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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ㅣ 알베르 카뮈 전집 개정판 2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23년 11월
평점 :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 이은 다음 작품은 『페스트』였다. 제목은 익숙하나 내용은 모르는 책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생을 했던 시기를 떠올리는 것은 과거 유럽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흑사병'이라는 전염병이기에 그런지 모르겠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과는 상황이 다를 수 있으나 전염병과 인간의 극복 과정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유사하다는 느낌도 들기에 지금 읽는 게 적시였다는 생각도 든다.
소설 초반부터 전염병의 조짐이 쥐의 죽음으로 보이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 결국 도시가 봉쇄가 되게 되는데 처음 코로나 때도 비슷한 풍경이었던 게 생각이 난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방침으로 미사가 중단이 되는 상황까지 왔었으니... 전염병만 그런 게 아닌 듯하다. 문제를 너무 우습고 가볍게 생각하다 꼭 큰일이 터져야 그제야 수습하려 움직이는 모습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피하기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소설에도 페스트가 소멸되어 봉쇄가 풀리는 과정까지 나오는데 엔데믹 후 최근 호흡기 감염병 확산으로 중복감염이 우려가 되는데 약간은 코로나 초기를 생각나게 하는 느낌도 드는 것은 왜 그럴까? 코로나 팬데믹으로 철저하게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를 하던 사람들은 '엔데믹'이라는 말에 너무 빠르게 긴장을 풀어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부분이다.
팬데믹 시기 코로나 백신 접종을 3차까지 받았다. 코로나에 걸려보지 않았던 사람이라 더 방심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다른 병환으로 쓰러지신 아버지 병간호를 하며 더 주의를 했던 것도 한몫했는지 모른다. 전보다 나 역시 느슨해진 마스크 착용은 있으나 몸에서 좋지 않은 신호를 보내면 병원으로 바로 찾게 되는 것은 좀 다르다고 할까? 뭐든 나는 괜찮고 내가 맞는다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결국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확실히 몸에 새긴 것 같다.
역사는 반복된다는데 코로나와 페스트의 모습이 비슷한 것은 그런 말을 반증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앞으로는 슈퍼 바이러스로 인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소설을 읽으며 병만 다르지 코로나 팬데믹 때의 상황과 중첩되는 듯한 부분들은 소름 돋게 만드는 듯했다. 괜히 고전이 계속 읽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분명 과거의 경험인데 미래에도 재현이 되고 있다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고전을 읽고 앞으로를 대비할 수 있음을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아닐까?
특히,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팬데믹을 예견한 것 같은 예언서 같은 문장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엔데믹을 살아가는 우리가 알아야 할 문장인지도 모른다. 의학 발달로 너무 쉽고 당연하게 생각한 것들로부터의 역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인용한다.
아마 언젠가는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가져다주기 위해서 또다시 저 쥐들을 흔들어 깨워서 어느 행복한 도시로 그것들을 몰아넣고 거기서 죽게 할 날이 온다는 것을알고 있었기 때문이다.(p.443)
카뮈 하면 부조리를 떠올리게 하는데 결국 전염병을 통해 그 부조리함을 드러낸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 주위에는 참 많은 부조리가 존재한다. 당장 내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방치하고 방관하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하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경험하고 읽었기에 더 소름 끼치도록 무섭게 다가오는 작품이었고, 이런 작품을 쓴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책이었다. 이 소설은 『이방인』보다도 더 꼭 읽어봐야 할 알베르 카뮈의 작품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