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알베르 카뮈 소설 전집 2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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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 이은 다음 작품은 『페스트』였다. 제목은 익숙하나 내용은 모르는 책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생을 했던 시기를 떠올리는 것은 과거 유럽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흑사병'이라는 전염병이기에 그런지 모르겠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과는 상황이 다를 수 있으나 전염병과 인간의 극복 과정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유사하다는 느낌도 들기에 지금 읽는 게 적시였다는 생각도 든다.


  소설 초반부터 전염병의 조짐이 쥐의 죽음으로 보이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 결국 도시가 봉쇄가 되게 되는데 처음 코로나 때도 비슷한 풍경이었던 게 생각이 난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방침으로 미사가 중단이 되는 상황까지 왔었으니... 전염병만 그런 게 아닌 듯하다. 문제를 너무 우습고 가볍게 생각하다 꼭 큰일이 터져야 그제야 수습하려 움직이는 모습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피하기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소설에도 페스트가 소멸되어 봉쇄가 풀리는 과정까지 나오는데 엔데믹 후 최근 호흡기 감염병 확산으로 중복감염이 우려가 되는데 약간은 코로나 초기를 생각나게 하는 느낌도 드는 것은 왜 그럴까? 코로나 팬데믹으로 철저하게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를 하던 사람들은 '엔데믹'이라는 말에 너무 빠르게 긴장을 풀어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부분이다.

  팬데믹 시기 코로나 백신 접종을 3차까지 받았다. 코로나에 걸려보지 않았던 사람이라 더 방심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다른 병환으로 쓰러지신 아버지 병간호를 하며 더 주의를 했던 것도 한몫했는지 모른다. 전보다 나 역시 느슨해진 마스크 착용은 있으나 몸에서 좋지 않은 신호를 보내면 병원으로 바로 찾게 되는 것은 좀 다르다고 할까? 뭐든 나는 괜찮고 내가 맞는다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결국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확실히 몸에 새긴 것 같다.

  역사는 반복된다는데 코로나와 페스트의 모습이 비슷한 것은 그런 말을 반증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앞으로는 슈퍼 바이러스로 인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소설을 읽으며 병만 다르지 코로나 팬데믹 때의 상황과 중첩되는 듯한 부분들은 소름 돋게 만드는 듯했다. 괜히 고전이 계속 읽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분명 과거의 경험인데 미래에도 재현이 되고 있다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고전을 읽고 앞으로를 대비할 수 있음을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아닐까?

  특히,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팬데믹을 예견한 것 같은 예언서 같은 문장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엔데믹을 살아가는 우리가 알아야 할 문장인지도 모른다. 의학 발달로 너무 쉽고 당연하게 생각한 것들로부터의 역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인용한다.


아마 언젠가는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가져다주기 위해서 또다시 저 쥐들을 흔들어 깨워서 어느 행복한 도시로 그것들을 몰아넣고 거기서 죽게 할 날이 온다는 것을알고 있었기 때문이다.(p.443)


  카뮈 하면 부조리를 떠올리게 하는데 결국 전염병을 통해 그 부조리함을 드러낸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 주위에는 참 많은 부조리가 존재한다. 당장 내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방치하고 방관하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하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경험하고 읽었기에 더 소름 끼치도록 무섭게 다가오는 작품이었고, 이런 작품을 쓴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책이었다. 이 소설은 『이방인』보다도 더 꼭 읽어봐야 할 알베르 카뮈의 작품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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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디자인
이형삼 지음 / 좋은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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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사람들과 말하는 일이 늘어났다. 그리고 직업도 말을 잘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 내가 특별히 말하는 법을 배운 게 아니고 그렇게 잘 하는 편도 아니기에 요즘 같은 불경기에 보다 내 기본을 다지고 싶다는 생각에서 봐두면 좋은 책 같아 이 책을 읽게 됐다.


  '퍼블릭 스피치'라는 용어가 익숙하지 않았으나 설명을 들으니 어떤 내용인지는 알겠다. 한편으로는 고민되는 부분이다. 내가 퍼블릭 스피치를 할 일이 많을지... 일단은 전반적인 말하기에도 도움을 받을만한 내용이기에 책을 읽는다. 관심 분야였던 레토릭과 수사학 내용도 보이기에 거부감 없이 읽어 나갔다.

