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유럽만화를 보면, 정말 "이것은 만화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들을 만나기도 한다. 요새는 어느 출판사에서 예술성 있는 유럽만화들을 내놓기도 해서 약간의 댓가를 치른다면 좋은 구경을 할 수 있다.

지하 만화방에 가득한 속독으로 즐기는 만화도 좋지만, 이국적이면서도 멋진 그림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만화도 건드려 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세계의 만화 만화의 세계>

우리나라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예술만화에 대한 전문적인 책은 <제9의 예술 만화>가 눈에 띌 뿐, 마땅한 책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마침, 만화책을 검색하다가 <만화 미학 입문>이란 책을 발견했다. 나온지 꽤 된 책인데, 여태 모르고 있었다. 만화를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닌 하나의 텍스트로서 철학적인 진지함이 곁들여진 책으로 보인다.

 

 

 

 

 

<야수의 잠>으로 유명한 엥키 빌랄(Enki Bilal)은 직접 실사 작업으로 영화까지 만든다.  줄리 델피가 나왔던 티코문(Thyko Moon, 1996)과 최근작  임모르텔(Immortel, 2004)이 있다. 만화에 비해 영화는 완성도에서 뭔가 허전함이 있지만, 앞으로 기발한 영화가 기대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전에 알렝 레네 감독과도 같이 작업을 했을 정도로 이미지에 대한 감각이 남다른 사람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러고 보니 만화쪽에서 활동했던 또 다른 영화감독이 생각난다. <엘 토포(두더지)>와 <성스러운 피>, 그리고 기이한 상상력으로 중무장한 <홀리 마운틴>으로 전세계에 소수 매니아들을 침투?시킨,  바로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Alejandro Jodorowsky)..  호도로프스키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아마 본인은 조도로프스키를 선호하는 듯 하다. 이 사람은 한때 만화 작가로 SF에서 티벳 신비주의에 이르는 기이한 상상력을 분출하기도 했다. 그와 <앙칼>이란 만화에서 그림작업을 했던 뫼비우스도 이 바닥에선 꽤 알아주는 인물이다. 언뜻 떠오르는 불확실한? 예전 정보에 의하면 영화 <제5원소>에도 뫼비우스의 영향이 새겨져 있다고도 한다. 이 사람이 코엘료의 <연금술사> 일러스트 버전까지 작업을 했다니, 참 활동영역이 넓기도 하다.

 

 

 

 

 

 

<설국열차> 이 만화가 바로 봉준호 감독이 야심차게 준비한다던 영화의 원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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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책 제목들이 야해진다. 별거 아닌데도 은밀함을 드러낼 듯한 포즈로 독자들을 유혹하려든다.  

 

 

 

 

'영화감독 21인의 비밀 수업'이라는 부제가 달린 <거장의 노트를 훔치다>는 여러 명감독들(마틴 스콜세지, 코엔 형제, 베르톨루치, 빔 벤더스, 알모도바르, 우디 앨런, 고다르, 라스트 폰 트리에, 데이비드 린치 등)의 일상적인 정보가 아닌, 그들 창작 테크닉에 관한 꽤 탐스러운 책으로 보인다. 고전 감독들은 없지만, 대개 걸죽한 능력을 갖춘 감독들이라 제목만큼이나 군침이 돌게 만든다. 이 책을 보니까, 브뉘엘 감독의 영화에도 참여했던 시나리오 작가, 장 클로드 카이에르가 쓴 <영화, 그 비밀의 언어>가 떠오른다. 이 책도 다른 영화책과 차별성을 갖는데, 좀 더 영화의 속살을 더듬어 내고 있다.

-천재들의 과학노트-시리즈도 여러 권이 나왔다. 난이도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중고교생이나 과학을 어려워 하는 일반 대중들도 좀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게 나온 책으로 보인다. 그래도 차례를 보면,  연대순으로 주요 과학자들을 체계적으로 배열해 놓고 있다. 그런데 딴소리지만, 리제 마이트너라는 과학자는 처음 들어본다.

