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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설계자 - 한 시간 만에 100만 달러 매출 ‘제프 워커 신드롬’의 시작 ㅣ 스타트업의 과학 5
제프 워커 지음, 김원호 옮김 / 윌북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창업은 언제나 ‘남의 일’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평범하게 취업하고 일하며 살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시간이 이어졌다. 어느덧 나이는 애매해졌고, 이력서에 내세울 만한 경력도 모호해졌다. 취업은 점점 멀어졌고, 이제는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때가 왔다. 그렇다고 자본이 있는 것도 아니니, 창업은 여전히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중 문득 눈에 들어온 책 띠지의 한 문장. “한국에서도 100퍼센트 통한다.” 그렇게 이 책 『스타트업 설계자』가 내 손에 들어왔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건지, 처음엔 감도 잡히지 않았다. 책은 ‘PLF의 비밀’, ‘PLF 진행하기’, ‘PLF 활용하기’, ‘PLF 이후의 삶’이라는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목만으로는 막연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읽다 보니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지기 시작했다. PLF(Product Launch Formula), 말 그대로 ‘제품을 시장에 성공적으로 내놓는 공식’이다. ‘공식’이라는 단어에 약간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나 역시 마케팅 책이나 기법서에 자주 실망해왔기에.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사례와 흐름 속에서 “이렇게 하면 된다”는 길을 보여줬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제품을 다 만들고 파는 것이 아니라, 팔면서 만들어가는 방식’이었다.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요즘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교육, 코칭, 심지어 커뮤니티 운영까지 많은 사업들이 이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PLF가 녹아든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었던 셈이다.
예를 들어, 어떤 온라인 강의가 있다고 하자. 예비 수강자들에게 이메일이나 콘텐츠를 통해 ‘기대감’을 형성하고, 무료 강의나 사례를 제공해 신뢰를 쌓는다. 그리고 정식 론칭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 구매에 나선다. 이것이 바로 PLF다. 우리나라에서 유행 중인 몇몇 플랫폼이나 프로그램을 떠올리면 바로 감이 올 것이다. 꼭 이메일이 아니어도 된다. 각자가 운영하고 있는 SNS를 활용해도 충분하다. 핵심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기대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물론 주의할 부분도 있다. 2부에 등장하는 내용에서는 예전에 들었던 유료 마케팅 강의가 떠올랐다. 광고는 분명 화려했지만, 정작 내용은 겉핥기 수준이었다. ‘이건 신입용이지 실무자에게는 별로네’ 싶었던 그 실망감. PLF 또한 ‘껍데기만 있는 것’이 되지 않으려면, 정말 가치 있는 콘텐츠와 진심 어린 소통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몇 통의 이메일로 수천 달러를 벌었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테스트와 고객 피드백, 신뢰 형성이 있었음을 강조한다. 단순한 ‘한 방’이 아니라 ‘과정’을 중시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3부와 4부에서는 PLF의 활용과 PLF 이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부터는 좀 더 구체적인 상상들이 가능해졌다. 만약 내가 지금 어떤 교육 콘텐츠나 커뮤니티를 기획한다면, 이 방식을 활용해 시드 론칭을 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완벽한 설계가 필요한 건 아니다. 기본 구조만 갖추고,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자본이 없는 지금의 내 상황에 오히려 더 적합한 방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덮고 나니 ‘사업’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꼭 공장을 차리거나 거대한 투자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좋은 아이디어, 사람들이 기다릴 만한 무언가, 그리고 그것을 전달하는 올바른 흐름. 이것만 있다면 누구든 가능하겠구나 싶었다. 여전히 불확실한 길이지만, 이 책은 분명히 나에게 ‘가능성’이라는 희망의 문을 보여준다.
혹시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거나, 자본 없이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은 충분히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물론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실제로 우리 주변의 수많은 온라인 사업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으며, 그 성과도 입증되고 있다.
적어도 나는 이 책을 통해 머릿속에만 있던 막연한 아이디어에 방향과 구조를 부여할 수 있었다. 창업은 여전히 쉽지 않겠지만, 이제는 적어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는 감이 잡히는 듯하다. 『스타트업 설계자』, 이제 막 한 발 내딛으려는 사람에게 더없이 좋은 출발선이 되어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