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단테에서 사이버스페이스까지 그 심원한 공간의 문화사

 

 

 

 

이런 책이 있었다는 걸 뒤늦게야 알았다. 정말 내 취향에 딱 맞는 책인데, 절판이란다..

부제를 보면, -단테에서 사이버스페이스라는- 긴 시간의 줄기를 따라 보푸라기 같은 공간들을 건드리는 듯 하다. 차례를 보면, 영혼 공간, 물질 공간, 천체 공간, 상대론적 공간, 초공간.. 등등으로 이어지는데, 사회와 관련된 것 보다는 과학과 결부되어 바뀐 공간에 대한 인식, 그 '변화'를 다룬 거 같다.

그럼 그림의 떡이 되버린 책 말고 '공간'이 주제인 구입 가능한 책 몇 권을 더 구경해보자.

 

 

 

 

                                                             <서양의 실내공간과 가구의 역사>

영화가 아니라, 그 영화들을 품어내는 공간인 극장을 다룬 책이 눈에 띈다. <극장의 역사, 상상과 욕망의 시공간>... 작고 소박한 책 같은데, (영화에 비해 대상으로서 너무 소홀했던) 쉽게 생각하지 못했던 공간을 다뤘다. 우리의 가장 일상적인 공간인 실내, 그리고 그 안을 꾸미는 가구들의 역사를 다룬 <서양의 실내공간과 가구의 역사>라는 책도 있고, 철도가 변화시킨 시간과 공간을 다룬 이색적이지만, 그럴듯한 책도 눈에 띈다. <공간과 시간의 역사>는 아마 '공간의 역사'라는 주제에 대해 우리가 가지는 기대에 가장 모범적인 내용을 가진 책으로 보인다. 책 소개를 보고 짐작하자면, 저자의 '인류학적 시선'을 기본으로 인간의 측면에선 생물학, 그리고 공간적으론 물리-우주론을 포함하는 좀 방대하면서도 스탠다드한 느낌을 준다.

 

 <극장의 역사...>에서 '극장'도 일종의 건축물이지 않은가. 건축 공간에 대한 책들도 몇 권 보인다.

<공간의 안무>는 인간 신체와 건축을 조응의 측면에서, 즉 건축(공간)이 인간 몸짓을 보이지 않게 제한과 조절을 통해 단순히 딱딱한 거대한 표면들이 아닌, 마치 '안무'라는 좀 더 친근한 공간 역할로 설명하는 책으로 보인다. 건축 공간에 대한 이런 시적 발상이 콘크리트를 잠깐 부드럽게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시간과 공간의 철학>

(시)공간을 철학이 가미된 눈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들도 있다.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가 그렇고 더 철학적인 책으론, 한스 라이엔바하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철학자의 <시간과 공간의 철학>이란 책도 있다. 책 표지는 녹아내리는 시계가 그려진 화가 달리의 그림이다. 이 책은 예전에 읽다가 까다로운 수식이 나온 부분을 넘지 못하고 독서를 멈춘 책이다. 수학이 가끔 발목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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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코프스키의 영화가 감독 자신의 내밀한 시적 감성안으로 아낌없이 들어간다면, 키에슬로프스키(Krzysztov Kieslowski) 영화에는 그런 비슷한 움직임이 있지만, 그 내향(內向)의 위치가  꼭 작가의 주관적인 공간은 아니란 느낌이 든다. 미묘하고 순간적인 위치이기는 하지만, 그 공간도 역시 감독에게는 낯설 수 있다. 지극히 내 개인적인 느낌으론 이렇다.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는 자기 안에 너무 깊숙히 들어가 헤멘다면(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키에슬로프스키의 영화는 자기와 자기 외부가 겹쳐진 미묘한 길에서 그 추적의 끈을 살짝 놓아버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관객의 입장에서 그냥 받아들여지는 장면도 있는 반면에, 해독하기 어려운 장면도 심심치 않게 마주치게 된다. 이거 두 감독 사이에서 나도 헤메는 글을 쓰는 것은 아닌가? 하여튼, 이들의 영화에서는 짧은 영상의 맥박 같은 움직임을 통해 배우들의 연기나 시나리오가 할 수 없는 '드러냄'의 시도들이 있다. 그런데 그 드러냄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관객한테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는 다는 것이 우리들도 역시 곤란을 느끼는 부분이지만, 거기엔 실험정신에 투철한 애송이들과는 다른 미학이 여유와 긴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 이들의 영화에 끌리는 이유일 것이다.

 

 

 

 

 

최근에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감독 톰 티크베어도 키에슬로프스키 미완의 작품에 참여해 정적인 유럽의 감성으로 <헤븐>이란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많이 가벼워진 그리고 좀 더 젊어진 케에슬로프스키 변종 영화라 봐도 될 거 같다.

