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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수프
마쓰다 미치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료스케의 제안에 그녀는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저는 워낙 요리 솜씨가 없어 레시피를 써주신다고 해도 그대로 만들 자신이 없어요."
"무슨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상대방한테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사람에게 음식, 먹는 것은 참 많은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식구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예수님도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에게 자산의 살과 피라면서 빵과 포도주를 나눠주었다. 그 외에도 직장인의 최대의 고민이 '점심에 뭘 먹을까'일 정도로 음식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결국 요리에는 그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져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수많은 요리 중에 수프라니... 보통 정식이나 스테이크에 사이드메뉴로 따라오는 음식. 하지만 돌이켜보면, 실제로 우리가 아플 때나, 정작 힘이 없을 때 기운을 붇돋기 위해 먹는 음식은 큼직한 스테이크가 아니라 몸을 보하면서도 필요한 영양소를 제공하는 수프이다. 그럼 천국의 수프란 도대체 어떤 맛일까?
이 책에는 언니를 잃고 아픈 엄마를 위해 단 하나의 특별한 수프를 찾는 유이코와 아들을 잃고 아내와 가정 모든 것을 잃은 료스케라는 요리사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두 명 모두 가족이라는 소중한 존재를 잃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괴로워하기도 하고 힘들어하면서도 무언가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결국 돌고 돌아 얽혀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사실 살면서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말로 건네기 어려운 말이,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맛있는 식사 한끼로, 웃으면 기울이는 술한잔으로 풀릴 수 있다. 우리가 건네는 그 음식에는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 응축되어 상대에게 전해지는 것 같다.
특별히 자극적인 내용도, 엄청난 사건도 없다. 다만 맛있는 수프를 한숟갈씩 떠먹듯 읽다보면 마음이 훈훈해진다. 처음부터 밝고 따뜻한 노란색 바탕의 표지부터 마음에 들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날씨가 나날이 추워지는 겨울, 따뜻한 컵수프라도 한컵 끓여 가족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