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 거야 - 흔들리고 지친 이들에게 산티아고가 보내는 응원
손미나 지음 / 코알라컴퍼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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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데 산티아고. 내 생애 첫 해외여행이자 해외 성지순례를 다녀온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유명한 '프랑스 길' 800km 중 100km 이상을 걷고 순례자 증명서만 받았으나 하루 20~25km 카미노의 마무리를 함께 걷는 신부님들과 소공동체 미사를 드리던 게 생각난다. 그때의 힘으로 어쩌면 지난 10년을 살아왔는지 모를 만큼 경제적으로 잘 풀리지 않았음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SNS 팔로잉을 하고 있는 손미나 작가가 산티아고를 간다고 했을 때 댓글을 남기기도 했었는데 그 결실을 이렇게 접하는 감회가 남다른 것은 나도 그 길의 일부를 걸어봤기 때문이 아닐까.


'생장'에서 저자가 만난 세실의 말은 공감하게 된다. 또 가고 싶고, 언젠가 다시 가야만 한다는 일종의 사명 같은 게 분명 내게도 남아 있다. 그때 함께 걸었던 멤버들과 본 지 몇 년이 지났으나 그래도 당시 우리 조 지도신부님이 올해 초까지 우리 본당에 계셔서 2년이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던 특별한 시기도 있었기에 본문의 말들이 와닿는 게 아닐까.


'나바라' 역시 내가 걸어보지 못한 TV 영상이나 그런 것으로나 접했을 공간이다. 직접 걷는 작가의 글은 간접이지만 그 공간을 감성적으로도 공유하게 만들기도 한다. 미치도록 아름답기에 '산티아고 길, 언젠가 꼭 다시 걸을 테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p.92)는 내 마음에도 희미하게 새겨져 있던 기억이 공명하는 듯했다.


'리오하' 역시 들리지 못했기에 수도원 와인의 맛을 보진 못했다. 그래도 저자의 『스페인, 너는 자유다』 표지의 소는 다른 곳에서 봤었고 그 입간판에 얽힌 이야기는 당시 가이드를 통해 들었던 게 떠오른다. 이미 내가 걸었던 총거리의 두 배 이상을 걸었으니 안 아픈 곳이 없기 어려울 텐데 괜히 저자에게 몰입해 걱정을 하게 된다.


'카스티아 이 레온'의 내용을 보며 사진 속 풍경들은 내가 걷거나 걷지 않았던 스페인의 하늘을 떠오르게 한다. 또 내가 당시 산티아고 길에서 무엇을 얻었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아마 카미노 이후의 10년을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며 살아가기 위한 힘이었을까? 나는 가보지 못한 철의 십자가에서의 일화는 순례자들끼리의 교감을 할 여러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 나는 혼자가 아니라 우리 조원들이 함께 했기에 내가 혼자가 아님을 확실히 알아가며 서로에게 의지하며 걸었는지 모르겠다.


'갈리시아' 이제 내가 걸었던 구간을 만나게 된다. 사리아가 반가운 것은 내가 출발했던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풍경이 가물거리지만 작가의 글로 느낌은 되살아나는 듯했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카미노에서의 추억은 집에서부터 걸어오셨다던 독일인 노부부였다. 우리가 빠른 속도였지만 그래도 쉬거나 하다 보면 다시 만나게 되는 일이 많았기에 인솔자 신부님께서 여쭤보셔서 그 사연을 알 수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우린 보타푸메이로를 날리는 의식을 보진 못했지만 나만의 인증 사진은 남겼다.


각 주의 첫 소개에서는 지도와 QR 코드가 있어 산티아고 순례길의 풍경을 영상으로 접할 수 있었다.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었지만 산티아고를 걸었던 열정은 되살아나고 언제고 다시 가고야 말겠다는 다짐도 되새기게 되는 시간을 만들어줬다.


가톨릭 신자로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서른세 살에 바로 직전 해에 수료했던 꾸르실료와 관계가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것은 큰 의미로 기억된다. 어쩌다 그 나이 그 시기에 갈 수 있었는지...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과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을 경험하고 다시 이 책을 읽으며 그 길을 떠올려봤다.


그 길 끝은 다시 그 길을 걷기 위한 행복한 추억들이 아닌가 싶다. 언제 다시 걸을지 모를 산티아고 길을 되살리는 좋은 책이었다. 산티아고 길을 걸으려는 이들과 걷고 온 이들 모두에게 카미노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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