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러셀 감독과의 첫 만남은 아마도 젊은 시절 휴 그랜트가 나왔던 <백사의 전설>이란 영화였던 것 같다.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던지 나중에 이 감독의 영화들을 찾아서 보곤 했다.
<크라임 오브 패션>, <토미>, <상태 개조>, <악령들>이란 영화들, 그리고 옴니버스 영화인 <아리아>, <에로틱 테일즈> 등..
뭔가 독특한 색깔을 가진 감독이고, 자신의 재능을 잘 펼친 영화들도 몇 편 있지만, 그런 색깔을 더 밀고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80년대 이후 주춤하는 모습이 보이더니, 90년대부터는 미지근해진 느낌.. 그러니까 71년 <악령들>에서 84년 <크라임 오브 패션>까지가 가장 왕성한 기운을 보여줬던 것 같다. 물론 대표작 <토미>도 이 시기에 나온 영화다.
나는 특히 <악령들(The Devils)>이란 영화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지금 보더라도 주제가 상당히 파격적이고 카메라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그래서 그 당시 영화는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다니기는 힘들었는데, 런닝 타임이 1시간 9분대에서 1시간 48분대까지 여러 버전이 있다.
아마 우리나라에 출시된 디브디도 약간은 잘린 버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