 

 

 

 

잠깐 찾아봤더니, 비밀노트들이 정말 많다. 디지털 카메라 다루는 비밀노트도 있고, 카프카의 비밀노트, 그리고 수학과 관련된 <수재들의 비밀노트> 등등. 수학을 멀리한지가 오래되었지만, 요새는 수학을 다시 한번 공부해야 되지 않을까 하고 갈등중이다. 물론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지만..

하여튼, 비밀노트들을 구경하다 이 책을 발견하고 나는 잠시 멈칫했다. 이 과감한 책의 제목은 나에게 어떤 이성적인 판단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 제목에 나는 정말 무방비로 당한 느낌이다.

<싸움 잘 하는 놈의 비밀노트>   정말 세다. 이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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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켄 윌버의 <감각과 영혼의 만남> 개정판이 나왔다. 전보다 50쪽 정도 늘었는데, 옮긴이의 해설 부분 첨가 때문인듯이 보인다. 아직 개정판을 읽어보질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일단 차례를 보자면 기본 구조는 변함이 없고 소제목에서 두 군데 정도 고친 것이 보인다.  양장본으로 바뀌긴 했지만, 가격도 꽤 오른 편이다. 전의 책도 용어 몇개만 주의해서 본다면, 번역때문에 손해볼 거 같지는 않다.

이 책은 제목처럼 -감각과 영혼-이라는 어떤 명상적인 그저 좋은 말들이 담겨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종류도 아닐 뿐더러 그렇게 수월하게 읽히지도 않는다. 켄 윌버의 비판적인 시각이 강화되어 있고, 철학과 과학에 걸쳐 지적인 스캔(scan) 작업이 행해진다 . 

우리가 알고 있는 학문체계를 기존의 방법으로는 충분히 다룰 수 없는데, 그것은 서로 차원이 다른 범주들을 어떤 우세한 하나의 해석으로 평면적으로 묶으려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오해가 생겨날 수 밖에 없고, 각자 자기 영역 안에서의 장점은 다른 것들과 만날때 여지없이 무너지기도 하는 것이다. 하나의 자를 가지고 모든 것을 잴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그 자가 적절히 쓰일 영역과 한계를 정하고, 어떤 자가 좀 더 상위 영역에 해당하는지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그 외에도 이 책은 포스트모더니즘이나 해체철학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는데, 켄 윌버가 어찌보면 '야인'에 속하긴 하지만, 그의 식견이 예사로운 편은 아니라 들어볼 말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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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이 들어왔던가.. 무의식

밝은 색이 칠해진 반듯한 2층집이 보이고, 밖에서는 시각의 한계로 닿을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이 지표면 아래에 있다면, 그 건물은 마치 묘한 공간을 뿌리처럼 아래로 뻗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층 안에서 활용되지 않는 것들, 현실에 순발력있게 대응하지 못하는 물건들은 대개 저 지하로 내려가기 마련이다. 이것 저것 잡다한 물건들이 집주인의 순간 순간의 판단으로 배열되고, 지하의 물건들은 뜻하지 않은 이웃?을 가까이 하게 된다. 그리고 오랫동안 같이 지하의 습기를 공유하면서 먼지로 만들어진 연한 그물에 포획된 채 잡종동거를 시작한다. 

 

 

 

 

 

그러니 우리 사람에게도 그와 유사한 구조와 과정이 진행된다니, '무의식'에 대한 관심은 어쩔 수 없는 나라는 존재 자체와 결부된 직접적인 호기심이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생각한다는)라는 말이 있듯이..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의식이라는 생각과 개념은 아무 토대 없이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이미 "무의식은 무엇이고 어떠하다"라는 것을 무방비로 받아들였고, 머리가 좀 커지자, 그 '무의식'에 대해 좀 더 심화된 접근을 하는 사람들도 생겨 나는 것이다. 혹은 자기가 받아들이고 또 그것을 공부를 통해 발전시킨 '무의식'에 대한 것을 전혀 새롭고 다르게 접근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아니면, 아예 그 무의식이라는 거 자체를 무시하기로 작정을 하던가.. 

