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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에서 만나는 하나님
인은수 지음 / 두란노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멀티플렉스에서 만나는 하나님
멀티플렉스, 90년 쯤 서울에서 처음 시작된 복합 영화관을 우리는 이렇게 부른다. 그 전까지 한 영화관에서는 하나의 영화만 개봉하였다. 또한 영화관에는 극장도 하나 밖에 없었다. 처음 멀티플렉스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듣고는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영화관에서 백화점이나 분식점처럼 여러 개의 영화가 상영되고 같이 볼 수 있을까 했다.
이 책은 나와 연배가 비슷한 30대 중반의 영화전문가가 쓴 책이다. 특이한 점은 독실한 크리스찬이어서 영화속의 하나님을 이야기한다. 책의 순서도 재미있다. ‘매표소에 들어가기’가 시작이다. 끝은 ‘극장 문을 나서며’. 극장은 14개 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멀티플렉스인 것이다. 1관 슈퍼 히어로, 2관 재난, 3관 공포, 4관 멜로, 5관 SF I, 6관 판타지, 7관 드라마, 8관 SF II, 9관 스릴러, 10관 미스터리, 11관 액션, 12관 뱀파이어, 13관 코미디, 14관 작가론.
어느 극장부터 입장하고 싶은가? 순서는 상관이 없다. 다만 극장의 주인인 저자는 1관부터 차근차근 안내하길 원한다. 부담없는 내용부터 이야기해서 차츰 하나님의 존재와 예수님의 은혜에 대해서 영화속 구석구석을 설명하고 있다. 끝으로 작가론은 한국영화 중 이창동 감독의 작품을 집중 조명한다. 국제 영화상을 수상한 작품들이 많고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작품 속에서 한국 교회를 잠시 살펴 보기 위함이다.
이 책은 독자를 한정하고 있을까? 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초두에 특히 친근함을 많이 느낄 것이다. 작가의 영화 사랑에 대해서 동감하게 될 것이다. 80년대 초등학교 시절 주말의 명화를 보기 위해서 아버지, 어머니가 주무시는 틈에 흑백TV를 켜서 조용히 보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분명 오래된 동질감을 느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30대의 독자들에게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제목에서 반추하듯이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적합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것들에 선입견을 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영화를 좋아하고 시나리오를 좋아한다면 분명 이 책은 재미가 있다.
각각의 극장들을 다시금 살펴보기 바란다. 마치 초등학생 시절 좋아하던 장르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며 살아가는 과정까지 차츰 좋아하는 장르가 바뀌듯 그 순서가 묘하게 일치함을 느끼게 된다. 물론 아직도 슈퍼 히어로를 좋아하는 40대 아저씨도 있겠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예전에는 참 영화를 좋아했는데 하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선과 악이 명확히 나뉘어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던 액션영화, 특히 홍콩 영화들의 기억이 새롭다. 대부분 중학생 시절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 보았다. 다 보고나서 에이 시시해라든지 뭐 남는게 없어라는 말을 하면 곁에 계시던 어머니는 뭐라도 교훈을 얻어야지 그럴거면 다시는 빌리지도 보지도 말라고 하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영화는 인간이 만들었다. 물론 하나님께 감동하여 성경적인 메시지를 담은 영화도 많이 있다. 그런 영화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화는 감독과 작가의 사고를 담고 있다. 거기에는 악과 같이 반 기독교적인 것들도 있다. 두려움을 심어주는 공포물들이 특히나 그런 류이다. 하지만 그런 영화 속에서도 하나님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저자의 생각이다. 나도 동감한다. 내 어머니의 말씀도 그런 뜻이었다.
끝으로 영화를 주제로 하나님을 이끌어 내었지만 저자는 대중문화 전체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이야기하였다고 생각된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것이 하나님이시기에 우리 인간이 만든 것들에도 그 분의 선하심이 담겨 있음을 거부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