키에슬로프스키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로 이렌느 야곱이라는 여배우를 우리에게 멋지게 선사하기도 했다. 그 이전에 여러 단편들도 만들었는데, 제목은 잊었지만, 어떤 정치인에 대한 다큐적인 영화가 기억이 난다. 삼색(色) 영화 화이트, 블루, 레드도 감독의 명성을 분명하게 한 작품들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초창기에 십계명을 가지고 10 부작이라는 대단한 기획을 영화로 담았는데, 그것이 바로 <데칼로그(Dekalog)>이다. 5개의 디스크가 들어가 있는 데, 가격은 지나치게? 저렴해서 예전에 얼른 구했다. 여기에 이런 글귀가 있다. "신부를 꿈꾸던 폴란드의 천재감독 .."

 

 

 

 

 

키에슬로프스키에 관한 책은 데칼로크를 다룬 김용규의 <데칼로그>가 있고, 영화를 기발하게 주무르는 지젝이 히치콕이 아닌 키에슬로프스키 영화를 주의 깊게 다룬 <진짜 눈물의 공포>가 있다. 이 책은 다른 책들에 비해서도 곁가지 사유로 옮아가는 경향이 적고, 영화를 긴 호흡으로 끌고 간다.

이 글을 쓰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이렌느 야곱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주름진 얼굴을 숨기지 않고 최근의 영화에도 나왔던 줄리 델비, 이제는 아줌마 역도 자연스러워진 줄리엣 비노쉬를 보면서 시간이 먹어버린 소녀들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방금 이렌트 야곱을 검색해서 최근의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참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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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515677 2015-09-23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구적인 또한 서구적인..
그것보다 좋은글이네요!

TexTan 2015-10-02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에 쓴 글인데, 이렇게 글까지 남겨주셨네요.

추석이 지나고 나니, 날이 많이 쌀쌀해졌네요. 좋은 가을 맞이하시길..
 

웃기는 일이지만, 요새도 가끔 로봇들이 나오는 만화영화를 보곤한다(새로 나오는 괜찮은 일본애니는 역시 찾아서 보는 편이다). 여태 수 많은 로봇들이 온갖 변신으로 내 눈을 유혹했겠지만, 그래도 로봇에 대한 두 개의 뿌리같은 인상으로 남는 건, 태권브이와 마징가 제트가 아닐까?

 

 

 

 

 

태권브이가 일본 마징가 제트의 영향이 있다고는 하나, 그래도 나름대로 독창적인 로봇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로봇이 태권도 품새를 따라하는 것도 재미있는 아이디어였다, 거기다가 어떻게 보면 로봇공학에 위배되는 발상, 즉 조종사(훈이)와 로봇간의 '일심동체'가 이루어지면서 펼쳐지는 기이한 힘이 드러나는 순간은 어린동심을 새로운 쾌감으로 이끈다. 이는 '싱크로'로 볼 수 있고, 나중에 안노 히데키 감독이 에반겔리온 구상에 참고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 싱크로 순간에 훈이는 조종대를 잡고 노련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집중 상태에서 자신의 몸을 움직이고 그것이 곧바로 태권브이에게 전이되어 물리적인 효과를 거둔다. 그럼 (이런 표현하기 좀 쑥스럽지만) 아무리 강한 외계악당들도 초전박살된다.

태권브이에서 조종사 훈이와 태권브이의 일심동체는 에반게리온에서 보이는 싱크로와 비슷한 설정이지만, 태권브이의 경우는 그 당시 어떤 과학적 지식을 미리 가져온 SF적 발상이라기 보다는, 어린아이들 대상 만화에서 허용할 수 있는 우연한 비약의 결과로 보인다. 반면, 에반게리온은 태권브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겠지만, 그것이 과학적으로도 어느 정도 가능한 메카니즘을 기반으로 만화적 상상력을 덧붙인 모양새다.

 

 

 

 

 

 

마징가 제트는 인상적인 캐릭터들이 눈에 띈다, 악당들이 대개 단순하고 평면적으로 그려지는데 반해, 아수라 백작은 대단히 파격적인 인물형을 제시한다. 하나의 얼굴을 남녀가 사이좋게 나눠 가지고 목소리도 번갈아 가며 들려주는데, 가끔 섬뜩하게 들릴때도 있었다. 여자 주인공이 조종하는 비너스도 아수라와 같이 신화에서 따온 이름인데, 공격력은 외모에 비해 신통치가 않다. 만약 요새 이런 만화를 틀어준다면, 남녀차별적 설정이라는 비난을 듣지 않을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마징가는 그레이트 마징가, 마징카이저 등 새로운 시리즈로 더욱 세련된 마징가를 선보였지만, 그래도 가장 초창기 그 무표정하고 좀 투박하지만 금속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마징가의 본체는 따라올 수 없을 거 같다. 로봇에서 아우라를 찾는다면, 아마 여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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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책 제목들이 야해진다. 별거 아닌데도 은밀함을 드러낼 듯한 포즈로 독자들을 유혹하려든다.  