연한 두부와 좀 단단한 두부가 있고, 그것에 대한 선호도가 다르듯이 무의식도 일종의 고르기에 속한다. 가령, 프로이트냐 융이냐.. 사람에 따라 프로이트 반, 융 반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가 알다시피 학문 영역에서는 프로이트에서 파생된 무의식 이론이 강세로 보인다. 그런데 융의 것도 그냥 신비적인 부드러움에 기대려는 대중들의 취향일뿐이라고 무시하기에도  뭔가 개운치 않다.

 

 

 

 

 

'꿈풀이 복풀이'차원 보다 단지 융이 좀 더 지적인 냄새가 나고, 모양새가 너무 펑퍼짐하지 않아서 그를 활용하는게 마음이 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분명 융의 차원에서 가시적인 효과와 연속적인 효능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할 거 같다. 누군가가 융을 뉴에이지쪽으로 묶고 거리두기를 하는 이유도 타당함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융을 말끔히 떨쳐버릴만큼 그 흔적의 무게는 가볍지 않을 것이다.

................

무의식에 관한 책은 참 많다. 꼭 서구쪽 이론이 아니더라도, 동양쪽도 찾아보면 꽤 체계적인 접근들이 보인다.  그런데 무의식에 대한 의식적인 노력들이 과연 나의 무의식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아무리 무의식에 대해 다양한 지식과 노하우를 익힌다고, 무의식으로 직접 통하는 백도어라도 발견하지는 못할 거 아닌가..

그리고 정말 내가 알고 있는, 무의식이 정말 그 무의식에 대한 것이 맞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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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여유가 없어, 마이페이퍼에 뜸했다. 뭐 평소에도 꾸준하게 쓰진 않았지만.. 그래도 일단 시작한 거니까 소박하게 자기글 쓰고, 요새 보는 책들이나 구경한 책들 무엇이었나 (그냥 흘러보내지 않고) 가끔씩 정리해 보는 습관도 좋을 거 같다.

 

 

 

 

                                                                         <미술에의 접근>   <신의 기원>   <도교와 중국문화>

 

왕필에 대해선 익히 들어왔지만, 띄엄 띄엄 부스러기 글들만 봐왔지 제대로 그를 담은 책을 본 적은 없었다. 그래도 스물 넘어 죽었다지만 그가 대단히 천재였다는 거에 매료를 느꼈던 거 같다. 그런 인물이 뭔가 환상을 심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걸 향유하는 재미(이국적인 천재 구경하는 재미?)도 참 묘하다. 어디 전설적인 천재들이 또 없나?

언젠가 원효와 의상에 대해 공부하고 싶단 생각이 있다. 하지만 준비 작업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최소한 한문 실력도 어느정도는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얄팍한 마음에 이런 얄팍한 두께의 책이 반갑기도 하다. 근데 최근에 원효의 '판비량론'에 대한 책들이 눈에 띈다. 유식학과 인명학이 다루어지는 거 같은데, 대충 불교 논리학이 요청되는 부분이다. 멀고도 멀다.

마그리트의 이 책은 보통 책보다는 약간 작은 크기다. 책에 담긴 그림들은 거의 봤던 거라 새로울 건 없지만, 그림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 그래도 만족감이 든다. 그림 선명도가 좀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못 보던 그림 하나가 눈을 사로잡는다. 시가 위에 자전거가 그려진 '은혜의 상태'가 그것이다.

<신의 기원>과 <도교와 중국문화>는 평소에 동문선 책들 중에서 찜했던 것인데, 이제서야 손에 들어왔다. 늘 그렇듯이 이런 책은 당장 보려고 사기 보단, 언젠간 보겠지 하고 책꽂이에 끼워 놓기 마련이다.   

