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슬립 - 전2권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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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절대 죽지 마, 내가 다시 돌아갈 때까지.'
'포기하지 않아. 너를 다시 만날 때까지.'

현재 19살의 소년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945년 패전한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또 한 소년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와 2001년의 가을을 맞이한다. 처음에는 생김새 외에는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들을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며, 돌아가고자 끊임없이 노력을 한다.

작가는 9.11테러를 보고, 이 세상에 정당한 전쟁은 없다는 사실을 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 한다. 이제는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시간여행'. 하지만 자신의 편안하고 게으른 삶과는 전혀 다른 전쟁 속으로, 또 한 사람은 자신이 목숨을 걸고 지켜내고자 했던 현재의 시간으로 뛰어 들게 된다. 과연 이들은 바뀐 삶 속에서 무엇을 느끼고, 생각할 것인가.

처음에 내 눈길을 끌었던 문구는 바로 '절대 죽지마. 내가 다시 돌아갈  때까지.'였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전쟁통으로 끌려들어간 겐타야 당연히 살기 위해 현실로 돌아오고자 하겠지만. 전쟁통에서 어떻게 보면 살 구멍을 찾은 고이치는 도대체 왜 다시 돌아가고자 했던 걸까. 그렇게 배우고 자라왔기 때문이었을까? 어떻게 보아도 나는 겐타보다는 고이치가 훨씬 삶에 대한 자세가 올바르다고 생각했다.

50년 뒤의 일본은 너무 많은 물질과 욕심과 소리와 빛과 색의 세상이었다. 다들 자신의 모습을 봐달라고, 자신의 소리를 들어달라고 아우성 치고 있었다. 겸허도 수치도 겸양도 규범도 안식도 없었다. 이것이 우리가 목숨 걸고 지키려고 애쓴 나라의 50년 뒤 모습이란 말인가?

사실 현재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몸바쳤던 사람들은 우리의 모습을 보고 뭐라할까.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이 더 부끄러워졌다. 현재 우리는 무언가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을 쫓고 있지만, 생과사가 갈리는 전쟁 속에 나라와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자 했던 이들에게 우리는 그야말로 쓸데없는 일에 너무 열을 쏟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누구 목소리인지 분명치 않은 소리가 들렸다. 정당한 전쟁이란 건 있을 수 없다. 전사에는 존귀함도 천함도 없다. 책임자 새끼들 다 나와!

예전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면 가족끼리, 이웃끼리 서로를 죽이고 싸우는 모습에 전쟁의 참혹성을 잠시나마 느꼈던 적이 있었다. 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어리석은 일인가! 이 책을 보면서 전쟁으로 인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아닌 일에 희생을 당하는지 느꼈다. 전쟁이 끝났음에도 명분을 위해, 쓸데없는 본보기를 위해 자신과 다른 이들을 희생시키는 사람들.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다. 말 그대로 정당한 전쟁 따위는 없는 것이다.

과거 전쟁에 미친 모습과 현재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은 극과 극이다. 모든 것이 풍요롭고, 넉넉한 현재와 말 그대로 목숨을 구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던 그 때. 하지만, 오히려 목숨이 위태로웠기에 무엇이 중요한지는 그 당시를 살고 있던 고이치가 더 뚜렷이 알고 있지 않았나 싶다. 물론, 전쟁의 광기에 미쳐버리고 이성을 상실하기도 하지만, 마지막 등장인물 중 하나인 가모시다가 이야기하듯, 이들은 나라나 자신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누군가를 항상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고이치나 겐타가 자신들이 싸우는 전쟁의 끝을 알고 있듯이... 이 책의 결말 역시 읽는 내내 눈에 밟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떠나질 않았다. 단순히 전쟁이 나쁘다거나 우리의 생활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인정할 것은 인정해주면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 해주는 이 이야기... 그 어떤 시간 여행보다 뜻깊고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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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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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도는 도대체 어떤 나라일까? 수많은 사람들이 인도에 찬사를 보내기도 하고 비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인도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수학/과학 천재들이 많은 나라 하지만 여전히 못사는 사람이 바글거리는 나라- 그러던 내가 인도인이 지은 소설을 읽다니. 그것도 너무 재미있게!

