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견문 2 - 히말라야에서 지중해까지 ㅣ 유라시아 견문 2
이병한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책소개] 이병한 『유라시아 견문 2』

1. 개요
• 도서명 : 유라시아 견문 2
• 부제 : 히말라야에서 지중해까지
• 저자 : 이병한
• 저자소개 : 1978년 11월 경남 거제도 출생.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공부하여 「중화세계의 재편과 동아시아 냉전: 1945~1991」로 박사학위를 받음. 이후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학교 국제학대학원, UCLA 한국학연구소, 베트남 하노이 사회과학원, 인도 네루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등에서 공부하고 연구했으며, 유라시아 여러 지역을 직접 다니며 역사와 현실을 함께 바라보는 글을 써옴
• 출판사 : 서해문집
• 출판년도 : 2018년 3월 20일
• 소장본 : 초판 1쇄
• 분량 : 608쪽
• 작품 성격 : 미얀마에서 인도와 파키스탄, 터키와 이란, 아랍 세계까지 직접 다니며 남아시아와 서아시아의 근현대사, 종교, 정치, 문명질서의 변화를 함께 읽어 내는 현대 견문록이자 인문기행서

2. 책의 기본 내용
• 공간적 흐름 : 미얀마에서 출발하여 인도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을 거쳐 터키와 키프로스, 쿠르디스탄, 이란과 아랍 세계로 서진하며 히말라야에서 지중해에 이르는 남아시아와 서아시아의 넓은 공간을 다룸

• 미얀마와 20세기의 유산 : 버마와 미얀마라는 두 이름에서 시작하여 아웅산과 아웅산 수치, 영국과 일본의 식민지 경쟁, 소수민족 문제와 내전, 불교사회주의와 군부통치 등을 통해 식민지배와 냉전이 오늘날 미얀마에 남긴 흔적을 살핌

• 인도의 재발견 : 나렌드라 모디와 힌두 민족주의의 부상, 구자라트, 힌두뜨와, 뭄바이의 발리우드, 요가의 세계화와 재인도화 등을 따라가며 독립 이후 인도가 어떠한 국가와 문명을 만들어 왔고 21세기에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살핌

• 남아시아의 대분할 : 찬드라 보스와 인도 독립운동을 거쳐 1947년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할, 펀자브와 카슈미르,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다룸. 민족·종교·국경에 따라 갈라진 남아시아의 분단이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구조임을 보여줌

• 파키스탄과 새로운 이슬람 정치 : 파키스탄의 형성과 이슬람 사회주의, 중국과 파키스탄의 관계, 범아시아주의와 범이슬람주의 등을 살피면서 파키스탄을 인도와의 대립만으로 이해하는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유라시아 연결망 속의 국가로 바라봄

• 터키와 오스만의 귀환 : 오스만제국에서 터키공화국으로 이어진 근대화 과정을 돌아보고, 세속주의와 이슬람 정치의 관계, 에르도안 시대의 신오스만주의를 통해 터키가 잃어버린 오스만의 역사와 정체성을 어떻게 다시 불러내고 있는지를 살핌

• 키프로스와 쿠르디스탄 : 키프로스의 분단과 쿠르드족 문제를 통해 제국의 해체 이후 민족국가의 국경이 남긴 갈등을 살피고, 국가의 경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서아시아의 복잡한 역사와 민족 문제를 보여줌

• 이란과 아랍 세계 : 이란혁명과 페르시아 문명의 현재, 아랍 민족주의와 이슬람주의, 20세기 아랍 세계의 분열과 전쟁을 따라가며 오스만제국 붕괴 이후 형성된 서아시아의 질서를 다시 살핌

• 이슬람 문명의 재해석 : 지하드, 칼리프, 이슬람법, 움마 등의 개념을 오늘날의 테러와 극단주의만으로 이해하지 않고 역사적 맥락 속에서 다시 살피며, 이슬람 세계 내부의 다양한 정치·사회적 흐름을 함께 보여줌

• 전체 흐름 : 2권은 식민지배와 제국의 해체가 남아시아와 서아시아에 남긴 분단과 갈등을 추적하는 동시에, 그 지역들이 21세기에 과거의 문명적 기억과 연결망을 다시 복원하려는 움직임을 살피는 방향으로 전개됨

3. 책의 특징
• ‘분단’이라는 핵심 주제 : 미얀마의 내전,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할, 방글라데시 독립, 카슈미르와 키프로스, 쿠르드 문제, 아랍 세계의 국경 등 책 곳곳에서 제국 해체 이후 만들어진 분단의 역사가 반복해서 등장함

• 남아시아와 서아시아 중심의 시선 : 1권이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중국과 몽골의 비중이 컸다면 2권은 인도와 파키스탄을 중심으로 한 남아시아에서 터키·이란·아랍 세계로 무게중심을 옮김

• 민족국가 중심 역사관의 재검토 : 현재의 국경선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영국·프랑스 등 제국주의 세력이 철수하면서 남긴 국경과 분단이 각 지역의 정치와 갈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거슬러 올라가 살핌

• 종교와 정치의 결합 : 힌두뜨와, 이슬람 사회주의, 신오스만주의, 이란혁명, 아랍 민족주의 등을 통해 종교를 단순한 신앙의 문제로 보지 않고 정치와 국가, 문명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다룸

• 과거의 복원과 현재의 연결 : 오스만제국, 무굴제국, 페르시아 문명과 같은 과거의 기억이 오늘날 터키·인도·이란 등의 정치와 사회에서 어떻게 다시 호출되고 있는지를 보여줌

• 현지 지식인과의 대화 : 인도와 터키, 아랍권 등 여러 지역의 학자와 언론인, 지식인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외부에서 바라본 설명만이 아니라 해당 지역 내부의 목소리를 함께 담으려 함

4. 읽어볼 만한 이유
• 인도를 다시 보는 계기 : 간디와 네루로 대표되는 익숙한 인도 독립사에서 벗어나 찬드라 보스, 힌두 민족주의, 모디 체제, 발리우드, 요가 등 서로 다른 요소들을 통해 현대 인도의 복잡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음

• 남아시아 분단사의 이해 :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를 각각의 국가로만 보지 않고 1947년과 1971년의 분단 과정을 하나의 역사적 흐름으로 연결하여 이해하게 함

• 이슬람 세계에 대한 시야 확대 : 이슬람을 테러와 종교갈등의 이미지로만 이해하기보다 오스만과 페르시아, 아랍 민족주의, 이슬람 정치와 사회운동 등 훨씬 긴 역사적 흐름 속에서 바라보게 함

• 오늘날 국경의 기원을 생각하게 하는 책 : 카슈미르, 키프로스, 쿠르디스탄, 팔레스타인 등 현재까지 분쟁이 이어지는 지역들이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를 함께 살펴볼 수 있음

• 유라시아를 서쪽으로 확장하는 두 번째 여정 : 1권의 동아시아·동남아시아 중심 시각을 인도양과 서아시아까지 확장하여, 유라시아라는 공간이 중국이나 실크로드에만 한정되지 않음을 보여줌

5. 종합 평가
• 평가 : 『유라시아 견문 2』는 미얀마에서 지중해까지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남아시아와 서아시아의 근현대사를 ‘제국의 해체와 분단, 그리고 문명의 복원’이라는 흐름 속에서 읽어 내는 책임

• 인상 : 1권이 다시 연결되고 있는 유라시아의 길을 보여주는 데 무게가 있었다면, 2권은 그 길이 왜 한동안 끊어졌는지를 식민주의와 제국의 해체, 국경과 분단의 역사에서 거슬러 찾아가는 성격이 더욱 강함

