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에서(2021 시의 날 엔솔로지 시집 서울詩 투고작)
아련한 기억은 흔들리듯 서 있다
여름밤 옥상에 누워 바라보던 별빛이
도시에 내려앉는다.
어둠을 잊은 듯한 동네에
깜빡이는 가로등은 빛나고
흙 파고 뛰어놀던 공간은
신경 쓰지 못하는 시간만큼 줄어들고 있었다.
온몸을 붉히며 자리하던 우체통도
이젠 찾아보기 어려운 날
무심히 지나치던 꽃들에 관심을 보이는
마흔이 넘은 아이
오래된 길을 걸으며
추억을 톺아본다.
버찌도 스며든 그 길을
빠르게 지나치는 이들과 다른
옛 기억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