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각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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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보고] 아야츠지 유키토 『십각관의 살인』: 설계된 밀실, 조작된 시간, 그리고 복수로 번진 비극

1.작품 개요

가.기본 정보

ㅇ(작품명) 『십각관의 살인』

ㅇ(작가) 아야츠지 유키토

ㅇ(갈래) 장편소설, 본격 미스터리, 신본격 추리소설

ㅇ(발표) 1987년에 발표된 아야츠지 유키토의 데뷔작임.

ㅇ(주요 배경) 작품의 주요 무대는 규슈(九州) 오이타현(大分県) 일대로, 외딴섬 츠노시마와 그곳의 십각관, 청옥부 터, 그리고 본토의 벳푸시 간나와 일대가 중심 배경으로 제시됨.

ㅇ(주요 인물) K대학 미스터리 연구회 회원들, 육지에서 사건을 조사하는 가와미나미와 시마다, 나카무라 세이지 일가와 치오리, 모리스 교이치 등이 중심 인물임.

ㅇ(주요 내용) K대학 미스터리 연구회 회원들이 외딴섬 츠노시마의 십각관에 들어간 뒤 한 사람씩 살해되고, 육지에서는 과거 청옥부 사건과 치오리의 죽음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이야기임.

ㅇ(주요 정서) 처음에는 외딴섬과 기묘한 건물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살인이 시작된 뒤에는 고립감, 의심, 복수심이 작품 전체의 긴장감을 이끌어감.

나.작품의 기본 성격

ㅇ(본격 미스터리) 『십각관의 살인』은 독자에게 단서와 상황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범인과 진상을 추리하게 만드는 본격 미스터리 소설임.

ㅇ(닫힌 공간의 소설) 섬은 바다로 막혀 있고, 십각관은 인물들을 한 건물 안에 묶어둠. 이 설정은 사건을 제한된 공간 안에서 압축적으로 전개하게 만듦.

ㅇ(이름으로 속이는 소설) 등장인물들은 본명 대신 추리소설 작가의 이름을 딴 별명으로 불림. 이 별명 사용은 마지막 반전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장치임.

ㅇ(과거와 현재의 연결) 현재의 십각관 살인사건은 과거 청옥부 사건, 나카무라 세이지 일가의 비극, 치오리의 죽음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

2.작가 아야츠지 유키토 소개

가.작가 개요

ㅇ(출생) 아야츠지 유키토는 1960년 12월 23일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소설가임.

ㅇ(본명) 본명은 우치다 나오유키이며, 아야츠지 유키토는 필명임.

ㅇ(학력) 교토대학교 교육학부와 동 대학원에서 수학한 것으로 알려져 있음.

ㅇ(등단) 1987년 『십각관의 살인』으로 데뷔함.

ㅇ(대표작) 『십각관의 살인』, 『수차관의 살인』, 『미로관의 살인』, 『인형관의 살인』, 『시계관의 살인』, 『흑묘관의 살인』, 『암흑관의 살인』, 『기면관의 살인』 등이 대표작임.

나.관 시리즈에서 『십각관의 살인』의 위치

ㅇ(첫 작품) 『십각관의 살인』은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첫 작품임.

ㅇ(기본 틀 제시) 외딴 공간, 이상한 건축가 나카무라 세이지, 기괴한 건물, 과거 사건과 현재 사건의 연결이라는 관 시리즈의 기본 틀이 이 작품에서 처음 제시됨.

ㅇ(개인적 독서 순서) 나는 『기면관의 살인』을 먼저 읽은 뒤 이 작품을 읽었는데, 뒤 작품을 먼저 접한 다음 출발점으로 돌아온 셈이어서 관 시리즈의 기본 구조를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음.

3.규슈 오이타현을 배경으로 한 공간 구조

가.츠노시마라는 외딴섬

ㅇ(섬의 성격) 츠노시마는 작품 속에서 규슈 오이타현 일대에 있는 외딴섬으로 제시되며, 배가 오가지 않으면 외부와 쉽게 연결될 수 없는 공간임.

ㅇ(고립의 효과) 인물들이 섬에 들어간 뒤 사건이 벌어지면 외부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고, 남은 사람들끼리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음.

ㅇ(섬 전체의 밀실화) 선착장, 보트 보관소, 십각관, 청옥부, 바위 더미, 고양이섬 등이 제한된 공간 안에 놓이면서 섬 전체가 하나의 큰 밀실처럼 작동함.

