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일이지만, 요새도 가끔 로봇들이 나오는 만화영화를 보곤한다(새로 나오는 괜찮은 일본애니는 역시 찾아서 보는 편이다). 여태 수 많은 로봇들이 온갖 변신으로 내 눈을 유혹했겠지만, 그래도 로봇에 대한 두 개의 뿌리같은 인상으로 남는 건, 태권브이와 마징가 제트가 아닐까?

 

 

 

 

 

태권브이가 일본 마징가 제트의 영향이 있다고는 하나, 그래도 나름대로 독창적인 로봇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로봇이 태권도 품새를 따라하는 것도 재미있는 아이디어였다, 거기다가 어떻게 보면 로봇공학에 위배되는 발상, 즉 조종사(훈이)와 로봇간의 '일심동체'가 이루어지면서 펼쳐지는 기이한 힘이 드러나는 순간은 어린동심을 새로운 쾌감으로 이끈다. 이는 '싱크로'로 볼 수 있고, 나중에 안노 히데키 감독이 에반겔리온 구상에 참고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 싱크로 순간에 훈이는 조종대를 잡고 노련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집중 상태에서 자신의 몸을 움직이고 그것이 곧바로 태권브이에게 전이되어 물리적인 효과를 거둔다. 그럼 (이런 표현하기 좀 쑥스럽지만) 아무리 강한 외계악당들도 초전박살된다.

태권브이에서 조종사 훈이와 태권브이의 일심동체는 에반게리온에서 보이는 싱크로와 비슷한 설정이지만, 태권브이의 경우는 그 당시 어떤 과학적 지식을 미리 가져온 SF적 발상이라기 보다는, 어린아이들 대상 만화에서 허용할 수 있는 우연한 비약의 결과로 보인다. 반면, 에반게리온은 태권브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겠지만, 그것이 과학적으로도 어느 정도 가능한 메카니즘을 기반으로 만화적 상상력을 덧붙인 모양새다.

 

 

 

 

 

 

마징가 제트는 인상적인 캐릭터들이 눈에 띈다, 악당들이 대개 단순하고 평면적으로 그려지는데 반해, 아수라 백작은 대단히 파격적인 인물형을 제시한다. 하나의 얼굴을 남녀가 사이좋게 나눠 가지고 목소리도 번갈아 가며 들려주는데, 가끔 섬뜩하게 들릴때도 있었다. 여자 주인공이 조종하는 비너스도 아수라와 같이 신화에서 따온 이름인데, 공격력은 외모에 비해 신통치가 않다. 만약 요새 이런 만화를 틀어준다면, 남녀차별적 설정이라는 비난을 듣지 않을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마징가는 그레이트 마징가, 마징카이저 등 새로운 시리즈로 더욱 세련된 마징가를 선보였지만, 그래도 가장 초창기 그 무표정하고 좀 투박하지만 금속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마징가의 본체는 따라올 수 없을 거 같다. 로봇에서 아우라를 찾는다면, 아마 여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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