• 주유형·부유형 : 견문록(見聞錄)을 주유형(主類型)으로 하고 기행문(紀行文)을 부유형(副類型)으로 볼 수 있음. 직접 여러 지역을 이동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현장을 기록한다는 점에서는 여행기의 성격도 함께 지님

• 한줄 정리 : 미얀마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을 지나 터키·이란·아랍 세계까지 걸으며, 제국이 남긴 분단의 상처와 다시 살아나는 문명의 기억을 함께 읽어 내는 유라시아 견문록임


<유라시아 견문 2> 제국이 그은 경계를 넘어, 히말라야에서 지중해까지

이병한의 『유라시아 견문 2』는 미얀마를 출발해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를 거쳐 터키와 이란, 아랍 세계로 이어지는 서진의 기록이다. 아웅산과 미얀마의 내전에서 시작하여 모디와 힌두 민족주의, 인도·파키스탄의 분할과 카슈미르, 방글라데시 독립, 터키의 신오스만주의와 쿠르드 문제, 이란혁명과 아랍 민족주의까지 이어진다. 1권이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다시 연결되는 유라시아의 길을 살폈다면, 2권은 그 길을 따라 서쪽으로 움직이며 남아시아와 서아시아의 근현대사를 깊숙이 들여다본다.

이 책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분단’이다. 버마족과 소수민족, 인도와 파키스탄, 동파키스탄과 서파키스탄, 키프로스, 쿠르디스탄, 팔레스타인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국경과 분쟁 뒤에는 제국의 지배와 철수 과정에서 만들어진 경계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저자는 현재의 국민국가 지도를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선들이 언제 누구에 의해 그어졌으며 그 뒤에 어떤 사람들이 갈라지고 충돌하게 되었는지를 역사 속에서 되짚는다.

동시에 이 책은 분단의 상처만을 기록하지 않는다. 인도에서는 힌두 문명의 재발견을, 터키에서는 오스만의 기억을, 이란에서는 페르시아와 이슬람의 결합을, 아랍 세계에서는 민족주의와 이슬람주의의 새로운 흐름을 찾아간다. 그래서 『유라시아 견문 2』는 히말라야에서 지중해까지 이어진 길 위에서 20세기가 남긴 단절과 21세기에 다시 살아나는 문명의 기억을 함께 바라보는 책이다. 견문록을 중심으로 역사와 정치, 종교와 문명에 대한 사유가 겹쳐 있다는 점에서 『유라시아 견문』이라는 제목이 다시 한번 잘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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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견문 1 - 몽골 로드에서 할랄 스트리트까지 ㅣ 유라시아 견문 1
이병한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책소개] 이병한 『유라시아 견문 1』

1. 개요
• 도서명 : 유라시아 견문 1
• 부제 : 몽골 로드에서 할랄 스트리트까지
• 저자 : 이병한
• 저자소개 : 1978년 11월 경남 거제도 출생. 연세대학교 학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였으며 「중화세계의 재편과 동아시아 냉전: 1945~1991」로 박사학위를 받음.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학교 국제학대학원, UCLA 한국학연구소, 베트남 하노이 사회과학원, 인도 네루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등에서 공부하고 연구했으며, 월간 『말』 편집위원, 창비 인문사회 기획위원, 세교연구소 상근연구원 등을 지냄
• 출판사 : 서해문집
• 출판년도 : 2016년 9월 12일
• 소장본 : 초판 1쇄
• 분량 : 560쪽
• 작품 성격 : 유라시아 각지를 직접 다니며 역사와 정치, 경제, 종교, 문명교류와 국제질서의 변화를 함께 살피는 현대 견문록이자 인문기행서

2. 책의 기본 내용
• 출발점(프롤로그): 「유라시아의 길」에서 동아시아와 대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의 연결된 공간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하고, 이어 유길준의 『서유견문』을 다시 읽으며 오늘날 다시 ‘견문’이 필요한 이유를 짚음

•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 태국 치앙라이의 화교 네트워크와 방콕의 춘절,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인도양의 재부상, 반둥회의의 유산, 인도네시아의 역할 등을 통해 중국·인도·동남아시아가 다시 연결되는 흐름을 살핌

• 냉전과 그 이후 : 우크라이나 사태, 미일동맹, 파키스탄과 중국의 관계, 몽골과 라오스, 캄보디아와 필리핀 등을 다루며 20세기 냉전질서가 각 지역에 남긴 흔적과 그 질서가 변화하는 모습을 함께 바라봄

• 몽골과 중국 : 몽골을 유라시아의 축도로 바라보고, 몽골제국 이후 대청제국과 오스만제국으로 이어진 역사적 흐름을 살펴본 뒤 베이징과 시안, 우루무치, 카슈가르, 쿤밍 등 중국의 여러 지역으로 시선을 넓힘

• 실크로드와 일대일로 : 시안의 장안, 『대당서역기』와 『서유기』, 중국공산당의 대장정, 신장위구르와 서부대개발, 카슈가르와 윈난 등을 통해 고대 실크로드와 오늘날 일대일로를 연결하여 해석함

• 이슬람 세계와 경제 : 말레이시아의 이슬람 금융과 할랄 산업, 중국 서부의 이슬람 문화 등을 통해 이슬람 세계가 유라시아 경제와 생활문화 속에서 다시 확대되는 모습을 살핌

• 정치와 문명의 대안 : 싱가포르의 키쇼어 마부바니, 프라센지트 두아라, 후안강, 장칭, 대니얼 A. 벨 등 여러 지식인과의 대화를 통해 서구식 민주주의와 근대만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 시각을 비판하고, 정치적 실력주의·왕도정치·지구적 근대·공영주의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함

• 전체 흐름 : 개별 국가를 차례로 소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초원길, 바닷길, 실크로드, 인도양, 화교망, 이슬람 경제권 등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연결망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따라가며 21세기 유라시아의 변화를 읽어 냄

3. 책의 특징
• 견문 중심의 서술 : 여행 일정이나 관광 명소 자체보다 현장에서 보고 들은 사실과 만난 사람들을 통해 역사와 현재의 국제정세를 해석하는 데 무게를 둠

• 아시아 중심의 시각 : 제목은 『유라시아 견문』이지만 1권의 무게중심은 중국, 몽골, 동남아시아, 인도, 파키스탄, 이슬람 세계 등 아시아에 크게 놓여 있음

• 서구 중심 세계관에 대한 재검토 : 근대 이후 서구를 세계사의 기준으로 삼아온 시각을 벗어나 아시아와 유라시아 내부의 역사적 연결과 고유한 정치·경제·문명 경험을 다시 살피려 함

• 단순한 패권 이동론과의 차이 : 미국의 패권이 중국으로 그대로 넘어간다고 보는 데 머무르지 않고, 국가 간 패권경쟁을 중심으로 했던 기존 세계체제 자체가 변화하면서 단절되었던 유라시아의 여러 연결망이 다시 복원되고 있다고 해석함

• 과거와 현재의 연결 : 몽골제국, 실크로드, 반둥회의, 냉전, 대장정 같은 역사적 사건을 AIIB, 일대일로, 이슬람 금융, 상하이협력기구 등 현재의 움직임과 연결함

• 지식인과의 대화 : 각 지역의 지식인들과 직접 대화하면서 저자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제시하기보다 중국과 싱가포르, 인도 등의 내부 시각을 함께 보여줌

4. 읽어볼 만한 이유
• 세계를 보는 축의 이동 : 영국·프랑스·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사를 바라보던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중국, 몽골, 인도, 동남아시아, 이슬람 세계가 서로 연결되는 모습을 통해 세계사를 다시 바라보게 함