퀴즈쇼에 우승하여 체포를 당했다는 설정은 흥미로웠지만, 역시나 선입견 때문인지 선뜻 손이 안가던 책이었다. 하지만, 주의의 평에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는데, 이 소설 보통이 아니다, 아니 대단하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는 아하 하고 외쳐주는 수밖에...주인공 람 모하마드 토머스는 프랑스가 쓰는 돈의 단위도 모르지만 무려 1억루피의 상금을 타내는 주인공이 된다. 하지만 뭔가 사기나 속임수가 있다고 믿는 퀴즈쇼 진행자들은 토머스를 고소하게 되고,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토머스는 자신이 어떻게 퀴즈를 풀 수 있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각 문제 마다 하나씩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각의 이야기는 옆에 있을법하면서도 드라마틱해,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겨우 18살인 나이에 어찌나 많은 일들을 겪었는지- 분명 내가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하는 인도의 곳곳에 이런 일들을 겪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와 다른 토머스가 동경하고, 알았던 부유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각각의 이야기는 그런 어려움 속에서 벌어지기 때문인지, 완성도도 높고, 새롭다. 거기다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정말 기대치 못한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작가는 퀴즈쇼에 필요한 것은 고급두뇌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체득하는 지혜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리고 그 지혜는 내가 찾아내고, 기회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것 역시 깨닫게 된다. 얽히고 설킨 삶 속에서도 토머스가 퀴즈를 풀어내는 자리에 온 것은 결국 그의 선택과 태도 때문이 아닐까.

생소한 나라의 작가가 풀어놓은 자기 나라에 대한 이야기. 기발하고 멋지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만이 아니라 정말 가슴으로부터 칭찬하고픈 무언가가 이 책에는 있다. 한참을 정신없이 내달려 오면 마음 한구석부터 벅차오르는 무언가가 생기는 것 같다. 처음 내가 선입견을 그대로 가지고 갔다면 결코 못 느겼을텐데... 그러한 감동을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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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8 09: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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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블룸 클래식 - 소장판 헤럴드 블룸 클래식
윌리엄 셰익스피어 외 지음, 헤럴드 블룸 엮음, 정정호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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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오히려 고전을 많이 읽었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수록 명작이나 고전과 멀어졌던 것 같다. 배울 것도 많고, 얻는 것도 많던 독서에서 멀어지고 그저 재미만 추구하는 독서를 많이 하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손에 잡게 된 헤럴드 블룸 클래식은 두께만큼이나 약간 부담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워낙 고급스런 표지에, 이미 읽은 염가판의 재미를 알고 있었기에 선뜻 밤마다 몇꼭지씩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나다니엘 호손, 코난 도일, 루이스 캐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작가들의 이야기와 시들이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계절로 나누어져 실려있다. 등장인물들도 우리에게 익숙한 험프디 덤프티, 거위 치는 공주 등 익숙한 등장인물도 있고, 이미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옛이야기도 섞여있다.

어떻게 보면 비현실적이고, 간단한 스토리에 아동문학이라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이야기 속에 숨겨진 상상력과 표현은 누가 언제 읽어도 좋은 글들이다. 사람이 아닌 등장인물들의 말속에, 관계 속에 우리가 현재에도 종종 마주치는 일들이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게 담겨져 있다. 단순한 비유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그래서 이런 거였구나라고 생각하게 하는... 그런 이야기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재미로 읽기에 좋은, 언젠가 어렸을 때 밤 늦게까지 책에 몰입하게 만든 그런 이야기들이 한가득 담겨져 있다.

겨울 한 달, 밤에 조금씩 읽어나간 이 책 덕분에 긴 밤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언젠가 동생들에게, 조카들에게 그리고 언제부턴가 동심을 잃은 어른들에게 권하고 싶은 그런 책이다. 명작의 힘은 강하고 오래 남는다를 증명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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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길을 걷다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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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접하는 야마모토 후미오의 두번째 작품이다. 그녀의 작품을 덮고 다시 한번 그녀의 작품은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여자의 삶에 대해 글을 쓰고, 일부는 나와 비슷하기도, 때로는 전혀 나와 다르다고 느낀다.  그런 그녀의 글에 공감하기도 하고, 이해하기도 하고, 종종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여자 길을 걷다 역시 3대에 걸친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데마리, 그녀의 엄마인 리쓰코, 그리고 그녀의 딸인 히메노의 이야기가 10년씩 7장으로 나뉘어져있다. 장장 70년의 세월이다. 그리고 각각의 장은 다른 화자에 의해 기술된다. 처음에는 데마리 옆집에 사는 남자아이 마틸, 데마리 본인, 그리고 그의 엄마 리쓰코...그럼에도 이야기는 그리 헷갈리지 않고 편히 읽힌다.

