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초지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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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글릭의 시를 접하게 된 것은 노벨문학상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것 같다. 생존한 외국 시인의 시는 특별히 찾아 읽지 않는 편이었다. 노벨문학상을 예측하지 못했던 사람이었는지 루이즈 글릭의 시집이 우리나라에는 출간된 게 없었다. 그나마 그해 나온 다른 출판사의 모음 시집에 「눈풀꽃」 한 편이 실려 있어서 접했던 것 같다. 당시에 해당 출판사에서는 이름을 '루이스 글릭'이라고 표기한 것을 기록이 기억하고 있다.


  그 후 시인의 다른 시를 접한 것은 얼마 전이었다. 그때 봤던 시와 다른 호흡의 「우화」라는 시로 『신실하고 고결한 밤』(시공사, 2022)에 수록된 시였다. 그리고 이번에 출간된 시집을 접하게 됐다.



  시집은 두 권으로 분권이 되어 있었다. 루이즈 글릭의 시집 『목초지』와 '옮긴이의 말'이 적힌 얇은 책으로 두 권 모두 가지고 다녀도 그리 두꺼운 분량은 아니라 크게 부담 되지는 않는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을 통해 시인은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전에 읽은 시집에서 '우화'라는 제목의 시를 접했다면 이 시집에서는 더 다양한 '우화' 시를 접하게 된다. 그러나 우화 보다 강렬하게 끌렸던 것은 마치 내게 질문하는 듯했던 시 「소망 THE WISH」의 마지막 연이다. 내 마음이 잘 표현되는 문장이라 시선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늘 내가 소망하는 걸 소망했어.

나는 또 하나의 시를 소망했다.


「소망 THE WISH」 中 p.89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 명확하게 알진 못하나 그동안 보거나 들은 이야기들과 알고 있는 캐릭터의 목소리가 현대로 와서 시인을 통해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본다. '옮긴이의 말'을 통해 시인에 대한 평가나 개인사에 대한 정보가 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번역됐으나 20여 년도 전에 출간된 시인의 시. 현재 보다 아직은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지 않았을 때에도 이미 소리를 내고 있었기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시집을 읽으며 신화를 재해석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만들어 가는 시인의 시를 통해 여전히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내 시심을 붙잡을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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