• 아시아에 대한 입체적 이해 : 중국의 부상이라는 한 문장으로 아시아를 설명하지 않고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몽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각 지역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줌

• 역사와 국제정세의 결합 : 과거의 역사적 사건이 오늘날의 국제정치와 경제질서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지를 함께 설명하여, 역사책과 시사서를 따로 읽는 것과 다른 재미가 있음

• 견문록으로서의 현장성 : 책상 위에서 세계질서를 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저자가 직접 유라시아 곳곳을 다니고 현지 연구자와 지식인을 만나 얻은 견문을 글의 바탕으로 삼음

5. 종합 평가
• 평가 : 『유라시아 견문 1』은 유라시아를 단순한 지리적 공간이 아니라 오랫동안 문명과 사람, 물자가 오가던 하나의 연결망으로 바라보고, 그 연결망이 21세기에 다시 움직이고 있음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책임

• 인상 : 중국의 부상만을 강조하는 책이라기보다 서구 중심으로 고착된 세계사의 시선을 아시아와 유라시아 쪽으로 돌려 놓으며,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근대·민주주의·패권·국가 중심의 사고를 다시 생각하게 함

• 주유형·부유형 : 견문록(見聞錄)을 주유형(主類型)으로 하고, 기행문(紀行文)을 부유형(副類型)으로 볼 수 있음. 직접 이동하고 체험한다는 점에서는 여행기의 성격도 일부 함께 지님

• 한줄 정리 : 아시아 곳곳의 현장을 직접 걸으며 서구 중심의 세계관을 넘어 다시 연결되고 있는 21세기 유라시아의 모습을 읽어 내는 현대 견문록임


<유라시아 견문> 서쪽으로 걸었지만, 시선은 아시아에 머물다

이병한의 『유라시아 견문 1』은 태국과 몽골,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여러 지역을 직접 다니며 그곳의 역사와 정치, 경제와 종교를 함께 살펴보는 책이다. 유길준의 『서유견문』을 다시 읽는 데서 출발하여 화교 네트워크와 AIIB, 인도양과 반둥회의, 몽골제국과 실크로드, 이슬람 금융과 할랄 산업, 중국의 대장정과 일대일로까지 폭넓게 이어진다. 지역을 순서대로 소개하기보다 서로 떨어져 보이던 사건과 공간을 하나의 유라시아 흐름 속에서 연결하는 방식이다.

책의 무게중심은 분명 아시아에 있다. 저자는 지난 몇 세기 동안 세계를 설명하는 기준이 되어 온 서구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중국과 인도, 몽골과 동남아시아, 이슬람 세계가 다시 서로 연결되는 움직임에 주목한다. 그렇다고 단순히 미국의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간다고 주장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국가와 패권경쟁을 중심으로 짜였던 기존 세계질서가 흔들리고, 근대 이전부터 존재했던 초원길과 실크로드, 바닷길과 인도양의 연결망이 새로운 모습으로 복원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큰 문제의식이다.

그래서 『유라시아 견문 1』은 일반적인 여행기보다 견문록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 저자가 직접 길을 걷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행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그 길에서 만난 사람과 도시, 제도와 역사를 통해 지금 세계가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읽어 내려 한다. 견문록을 주유형으로 하면서 기행문의 성격이 강하게 겹쳐 있는 책이며, 아시아를 세계사의 변방이 아니라 다시 움직이는 중심 공간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뚜렷한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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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찾고, 사유하고, 기록하다
― 여행기록문의 다면적 풍경


1. 들어가며

여행과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여행기’, ‘답사기’, ‘기행문’, ‘견문록’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얼핏 보면 모두 어딘가를 다녀온 뒤 남긴 기록이라는 점에서 비슷해 보인다. 실제로 같은 작품을 두고 여행기라 부르기도 하고 기행문이나 견문록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단어의 뜻을 하나씩 살펴보면 서로 중심이 조금씩 다르다. 여행(旅行)은 다른 곳으로 가는 행위 자체에 무게가 있고, 답사(踏査)는 현장에 직접 가서 보고 조사한다는 뜻을 지닌다. 기행(紀行)은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겪은 것을 기록하는 것이며, 견문(見聞)은 직접 보고 들은 것 또는 그 과정에서 얻은 앎을 뜻한다.

여기에서 여행과 관련된 기록물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여행기(旅行記), 답사기(踏査記), 기행문(紀行文), 견문록(見聞錄)이다.

물론 실제 작품은 이 네 가지 가운데 하나의 성격만을 지니지 않는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기행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청나라의 제도와 문물을 상세히 기록했다는 점에서는 견문록이기도 하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역시 답사기가 중심이지만 여행 과정에서 느낀 감상과 사람 이야기가 풍부하여 기행문의 성격도 함께 지닌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하나의 작품을 억지로 한 유형에만 넣기보다 가장 중심이 되는 성격을 주유형(主類型), 그와 함께 나타나는 성격을 부유형(副類型)으로 구분해 보고자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하나의 주유형에 둘 이상의 부유형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이는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거나 유형을 엄격하게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여행기록문이 지닌 여러 성격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분류 방법이다.


2. 여행기(旅行記) ― 여정과 체험의 기록

여행기의 중심에는 여행자 자신과 여정이 있다. 어디에서 출발하여 어디로 갔는지, 어떤 길을 지나고 누구를 만났으며 어떤 일을 겪었는지가 이야기의 뼈대를 이룬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은 이러한 여행기의 오랜 사례로 볼 수 있다. 혜초가 인도와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며 여러 지역의 풍속과 불교 상황을 기록한 책이다. 여행 과정이 기본 골격을 이루지만 당시 각 지역에서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을 기록했다는 점에서는 견문록의 성격도 강하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왕오천축국전』의 주유형을 여행기, 부유형을 견문록으로 본다.

이븐 바투타의 『이븐 바투타 여행기』 역시 여행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븐 바투타는 북아프리카를 출발하여 중동과 중앙아시아, 인도, 중국 등 광대한 지역을 돌아다녔다. 그의 책에서는 이동과 체험이 중심을 이루지만 각 지역의 정치와 종교, 풍속, 사람들에 관한 기록도 방대하다. 이 때문에 주유형은 여행기, 부유형은 견문록으로 볼 수 있다.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는 현대 여행기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그는 은퇴 후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까지 실크로드를 따라 장거리를 직접 걸었다. 책의 중심에는 ‘걷는 사람’의 여정과 육체적 체험,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있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생각도 등장하지만 가장 강한 축은 자신의 여행 체험이다. 따라서 주유형은 여행기, 부유형은 기행문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한비야의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역시 직접 세계 여러 지역을 다니며 겪은 경험과 사람 이야기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여행기를 주유형으로 볼 수 있다.


3. 답사기(踏査記) ― 현장을 찾아가 읽는 기록

답사기의 핵심은 ‘현장’이다. 여행자가 어디를 다녀왔는가보다 왜 그곳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무엇을 확인했으며, 그 대상이 어떤 역사적·문화적 의미를 갖는지가 중요하다.

이 유형을 대표하는 저자는 유홍준이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우리나라와 일본 등의 문화유산을 직접 찾아가 보고, 역사와 미술사적 배경을 설명하면서 그 장소가 지닌 의미를 풀어낸다. 책의 중심이 명확하게 문화유산 현장과 그 해설에 있으므로 주유형은 답사기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여행 중 만난 사람과 풍경, 저자의 감상과 생각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므로 기행문을 부유형으로 둘 수 있다.