ㅇ(핵심 의미) 츠노시마는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사건을 외부와 차단하고 인물들을 한정된 공간 안에 묶어두는 장치임.

나.십각관의 구조

ㅇ(건물의 형태) 십각관은 이름 그대로 십각형 구조를 가진 건물임.

ㅇ(방의 배치) 중앙 홀을 중심으로 현관홀, 부엌, 욕실, 세면장, 화장실, 그리고 각 인물의 방이 둘러서 있음.

ㅇ(호기심의 대상) 십각관은 그 자체가 무서운 건물이라기보다, 왜 이런 모양으로 지어졌는지, 이 구조가 사건과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하게 만드는 공간임.

ㅇ(시야의 제한) 십각형 구조에서는 방들이 중앙 홀을 둘러싸고 있어, 한눈에 건물 전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방문이 닫히면 각 방은 독립된 공간이 되고, 중앙 홀에 나와 있지 않은 사람의 위치는 쉽게 확인되지 않음.

ㅇ(동선의 애매함) 각 방과 공용 공간이 중앙 홀을 통해 연결되기 때문에, 누가 어느 방에서 나와 어디로 갔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이런 구조는 범행 자체를 쉽게 만든다기보다, 사건 뒤에 사람들의 추리와 의심을 흔드는 데 유리하게 작용함.

ㅇ(핵심 의미) 십각관의 구조는 물리적으로 사람을 완전히 숨겨주는 장치라기보다, 인물들의 위치와 동선을 애매하게 만들고 독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미스터리적 장치임.

다.청옥부와 과거 사건

ㅇ(청옥부의 위치) 십각관 근처에는 과거 나카무라 세이지 일가의 참극이 벌어진 청옥부 터가 있음.

ㅇ(과거의 그림자) 청옥부 사건은 이미 끝난 과거 사건처럼 보이지만, 현재 십각관에서 벌어지는 살인과 계속 연결됨.

ㅇ(세이지 생존설) 죽은 줄 알았던 나카무라 세이지가 살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은 작품 중반까지 중요한 긴장 요소가 됨.

ㅇ(핵심 의미) 청옥부는 현재 사건에 과거의 비극을 덧씌우는 공간이며, 독자와 인물들이 진실을 잘못 짐작하게 만드는 역할을 함.

라.벳푸시 간나와 일대

ㅇ(육지의 배경) 작품 속 육지 배경으로 규슈 오이타현 벳푸시 간나와 일대가 언급됨.

ㅇ(인물과의 관련) 간나와는 나카무라 고지로가 살고있는 공간으로 제시되며, 섬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별개로 육지 조사 장면의 현실감을 높여줌.

ㅇ(공간의 대비) 츠노시마와 십각관이 고립된 사건의 무대라면, 벳푸시 간나와는 실제 지명을 지닌 육지 공간임. 이 대비는 작품이 섬 안에만 갇히지 않고, 육지의 조사와 인물 관계를 통해 넓어지는 효과를 줌.

ㅇ(핵심 의미) 벳푸시 간나와는 사건의 직접 무대는 아니지만, 육지 조사와 인물 관계를 현실적인 장소 속에 놓이게 하는 배경임.

4.작품 전체 내용 정리

가.전체 흐름

ㅇ(섬으로 떠나는 회원들) K대학 미스터리 연구회 회원 일곱 명은 외딴섬 츠노시마로 합숙을 떠남. 이들은 서로를 본명 대신 추리소설 작가의 이름을 딴 별명으로 부름.

ㅇ(십각관 체류) 이들이 머무는 곳은 십각형 구조의 건물인 십각관임. 처음에는 무인도에서 지내는 미스터리 연구회의 특별한 합숙처럼 보임.

ㅇ(육지의 조사) 한편 육지에서는 가와미나미와 시마다가 죽은 자의 이름으로 온 편지를 계기로 나카무라 세이지 일가의 과거와 치오리의 죽음을 조사함.

ㅇ(연쇄살인의 시작) 섬에서는 첫 번째 피해자가 나오고, 이후 다른 회원들도 차례로 죽음의 표적이 됨.

ㅇ(피해자 표식) 범인은 ‘제1 피해자’, ‘제2 피해자’, ‘제3 피해자’, ‘제4 피해자’, ‘최후의 피해자’, ‘탐정’, ‘살인범’ 같은 표식을 남김. 이것은 사건을 하나의 게임이나 연극처럼 보이게 만듦.

ㅇ(마지막 반전) 범인은 섬의 반 다인이자 본토의 모리스 교이치였음. 독자는 두 사람을 별개 인물로 받아들이지만, 사실은 같은 사람이었음.

