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견문 1 - 몽골 로드에서 할랄 스트리트까지 유라시아 견문 1
이병한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9월
평점 :
일시품절


걷고, 찾고, 사유하고, 기록하다
― 여행기록문의 다면적 풍경


1. 들어가며

여행과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여행기’, ‘답사기’, ‘기행문’, ‘견문록’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얼핏 보면 모두 어딘가를 다녀온 뒤 남긴 기록이라는 점에서 비슷해 보인다. 실제로 같은 작품을 두고 여행기라 부르기도 하고 기행문이나 견문록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단어의 뜻을 하나씩 살펴보면 서로 중심이 조금씩 다르다. 여행(旅行)은 다른 곳으로 가는 행위 자체에 무게가 있고, 답사(踏査)는 현장에 직접 가서 보고 조사한다는 뜻을 지닌다. 기행(紀行)은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겪은 것을 기록하는 것이며, 견문(見聞)은 직접 보고 들은 것 또는 그 과정에서 얻은 앎을 뜻한다.

여기에서 여행과 관련된 기록물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여행기(旅行記), 답사기(踏査記), 기행문(紀行文), 견문록(見聞錄)이다.

물론 실제 작품은 이 네 가지 가운데 하나의 성격만을 지니지 않는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기행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청나라의 제도와 문물을 상세히 기록했다는 점에서는 견문록이기도 하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역시 답사기가 중심이지만 여행 과정에서 느낀 감상과 사람 이야기가 풍부하여 기행문의 성격도 함께 지닌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하나의 작품을 억지로 한 유형에만 넣기보다 가장 중심이 되는 성격을 주유형(主類型), 그와 함께 나타나는 성격을 부유형(副類型)으로 구분해 보고자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하나의 주유형에 둘 이상의 부유형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이는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거나 유형을 엄격하게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여행기록문이 지닌 여러 성격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분류 방법이다.


2. 여행기(旅行記) ― 여정과 체험의 기록

여행기의 중심에는 여행자 자신과 여정이 있다. 어디에서 출발하여 어디로 갔는지, 어떤 길을 지나고 누구를 만났으며 어떤 일을 겪었는지가 이야기의 뼈대를 이룬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은 이러한 여행기의 오랜 사례로 볼 수 있다. 혜초가 인도와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며 여러 지역의 풍속과 불교 상황을 기록한 책이다. 여행 과정이 기본 골격을 이루지만 당시 각 지역에서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을 기록했다는 점에서는 견문록의 성격도 강하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왕오천축국전』의 주유형을 여행기, 부유형을 견문록으로 본다.

이븐 바투타의 『이븐 바투타 여행기』 역시 여행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븐 바투타는 북아프리카를 출발하여 중동과 중앙아시아, 인도, 중국 등 광대한 지역을 돌아다녔다. 그의 책에서는 이동과 체험이 중심을 이루지만 각 지역의 정치와 종교, 풍속, 사람들에 관한 기록도 방대하다. 이 때문에 주유형은 여행기, 부유형은 견문록으로 볼 수 있다.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는 현대 여행기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그는 은퇴 후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까지 실크로드를 따라 장거리를 직접 걸었다. 책의 중심에는 ‘걷는 사람’의 여정과 육체적 체험,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있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생각도 등장하지만 가장 강한 축은 자신의 여행 체험이다. 따라서 주유형은 여행기, 부유형은 기행문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한비야의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역시 직접 세계 여러 지역을 다니며 겪은 경험과 사람 이야기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여행기를 주유형으로 볼 수 있다.


3. 답사기(踏査記) ― 현장을 찾아가 읽는 기록

답사기의 핵심은 ‘현장’이다. 여행자가 어디를 다녀왔는가보다 왜 그곳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무엇을 확인했으며, 그 대상이 어떤 역사적·문화적 의미를 갖는지가 중요하다.

이 유형을 대표하는 저자는 유홍준이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우리나라와 일본 등의 문화유산을 직접 찾아가 보고, 역사와 미술사적 배경을 설명하면서 그 장소가 지닌 의미를 풀어낸다. 책의 중심이 명확하게 문화유산 현장과 그 해설에 있으므로 주유형은 답사기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여행 중 만난 사람과 풍경, 저자의 감상과 생각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므로 기행문을 부유형으로 둘 수 있다.