정수일의 여러 ‘○○를 가다’ 계열 저작은 조금 더 복합적이다. 정수일은 실크로드와 세계 여러 문명권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유적과 도시, 교역로를 살펴보고 그것을 자신의 문명교류사 연구와 연결한다. 단순히 유적을 소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문명이 어떻게 이동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학술적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정수일의 이 계열 저작은 답사기를 주유형으로 두되, 문명과 역사에 대한 해석이라는 점에서는 기행문, 각 지역에서 보고 들은 문화와 사회를 기록한다는 점에서는 견문록의 성격도 함께 지닌다고 볼 수 있다.


4. 기행문(紀行文) ― 여행을 통해 생각하는 기록

기행문은 여행 과정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겪은 것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여행기와 가장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여행기가 여정과 체험 자체에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둔다면, 기행문은 그 여행을 통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해석했는가에 무게가 더 실린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기행문을 설명할 때 빼놓기 어려운 작품이다. 박지원은 청나라를 다녀온 여정을 기록했지만 단순한 사행 기록에 그치지 않았다. 청나라의 도시와 제도, 상업, 기술, 사람들의 생활을 관찰하고 조선 사회와 비교하며 자신의 생각을 펼쳤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열하일기』를 기행문을 주유형으로, 견문록을 부유형으로 분류한다.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 역시 기행문의 성격이 강하다. 유시민은 유럽의 여러 도시를 직접 여행하면서 도시의 역사와 정치, 미술, 건축을 자신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여행 동선 자체보다 그 도시를 통해 역사와 인간, 문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한 책이다. 따라서 주유형은 기행문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김병종의 『화첩기행』은 여행과 미술이 결합된 기행문이다. 김병종은 여러 지역을 찾아가 예술가와 작품, 장소의 기억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다. 특정 인물이나 예술의 흔적을 찾아 현장을 확인한다는 점에서는 답사기의 성격도 있으므로 기행문을 주유형, 답사기를 부유형으로 볼 수 있다.

송재소의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인문 기행』은 중국의 여러 지역을 직접 찾아가 그곳에 남아 있는 역사와 문화, 문학의 흔적을 읽어 내는 인문기행이다. 단순히 유적의 연혁을 설명하기보다는 현장의 풍경과 역사적 인물, 시와 문학을 함께 불러내어 중국이라는 공간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기행문의 성격이 강하다. 동시에 실제 역사 현장과 문화유산을 찾아간다는 점에서는 답사기의 성격을, 현지에서 보고 확인한 중국의 역사와 문화상을 기록한다는 점에서는 견문록의 성격도 함께 지닌다. 따라서 기행문을 주유형으로 하고 답사기와 견문록을 부유형으로 볼 수 있다.

김성곤의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은 장강과 황하를 따라 중국의 실제 공간을 여행하면서 이백·두보·소동파 등 중국 시인들의 작품을 그 시가 태어나고 기억된 장소와 연결하여 읽는 책이다. 한시 해설이 책의 중요한 축이지만 시만을 떼어 설명하지 않고 산천과 도시, 역사와 고사, 여행 과정의 체험을 함께 엮는다. 따라서 여행지에서 얻은 감상과 문학적 사유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기행문을 주유형으로, 시인과 작품의 흔적을 찾아 실제 장소를 확인한다는 점에서 답사기를 부유형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5. 견문록(見聞錄) ― 보고 듣고 알게 된 세계의 기록

견문록은 여행자 자신의 이동이나 감상보다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알게 되었는가’가 중심이 되는 기록이다. 새로운 지역의 풍속과 제도, 종교, 정치, 사회, 문명을 관찰하고 독자에게 전달하는 데 비중이 크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마르코 폴로가 동방 세계에서 보고 들은 도시와 국가, 풍속과 제도를 서양 세계에 소개했다는 점에서 견문록이라는 이름 자체가 책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직접 장거리 여행을 했다는 점에서는 여행기의 요소도 강하므로 주유형을 견문록, 부유형을 여행기로 볼 수 있다.

이병한의 『유라시아 견문』 역시 직접 여행한 기록이지만 단순한 여행기는 아니다. 이병한은 약 1,000일 동안 유라시아 여러 지역을 직접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현장을 관찰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각 지역의 역사와 정치, 국제정세와 문명의 변화를 해석했다. 여기에서는 여행 자체보다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파악한 세계가 중심이 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유라시아 견문』을 견문록을 주유형으로, 기행문을 부유형으로 분류한다.


6. 주유형(主類型)과 부유형(副類型)으로 다시 보기

앞에서 살펴본 작품들은 하나의 유형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이 글에서는 작품의 중심적인 성격을 주유형(主類型), 함께 나타나는 성격을 부유형(副類型)으로 구분하였다. 이를 주유형을 기준으로 다시 묶어보면 각 작품의 공통점과 차이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가. 여행기를 주유형으로 하는 작품

혜초의 『왕오천축국전』과 이븐 바투타의 『이븐 바투타 여행기』는 긴 여정과 직접적인 여행 체험이 기록의 뼈대를 이룬다는 점에서 여행기를 주유형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두 작품 모두 여행지의 종교와 풍속, 정치와 사회 등 당시의 세계를 상세하게 전하고 있어 견문록의 성격을 부유형으로 지닌다.

한비야의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과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 역시 여행자의 이동과 체험이 중심이므로 여행기가 주유형이다. 다만 여행 과정에서 만난 사람과 문화, 그곳에서 느낀 생각과 감상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기행문의 성격을 부유형으로 볼 수 있다.

ㅇ 혜초 『왕오천축국전』 : 여행기(主) + 견문록(副)
ㅇ 이븐 바투타 『이븐 바투타 여행기』 : 여행기(主) + 견문록(副)
ㅇ 한비야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 여행기(主) + 기행문(副)
ㅇ 베르나르 올리비에 『나는 걷는다』 : 여행기(主) + 기행문(副)

나. 답사기를 주유형으로 하는 작품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특정 문화유산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그 역사와 문화적 의미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답사기가 명확한 주유형이다. 그러나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 저자의 감상과 생각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기행문을 부유형으로 볼 수 있다.

정수일의 『초원 실크로드를 가다』를 비롯한 여러 ‘○○를 가다’ 계열 저작은 현장을 직접 답사하고 유적과 도시, 교역로를 문명교류사의 관점에서 살핀다는 점에서 답사기를 주유형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여행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역사와 문명에 대한 해석은 기행문의 성격을, 각 지역의 문화와 사회에 대한 관찰은 견문록의 성격을 함께 지닌다.

ㅇ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답사기(主) + 기행문(副)
ㅇ 정수일 『○○를 가다』 계열 : 답사기(主) + 기행문·견문록(副)

다. 기행문을 주유형으로 하는 작품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청나라를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자신의 생각과 함께 풀어냈다는 점에서 기행문을 주유형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청나라의 도시와 제도, 상업과 기술, 생활상을 세밀하게 관찰하여 기록했으므로 견문록의 성격도 강하다.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은 도시를 여행하면서 역사와 정치, 예술과 인간에 대한 생각을 풀어가는 데 중심이 있으므로 기행문이 주유형이다. 실제 여행 동선과 체험이 글의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는 여행기의 성격도 함께 지닌다.

김병종의 『화첩기행』은 여행지에서 예술가와 작품, 장소를 통해 얻은 감상과 사유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기행문을 주유형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예술가의 흔적과 관련 장소를 직접 찾아간다는 점에서 답사기의 성격을 부유형으로 지닌다.

송재소의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인문 기행』은 중국의 역사 현장을 걸으며 시와 인물, 문화와 풍경을 함께 풀어낸다는 점에서 기행문이 주유형이다. 그러나 문화유산과 역사 현장을 직접 찾아가 확인한다는 점에서는 답사기, 그곳에서 얻은 역사와 문화에 대한 견문을 기록한다는 점에서는 견문록의 성격까지 함께 나타난다.

