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만드는 나만의 그림책 - 기획부터 출판까지 5일 완성
민진홍.국난아 지음 / 성안당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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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만의 책은 대학 시절 자작시를 담았던 시집과 문집을 만들어 보긴 했다. 전공이 문창과라 1학년 말에는 학과 문집 편집위원을 해보기도 했으나 결국 책을 만드는 일은 해보진 못했다. 그나마 가장 비슷한 게 잡지와 주간 신문의 짧은 편집 기자 경력이랄까? 요즘에는 AI가 있어 특출나지 않는 내 글쓰기는 더 평범해지는 시기지만 결국 AI 활용이 관건이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이 책은 그런 내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흥미가 갔다.

  분명 나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 사진을 찍게 됐는데 이제는 AI에 프롬프트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 그림을 만드는 게 어렵지 않았으니 '나만의 그림책'을 만들어 가는 법을 배우며 나아가서 내 책을 만드는 데에도 활용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정보를 얻고자 읽게 됐다.


  책은 크게 6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하지만 첫 파트의 내용은 책의 과정을 간단하게 보여주는 것 같았다. 1시간 만에 학습 그림책이 이렇게 만들어진다고? 읽으면서도 신기할 뿐이다. 나머지 파트 2~6까지는 5일 과정으로 그림책을 완성해 가는 파트 1에서 쓰인 방법들을 각각 디테일하게 배우며 직접 '나만의 그림책'을 만들어 가는 필요한 내용들을 다룬다.

  '챗 GPT로 그림책의 콘셉트, 개요, 본문 작성하기'에서 다루는 내용은 그나마 생성형 AI 중 가장 익숙해 실질적으로 그림책을 만들어 갈 때 어떻게 기획에 활용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는 부분이었다.

  파트 3의 '미드저니'와 '달리 3'는 사용을 해보지 않았으나 500개의 프롬프트 중 몇은 다른 생성형 이미지 AI에서 써본 기억이 있는 부분이었다. 앞서 1일차에서 책 내용을 챗 GPT로 준비를 했다면, 2일차에서는 그림을 채우는 작업을 배우는 과정이라 보면 되겠다.

  파트 4는 편집 디자인을 캔바로 한다. 거의 16년 전 여전히 매킨토시와 쿽 익스프레스가 대세라 하던 시절이었으니... 그 후 인디자인을 다른 곳에서 접하고 앞으로 인디자인이 상용화될 것이라 했을 때 현업 편집 디자이너인 지인이 그럴 일은 없을 거라 했으나 초심자의 예측이 현실이 됐다. 이 책에서는 그런 전문 편집디자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캔바로 그 부분을 해결한다. 전문 편집디자인 프로그램이 아니라도 충분히 대체가 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파트 5에서는 '킨들 다이렉트 퍼블리싱(KDP) 마스터하기'로 생소하지만 앞으로 나만의 책을 만들려는 생각이 있는 내게도 필요한 부분이었다.

  마지막 파트에서는 실제 KDP 페이퍼백 출판 실습과 최적화를 다룬다.


  그냥 읽기에는 가볍게 읽을 수 있겠지만 실제 나만의 그림책을 완성하려 읽는 이들에게는 가볍지 않을 책이 아닐까?

  생성형 AI가 우리 생활에서 많은 변화를 주고 있으나 분명 그 활용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인 시대가 아닌가 싶다. 모르고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지나치다 보면 나만 뒤처져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의미와는 다르게 자신만의 계획을 완성해 가며 시대의 흐름을 타며 유용한 활용 능력을 배울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AI를 활용해서 자신만의 그림책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책이고, 그 밖에 자신만의 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도 여러 아이디어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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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시계 - 몸의 리듬이 감정을 만든다
강도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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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몸의 리듬이 감정을 만든다? 얼핏 들으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감정은 마음의 문제라고만 여겨왔기에, 몸이 감정을 좌우한다는 말은 쉽게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오며 경험으로 알 수 있었던 건, 몸이 지치면 마음도 따라 무너진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감정시계’라는 제목이 낯설면서도 묘하게 끌렸다. 감정이란 결국 몸의 시간 위에서 흐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의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몸의 시계’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동안 심리서가 주로 마음의 원인을 탐구해왔다면, 『감정시계』는 몸의 리듬과 감정의 상관관계를 탐색한다. 저자가 말하는 ‘감정시계를 작동시키는 열 가지 태엽’은 장, 심장, 피부, 송과체, 척추, 편도체, 해마, 생식선, 뇌간, 그리고 섬엽으로 구성된다. 각 장은 이 기관들이 어떻게 감정의 파동을 일으키는지를 탐구하고, 각 장의 끝에는 ‘감정시계 ON’이라는 짧은 명상법이 제시된다.