 

 

 

 

'영화감독 21인의 비밀 수업'이라는 부제가 달린 <거장의 노트를 훔치다>는 여러 명감독들(마틴 스콜세지, 코엔 형제, 베르톨루치, 빔 벤더스, 알모도바르, 우디 앨런, 고다르, 라스트 폰 트리에, 데이비드 린치 등)의 일상적인 정보가 아닌, 그들 창작 테크닉에 관한 꽤 탐스러운 책으로 보인다. 고전 감독들은 없지만, 대개 걸죽한 능력을 갖춘 감독들이라 제목만큼이나 군침이 돌게 만든다. 이 책을 보니까, 브뉘엘 감독의 영화에도 참여했던 시나리오 작가, 장 클로드 카이에르가 쓴 <영화, 그 비밀의 언어>가 떠오른다. 이 책도 다른 영화책과 차별성을 갖는데, 좀 더 영화의 속살을 더듬어 내고 있다.

-천재들의 과학노트-시리즈도 여러 권이 나왔다. 난이도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중고교생이나 과학을 어려워 하는 일반 대중들도 좀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게 나온 책으로 보인다. 그래도 차례를 보면,  연대순으로 주요 과학자들을 체계적으로 배열해 놓고 있다. 그런데 딴소리지만, 리제 마이트너라는 과학자는 처음 들어본다.

 

 

 

 

잠깐 찾아봤더니, 비밀노트들이 정말 많다. 디지털 카메라 다루는 비밀노트도 있고, 카프카의 비밀노트, 그리고 수학과 관련된 <수재들의 비밀노트> 등등. 수학을 멀리한지가 오래되었지만, 요새는 수학을 다시 한번 공부해야 되지 않을까 하고 갈등중이다. 물론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지만..

하여튼, 비밀노트들을 구경하다 이 책을 발견하고 나는 잠시 멈칫했다. 이 과감한 책의 제목은 나에게 어떤 이성적인 판단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 제목에 나는 정말 무방비로 당한 느낌이다.

<싸움 잘 하는 놈의 비밀노트>   정말 세다. 이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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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탄생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김태용 감독, 문소리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이 영화 안에 흐르는 시간은 연속적이지 않지만, 복잡하지 않게 서로의 시간을 잘 이어주는 느낌이다. 초반에 배치된 기차 안에서 젊은 남녀가 나오는 장면(씬)과 영화 끝에서 다시 이 두 남녀를 초점 삼아  마무리 하는 것도 산뜻하면서 자연스러웠다.

가족이 이렇게도 만들어질 수 있구나.. 하는 아주 독특한 경우를 구경할 수 있다. 같은 피가 섞이지 않은 사람이 한가족이 되는 일은 그렇게 색다르지는 않지만, 이 영화에서는 더 나아가서 거의 모두가 혈연과는 상관없이 화기애애한 가족을 꾸며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런데 어찌보면 너무 나아간 느낌마저 든다. 영화 안에서는 그들의 모습에 몰입이 되어 잘 보이지 않지만 영화 밖에서 객관적으로 본다면, 약간 갸우뚱하게 만드는 묘한 극단성을 발견 할 수 있다.

전혀 남인 사람도 우여곡절끝에 결국 정이 들어 가족으로 뭉치는데, 왜 진짜 가족(형철:엄태웅)은 그 화해의 품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는 걸까? 여기서 선악의 문제로 어떤 잘못(형철의 무책임한 바람기)이 있기에 문 밖으로 내치면서 어떤 통쾌함을 극중 인물들과 관객들이 나눠갖는 효과는 있다. 그러나 더 한 것(상황)도 받아들이면서 그것을 하지 못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이 영화의 인물 채현(정유미)의 태도에서도 비슷한 걸 발견할 수 있다. 남의 아픔을 배려하고 정으로 감싸려는 그 '헤픈 성격'?은 정상적인 가족은 아니지만, 따스한 엄마을 통해 정을 받고 자라난 배경과 상관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남자친구는 외롭고 힘들게 만든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은 헤아리지 못하면서, 다른 타인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건 아이러니다. 영화에서도 간접적으로 경석(봉태규)을 통해 그 부분을 짚어내지만, 이 영화 자체도 그러한 묘한 구멍이 있음을 결국 봉합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영화의 겉은 아기자기하면서도 배우들의 사실적인 연기, 그리고 티나지 않은 말끔한 편집으로 잘 만들어진 걸로 보이지만, 영화가 치우친 극단의 성향은 치유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평소 공효진을 눈여겨 보진 않았는데, 이 영화에서 맡은 성격과 연기는 매력이 있었다. 약간 반항적이면서 자기 아픔에 시달려 하는  젊은 여자 역할에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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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5-04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영화를 별 기대없이 봤다가 완전 반했지요. 고두심과 문소리의 연기도
그렇고 공효진도 새로운 발견이었어요. 다른 쌍들도 모두... 의외의 감동이었죠.
요새 티비 드라마에서 공효진 나오던데, 거기서도 꽤 좋은 느낌이에요.^^

TexTan 2007-05-04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제에서 좋은 상을 받았다기에, 지루하다는 평들이 많아 미루다가 최근에야 보게 되었네요. 그런데 지루하진 않더군요^^. 그 보물찾는? 번쩍 열리는 시계가 꽤 탐이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