김성곤의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은 중국의 산천과 도시를 걸으며 그곳과 연결된 한시와 시인의 삶을 읽어 내는 데 중심이 있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문학적 감상과 해석이 강하므로 기행문을 주유형으로 보고, 시와 관련된 실제 장소와 역사적 흔적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답사기를 부유형으로 볼 수 있다.

ㅇ 박지원 『열하일기』 : 기행문(主) + 견문록(副)
ㅇ 유시민 『유럽 도시 기행』 : 기행문(主) + 여행기(副)
ㅇ 김병종 『화첩기행』 : 기행문(主) + 답사기(副)
ㅇ 송재소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인문 기행』 : 기행문(主) + 답사기·견문록(副)
ㅇ 김성곤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 : 기행문(主) + 답사기(副)

라. 견문록을 주유형으로 하는 작품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은 동방의 여러 나라와 도시, 풍속과 제도를 서양 세계에 전하는 데 기록의 중심이 있으므로 견문록이 주유형이다. 그러나 그 모든 관찰이 장기간의 여행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여행기를 부유형으로 볼 수 있다.

이병한의 『유라시아 견문』 역시 약 1,000일 동안 유라시아 각지를 직접 다니며 얻은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여행 자체보다 각 지역의 역사와 정치, 국제정세와 문명의 변화를 관찰하고 해석하는 데 더 큰 무게를 둔다. 따라서 견문록을 주유형으로, 기행문을 부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ㅇ 마르코 폴로 『동방견문록』 : 견문록(主) + 여행기(副)
ㅇ 이병한 『유라시아 견문』 : 견문록(主) + 기행문(副)

이렇게 주유형별로 작품을 묶어보면 네 유형은 서로 단절된 종류라기보다 서로 겹치고 넘나드는 관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여행기는 여정과 체험을, 답사기는 현장과 대상을, 기행문은 사색과 해석을, 견문록은 관찰과 정보를 중심으로 하지만 실제 작품에서는 이 요소들이 여러 방식으로 결합된다.

따라서 주유형과 부유형이라는 구분은 작품을 어느 하나의 칸에 가두기 위한 기준이 아니다. 어떤 요소가 그 작품을 가장 강하게 이끌고 있으며 그 곁에 어떤 성격이 함께 놓여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방법이다. 특히 하나의 작품에는 부유형이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둘 이상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정수일의 저작처럼 답사기를 중심으로 하면서 기행문과 견문록의 성격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대표적이며, 송재소의 중국 인문기행 역시 기행문을 중심으로 답사기와 견문록이 함께 겹쳐지는 사례로 볼 수 있다.


7. 맺으며

처음에는 여행기와 기행문이 어떻게 다른지, 답사기와 견문록은 또 어디에서 갈리는지가 궁금했다. 하나씩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고 실제 책들을 떠올려 보니 그 차이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여행기는 ‘다녀온 경험’을 기록하고, 답사기는 ‘현장을 찾아가 읽으며’, 기행문은 ‘여행을 통해 생각하고’, 견문록은 ‘보고 듣고 알게 된 세계’를 기록한다.

그러나 실제 작품은 이처럼 깔끔하게 하나의 유형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한 작품 안에서도 여정과 체험, 현장과 조사, 사색과 해석, 관찰과 정보가 서로 다른 비율로 어우러진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가장 강한 성격을 주유형(主類型), 함께 나타나는 특징을 부유형(副類型)으로 나누어 보았다.

이 구분이 문학적으로 확정된 분류 체계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서 이븐 바투타의 『이븐 바투타 여행기』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을 거쳐 박지원의 『열하일기』,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정수일의 여러 문명 답사 저작, 송재소의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인문 기행』, 김성곤의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 김병종의 『화첩기행』,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 이병한의 『유라시아 견문』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여행기록을 읽고 그 특징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으로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여행기록의 매력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길을 떠나는 순간 여행기가 시작되고,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답사기가 되며, 그곳에서 생각이 깊어지면 기행문이 되고, 보고 들은 세계를 기록하면 견문록이 된다.

그리고 좋은 여행기록은 그 네 가지 가운데 하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작품마다 여정과 현장, 사유와 관찰이 서로 다른 비율로 만나고, 때로는 하나의 주유형 위에 둘 이상의 부유형이 겹쳐진다.

바로 그 다양한 결합이 여행기록문이 보여주는 다면적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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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찾고, 사유하고, 기록하다
― 여행기록문의 다면적 풍경


1. 들어가며

여행과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여행기’, ‘답사기’, ‘기행문’, ‘견문록’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얼핏 보면 모두 어딘가를 다녀온 뒤 남긴 기록이라는 점에서 비슷해 보인다. 실제로 같은 작품을 두고 여행기라 부르기도 하고 기행문이나 견문록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단어의 뜻을 하나씩 살펴보면 서로 중심이 조금씩 다르다. 여행(旅行)은 다른 곳으로 가는 행위 자체에 무게가 있고, 답사(踏査)는 현장에 직접 가서 보고 조사한다는 뜻을 지닌다. 기행(紀行)은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겪은 것을 기록하는 것이며, 견문(見聞)은 직접 보고 들은 것 또는 그 과정에서 얻은 앎을 뜻한다.

여기에서 여행과 관련된 기록물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여행기(旅行記), 답사기(踏査記), 기행문(紀行文), 견문록(見聞錄)이다.

물론 실제 작품은 이 네 가지 가운데 하나의 성격만을 지니지 않는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기행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청나라의 제도와 문물을 상세히 기록했다는 점에서는 견문록이기도 하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역시 답사기가 중심이지만 여행 과정에서 느낀 감상과 사람 이야기가 풍부하여 기행문의 성격도 함께 지닌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하나의 작품을 억지로 한 유형에만 넣기보다 가장 중심이 되는 성격을 주유형(主類型), 그와 함께 나타나는 성격을 부유형(副類型)으로 구분해 보고자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하나의 주유형에 둘 이상의 부유형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이는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거나 유형을 엄격하게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여행기록문이 지닌 여러 성격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분류 방법이다.


2. 여행기(旅行記) ― 여정과 체험의 기록

여행기의 중심에는 여행자 자신과 여정이 있다. 어디에서 출발하여 어디로 갔는지, 어떤 길을 지나고 누구를 만났으며 어떤 일을 겪었는지가 이야기의 뼈대를 이룬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은 이러한 여행기의 오랜 사례로 볼 수 있다. 혜초가 인도와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며 여러 지역의 풍속과 불교 상황을 기록한 책이다. 여행 과정이 기본 골격을 이루지만 당시 각 지역에서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을 기록했다는 점에서는 견문록의 성격도 강하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왕오천축국전』의 주유형을 여행기, 부유형을 견문록으로 본다.

이븐 바투타의 『이븐 바투타 여행기』 역시 여행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븐 바투타는 북아프리카를 출발하여 중동과 중앙아시아, 인도, 중국 등 광대한 지역을 돌아다녔다. 그의 책에서는 이동과 체험이 중심을 이루지만 각 지역의 정치와 종교, 풍속, 사람들에 관한 기록도 방대하다. 이 때문에 주유형은 여행기, 부유형은 견문록으로 볼 수 있다.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는 현대 여행기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그는 은퇴 후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까지 실크로드를 따라 장거리를 직접 걸었다. 책의 중심에는 ‘걷는 사람’의 여정과 육체적 체험,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있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생각도 등장하지만 가장 강한 축은 자신의 여행 체험이다. 따라서 주유형은 여행기, 부유형은 기행문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한비야의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역시 직접 세계 여러 지역을 다니며 겪은 경험과 사람 이야기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여행기를 주유형으로 볼 수 있다.