외톨이가 되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어른이 되어 자유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일을 해서 돈을 벌수도 있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프러포즈 할 수도 있다. 나만의 새로운 가족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내가 열두살이 아니로 마리가 일곱 살이 아니라면, 마리를 데리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날 수 있을텐데!

처음에는 달콤한 연애소설을 생각했다. 엄마 대신 할머니에게 맡겨져 자란 데마리와 이혼하신 부모 아래 자라난 마틸의 사랑이야기. 하지만, 마틸과 데마리는 헤어지고... 점점 이야기는 내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작품 해설을 읽어보면 '평범한 일상과 극적인 인생의 조화'를 이야기 한다. 너무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평범해 보이기도 하고 있을 법한 일인데, 또 한편으로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만다.

그 질문에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앞 유리창을 바라보며, 나사가 풀린 사람처럼 히쭉히쭉 웃었다. 아아, 나도 히쭉히쭉 웃으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때 별안간 결심이 서서 눈을 질끈 감았다.  결국 그런 상상 못할 일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일들이 계기가 되기도 하고, 방어책이 되어주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읽다보면 결국 리쓰코도, 데마리도 그다지 순탄치 못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들은 행복했을까? 데마리 역시 그녀의 엄마처럼 되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원래 업은 돌고 도는 법이지...라는 리쓰코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결국 부모님의 등을 보고 자라나는 것일까?

야마모토 후미오는 그렇다고 말하고 싶은지 모르지만, 왠지 나는 반대하고 싶다. 데마리나 리쓰코나 모두 자신의 행복을 선택한 것 뿐이다. 다만 그 길이 비슷했을 뿐이다. 그래서 데마리는 마지막까지 남에게 피해를 안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여자 길을 걷다는 흔하지 않으면서도 존재할 법한 모녀관계, 가족관계를 그려낸다. 신문에서 보고 놀라면서 읽는 그런 가족. 우리를 위해 항상 양보하는 엄마나 아빠를 당연히 생각하기보다는 이런 이야기를 통해, 부모님이나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갖을 수 있다. 이 책은 나와 전혀 다른 이야기 중 하나였지만, 안타까워하면서도 무척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야마모토 후미오의 다른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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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수프
마쓰다 미치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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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스케의 제안에 그녀는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저는 워낙 요리 솜씨가 없어 레시피를 써주신다고 해도 그대로 만들 자신이 없어요."
"무슨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상대방한테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사람에게 음식, 먹는 것은 참 많은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식구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예수님도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에게 자산의 살과 피라면서 빵과 포도주를 나눠주었다. 그 외에도 직장인의 최대의 고민이 '점심에 뭘 먹을까'일 정도로 음식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결국 요리에는 그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져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수많은 요리 중에 수프라니... 보통 정식이나 스테이크에 사이드메뉴로 따라오는 음식. 하지만 돌이켜보면, 실제로 우리가 아플 때나, 정작 힘이 없을 때 기운을 붇돋기 위해 먹는 음식은 큼직한 스테이크가 아니라 몸을 보하면서도 필요한 영양소를 제공하는 수프이다.  그럼 천국의 수프란 도대체 어떤 맛일까?

이 책에는 언니를 잃고 아픈 엄마를 위해 단 하나의 특별한 수프를 찾는 유이코와 아들을 잃고 아내와 가정 모든 것을 잃은 료스케라는 요리사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두 명 모두 가족이라는 소중한 존재를 잃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괴로워하기도 하고 힘들어하면서도 무언가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결국 돌고 돌아 얽혀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사실 살면서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말로 건네기 어려운 말이,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맛있는 식사 한끼로, 웃으면 기울이는 술한잔으로 풀릴 수 있다. 우리가 건네는 그 음식에는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 응축되어 상대에게 전해지는 것 같다.

특별히 자극적인 내용도, 엄청난 사건도 없다. 다만 맛있는 수프를 한숟갈씩 떠먹듯 읽다보면 마음이 훈훈해진다. 처음부터 밝고 따뜻한 노란색 바탕의 표지부터 마음에 들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날씨가 나날이 추워지는 겨울, 따뜻한 컵수프라도 한컵 끓여 가족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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