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길을 걷다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접하는 야마모토 후미오의 두번째 작품이다. 그녀의 작품을 덮고 다시 한번 그녀의 작품은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여자의 삶에 대해 글을 쓰고, 일부는 나와 비슷하기도, 때로는 전혀 나와 다르다고 느낀다.  그런 그녀의 글에 공감하기도 하고, 이해하기도 하고, 종종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여자 길을 걷다 역시 3대에 걸친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데마리, 그녀의 엄마인 리쓰코, 그리고 그녀의 딸인 히메노의 이야기가 10년씩 7장으로 나뉘어져있다. 장장 70년의 세월이다. 그리고 각각의 장은 다른 화자에 의해 기술된다. 처음에는 데마리 옆집에 사는 남자아이 마틸, 데마리 본인, 그리고 그의 엄마 리쓰코...그럼에도 이야기는 그리 헷갈리지 않고 편히 읽힌다.

외톨이가 되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어른이 되어 자유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일을 해서 돈을 벌수도 있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프러포즈 할 수도 있다. 나만의 새로운 가족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내가 열두살이 아니로 마리가 일곱 살이 아니라면, 마리를 데리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날 수 있을텐데!

처음에는 달콤한 연애소설을 생각했다. 엄마 대신 할머니에게 맡겨져 자란 데마리와 이혼하신 부모 아래 자라난 마틸의 사랑이야기. 하지만, 마틸과 데마리는 헤어지고... 점점 이야기는 내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작품 해설을 읽어보면 '평범한 일상과 극적인 인생의 조화'를 이야기 한다. 너무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평범해 보이기도 하고 있을 법한 일인데, 또 한편으로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만다.

그 질문에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앞 유리창을 바라보며, 나사가 풀린 사람처럼 히쭉히쭉 웃었다. 아아, 나도 히쭉히쭉 웃으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때 별안간 결심이 서서 눈을 질끈 감았다.  결국 그런 상상 못할 일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일들이 계기가 되기도 하고, 방어책이 되어주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읽다보면 결국 리쓰코도, 데마리도 그다지 순탄치 못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들은 행복했을까? 데마리 역시 그녀의 엄마처럼 되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원래 업은 돌고 도는 법이지...라는 리쓰코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결국 부모님의 등을 보고 자라나는 것일까?

야마모토 후미오는 그렇다고 말하고 싶은지 모르지만, 왠지 나는 반대하고 싶다. 데마리나 리쓰코나 모두 자신의 행복을 선택한 것 뿐이다. 다만 그 길이 비슷했을 뿐이다. 그래서 데마리는 마지막까지 남에게 피해를 안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여자 길을 걷다는 흔하지 않으면서도 존재할 법한 모녀관계, 가족관계를 그려낸다. 신문에서 보고 놀라면서 읽는 그런 가족. 우리를 위해 항상 양보하는 엄마나 아빠를 당연히 생각하기보다는 이런 이야기를 통해, 부모님이나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갖을 수 있다. 이 책은 나와 전혀 다른 이야기 중 하나였지만, 안타까워하면서도 무척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야마모토 후미오의 다른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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