3. 답사기(踏査記) ― 현장을 찾아가 읽는 기록

답사기의 핵심은 ‘현장’이다. 여행자가 어디를 다녀왔는가보다 왜 그곳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무엇을 확인했으며, 그 대상이 어떤 역사적·문화적 의미를 갖는지가 중요하다.

이 유형을 대표하는 저자는 유홍준이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우리나라와 일본 등의 문화유산을 직접 찾아가 보고, 역사와 미술사적 배경을 설명하면서 그 장소가 지닌 의미를 풀어낸다. 책의 중심이 명확하게 문화유산 현장과 그 해설에 있으므로 주유형은 답사기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여행 중 만난 사람과 풍경, 저자의 감상과 생각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므로 기행문을 부유형으로 둘 수 있다.

정수일의 여러 ‘○○를 가다’ 계열 저작은 조금 더 복합적이다. 정수일은 실크로드와 세계 여러 문명권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유적과 도시, 교역로를 살펴보고 그것을 자신의 문명교류사 연구와 연결한다. 단순히 유적을 소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문명이 어떻게 이동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학술적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정수일의 이 계열 저작은 답사기를 주유형으로 두되, 문명과 역사에 대한 해석이라는 점에서는 기행문, 각 지역에서 보고 들은 문화와 사회를 기록한다는 점에서는 견문록의 성격도 함께 지닌다고 볼 수 있다.


4. 기행문(紀行文) ― 여행을 통해 생각하는 기록

기행문은 여행 과정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겪은 것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여행기와 가장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여행기가 여정과 체험 자체에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둔다면, 기행문은 그 여행을 통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해석했는가에 무게가 더 실린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기행문을 설명할 때 빼놓기 어려운 작품이다. 박지원은 청나라를 다녀온 여정을 기록했지만 단순한 사행 기록에 그치지 않았다. 청나라의 도시와 제도, 상업, 기술, 사람들의 생활을 관찰하고 조선 사회와 비교하며 자신의 생각을 펼쳤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열하일기』를 기행문을 주유형으로, 견문록을 부유형으로 분류한다.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 역시 기행문의 성격이 강하다. 유시민은 유럽의 여러 도시를 직접 여행하면서 도시의 역사와 정치, 미술, 건축을 자신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여행 동선 자체보다 그 도시를 통해 역사와 인간, 문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한 책이다. 따라서 주유형은 기행문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김병종의 『화첩기행』은 여행과 미술이 결합된 기행문이다. 김병종은 여러 지역을 찾아가 예술가와 작품, 장소의 기억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다. 특정 인물이나 예술의 흔적을 찾아 현장을 확인한다는 점에서는 답사기의 성격도 있으므로 기행문을 주유형, 답사기를 부유형으로 볼 수 있다.

송재소의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인문 기행』은 중국의 여러 지역을 직접 찾아가 그곳에 남아 있는 역사와 문화, 문학의 흔적을 읽어 내는 인문기행이다. 단순히 유적의 연혁을 설명하기보다는 현장의 풍경과 역사적 인물, 시와 문학을 함께 불러내어 중국이라는 공간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기행문의 성격이 강하다. 동시에 실제 역사 현장과 문화유산을 찾아간다는 점에서는 답사기의 성격을, 현지에서 보고 확인한 중국의 역사와 문화상을 기록한다는 점에서는 견문록의 성격도 함께 지닌다. 따라서 기행문을 주유형으로 하고 답사기와 견문록을 부유형으로 볼 수 있다.

김성곤의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은 장강과 황하를 따라 중국의 실제 공간을 여행하면서 이백·두보·소동파 등 중국 시인들의 작품을 그 시가 태어나고 기억된 장소와 연결하여 읽는 책이다. 한시 해설이 책의 중요한 축이지만 시만을 떼어 설명하지 않고 산천과 도시, 역사와 고사, 여행 과정의 체험을 함께 엮는다. 따라서 여행지에서 얻은 감상과 문학적 사유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기행문을 주유형으로, 시인과 작품의 흔적을 찾아 실제 장소를 확인한다는 점에서 답사기를 부유형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5. 견문록(見聞錄) ― 보고 듣고 알게 된 세계의 기록

견문록은 여행자 자신의 이동이나 감상보다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알게 되었는가’가 중심이 되는 기록이다. 새로운 지역의 풍속과 제도, 종교, 정치, 사회, 문명을 관찰하고 독자에게 전달하는 데 비중이 크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마르코 폴로가 동방 세계에서 보고 들은 도시와 국가, 풍속과 제도를 서양 세계에 소개했다는 점에서 견문록이라는 이름 자체가 책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직접 장거리 여행을 했다는 점에서는 여행기의 요소도 강하므로 주유형을 견문록, 부유형을 여행기로 볼 수 있다.

이병한의 『유라시아 견문』 역시 직접 여행한 기록이지만 단순한 여행기는 아니다. 이병한은 약 1,000일 동안 유라시아 여러 지역을 직접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현장을 관찰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각 지역의 역사와 정치, 국제정세와 문명의 변화를 해석했다. 여기에서는 여행 자체보다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파악한 세계가 중심이 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유라시아 견문』을 견문록을 주유형으로, 기행문을 부유형으로 분류한다.


6. 주유형(主類型)과 부유형(副類型)으로 다시 보기

앞에서 살펴본 작품들은 하나의 유형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이 글에서는 작품의 중심적인 성격을 주유형(主類型), 함께 나타나는 성격을 부유형(副類型)으로 구분하였다. 이를 주유형을 기준으로 다시 묶어보면 각 작품의 공통점과 차이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가. 여행기를 주유형으로 하는 작품

혜초의 『왕오천축국전』과 이븐 바투타의 『이븐 바투타 여행기』는 긴 여정과 직접적인 여행 체험이 기록의 뼈대를 이룬다는 점에서 여행기를 주유형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두 작품 모두 여행지의 종교와 풍속, 정치와 사회 등 당시의 세계를 상세하게 전하고 있어 견문록의 성격을 부유형으로 지닌다.

한비야의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과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 역시 여행자의 이동과 체험이 중심이므로 여행기가 주유형이다. 다만 여행 과정에서 만난 사람과 문화, 그곳에서 느낀 생각과 감상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기행문의 성격을 부유형으로 볼 수 있다.

ㅇ 혜초 『왕오천축국전』 : 여행기(主) + 견문록(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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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답사기를 주유형으로 하는 작품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특정 문화유산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그 역사와 문화적 의미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답사기가 명확한 주유형이다. 그러나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 저자의 감상과 생각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기행문을 부유형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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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답사기(主) + 기행문(副)
ㅇ 정수일 『○○를 가다』 계열 : 답사기(主) + 기행문·견문록(副)

다. 기행문을 주유형으로 하는 작품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청나라를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자신의 생각과 함께 풀어냈다는 점에서 기행문을 주유형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청나라의 도시와 제도, 상업과 기술, 생활상을 세밀하게 관찰하여 기록했으므로 견문록의 성격도 강하다.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은 도시를 여행하면서 역사와 정치, 예술과 인간에 대한 생각을 풀어가는 데 중심이 있으므로 기행문이 주유형이다. 실제 여행 동선과 체험이 글의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는 여행기의 성격도 함께 지닌다.

