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블레이드 러너의 모든 것이 DVD로 멋지게 스며들어 나왔다. 이런 건 '블레이드 러너'에 대한 경외감이 있다면, 구입할 물건이긴 한데, 생각보다 비싼게 흠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마음만 먹는다면, 심오한 영화들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CF 감독부터 시작한 태생적인 한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선에서 제작 환경에 타협을 하는 현실적인 사람이 아닐까 과도한 추측을 해본다. <블레이드 러너>는 <에이리언>과 마찬가지로 이런 영화류에서 선구적인 작품이다. 그 후에 수많은 비슷한 것들- 고뇌하는 안드로이드, 기계인간과 끔찍한 미학으로 무장한 괴물들이 스크린에 출몰하지 않았던가..
블레이드 러너의 극장 개봉판은 외계인 E.T의 못생긴 주름 앞에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리고 제작자의 압력에 해피엔딩으로 끝을 마무리했는데, 주연 배우인 헤리슨 포드의 나레이션이 매우 성의가 없었다는 후문이 들린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감독의 의지대로 복원한 감독판이 나왔지만, 이 역시도 큰 재미는 못봤다. 이런 영화는 많은 관객들과 섞여 보기보다는, 새벽에 혼자서 고독을 팝콘 삼아 봐야 제 맛이지 않을까? 어쩔 수 없이 매니아용 영화, <블레이드 러너>. 그러나 따지고 보면, 본 사람이 꽤 많을 것 같은 영화..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사랑>은 아직 못 본 영화다. <마지막 황제> 이후 영화로 본 건, <스틸링 뷰티>와 <몽상가들> 정도인 것 같다. 젊은 시절에 만든 영화들과 달리 후기로 갈수록 왠지 평범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찰리 채플린 베스트와 세가지 색(레드, 화이트, 블루)을 하나의 박스에 담은 디브디도 보인다. 이 두개는 소장용으로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원스>는 입소문이 좋아서 본 영화인데, 어느 정도 예상한 느낌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소박한 영화였다. 음악 영화라서 그런지 정말 음악은 자주 나온다(얼마 전에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이소라와 성시경이 이 영화에 나왔던 노래를 듀엣으로 같이 부르기도 했다). 인상적인 장면은 남자 주인공이 녹음 작업을 위해 사람들을 물색하다가 길거리에서 만난 연주자들과의 대화다. 자기네들은 필 리뇻의 음악 아니면 하질 않겠다고 버티는 장면. 필 리뇻이 누구인가? 바로 아일랜드의 전설적인 락커이자 게리 무어와 함께 '씬 리지'를 결성해 뭔가를 보여줬던 인물이 아닌가. 이런 짧은 장면이 어떤 사람에겐 오히려 큰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레지던트 이블도 꾸준히 판을 거듭하고 있다. 여자 배우가 매력적이라서 새로 나오면 보긴 하지만, 썩 그다지 1편의 파급력을 가지진 못하는 듯. 뭐 그런 영화가 어디 한둘이겠냐만은...
<라따뚜이>가 처음엔 주인공으로 나오는 쥐 이름인줄 알았다. 어쨌든, 약간의 억지가 있긴 하지만, 애들 보는 영화에 굳이 토를 달고 싶진 않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상당히 발전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 섬세함과 부드러움이라니. 그런데, 애들보다는 오히려 어른들이 보기에 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여전히 계속되는 공각기동대의 여진.. 극장판 말고도 TV판에다가 또 정확한 출처를 알 수 없는 공각기동대들도 있다. 최근에 본 건, '개별의 11명'이란 좀 어색한 한글 제목을 가진 거였는데, 꽤 괜찮았다. 물론 네트워크로 영혼을 이주한다는 발상은 그 전의 극장판에서도 나왔던 거지만, 전혀 색다른 상황을 통해 그 아이디어를 잠깐 썼기 때문에 전체적으론 완성도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