나.현재 사건과 과거 사건의 연결

ㅇ(청옥부 사건) 과거 청옥부에서는 나카무라 세이지 일가와 주변 인물들이 죽는 참극이 벌어졌음.

ㅇ(치오리의 죽음) 나카무라 치오리는 연구회 술자리 이후 죽었고, 이 죽음은 현재 사건의 감정적 뿌리가 됨.

ㅇ(손목 절단) 현재 사건에서 피해자의 손목이 잘려나가는 장면은 과거 가즈에 부인의 시신 훼손을 떠올리게 함.

ㅇ(실제 진실) 현재 사건의 범인은 나카무라 세이지가 아니라, 치오리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계획한 모리스였음.

다.작품의 중심 갈등

ㅇ(내부 범인과 외부 범인) 인물들은 범인이 자신들 안에 있는지,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인지, 혹은 죽은 줄 알았던 나카무라 세이지인지 계속 혼란스러워함.

ㅇ(죄책감과 복수) 연구회 회원들은 치오리의 죽음에 대해 직접 살인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마음속으로 죄책감을 가지고 있음. 모리스는 그 죄책감을 복수의 명분으로 삼음.

ㅇ(착각과 진실) 작품은 독자가 육지와 섬의 사건을 동시에 진행되는 일로 받아들이게 만들지만, 마지막에는 그 인식 자체가 착각이었음을 드러냄.

5.작품의 주요 특징

가.별명과 서술 트릭

ㅇ(별명 사용) 등장인물들은 본명 대신 추리작가 이름에서 따온 별명으로 불림.

ㅇ(인물 흐리기) 별명은 인물의 실제 정체를 가리고, 독자가 사람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게 만듦.

ㅇ(반전의 기반) 반 다인과 모리스 교이치가 같은 사람이라는 반전은 이 별명 구조와 서술 방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음.

ㅇ(핵심 의미) 『십각관의 살인』은 이름을 숨기는 방식으로 사람을 숨기고, 사람을 숨기는 방식으로 시간을 숨긴 작품임.

나.피해자 표식과 살인 게임

ㅇ(표식의 등장) 범인은 피해자마다 ‘제1 피해자’, ‘제2 피해자’ 같은 표식을 남김.

ㅇ(역할 부여) ‘탐정’, ‘살인범’, ‘최후의 피해자’ 같은 말은 사람의 죽음을 하나의 역할극으로 바꾸어버림.

ㅇ(심리 조종) 이 표식은 남은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서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도구임.

ㅇ(핵심 의미) 범인은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순서와 의미까지 설계하려 함.

다.손목 절단과 과거 사건의 반복

ㅇ(손목 훼손) 현재 사건에서 피해자의 손목이 잘려나가는 장면은 과거 가즈에 부인의 시신 훼손을 떠올리게 함.

ㅇ(모방의 효과) 이 반복은 나카무라 세이지가 살아 돌아와 복수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듦.

ㅇ(착각 유도) 독자와 인물들은 손목 절단 때문에 자꾸 청옥부 사건과 세이지 생존설을 떠올리게 됨.

ㅇ(핵심 의미) 손목 절단은 단순한 잔혹 행위가 아니라, 과거 사건을 현재 사건 위에 덧씌우는 장치임.

라.죄책감과 복수

ㅇ(치오리의 죽음) 치오리의 죽음은 사고처럼 보이지만, 연구회 사람들의 방치와 무책임이 얽혀 있음.

ㅇ(모리스의 복수) 모리스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을 복수의 명분으로 삼음.

ㅇ(복수의 한계) 그러나 그의 복수는 정의가 아니라 또 다른 살인임. 죽은 사람을 위한다는 말로 산 사람들을 죽이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음.

ㅇ(핵심 의미) 이 작품은 복수심이 사랑의 이름을 빌릴 때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줌.

6.작품 감상 및 종합 평가

가.공간은 공포보다 호기심에서 출발함

ㅇ(핵심 감상) 외딴섬이나 기묘한 건물이 처음부터 무섭게 느껴진 것은 아님. 오히려 이런 공간은 “여기서 어떤 사건이 벌어질까”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음.

ㅇ(공간의 변화) 그러나 살인이 시작되자 그 공간의 성격이 달라짐. 흥미롭게 보이던 십각관은 인물들을 한곳에 묶어두는 장소가 되고, 여행지처럼 보이던 섬은 빠져나가기 어려운 무대가 됨.