  첫 장 ‘우울은 장에서 시작된다’를 읽으며 내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아버지를 간병하던 시기였다. 규칙적으로 잠이 들었지만 새벽에 아버지의 용변 처리를 위해 깨야 했고, 끼니는 늘 급하게 먹기 바빴다. 몸이 극도로 피로한 상태에서 감정이 버틸 리 없었다. 그 시절 나는 이유 없는 무기력과 우울을 자주 느꼈다. 병환 중에 감정을 조절 못하는 아버지께 성질을 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건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리듬이 완전히 무너졌던 탓이었다. 저자의 설명처럼 ‘장이 평온해야 마음도 잔잔하다’는 말이 그제야 이해됐다.

  이 책이 흥미로운 건 감정을 단순히 심리적 현상으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피부관리와 감정관리의 관계’에서는, 피부가 외부 자극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그것이 곧 내면의 불안 신호와 맞닿아 있음을 이야기한다. 또 ‘척추를 세운다는 것의 철학’에서는 자세 하나가 감정의 방향을 바꾼다는 통찰을 준다. 몸을 곧게 세우는 일은 단순히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의 주의력과 정신을 회복하는 일임을 생각한다. 일상에서의 자세에 따른 마음 상태의 차이도 그와 같은 게 아닌가 생각도 하게 된다.

  각 장 마지막에 있는 ‘감정시계 ON’ 은 유용하다.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라, 직접 실천할 수 있는 루틴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실용적이다. 나 역시 각 장의 명상법을 읽으며 작년에 선물 받은 '싱잉볼'을 떠올렸다. 그때는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장식처럼 두고 가끔 그 소리를 들었는데, 이제야 그 활용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단전호흡을 배웠던 경험이 있고, 기도 등을 통해 명상과 거리가 멀지 않기에 전반적으로 해보는 데 무리가 없었다. 짧게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만으로도 감정의 톤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감정시계』는 자신의 감정의 주도권을 되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회피하기보다, 몸의 신호를 관찰하고 다독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감정의 ‘조절’과 ‘이해’를 통해 나의 몸이 보내는 언어를 경청하는 태도를 배우는 시간이 아닐까?

  책을 덮고 나니, 감정이란 결국 몸과 마음이 함께 흘러가는 리듬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단순히 마음을 다잡는 대신 몸의 상태를 살펴보는 일. 어쩌면 그것이 진짜 회복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감정시계』는 내면의 시간을 천천히 회복하고 싶은 이들에게 따뜻한 좋은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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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첫걸음 - 주식보다 똑똑한 투자의 정답
조진우.김성천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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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지 벌써 반년이 넘었다. 정말 어떻게 버텨왔는지 모르겠다. 특별히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면서도 나름대로 절약을 하며 살았다. 장보는 것도 부담이고, 외식 한 번 하려면 여러 번 고민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불러내 밥을 사주는 이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다.

  그런 날이면 문득 생각한다. ‘경제적 자유’, 그건 도대체 어떤 사람들에게 가능한 걸까?

나처럼 수입이 일정치 않은 사람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그래도 언젠가 다시 일하게 될 그날을 위해 공부는 멈추지 않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최근 관심이 가는 건 ETF 투자였다. 주식은 조금 해봤지만 늘 감으로만 하다 보니 결과가 들쭉날쭉했다. 그러다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책이 바로 『주식보다 똑똑한 투자의 정답 ETF 첫걸음』이다. 제목부터 지금 내게 필요한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ETF 투자 제대로 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다른 하나는 ‘초보자도 수익 내는 ETF 투자법 47가지’다.