 

 

 

 

 

                                                                                                    <과학과 인간의 미래>

<그림으로 보는 세계문화상징사전>에 이어 출판사 까치에서 나온 <세계 신화 사전>도 구했다. <세계문화상징사전>에 비해서 덜 두툼하고, 그림도 적은 편이다. 너무 빽빽하게 구성되어 있지 않아서, 사전이라지만,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봐도 될 듯 싶다. 융과 파울리라는 서로 다른 분야의 거물이 만난 <자연의 해석과 정신>은 각자 한편의 논문형 글로 채우고 있다. 비의(秘儀)적인 내용들도 들어가 있어, 마냥 딱딱한 지적인 글로만 읽히진 않을 거 같다. 아무래도 융의 최종적인 호기심과 관심은 연금술에 해당할지도 모른다. 라이프니츠가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들뢰즈도 관련 책이 있고, 이정우씨도 연달아 관련 책들을 내놨다.

브로노프스키는 <인간 등정의 발자취>를 비롯해서 우리나라에 여러 권이 소개됐다. <과학과 인간의 미래>도 다른 책들처럼 어떤 긴 시간안에 그러한 과학적인 것들을 응축 배열하는 솜씨가 깃든 책 같다. <인간 등정의 발자취>는 원래 범양사에서 나왔었는데 절판이고, 바다출판사에서 새롭게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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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내용과 관련된 책들 

 김상일 교수는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와 관련하여 원효의 판비량론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하고 있다.

 

 

 

 

 

 

 

<주름, 갈래, 울림>은 라이프니츠 <모나드론>에 대한 강의록이다. 꼼꼼한 이정우 교수의 라이프니츠 읽기를 엿볼 수 있다. <접힘과 펼쳐짐>은 부제가 -라이프니츠, 현대과학, 역易-인데, 동양과 서양에 걸친 미래 예감적인 지적인 파노라마를 구경할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진행에 있어, 카프라의 <생명의 그물>과 유사함이 살짝 보이기도 한다. 아이디어와 방향 설정에 비해 내용에 번뜩임이 덜한 것도 아쉽다. 라이프니츠가 역경에 관심이 많았다는건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컴퓨터의 기본인 이진법의 연원이 라이프니츠가 중국(음양, 역)과 반응한 거기서부터라는 설도 있다. 이것이 미국의 사이버네틱스에까지 영향을 주었다는.. 고로 컴퓨터 안에는 음양의 껌뻑이는 근본적인 놀음이 존재하는 거이 아닌가? 믿거나 말거나지만. 이러한 배경에 대한 호기심을 어느 정도 풀어줄 책이 보인다.<라이프니츠와 동양사상>은 중국 사상의 흡수과 상당히 깊었던 라이프니츠를 '유기체'적인 모습과 성리학의 '리', 그리고 '주역'과 관련시켜 살피고 있다. <라이프니츠가 만난 중국>은 라이프니츠가 직접 쓴 글을 모았다고 하는 데, 소제목에 ' 0과 1만을 사용하는 이진법 산술에 대한 해설'에서 컴퓨터와 관련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도 같다. <수학자, 컴퓨터를 만들다>는 그것까지 건드려줄거 같지는 않지만, 일단 라이프니츠의 시발점으로 삼고 그 과정을 실피는 것이므로, 한번 쯤 경험해 볼 현대 괴물(컴퓨터) 탄생의 흥미로운 비화가 있을 거 같다.

 

 

 

 

                                                 <서양의 지적전통>

제이콥 브로노프스키라고 하더니, 요새는 야콥 브로노프스키라고도 표기하는데, 나로서는 어떤 것이 정확한 이름(발음)인지 모르겠다.  하여튼 이렇게 방대한 자료들을 꿰어 하나의 책으로 만드는 재주를 가진 사람을 보면 놀랍다. 한권도 아니고 여러권을 만들 수 있다니. <서양의 지적전통>은 다빈치, 갈릴레오에서부터, 칸트, 헤겔까지 훑는 책인데, 촘촘한 교양을 쌓기에 딱 어울리는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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