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머리 대통령. 단번에 눈길을 끈다. 일단, 나는 단발머리다. 헤어스타일이 단발머리가 아니라 닉네임이 단발머리다. 가끔 알라딘 닉네임으로 사인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근데 단발머리 아니시네요.”라는 말을 꼭 듣는다. 사실 닉네임을 정할 때도 ‘단발머리’는 아니었던 것 같다. 평범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닉네임을 만들고 싶었는데, 옆에 앉아 있던 아이의 머리가 단발머리여서 충동적으로 그렇게 정했다.
지정곡도 따로 있고. 나름 괜찮은 것 같다.
세월호 사건 이후 대통령의 ‘잃어버린 7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한참이었을 때, 박근혜의 올림머리를 만드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에 대한 말이 많았다. 한 기자는 박근혜가 애용하는 미용실을 찾아가 대통령의 헤어스타일과 똑같이 머리를 매만지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는지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전 국민이 사건의 발생과 정부의 무대응을 생중계로 보고 있었음에도 박근혜는 미용사 자매가 도착해 머리를 매만져 주기 전까지 청와대를 나설 수 없었다. 박근혜에게 올림머리는 특별하다. 박정희의 ‘딸’이자 육영수의 ‘대타’였던 박근혜에게 올림머리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박근혜 헤어스타일이 워낙 회자되다 보니, 이런 뉴스까지 생산되었다. ‘해외 여 정상들, 이유 있는 단발머리 사랑’. 정치적인 + 단발머리 스타일 = 여성 정치인 머리 스타일. 이런 기사는 좀 억지스럽다. 정치인 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의 직업인들에게 ‘여성’이라는 이유로 갖가지 ‘꾸밈노동’을 요구하면서, 이제는 ‘특정한’ 헤어스타일이 특정 직업군의 여성들에게 ‘적합’하다고 제안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박근혜처럼 꾸밈노동에 사로잡혀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게 좋겠다’는 훈수 역시 받아들이기 싫다.
책 이야기를 해보자면, 책 제목 자체가 이 책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거의 다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내 얼굴에 딱 맞는 단발머리 헤어 스타일. 이 책을 살 이유라면, 셀프 스타일링의 팁을 가르쳐준다는 것인데, 따라할 수 있느냐 여부는 각자의 손재주 여부에 달려있다.
그래, 작년 추석 때 이후로 미용실에 가지 않아 제멋대로 길어버린 머리카락을 자르러 가기는 가야할 것 같다. 이번에는 단발머리 대통령 묘정의 안내에 따라 진짜 ‘단발머리’에 도전해 봐야겠다. 목표는 이와 같지만…
아, 나는 단발머리 대통령이 아닌 것을. 나는 그냥 단발머리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