김병종의 『화첩기행』은 여행지에서 예술가와 작품, 장소를 통해 얻은 감상과 사유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기행문을 주유형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예술가의 흔적과 관련 장소를 직접 찾아간다는 점에서 답사기의 성격을 부유형으로 지닌다.

송재소의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인문 기행』은 중국의 역사 현장을 걸으며 시와 인물, 문화와 풍경을 함께 풀어낸다는 점에서 기행문이 주유형이다. 그러나 문화유산과 역사 현장을 직접 찾아가 확인한다는 점에서는 답사기, 그곳에서 얻은 역사와 문화에 대한 견문을 기록한다는 점에서는 견문록의 성격까지 함께 나타난다.

김성곤의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은 중국의 산천과 도시를 걸으며 그곳과 연결된 한시와 시인의 삶을 읽어 내는 데 중심이 있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문학적 감상과 해석이 강하므로 기행문을 주유형으로 보고, 시와 관련된 실제 장소와 역사적 흔적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답사기를 부유형으로 볼 수 있다.

ㅇ 박지원 『열하일기』 : 기행문(主) + 견문록(副)
ㅇ 유시민 『유럽 도시 기행』 : 기행문(主) + 여행기(副)
ㅇ 김병종 『화첩기행』 : 기행문(主) + 답사기(副)
ㅇ 송재소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인문 기행』 : 기행문(主) + 답사기·견문록(副)
ㅇ 김성곤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 : 기행문(主) + 답사기(副)

라. 견문록을 주유형으로 하는 작품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은 동방의 여러 나라와 도시, 풍속과 제도를 서양 세계에 전하는 데 기록의 중심이 있으므로 견문록이 주유형이다. 그러나 그 모든 관찰이 장기간의 여행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여행기를 부유형으로 볼 수 있다.

이병한의 『유라시아 견문』 역시 약 1,000일 동안 유라시아 각지를 직접 다니며 얻은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여행 자체보다 각 지역의 역사와 정치, 국제정세와 문명의 변화를 관찰하고 해석하는 데 더 큰 무게를 둔다. 따라서 견문록을 주유형으로, 기행문을 부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ㅇ 마르코 폴로 『동방견문록』 : 견문록(主) + 여행기(副)
ㅇ 이병한 『유라시아 견문』 : 견문록(主) + 기행문(副)

이렇게 주유형별로 작품을 묶어보면 네 유형은 서로 단절된 종류라기보다 서로 겹치고 넘나드는 관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여행기는 여정과 체험을, 답사기는 현장과 대상을, 기행문은 사색과 해석을, 견문록은 관찰과 정보를 중심으로 하지만 실제 작품에서는 이 요소들이 여러 방식으로 결합된다.

따라서 주유형과 부유형이라는 구분은 작품을 어느 하나의 칸에 가두기 위한 기준이 아니다. 어떤 요소가 그 작품을 가장 강하게 이끌고 있으며 그 곁에 어떤 성격이 함께 놓여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방법이다. 특히 하나의 작품에는 부유형이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둘 이상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정수일의 저작처럼 답사기를 중심으로 하면서 기행문과 견문록의 성격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대표적이며, 송재소의 중국 인문기행 역시 기행문을 중심으로 답사기와 견문록이 함께 겹쳐지는 사례로 볼 수 있다.


7. 맺으며

처음에는 여행기와 기행문이 어떻게 다른지, 답사기와 견문록은 또 어디에서 갈리는지가 궁금했다. 하나씩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고 실제 책들을 떠올려 보니 그 차이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여행기는 ‘다녀온 경험’을 기록하고, 답사기는 ‘현장을 찾아가 읽으며’, 기행문은 ‘여행을 통해 생각하고’, 견문록은 ‘보고 듣고 알게 된 세계’를 기록한다.

그러나 실제 작품은 이처럼 깔끔하게 하나의 유형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한 작품 안에서도 여정과 체험, 현장과 조사, 사색과 해석, 관찰과 정보가 서로 다른 비율로 어우러진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가장 강한 성격을 주유형(主類型), 함께 나타나는 특징을 부유형(副類型)으로 나누어 보았다.

이 구분이 문학적으로 확정된 분류 체계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서 이븐 바투타의 『이븐 바투타 여행기』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을 거쳐 박지원의 『열하일기』,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정수일의 여러 문명 답사 저작, 송재소의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인문 기행』, 김성곤의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 김병종의 『화첩기행』,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 이병한의 『유라시아 견문』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여행기록을 읽고 그 특징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으로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여행기록의 매력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길을 떠나는 순간 여행기가 시작되고,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답사기가 되며, 그곳에서 생각이 깊어지면 기행문이 되고, 보고 들은 세계를 기록하면 견문록이 된다.

그리고 좋은 여행기록은 그 네 가지 가운데 하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작품마다 여정과 현장, 사유와 관찰이 서로 다른 비율로 만나고, 때로는 하나의 주유형 위에 둘 이상의 부유형이 겹쳐진다.

바로 그 다양한 결합이 여행기록문이 보여주는 다면적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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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배꼽, 그리스 - 인간의 탁월함, 그 근원을 찾아서 ㅣ 박경철 그리스 기행 1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문명의 배꼽 그리스] 자유, 自由, Ελευθερία

시골의사 박경철님은 지금 무얼 하고 계실까.

오랫동안 안동에서 의사로 일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고, 2019년까지만 해도 인문학 강연에 나선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러나 요즘은 방송이나 강연, 저술 활동에서 좀처럼 모습을 볼 수 없다. 공개된 근황도 많지 않다. 그저 어디에 계시든 잘 지내고 계시기를 바랄 뿐이다.

물론 나보다 훠얼씬 더 잘 지내고 계시겠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배우 오달수님과 이미지가 제법 닮았다고 생각한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사진을 붙여 놓고 비교해 보고 싶지만 참는다.

『그리스 기행 1―문명의 배꼽 그리스』가 출간되었을 때는 정말 기뻤다. 그 뒤로 그리스 문명 강연도 하시고, 찰스님과 포옹도 하시고 그랬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무엇보다 에필로그를 읽으며 더 큰 기대를 품었다. 모두 열 권으로 이어질 그리스 문명기행 대장정. 그것도 이미 제2권 초고까지 마친 상태라고 하니, 앞으로도 오랫동안 박경철의 시선을 따라 그리스를 여행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리스를 생각하면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떠오른다.

그는 크레타섬 이라클리온에서 태어난 그리스의 대표 작가다. 그리스는 이라클리온 국제공항에 그의 이름을 붙였다. 지금의 공식 명칭은 ‘이라클리온 국제공항 니코스 카잔차키스’다. 한 나라가 자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이름을 국제공항에 붙였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가 그리스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그의 묘비명은 너무도 유명하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운 것이 없다.
나는 자유다.

Den elpizo tipota.
Den fovamai tipota.
Eimai eleftheros.

―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그리고 임종 직전에 남겼다는 메모 역시 쉽게 잊히지 않는다.

나는 이제 연장을 거두고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것은 두렵거나 지쳤기 때문이 아니라,
다만 해가 저물었기 때문이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임종 직전 남긴 메모

삶을 모두 살아낸 사람이 도달한 자유.

욕망과 두려움을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담담히 관조하는 경지.

해가 저물었으니 연장을 거두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말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평온함이 있다. 한 생을 다 살아낸 사람이 삶을 억지로 붙잡지도, 죽음을 과장하지도 않고 조용히 내려놓는 모습이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묘비명이 떠오른다.

바로 King Crimson의 〈Epitaph〉이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과 King Crimson의 〈Epitaph〉은 같은 내용을 말하고 있지 않다.

너무나도 반대되는 이야기다.