  앞부분에는 이론적인 내용이라 지루한 부분이 있다. 뭐든 이론부에서는 역사 등을 다루니 감안해야 할 부분이긴 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과 키케로의 수사학의 차이도 부담스럽지 않게 알게 된다.

  '스피치 불안감 통제와 관리'부터는 본격적인 스피치 실기로 들어간다고 볼 수 있겠다. 스피치 책에서 그동안 이런 부분을 봤던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어쩌면 사람들 앞에 서기 전의 이 문제들은 다뤄줬어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성당에서 전례 봉사자를 하면서도 이 부분에 대한 준비 없이 막상 전례를 하던 과거 시절 어떻게 했었는지를 떠올리게 한다. '스피치 음성의 원리'는 보다 전문적으로 다가는 듯하지만 너무 깊게 들어가기에 부담되는 부분이라 가볍게 스치듯 다가간 듯하다.

  '스피치의 준비'를 내가 해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워낙 전례 봉사 위주로 앞에 섰기에 이 정도로 준비는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나마 학창 시절 과제 발표 때나 약간의 준비는 있었으나 스피치를 위한 준비는 아니었기에 비교하긴 어려울 부분이다. '스피치의 구성'을 보면서 리스너들에게 호감을 받았던 때를 떠올려 본다. 물론, 내 의도와 다른 좋은 반응을 받았는데 그때도 보다 구성을 잘 했다면 의도까지 제대로 전달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스피치의 실행'과 '스피치 유머의 감각', '스피치 디자인'은 앞으로 내가 퍼블릭 스피치를 할 일이 생길 때 심사숙고하며 준비를 해야 될 내용들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원하던 내용의 스피치와는 다른 '퍼블릭 스피치'에 대해 잘 알아갈 수 있었던 책이었다. 이런 스피치를 내가 언제 하게 될지 모르겠으나 앞으로 내게 '퍼블릭 스피치' 기회가 주어진다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책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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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쓰는 글 습관 - 회사에서 무조건 통하는 무적의 글쓰기 센스
오쿠노 노부유키 지음, 명다인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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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창작과에 원서 접수를 위해 학교에 갔을 때 일이다.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 보다 선배인 국어과 선생님이 내가 글은 좀 쓰냐고 물었을 때 이름은 쓴다던 담임 선생님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 정도로 글쓰기에 특별한 두각 없던 난 전공을 문예 창작으로 정했다. 그 후 대학에서는 몇몇 백일장과 공모전에서 입상은 했지만 등단은 못했다. 이제 대학을 졸업한 지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 글을 업으로 쓰진 않지만 여전히 나만의 글을 쓰고자 하고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중이다. 글을 업으로 쓰던 때도 있었지만 1~2년 정도뿐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글은 쓰고 있다. 일과 관련해서도 개인적으로도... 이 책은 여전히 글을 보다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의 내게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현재 일이 글을 잘 써야 하는 일은 아니지만 글을 더 잘 쓰면 그 밖에 도움이 되는 곳이 많기에 읽어보고 싶었다.

  일단 책 사이즈가 마음에 들었다. 한 손에 들고 다니기 좋은 표지 디자인은 눈에는 잘 보일 것 같으나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뭐 내용이 우선이니...).

  책은 크게 '사로잡다', '이어가다', '전환하다', '끝맺다'의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저자가 자신이 평생에 걸쳐 갈고닦은 법칙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놨다고 하니 기대를 하며 책장을 넘긴다. 문학적인 글이 아닌 일반 글이라면 분명 타인의 글쓰기 노하우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것에 나 역시 공감하기에 책을 읽는 데 거부감이 없었다.