정수일의 여러 ‘○○를 가다’ 계열 저작은 조금 더 복합적이다. 정수일은 실크로드와 세계 여러 문명권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유적과 도시, 교역로를 살펴보고 그것을 자신의 문명교류사 연구와 연결한다. 단순히 유적을 소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문명이 어떻게 이동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학술적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정수일의 이 계열 저작은 답사기를 주유형으로 두되, 문명과 역사에 대한 해석이라는 점에서는 기행문, 각 지역에서 보고 들은 문화와 사회를 기록한다는 점에서는 견문록의 성격도 함께 지닌다고 볼 수 있다.


4. 기행문(紀行文) ― 여행을 통해 생각하는 기록

기행문은 여행 과정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겪은 것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여행기와 가장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여행기가 여정과 체험 자체에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둔다면, 기행문은 그 여행을 통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해석했는가에 무게가 더 실린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기행문을 설명할 때 빼놓기 어려운 작품이다. 박지원은 청나라를 다녀온 여정을 기록했지만 단순한 사행 기록에 그치지 않았다. 청나라의 도시와 제도, 상업, 기술, 사람들의 생활을 관찰하고 조선 사회와 비교하며 자신의 생각을 펼쳤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열하일기』를 기행문을 주유형으로, 견문록을 부유형으로 분류한다.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 역시 기행문의 성격이 강하다. 유시민은 유럽의 여러 도시를 직접 여행하면서 도시의 역사와 정치, 미술, 건축을 자신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여행 동선 자체보다 그 도시를 통해 역사와 인간, 문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한 책이다. 따라서 주유형은 기행문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김병종의 『화첩기행』은 여행과 미술이 결합된 기행문이다. 김병종은 여러 지역을 찾아가 예술가와 작품, 장소의 기억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다. 특정 인물이나 예술의 흔적을 찾아 현장을 확인한다는 점에서는 답사기의 성격도 있으므로 기행문을 주유형, 답사기를 부유형으로 볼 수 있다.

송재소의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인문 기행』은 중국의 여러 지역을 직접 찾아가 그곳에 남아 있는 역사와 문화, 문학의 흔적을 읽어 내는 인문기행이다. 단순히 유적의 연혁을 설명하기보다는 현장의 풍경과 역사적 인물, 시와 문학을 함께 불러내어 중국이라는 공간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기행문의 성격이 강하다. 동시에 실제 역사 현장과 문화유산을 찾아간다는 점에서는 답사기의 성격을, 현지에서 보고 확인한 중국의 역사와 문화상을 기록한다는 점에서는 견문록의 성격도 함께 지닌다. 따라서 기행문을 주유형으로 하고 답사기와 견문록을 부유형으로 볼 수 있다.

김성곤의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은 장강과 황하를 따라 중국의 실제 공간을 여행하면서 이백·두보·소동파 등 중국 시인들의 작품을 그 시가 태어나고 기억된 장소와 연결하여 읽는 책이다. 한시 해설이 책의 중요한 축이지만 시만을 떼어 설명하지 않고 산천과 도시, 역사와 고사, 여행 과정의 체험을 함께 엮는다. 따라서 여행지에서 얻은 감상과 문학적 사유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기행문을 주유형으로, 시인과 작품의 흔적을 찾아 실제 장소를 확인한다는 점에서 답사기를 부유형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5. 견문록(見聞錄) ― 보고 듣고 알게 된 세계의 기록

견문록은 여행자 자신의 이동이나 감상보다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알게 되었는가’가 중심이 되는 기록이다. 새로운 지역의 풍속과 제도, 종교, 정치, 사회, 문명을 관찰하고 독자에게 전달하는 데 비중이 크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마르코 폴로가 동방 세계에서 보고 들은 도시와 국가, 풍속과 제도를 서양 세계에 소개했다는 점에서 견문록이라는 이름 자체가 책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직접 장거리 여행을 했다는 점에서는 여행기의 요소도 강하므로 주유형을 견문록, 부유형을 여행기로 볼 수 있다.

