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책 제목들이 야해진다. 별거 아닌데도 은밀함을 드러낼 듯한 포즈로 독자들을 유혹하려든다.
'영화감독 21인의 비밀 수업'이라는 부제가 달린 <거장의 노트를 훔치다>는 여러 명감독들(마틴 스콜세지, 코엔 형제, 베르톨루치, 빔 벤더스, 알모도바르, 우디 앨런, 고다르, 라스트 폰 트리에, 데이비드 린치 등)의 일상적인 정보가 아닌, 그들 창작 테크닉에 관한 꽤 탐스러운 책으로 보인다. 고전 감독들은 없지만, 대개 걸죽한 능력을 갖춘 감독들이라 제목만큼이나 군침이 돌게 만든다. 이 책을 보니까, 브뉘엘 감독의 영화에도 참여했던 시나리오 작가, 장 클로드 카이에르가 쓴 <영화, 그 비밀의 언어>가 떠오른다. 이 책도 다른 영화책과 차별성을 갖는데, 좀 더 영화의 속살을 더듬어 내고 있다.
-천재들의 과학노트-시리즈도 여러 권이 나왔다. 난이도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중고교생이나 과학을 어려워 하는 일반 대중들도 좀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게 나온 책으로 보인다. 그래도 차례를 보면, 연대순으로 주요 과학자들을 체계적으로 배열해 놓고 있다. 그런데 딴소리지만, 리제 마이트너라는 과학자는 처음 들어본다.
잠깐 찾아봤더니, 비밀노트들이 정말 많다. 디지털 카메라 다루는 비밀노트도 있고, 카프카의 비밀노트, 그리고 수학과 관련된 <수재들의 비밀노트> 등등. 수학을 멀리한지가 오래되었지만, 요새는 수학을 다시 한번 공부해야 되지 않을까 하고 갈등중이다. 물론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지만..
하여튼, 비밀노트들을 구경하다 이 책을 발견하고 나는 잠시 멈칫했다. 이 과감한 책의 제목은 나에게 어떤 이성적인 판단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 제목에 나는 정말 무방비로 당한 느낌이다.
<싸움 잘 하는 놈의 비밀노트> 정말 세다. 이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