  1장은 <사로잡다 - 어쩐지 읽고 싶은 '끌림'을 자극하는 법칙>이다. 읽히려면 '무조건 단언한다!'라는 말에는 공감한다. 강력한 주장은 주목을 끌기에 좋다. 애매한 표현 '등', '같은', '라든가'는 독약이라는데 나도 다시 많이 쓰는 표현이다. 언젠가 한 번 수정을 했는데 또 편하게 쓰다 보니 익숙해진 표현이다. 자신 있게 단정하면 저절로 매혹된다는데 생각이 많은 내게는 공감도 가지만 섣부르고 싶지 않을 뿐이다. 사로잡는 글쓰기 노하우에서 확실한 당당함과 읽기 쉬운 문장이 중요함을 확인하며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2장은 <이어가다 - 멈추지 못하고 '계속' 읽게 하는 법칙>으로 과거 헤드라인으로 사로잡고 문장을 이어가는 그 부분의 내용을 다룬다. 물론, 요즘 제목만으로 유입시키고 내용은 전혀 다른 기사를 볼 때면 화가 나지만... 문장을 읽어가게 하는 이어가기 위한 방법들을 보며 내비게이션의 역할을 해줄 문장들이 적소에 있어야 함을 확인한다. 2장의 노하우는 윤활유처럼 글을 잘 읽어 나가게 해주는 노하우들을 배울 수 있다. 그냥 글을 읽을 때는 생각하지 않았던 내용이지만 쓰기 위해 해당 스킬이 정리가 되면 보이는 것은 우리의 노력 부족이었을까? 무관심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3장은 <전환하다 - 무심코 빨려드는 유혹의 '전개' 법칙>이다. 이번 장에서는 문장의 전개를 다룬다. 글을 쓰는 이들이라면 무의식적으로 쓰면서 자주 넘치게 되는 부분들을 저자는 잘 보여 준다. 그렇게 읽는다고 해서 바로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좋아지다가도 신경을 쓰지 않고 쓰다 보면 예전의 스타일대로 글을 쓰게 될지 모른다. 무심코 빨려드는 유혹은 좋은 쪽보다 안 좋은 쪽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4장은 <끝맺다 - 기분 좋은 마무리로 끝까지 '납득'시키는 법칙>으로 글의 좋은 마무리 노하우를 전한다. 글은 '끝이 좋으면 다 좋다'라는 말은 합창 연습을 할 때를 떠올리기도 한다. 마지막 화음이 잘 맞으면 뭔가 그럴싸한 느낌을 떠올리게 된다. 4장을 읽으며 나 역시 마무리가 상투적이라 찔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앞으로 어떻게 쓸지 아이디어를 찾아볼 계기도 만들었다.

  각 글에는 밑줄 친 문장이 중요한 부분을 주목하게 해준다. 또 마지막에 '한눈에 포인트'에 핵심이 남아 다시 읽을 때 그 두 부분 아니면 '한눈에 포인트'라도 읽으면 기억이 날 것이다.


  나는 일을 잘 하는 사람일까? 여러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현재 본업은 잘 못하는 중이다. 경기가 좋지 않다. 초과 공급의 시기 수요자는 극히 드물지만 경쟁 업체는 차고 넘치는 시기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는 것은 지금보다 일을 더 잘하고 싶은 욕심과 더 괜찮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었다. 뭐 그냥 보고 지나친다면 크게 나아질 게 없으나 적어도 '한눈에 포인트'를 참고하며 주의하며 글을 쓴다면 분명 좀 더 나아질 것이다. 글을 통해 일을 잘 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저자의 노하우를 잘 훔쳐보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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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 인 뮤지엄 - 도슨트 한이준과 떠나는 명화 그리고 미술관 산책
한이준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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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소질이 있지는 않기에 그림을 그리지 않고 사진을 찍게 됐다. 사진을 접한 것은 미술의 소질이 아니라도 전공인 시를 통해 연결된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사진전도 1년에 많아야 1~2회 관람을 하게 되는데 미술 전시 관람도 그 정도 같다. 그래도 책을 통해 미술이나 사진을 접할 일이 전시회 관람 보다 더 많기에 관심이 이어지는 듯하다. 이번 책은 그런 내 스타일에 딱 맞는 책이었다. 미술 전시의 관심과 미술관 투어의 작은 호기심. 출사를 너무 다니지 않았던 그동안의 보상심리 같은 것일까?

책은 크게 '국내 전시'와 '해외 전시'로 구분된다. '국내 전시'에서는 '박수근, 이쾌대, 나혜석, 이중섭, 천경자' 작가를 다루고, '해외 전시'에서는 '르네 마그리트, 클로드 모네, 라울 뒤피, 폴 세잔, 에드가 드가'를 다룬다. 국내와 해외 각 다섯 명의 작가로 각각 파트의 다섯 챕터를 마련한다. 이 중에서 내게 생소한 이름이 국내 작가에 있다는 게 조금은 미안했다.