  1부는 아주 기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한다. ‘ETF가 뭔데 이렇게 다들 좋다 하는 걸까?’

ETF(Exchange Traded Fund)는 여러 주식이나 자산을 한 바구니에 담아 거래할 수 있는 펀드형 주식이다.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지만 펀드처럼 분산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책 초반에 나오는 워런 버핏과 프로테제 파트너스의 10년 후 수익률 내기 이야기는 꽤 인상 깊었다. 단순히 ‘ETF가 좋다’는 말로 그치지 않고, 실제 데이터를 통해 왜 ETF가 장기적으로 유리한지를 보여준다.

  나처럼 막연히 ETF가 좋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제대로 개념을 몰랐던 사람에게 1장은 기초를 다지기에 충분했다.

  2장에서는 ETF 운용 방식, 세금 문제, 장단점 등을 다루는데 주식 투자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읽힐 내용이다. 확실히 ETF 초보자가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었다.

2부에서는 본격적인 ETF 실전 전략을 다룬다. 우선 국내 ETF(국장 ETF) 부문은 기본형과 심화형으로 나뉘어 있다. 기본형에서는 KOSPI, KODEX200 같은 대표 상품을 중심으로 리츠, 채권, 테마 ETF 등 비교적 안전한 자산군을 설명한다. 심화형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테마형, 액티브, 커버드콜, 레버리지·곱버스 ETF 투자법까지 다룬다.

  이어지는 해외 상장 ETF 파트에서는 S&P500, 나스닥100, 닛케이 ETF 등 주요 글로벌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소개하며, ‘해외 ETF 직구’ 방법까지 간단히 다룬다.

  솔직히 아직은 해외 직구까지는 내게 멀게 느껴지지만, 언젠가 시도해 보고 싶은 영역이다. 책의 좋은 점은 이런 다양한 접근 방식을 한 권 안에서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또한 연금저축펀드, IRP 같은 절세계좌 활용법도 소개되어 있어, 단순히 ‘ETF로 돈 버는 법’에 그치지 않고 세금까지 고려한 현실적인 투자법을 알려준다. 이런 실용적인 정보는 당장 투자에 나서지 않더라도 큰 도움이 됐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느껴졌다. 『ETF 첫걸음』은 ETF 투자에 막 발을 들인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권할 만한 책이라는 것을. 복잡한 용어나 그래프 대신 쉽고 현실적인 사례 중심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나처럼 경제 지식이 많지 않아도 이해가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마음에 와닿았던 건 ‘부자 되기’라는 막연한 꿈을 구체적인 투자 계획으로 바꿔주는 책이라는 점이다. “ETF로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는 말이 허황되게 들리지 않게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결국 ETF를 통한 경제적 자유는 올바른 첫걸음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얻으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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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뇌 -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단 하나, 상상에 관한 안내서
애덤 지먼 지음, 이은경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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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띠지의 문구를 보며 문득 영화 <매트릭스>가 떠올랐다. <매트릭스> 속 세계는 ‘AI에 의해 제어된 환각’이었지만, 보는 눈에 따라 현실은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같은 상황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이유. 그건 어쩌면 우리 ‘뇌가 만들어내는 현실’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릴 적 나는 상상을 참 많이 했다. SF 만화나 영화 속 세계를 보며, 언젠가 하늘을 나는 차를 타고 다니고, 로봇과 대화를 나누는 시대가 올 거라 믿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때 그 상상보다 세상은 덜 극적으로 변했다. 오히려 나의 상상력이 점점 규격화되어 버린 것 같기도 하다. 마음이 점점 현실 쪽으로 기울면서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가능한 일’을 먼저 계산하게 된다는 걸 느낀다. 그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던 중, 『상상하는 뇌』를 만났다. 저자는 우리가 상상한다고 믿는 그 모든 과정을 ‘뇌의 작동’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과학서가 아니다. 상상력과 현실, 그리고 의식의 경계를 오가는 한 편의 지적 여정에 가깝다.