이병한의 『유라시아 견문』 역시 직접 여행한 기록이지만 단순한 여행기는 아니다. 이병한은 약 1,000일 동안 유라시아 여러 지역을 직접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현장을 관찰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각 지역의 역사와 정치, 국제정세와 문명의 변화를 해석했다. 여기에서는 여행 자체보다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파악한 세계가 중심이 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유라시아 견문』을 견문록을 주유형으로, 기행문을 부유형으로 분류한다.


6. 주유형(主類型)과 부유형(副類型)으로 다시 보기

앞에서 살펴본 작품들은 하나의 유형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이 글에서는 작품의 중심적인 성격을 주유형(主類型), 함께 나타나는 성격을 부유형(副類型)으로 구분하였다. 이를 주유형을 기준으로 다시 묶어보면 각 작품의 공통점과 차이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가. 여행기를 주유형으로 하는 작품

혜초의 『왕오천축국전』과 이븐 바투타의 『이븐 바투타 여행기』는 긴 여정과 직접적인 여행 체험이 기록의 뼈대를 이룬다는 점에서 여행기를 주유형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두 작품 모두 여행지의 종교와 풍속, 정치와 사회 등 당시의 세계를 상세하게 전하고 있어 견문록의 성격을 부유형으로 지닌다.

한비야의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과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 역시 여행자의 이동과 체험이 중심이므로 여행기가 주유형이다. 다만 여행 과정에서 만난 사람과 문화, 그곳에서 느낀 생각과 감상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기행문의 성격을 부유형으로 볼 수 있다.

ㅇ 혜초 『왕오천축국전』 : 여행기(主) + 견문록(副)
ㅇ 이븐 바투타 『이븐 바투타 여행기』 : 여행기(主) + 견문록(副)
ㅇ 한비야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 여행기(主) + 기행문(副)
ㅇ 베르나르 올리비에 『나는 걷는다』 : 여행기(主) + 기행문(副)

나. 답사기를 주유형으로 하는 작품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특정 문화유산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그 역사와 문화적 의미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답사기가 명확한 주유형이다. 그러나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 저자의 감상과 생각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기행문을 부유형으로 볼 수 있다.

정수일의 『초원 실크로드를 가다』를 비롯한 여러 ‘○○를 가다’ 계열 저작은 현장을 직접 답사하고 유적과 도시, 교역로를 문명교류사의 관점에서 살핀다는 점에서 답사기를 주유형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여행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역사와 문명에 대한 해석은 기행문의 성격을, 각 지역의 문화와 사회에 대한 관찰은 견문록의 성격을 함께 지닌다.

ㅇ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답사기(主) + 기행문(副)
ㅇ 정수일 『○○를 가다』 계열 : 답사기(主) + 기행문·견문록(副)

다. 기행문을 주유형으로 하는 작품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청나라를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자신의 생각과 함께 풀어냈다는 점에서 기행문을 주유형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청나라의 도시와 제도, 상업과 기술, 생활상을 세밀하게 관찰하여 기록했으므로 견문록의 성격도 강하다.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은 도시를 여행하면서 역사와 정치, 예술과 인간에 대한 생각을 풀어가는 데 중심이 있으므로 기행문이 주유형이다. 실제 여행 동선과 체험이 글의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는 여행기의 성격도 함께 지닌다.

김병종의 『화첩기행』은 여행지에서 예술가와 작품, 장소를 통해 얻은 감상과 사유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기행문을 주유형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예술가의 흔적과 관련 장소를 직접 찾아간다는 점에서 답사기의 성격을 부유형으로 지닌다.

송재소의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인문 기행』은 중국의 역사 현장을 걸으며 시와 인물, 문화와 풍경을 함께 풀어낸다는 점에서 기행문이 주유형이다. 그러나 문화유산과 역사 현장을 직접 찾아가 확인한다는 점에서는 답사기, 그곳에서 얻은 역사와 문화에 대한 견문을 기록한다는 점에서는 견문록의 성격까지 함께 나타난다.

김성곤의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은 중국의 산천과 도시를 걸으며 그곳과 연결된 한시와 시인의 삶을 읽어 내는 데 중심이 있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문학적 감상과 해석이 강하므로 기행문을 주유형으로 보고, 시와 관련된 실제 장소와 역사적 흔적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답사기를 부유형으로 볼 수 있다.