박수근 화가의 이름과 작품이 익숙하다는 것은 목차를 통해 알고 그림을 보며 재확인하게 된다. 무엇보다 저자의 설명을 들으며 참 사랑꾼의 면모도 녹아난다. 그게 아내를 향한 사랑꾼은 자신도 어려운 처지에 이웃을 생각했다니 화가의 작품이 사랑을 받을 수 받게 없는 정서가 작품에서도 느껴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쾌대 화가는 이 책에서 유일하게 낯설 이름이었다. 소개를 읽으며 그럴 만도 했던 이유를 알았다. 당시의 화가들은 대체적으로 사랑꾼이 많았던 것 같다. 예술과 부의 상관관계에서 그나마 집안의 덕도 꾸준히 누릴 수는 있었지만 시대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해방이 되었으나 다시 한국전쟁으로 문제가 되어 결국 월북을 선택한 화가 이쾌대. 그의 작품을 이 책에서 접하고 그가 한국 미술계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도 접하는 시간이었다.

나혜석의 이름은 그림 보다 글로 더 접했던 것 같다. 그러나 '자화상'은 익숙한 것이 분명 본 기억이 있었다. 개척자였으나 지금도 쉽게 통용되기 어려운 스캔들로 사라져간 작가가 아닌가 싶다. 이중섭 부분은 전시를 통해 익숙했고, 책으로도 익숙한 내용들이었다. 이중섭이 사랑꾼이었다는 것을 책과 전시를 통해 알게 된 것 같은데 이 책에서 여러 화가들의 이야기를 보며 당시 화가들은 참 사랑꾼들이었음을 확인한다.

천경자 화가의 그림은 색채가 진했던 기억이 나는데 책을 읽으며 인생에 참 굴곡이 많았고 그랬을 때 화가의 작품 세계는 더 단단해졌던 것 같다. 고통과 시련을 상징하는 뱀을 그림으로 그리던 화가. 앞선 화가들과 다르게 사랑꾼이었으나 독이 되어버린 사랑이 그녀의 작품을 더 다양하게 만든 것은 아닌가도 싶다.

르네 마그리트의 전시는 보러 간 기억이 난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은 진중권 저자의 책 '미학 오디세이'에서 먼저 접했던 기억이다. 그 후 전시가 있어 보러 갔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독특하지만 내게 낯설지 않았다. 클로드 모네의 작품은 새로운 시대를 열었음에도 무시를 당했던 것은 틀을 깨지 못했던 시기이기에 그랬던 것 같다. 튜브 물감의 발명이 인상주의를 낳았다는데 모네의 관찰력 또한 중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빛에 따라 변하는 것을 이제는 쉽게 배워 알고 있지만 당시에는 쉽지 않았을 테고 현재에도 매일 달라지는 하루하루가 소중하지만 우리는 그냥 지나치고 있기 때문에 저자는 '그의 시선으로 우리 일상을 바라보면 어떨까요?'라는 말을 한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라울 뒤피의 이름은 요트클럽 회원이 가져온 그림 한 장으로 알게 됐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낯선 화가였는데 그의 세일링 요트 그림으로 관심을 갖게 됐으나 거기까지였는데 이 책에서 만나게 된다. 인상주의에서 마티스의 영향을 받은 후 달라지는 화풍 <겔마 거리의 아틀리에>가 유화라는 것을 알고 여전히 견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어지는 세잔의 사과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그가 마티스와 피카소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것과 죽게 된 계기도 그림을 그리다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 평범하지 않은 화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무희의 화가'라 불리는 드가의 작품과 이야기도...

각 화가의 작품들을 접한 후 마지막에 화가와 관련해 가볼 만한 미술관을 소개하는 데 그게 참 이 책의 중요한 내용이라 여겨진다.

그림을 그리진 못하지만 눈으로 즐길 수는 있다. 그래서 그림에 대한 지식을 쌓으려고 책을 읽게 된다. 하지만 책이 전해주는 정보나 지식보다 확실한 것은 작품을 직접 보는 것이라는 것을 12년 전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지순례 여행 중 알게 됐다. 그때 접한 엘 그레코의 그림으로 그의 그림은 쉽게 알아보게 됐다. 책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작품을 보는 게 작품의 아우라까지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체감했던 순간이었다.

이 책은 작가들의 작품과 일생도 소개하며 우리나라의 열 곳의 미술관 정보도 전달하고 있다. 가본 곳이 더 적다는 것은 앞으로 가야 할 곳이 많다는 희망인지도 모르겠다. 미술관 투어가 지속될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가까운 곳부터라도 견식을 더 넓혀 가며 작품들을 가까이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을 갖는다.