  1부에서 저자는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호모 이미지난스’, 즉 ‘상상하는 인간’으로 정의한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현실은 단순히 바깥 세계의 반영이 아니라, 뇌가 구성한 해석의 결과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 ‘상상’이 단순히 없는 것을 떠올리는 능력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상상은 기억을 재구성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게 하는 인지의 중심 기능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거나 내일의 일을 계획할 때도 뇌는 끊임없이 상상한다.

  ‘감각은 이성에 앞선다’에서 소개되는 착각 사례들은 여러 매체를 통해 이미 접해왔던 것들이라 낯설지 않았다. 그러나 첫 장에 인용된 윌리엄 블레이크의 문장, “사람의 본질이 곧 그의 시각입니다.”는 더 이상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 곧 우리 자신이라면, 상상은 곧 존재의 방식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부에 이르러 책의 관점은 더 과감해진다. 저자는 ‘현실은 제한된 환각이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개념을 제시한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졌지만, 뇌과학에서는 이미 익숙한 개념이라고 한다. 우리의 감각은 언제나 불완전하고, 뇌는 그 불완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측’을 통해 현실을 완성한다. 결국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세상은, 뇌가 그려낸 ‘가능한 버전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책은 상상력의 기원을 신경과학적, 진화적 관점에서 풀어낸다. 기본 신경회로가 기억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며, 루시에서 사피엔스까지 이어지는 진화 과정 속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생존의 핵심이 되었음을 설명한다. 또한 상상력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경험과 학습을 통해 길러지는 능력임을 강조한다. 아이가 처음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꾸며낼 때, 이미 뇌는 상상의 근육을 단련하고 있는 셈이다.

  3부 ‘상상하는 그림자, 부유하는 뇌’에서는 상상력의 어두운 면이 드러난다. 저자는 환영, 환청, 망상 같은 현상이 단순한 병리적 문제라기보다, 뇌의 예측 시스템이 과도하게 작동한 결과라고 말한다. 현실과 환각의 경계는 생각보다 모호하며, 때로는 그 경계의 흐릿함이 창조성을 낳기도 한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나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가 처음 ‘진짜 현실’을 보았을 때의 혼란을 떠올렸다. 우리가 믿고 있는 현실이 사실은 뇌의 해석이라면, 우리가 꾸는 꿈도, 떠올리는 상상도 결국 같은 층위에 존재하는 셈이다. 그러나 책은 비관적이지 않다. 저자는 상상력을 통해 뇌를 긍정적으로 ‘조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반복적으로 떠올리고 믿는 이미지들이 신경망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상상은 위험하지만 동시에 치유의 힘이기도 하다. 책을 덮고 나니, 어린 시절 자유롭게 꿈꾸던 그 마음이 다시 떠올랐다.


  『상상하는 뇌』는 우리가 잃어버린 상상의 본능을 과학의 언어로 복원시켜 준다. 인간이 스스로를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집으며,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상상 속에 사는 존재’임을 일깨운다. 결국 우리의 현실은 상상의 산물이며, 그 상상이 곧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상상하는 뇌』는 단순한 뇌과학 책을 넘어, 인간이 왜 꿈꾸고 창조하는지를 근본적으로 묻는 작품이다. 창의성과 영감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탐구하고 싶은 이들이나, 자신의 마음속 이미지의 정체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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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리는 스토리의 비밀 - 인물의 변화와 감정의 흐름이 만드는 이야기의 힘
앤서니 멀린스 지음, 이민철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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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언제부턴가 나 역시 스토리에 집중한다. 그래서 그런지 드라마나 영화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그동안 나는 주로 운문 창작을 해왔고, 그 안에도 자연스레 스토리가 담겨 있었다. 예전엔 이미지에 더 마음이 갔다면, 몇 년 전부터는 스토리텔링 관련 책들을 읽으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스토리는 결국 본능이니까.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오래된 방식 말이다.

