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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가 살아남는다 - 생각을 넘어 행동을 바꾸는 스토리텔링 설계법
마크 에드워즈 지음, 최윤영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스토리텔링이라는 기술은 여전히 온전히 내 것이 되지 않았다. 아마 그래서였을까. 공인중개사로 일하며 거둔 성과는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경쟁사는 많았고, 남다른 ‘이야기’가 없었던 나는 그 사이에서 쉽게 잊혔다. 사무소 이전을 반대했던 것도 결국 나만의 스토리가 없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이야기’에 관한 책이라면 꾸준히 손이 갔다. 하지만 대부분은 소설 창작이나 시나리오를 위한 책이 많아 실제 삶과 일에 바로 적용하기에 아쉬운 면이 있었다. 그런 차에 마크 에드워즈의 『스토리텔러가 살아남는다』를 발견했다. '생각을 넘어 행동을 바꾸는 스토리텔링 설계법'이라는 표현에 마음이 끌렸다. 어쩌면 나는 진작부터 이런 책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의 머리말을 읽는 동안 ‘이번에는 제대로 배워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격 같아서는 SUPERB 설계법을 다루는 5장으로 곧장 건너뛰고 싶었지만, 스토리텔링을 단순한 도구로만 이해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 내려갔다.
책은 <왜 당신은 설득에 실패했는가>, <신화시대부터 이어온 스토리텔링 절대 법칙>, <직장인을 위한 스토리텔링 수업>, <당신의 발표가 끌리지 않는 이유>, <SUPERB 설계법>, <스토리에 맛을 더하는 데이터 사용법>, <스토리텔러의 생각법>, <감정적 여정>, <작가들의 영업 비밀>, <‘나’라는 스토리를 찾아서>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머리말에서 각 장의 내용을 미리 맛볼 수 있게 해 두어서, 독자는 필요에 따라 원하는 장부터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따라가는 흐름 자체가 매끄러워 나는 정석대로 읽는 선택을 했다.
1장을 읽으며 공인중개사 시절 떠올리고 싶지 않은 몇몇 장면이 생각났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해도 고객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던 순간들. 왜 그랬는지 그제야 이해가 갔다.
책에서 인용된 로저 생크의 말, “인간은 논리가 아닌 스토리를 이해하도록 설계된 존재다” 이 문장은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나의 실수도 여기 있었다. 나는 그동안 데이터와 논리로만 설득하려 했고, 사람들은 그 논리를 받아들이기 위한 ‘맥락’과 ‘감정’을 찾고 있었다.
2장 초반부에 인용되는 내용은 지난달 읽었던 다른 스토리에 대한 책에서도 본 내용이라 반가웠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과 『수사학』에서부터 익숙한 제목의 책들이 보이는데 그만큼 오래전부터 스토리텔링의 절대 법칙이 이어오며 약간의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3장에서 다루는 내용은 실용적이며 처세에도 유용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간혹 말하기 바빠 무엇이 중요한지를 모르고 말실수를 하게 되어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피해야 할 것 1, 2, 3'는 그 문제들을 제대로 보여준다. 의외로 그러한 문제들은 과거 강의 시간에도 자주 만나곤 했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발표를 꺼리는 사람이라면 4장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동안 발표는 말을 잘하는 사람만 잘할 수 있다고 착각했지만, 저자는 두 능력이 전혀 다른 영역이라고 말한다. 발표에는 구조가 필요하고, 청중의 감정 흐름을 설계하는 스토리텔링이 필수적이다.
5장은 드디어 SUPERB 설계법을 다루는데 책에 나오는 표 2가 전반적인 내용을 보여준다. 그리고 디테일한 부분은 p.158~179에 걸쳐 구체적인 적용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이어지는 표 3은 앞에서 다룬 여섯 단계를 다시 한번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이 부분을 읽으며 ‘이제야 제대로 된 설계법을 배우는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감에 기대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다. 이어지는 6장에서는 데이터 활용법을 다룬다. '데이터에 SUPERB 적용하기'는 보다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유용할 내용이었다.
7장의 핵심은 앞부분에 나오는 세 가지로 요약되는데 그게 쉽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내용들이 체득되는 순간, 기존의 업무 능력 외에 튼튼한 날개를 얻게 될 것임을 접할 수 있었다. 8장은 스토리텔러가 청중의 정서적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켜야 하는지 다룬다. 감정을 건드리지 못한 스토리는 결코 사람을 움직일 수 없다는 메시지가 인상 깊었다.
9장의 내용은 공공연한 비밀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10장은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머물게 되는 장이다. 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나’와 깊이 대화를 나눠봤을까. ‘나조차 나를 잘 모른다’고 말하며 스스로를 피하던 시간이 떠올랐다. 이 장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된다. ‘과연 나는 어떤 이야기로 나를 설명해 왔는가?
이 책은 단순한 스토리텔링 설명서가 아니다. 삶과 일에서 부딪힌 모든 문제를 ‘이야기’라는 관점으로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공인중개사로 일하며 어딘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점들, 마케팅 회사에서 경험했던 설득의 실패들, 그리고 지금 블로그를 운영하며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글쓰기 방향까지. 모든 질문의 답이 결국 스토리텔링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연결되었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웠다. 이야기를 배우는 일은 곧 나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이 책은 마지막까지 보여준다.
『스토리텔러가 살아남는다』는 자신의 일에서 설득력을 높이고 싶은 사람이나 콘텐츠 시대에 살아남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사람 이외에도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읽어보면 도움을 받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