명화 그리고 미술관 산책까지의 한 번에 두 가지 정보를 다 얻고 싶거나 미술 전시를 제대로 해보고 싶은 계획이 있는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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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의 오후 -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및 후기 수록)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엮음, 서창렬 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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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피츠제럴드와의 인연이 있는 듯하다. 타 출판사의 책도 접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가 엮은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은 구미가 당겼다. 하루키의 책을 마지막으로 읽은 게 1Q84였는데 그에 대한 묘한 끌림과 제목의 여운, 표지 디자인이 날 끌어당겼다. 띠지와 별도로 이번에 만들어진 『어느 작가의 오후』 책갈피도 책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듯했다. 검색을 통해 이 책이 2019년 일본에서 출간되어 화제가 된 책임을 알게 된다. 번역가로서의 하루키를 접하지는 않았기에 이 책에는 두 작가의 숨결이 녹아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들었다.


  책은 전반부 소설과 후반부 에세이로 구성되고 마지막에 엮은이의 글로 구성된다. 첫 소설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읽으며 작가들의 단편은 후일 장편 소설에 영향을 준다는 것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앞 부분의 소설들이 그리 밝은 내용은 아니었던 것 같다. 『위대한 개츠비』도 안타깝게 끝나는데 아무래도 시대적 상황이 작품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당시에 비해서 지금이 분명 더 풍족한 시기이지만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위기를 겪은 후 상황이 그리 밝지 않은 시기라 하루키는 이 책을 기획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으나 이미 2019년에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을 지금 시기에 걸맞아 한국에서 출판된 것 같다.

  책의 제목과 같은 「어느 작가의 오후」를 쓸 때 작가의 나이가 현재의 내 나이보다 적었지만 그 고민의 크기는 더 컸을 듯하다. 가장으로 가족의 생계를 부양해야 하며 환자까지 있는 이의 고민이 스며들지 않기 어려웠을 것이다. 소설을 보면 성공한 작가의 생활이 마지막에 보이지만 그 오후는 그렇게 부럽게만 다가오진 않는 듯하다. 작가의 바람을 표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을 하면서 주위에 문어발식의 부동산 투자로 어려워하는 이들을 만나게 된다. 금리가 낮고 좋은 시절 너무 많은 욕심으로 생긴 결과가 많겠지만 더 나은 삶을 쫓다 그리된 것이니 뭐라 하긴 어려울 듯하다. 다만 그것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자신들의 몫이라는 것이니... 분명 작가도 뭔가 잘 해보려다 빚을 지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본다.

  소설들을 읽으며 당시에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XX에서 한 달 살기'처럼 '유럽에서 몇 년 살기'가 낯설지 않은 일이었나 싶은 내용들을 보게 된다. 소설에는 하루키의 필체가 녹아있는 듯하다. 얼마 전 읽었던 피츠제럴드의 책과 스타일이 다른 것은 하루키의 문체가 녹아 있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루키가 피츠제럴드의 글을 선별해서 번역한 것들을 엮은 책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단순히 엮기만 했다면 이렇게 주목받기는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소설보다 에세이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워낙 소설은 내가 쓸 생각도 잘 하지 않기에 앞으로 잘 써보고 싶은 장르가 에세이라 더 관심을 갖게 됐다. 하루키 역시 자신의 에세이가 피츠제럴드의 에세이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언급하고 있다. 에세이를 읽으며 하루키의 말처럼 치밀하면서 문학적이란 말에 공감하게 된다.


  내 나이 또래가 말년이었다니(그만큼 쏟아부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위대한 개츠비』의 성공이 피츠제럴드의 말년까지 밝게 비춰주긴 어려웠던 것 같다. 누구에게나 여러 이야기가 있고,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타인의 삶은 그저 스쳐갈 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랑한 작가였기에 그가 더 관심을 갖고 묻혀 있던 작품들을 잘 번역해서 엮은 책이었다.

  F. 스콧 피츠제럴드가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쓴 작품이지만 그 작품에서 하루키가 말하는 '절망을 헤치고 나아가려는, 어떻게든 희미한 광명을 움켜쥐려는 긍정적인 의지와 작가로서의 강인한 본능을' 읽는 이들이라면 어느 정도 느끼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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