  그래서 이 책, 『잘 팔리는 스토리의 비밀』(2025, 세종서적)이라는 제목이 처음엔 상업적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막상 펼쳐보니 단순히 ‘팔리는 이야기’를 만드는 법이 아니라 ‘이야기를 이해하는 법’에 관한 책이었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언급한 여러 시나리오 관련 도서들의 제목을 보며, 나도 그 책들을 스쳐 지나온 기억이 났다. 나는 시나리오 작가도 아니고 영상 쪽과는 거리가 있지만, 왜인지 모르게 그 세계의 이론서를 자주 읽어왔다.

  아마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것이다. 삶이 이론처럼 정돈되진 않지만, 각자의 스토리를 살아간다는 자각은 우리를 조금 더 깊은 이해로 이끌지 않을까.


  책은 머리말에서 언급된 ‘아크’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아크 분석이란 무엇인가?’, ‘변화형 인물’, ‘불변형 인물’, ‘대안적 아크들’, ‘창작자를 위한 실전 글쓰기’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존의 작법서들이 주로 ‘영웅의 여정’이나 ‘3막 구조’처럼 사건 중심의 구조를 다루었다면, 저자는 그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가 ‘감정의 곡선’을 읽는 법을 제시한다. 그는 이야기의 본질이 ‘무엇이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그 일이 인물에게 어떤 감정의 변화를 일으켰는가’에 있다고 말한다.

  사건의 나열이 아닌, 감정의 여정으로서의 이야기. 그가 말하는 ‘아크 분석’은 바로 그 감정의 흐름을 따라 인물의 변화를 추적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저자는 이야기를 세 가지 아크로 구분한다. 낙관적 아크, 비관적 아크, 그리고 양면적 아크.

낙관적 아크는 역경을 이겨내며 성장하는 인물의 여정이다. 예를 들어 영화 〈쇼생크 탈출〉의 앤디처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

  비관적 아크는 반대로, 타락과 몰락의 곡선을 그린다. 한때 선했던 인물이 욕망이나 권력에 휩쓸려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구조다. 〈대부〉의 마이클 코를레오네가 그 예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것이 양면적 아크다. 성공 속의 상실, 실패 속의 깨달음. 삶의 복합적인 결을 담은 구조다. 〈라라랜드〉처럼 사랑과 꿈 사이에서 모두를 얻지 못하는 인물의 이야기.

  결국 아크란, 우리가 살아가는 감정의 궤적을 문학적으로 해석한 개념이다. 이야기의 끝은 해피엔딩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인물이 ‘무엇을 깨달았는가’를 바라보는 순간, 독자 역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내 창작 습관을 떠올렸다. 플롯을 짜는 일도 어려웠지만 인물의 감정선을 이해하는 일은 훨씬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감정의 흐름을 ‘아크’라는 시각적 이미지로 정리해 준다. 앞으로는 글을 쓸 때마다 “이 인물의 아크는 어디서 출발해 어디로 향하는가?”를 먼저 생각을 해야겠다.

  그 변화는 단순히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글쓰기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의 전환이었다. ‘아크 분석’은 창작자에게 이론이 아니라 감정의 지도를 제공한다. 5부에서는 실질적으로 아크 분석을 통해 글을 쓸 때의 지침을 다루고 있어 초보 창작자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또, 오래 글을 써온 사람에겐 ‘이야기를 다시 처음부터 바라보는 감각’을 되찾게 해주는 것 같았다.


  책을 덮고 나면 드라마를 보거나 영화를 볼 때 어쩌면 “이 이야기의 아크는 어떤 곡선을 그리고 있을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 하지만 그 정도로 이 책을 명확하게 이해를 한 게 아니기에 그런 분위기만 잡을 듯하다.

  앤서니 멀린스의 『잘 팔리는 스토리의 비밀』은 단순한 시나리오 작법서가 아니다. 이야기를 창작하는 사람뿐 아니라, 이야기로 세상을 읽는 사람들에게 감정의 언어를 보는 시야를 뜨이게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우리의 삶 역시 하나의 이야기이고, 각자의 감정 곡선을 따라 흘러가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나의 삶은 어떤 아크를 그리고 있을까. 낙관적일까, 비관적일까, 아니면 그 사이 어딘가에서 흔들리고 있을까. 지금은 분명 흔들리는 중이라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끌리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 이들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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