ㅇ 박지원 『열하일기』 : 기행문(主) + 견문록(副)
ㅇ 유시민 『유럽 도시 기행』 : 기행문(主) + 여행기(副)
ㅇ 김병종 『화첩기행』 : 기행문(主) + 답사기(副)
ㅇ 송재소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인문 기행』 : 기행문(主) + 답사기·견문록(副)
ㅇ 김성곤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 : 기행문(主) + 답사기(副)

라. 견문록을 주유형으로 하는 작품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은 동방의 여러 나라와 도시, 풍속과 제도를 서양 세계에 전하는 데 기록의 중심이 있으므로 견문록이 주유형이다. 그러나 그 모든 관찰이 장기간의 여행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여행기를 부유형으로 볼 수 있다.

이병한의 『유라시아 견문』 역시 약 1,000일 동안 유라시아 각지를 직접 다니며 얻은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여행 자체보다 각 지역의 역사와 정치, 국제정세와 문명의 변화를 관찰하고 해석하는 데 더 큰 무게를 둔다. 따라서 견문록을 주유형으로, 기행문을 부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ㅇ 마르코 폴로 『동방견문록』 : 견문록(主) + 여행기(副)
ㅇ 이병한 『유라시아 견문』 : 견문록(主) + 기행문(副)

이렇게 주유형별로 작품을 묶어보면 네 유형은 서로 단절된 종류라기보다 서로 겹치고 넘나드는 관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여행기는 여정과 체험을, 답사기는 현장과 대상을, 기행문은 사색과 해석을, 견문록은 관찰과 정보를 중심으로 하지만 실제 작품에서는 이 요소들이 여러 방식으로 결합된다.

따라서 주유형과 부유형이라는 구분은 작품을 어느 하나의 칸에 가두기 위한 기준이 아니다. 어떤 요소가 그 작품을 가장 강하게 이끌고 있으며 그 곁에 어떤 성격이 함께 놓여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방법이다. 특히 하나의 작품에는 부유형이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둘 이상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정수일의 저작처럼 답사기를 중심으로 하면서 기행문과 견문록의 성격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대표적이며, 송재소의 중국 인문기행 역시 기행문을 중심으로 답사기와 견문록이 함께 겹쳐지는 사례로 볼 수 있다.


7. 맺으며

처음에는 여행기와 기행문이 어떻게 다른지, 답사기와 견문록은 또 어디에서 갈리는지가 궁금했다. 하나씩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고 실제 책들을 떠올려 보니 그 차이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여행기는 ‘다녀온 경험’을 기록하고, 답사기는 ‘현장을 찾아가 읽으며’, 기행문은 ‘여행을 통해 생각하고’, 견문록은 ‘보고 듣고 알게 된 세계’를 기록한다.

그러나 실제 작품은 이처럼 깔끔하게 하나의 유형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한 작품 안에서도 여정과 체험, 현장과 조사, 사색과 해석, 관찰과 정보가 서로 다른 비율로 어우러진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가장 강한 성격을 주유형(主類型), 함께 나타나는 특징을 부유형(副類型)으로 나누어 보았다.

이 구분이 문학적으로 확정된 분류 체계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서 이븐 바투타의 『이븐 바투타 여행기』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을 거쳐 박지원의 『열하일기』,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정수일의 여러 문명 답사 저작, 송재소의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인문 기행』, 김성곤의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 김병종의 『화첩기행』,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 이병한의 『유라시아 견문』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여행기록을 읽고 그 특징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으로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여행기록의 매력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길을 떠나는 순간 여행기가 시작되고,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답사기가 되며, 그곳에서 생각이 깊어지면 기행문이 되고, 보고 들은 세계를 기록하면 견문록이 된다.

그리고 좋은 여행기록은 그 네 가지 가운데 하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작품마다 여정과 현장, 사유와 관찰이 서로 다른 비율로 만나고, 때로는 하나의 주유형 위에 둘 이상의 부유형이 겹쳐진다.

바로 그 다양한 결합이 여행기록문이 보여주는 다면적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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