카잔차키스는 한 인간이 욕망과 두려움을 모두 내려놓았을 때 도달하는 자유를 말한다. 삶을 다 살아낸 사람이 해가 저문 뒤 조용히 연장을 거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반면 King Crimson의 〈Epitaph〉은 인간이 끝내 욕망과 권력을 제어하지 못했을 때 어떤 미래를 맞게 되는지를 경고한다.

예언자들이 글을 남긴 벽은 갈라지고, 죽음의 도구 위로 햇빛이 비친다. 여기서 죽음의 도구는 핵무기를 비롯해 인간이 만들어 낸 전쟁과 대량살상의 수단을 떠올리게 한다. 인간은 지식을 얻었지만 그것을 통제할 지혜를 갖추지 못했고, 막대한 권력을 쥔 정치인들은 인류의 운명을 위태로운 경계로 몰아간다.

Knowledge is a deadly friend
If no one sets the rules.

규칙과 통제 없이 쌓인 지식은 치명적인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이 노래에는 인간의 이기심과 어리석음이 만들어 낼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대한 염세주의가 짙게 배어 있다. 결국 남게 될 묘비명마저 ‘혼란’일 것이라는 공포, 인류가 스스로 만든 파멸을 막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묵시록적 경고다.

한쪽은 삶을 내려놓은 사람의 관조이고, 다른 한쪽은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문명을 향한 절규다.

한쪽은 욕망과 두려움을 모두 내려놓은 인간의 자유이고, 다른 한쪽은 욕망과 권력을 끝내 통제하지 못한 문명의 공포다.

그리고 다시 그리스 문명을 생각한다.

찬란했던 그리스 문명의 시대 역시 영원하지 않았다.

그리스 문명은 외부의 적에게만 무너진 것이 아니었다. 페르시아를 물리친 도시국가들은 끝내 서로를 향해 창을 겨누었고, 권력과 패권을 둘러싼 끝없는 전쟁은 스스로 문명의 힘을 갉아먹었다.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치르며 국력을 소진했고, 그 틈을 타 북쪽의 마케도니아가 세력을 키웠다. 이후 그리스 세계는 마케도니아와 로마의 지배 아래 들어갔다.

인간이 만든 욕망이 인간의 문명을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King Crimson의 〈Epitaph〉이 던지는 묵시록적 경고는 수천 년 전 그리스의 역사에서도 낯설지 않다.

그리스는 민주주의와 철학, 문학과 예술을 꽃피운 문명이었지만, 동시에 인간의 오만이 어떤 비극을 낳는지도 끊임없이 보여 주었다. 그 비극은 신화와 희곡 속에만 머물지 않았다. 도시국가들은 패권을 향한 욕망을 내려놓지 못했고, 결국 서로의 힘을 소진시켰다.

성취한 지식과 권력을 제어할 원칙이 없다면, 아무리 찬란한 문명도 스스로를 지탱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리스의 역사는 보여 준다.

카잔차키스는 한 인간이 욕망을 내려놓았을 때의 자유를 말했고, 그리스의 역사는 욕망을 내려놓지 못한 문명의 흥망을 보여 주었으며, King Crimson은 그러한 인간의 오만이 끝내 어떤 미래를 불러올지를 노래했다.

그러나 그리스의 찬란한 시대는 저물었어도 그 정신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 정신은 철학과 문학, 예술과 역사 속에 남았고, 카잔차키스의 문장 속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박경철은 그 흔적을 따라 그리스 곳곳을 걸으며, 발길 닿는 곳에서 시간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려 했다.

『문명의 배꼽 그리스』 에필로그, 432쪽

2011년 겨울부터 첫 발을 뗀 이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그리스 전체를 횡단하며 발길 닿는 곳에서 시간의 강을 종단하는 이 여행은 펠로폰네소스에서 시작해서 아테네가 속한 아티카, 그리스 북부의 테살로니키 그리고 고대 그리스 권역을 아우르는 마그나 그라이키아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그리고 각각의 여행은 제1부 펠로폰네소스 편 세 권, 제2부 아티카 편 네 권, 제3부 테살로니키 편 한 권, 제4부 마그나 그라이키아 편 두 권 등 모두 열 권의 책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 제2권의 초고 집필을 마친 상태이다.
짐작건대 2013년 한 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여행과 집필의 시간들로 채워질 듯하다.
모쪼록 이 여행이 필자인 나는 물론이거니와 독자 여러분들에게도 의미 있기를 두려운 마음으로 바란다.

이 에필로그를 읽으며 앞으로 나올 아홉 권의 책을 당연한 미래처럼 기다렸다.

펠로폰네소스를 지나 아티카로, 다시 테살로니키와 마그나 그라이키아로 이어질 긴 여행을 박경철의 시선을 따라 함께 걸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두 번째 권의 초고까지 마친 상태라고 했으니, 후속편을 의심할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10년이 넘은 지금, 후속편이 나오기는 요원한 것 같다.

사람 일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아무리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이미 다음 권의 초고까지 마쳤더라도, 삶은 언제나 계획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

물론 수천 년에 걸친 한 문명의 흥망과 한 사람의 미완의 집필 계획을 같은 무게로 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리스 문명의 흥망을 기록하려 했던 긴 여행마저 끝내 첫 권에서 멈추었다는 사실 앞에서는, 시간 속에서 영원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찬란했던 문명은 폐허와 기록으로 남았고, 열 권으로 이어질 예정이었던 여행은 한 권의 책과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다음 권의 초고로 남았다.

문명도 사람의 계획도 언젠가는 멈춘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흔적은 누군가의 기억과 질문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문명의 배꼽 그리스』를 다시 펼치면 이미 출간된 한 권보다 나오지 않은 아홉 권이 먼저 생각난다. 언젠가 박경철님의 그리스 여행이 다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완전히 거둘 수는 없지만, 이제는 그 기다림조차 이 책의 일부가 된 듯하다.

그리고 나 역시 언젠가는 꼭 그리스를 걸어보고 싶다.

박경철이 책에서 걸었던 길을 따라가고, 카잔차키스가 잠든 크레타를 찾아가 그의 묘비명 앞에도 서 보고 싶다. 아테네와 스파르타, 미케네와 델포이, 그리고 헬레니즘 문명이 남긴 흔적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

그리스 문명의 폐허 앞에서 단순히 과거의 영광만을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찬란했던 문명이 왜 스스로의 힘을 소진했고, 인간의 욕망과 권력은 왜 끝내 제어되지 못했는지 그 흔적을 직접 바라보고 싶다.

그리고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앞에서는 한 인간이 모든 욕망과 두려움을 내려놓았을 때 도달하는 자유가 무엇인지 조용히 되새겨 보고 싶다.

그 여행을 마친 뒤 다시 King Crimson의 〈Epitaph〉을 들으면, 지금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박경철이 끝내 이어 가지 못한 그리스 문명기행의 뒷부분을, 언젠가는 나 자신의 두 발로 조금이나마 이어가 보고 싶다.

카잔차키스는 해가 저물었으므로 연장을 거두었다.

그리스 문명의 찬란한 시대도 역사의 저편으로 물러났다.

박경철이 계획했던 열 권의 여행도 아직은 첫 권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카잔차키스의 문장도, 그리스 문명의 흔적도, 박경철이 남긴 한 권의 책도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들이 남긴 자리에서 또 다른 사람의 여행이 시작된다.

언젠가 그리스의 폐허와 바다, 크레타의 하늘 아래 서게 되는 날, 나는 다시 King Crimson의 〈Epitaph〉을 들을 것이다.

The wall on which the prophets wrote
Is cracking at the seams
Upon the instruments of death,
The sunlight brightly gl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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