게 한다. 또 내가 당시 산티아고 길에서 무엇을 얻었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아마 카미노 이후의 10년을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며 살아가기 위한 힘이었을까? 나는 가보지 못한 철의 십자가에서의 일화는 순례자들끼리의 교감을 할 여러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 나는 혼자가 아니라 우리 조원들이 함께 했기에 내가 혼자가 아님을 확실히 알아가며 서로에게 의지하며 걸었는지 모르겠다.


'갈리시아' 이제 내가 걸었던 구간을 만나게 된다. 사리아가 반가운 것은 내가 출발했던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풍경이 가물거리지만 작가의 글로 느낌은 되살아나는 듯했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카미노에서의 추억은 집에서부터 걸어오셨다던 독일인 노부부였다. 우리가 빠른 속도였지만 그래도 쉬거나 하다 보면 다시 만나게 되는 일이 많았기에 인솔자 신부님께서 여쭤보셔서 그 사연을 알 수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우린 보타푸메이로를 날리는 의식을 보진 못했지만 나만의 인증 사진은 남겼다.


각 주의 첫 소개에서는 지도와 QR 코드가 있어 산티아고 순례길의 풍경을 영상으로 접할 수 있었다.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었지만 산티아고를 걸었던 열정은 되살아나고 언제고 다시 가고야 말겠다는 다짐도 되새기게 되는 시간을 만들어줬다.


가톨릭 신자로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서른세 살에 바로 직전 해에 수료했던 꾸르실료와 관계가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것은 큰 의미로 기억된다. 어쩌다 그 나이 그 시기에 갈 수 있었는지...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과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을 경험하고 다시 이 책을 읽으며 그 길을 떠올려봤다.


그 길 끝은 다시 그 길을 걷기 위한 행복한 추억들이 아닌가 싶다. 언제 다시 걸을지 모를 산티아고 길을 되살리는 좋은 책이었다. 산티아고 길을 걸으려는 이들과 걷고 온 이들 모두에게 카미노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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