ㅇ(구조의 역할) 특히 십각관의 십각형 구조는 방과 공용 공간의 관계를 애매하게 만들고, 인물들의 위치와 동선을 쉽게 확정하지 못하게 함. 이 점이 사건의 불안감과 추리의 혼란을 키웠음.

ㅇ(핵심 의미) 이 작품은 공간 자체가 무서운 소설이라기보다, 사람이 공간을 이용해 착각과 의심을 만들어내는 소설로 읽혔음.

나.반전은 강하지만 현실성에는 의문이 남음

ㅇ(핵심 반전) 반 다인과 모리스 교이치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강한 충격을 주었음.

ㅇ(다시 읽게 만드는 힘) 이 반전을 알고 나면 앞부분의 장면들이 모두 다르게 보임. 육지와 섬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던 것도 사실은 독자의 착각이었음.

ㅇ(현실성의 문제) 다만 모리스와 반 다인이 동일인물이고, 섬과 육지를 오가며 범행을 준비하고 실행했다는 점은 현실적으로 쉽게 납득되지는 않았음. 체력, 시간 조절, 담력, 정신력까지 생각하면 보통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음.

ㅇ(소설적 허용) 이 부분은 현실 그대로의 범죄라기보다 본격 미스터리의 장치로 받아들이는 편이 맞다고 봄. “이게 정말 가능하냐”를 따지기 시작하면 무리가 있지만, 소설 속 반전과 구조의 재미로는 충분히 읽을 수 있었음.

다.복수에 동의할 수는 없음

ㅇ(모리스의 고통) 모리스가 치오리를 잃은 고통과 연구회 사람들을 원망하는 감정은 이해할 수 있음.

ㅇ(동기의 한계) 그러나 술자리에서 비롯된 치오리의 죽음이 곧바로 여섯 명 전원을 죽이는 복수로 이어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다소 비약적으로 느껴짐.

ㅇ(소설적 허용) 이 부분은 실제 인간 심리라기보다, 본격 미스터리의 폐쇄공간 살인극과 마지막 반전을 밀고 가기 위한 장르적 장치로 받아들이는 편이 맞음.

ㅇ(핵심 감상) 이 작품은 범인의 사연을 이해하게 만들지만, 범인의 행위를 정당화하지는 않음.

라.직접 다녀온 간나와가 주는 반가움

ㅇ(개인적 친근감) 작품 속에 규슈 오이타현 벳푸시 간나와가 나왔을 때 아주 반가웠음.

ㅇ(지옥온천의 기억) 재작년 10월 벳푸 지옥온천 순례를 하며 간나와 일대를 걸었던 기억이 떠올랐음. 혈지지옥과 회오리지옥까지 포함해 모든 지옥온천을 돌아본 경험이 있어, 작품 속 지명이 더 생생하게 다가왔음.

ㅇ(소설과 실제 장소의 연결) 소설 속 고지로의 거주지가 내가 다녀온 장소와 겹치면서, 작품이 허구이면서도 실제 현실과 이어진 듯한 느낌을 주었음.

ㅇ(핵심 감상) 여행했던 장소가 소설 속에 나오니, 『십각관의 살인』은 단순히 읽는 소설이 아니라 내가 지나온 장소와도 이어지는 이야기처럼 느껴졌음.

마.최종 평가

ㅇ(작품의 가치) 『십각관의 살인』은 외딴섬 연쇄살인, 과거 사건, 십각관의 구조, 인물의 별명, 서술 트릭을 결합해 본격 미스터리의 재미를 잘 살린 작품임.

ㅇ(장점) 과거 청옥부 사건과 현재 십각관 사건이 치밀하게 연결되고, 피해자 표식과 손목 절단, 별명 사용이 마지막 반전과 잘 맞물림.

ㅇ(아쉬운 점) 다만 범인의 계획은 현실적으로 지나치게 고단하고 위험해 보이며, 복수의 동기 역시 여섯 명 전원을 살해할 만큼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제시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움.

ㅇ(최종 소회) 『십각관의 살인』은 현실성에는 다소 의문이 남지만, 본격 미스터리라는 장르 안에서 이름과 시간, 공간의 속임수를 강하게 밀어붙인 작품임.

ㅇ(핵심의미) 『십각관의 살인』은 설계된 밀실과 조작된 시간을 통해, 인간의 죄책감과 복수심이 어떻게 또 다른 비극으로 번져가는지를 보여주는 본격 미스터리임.

<설계된 밀실과 조작된 시간이 낳은 복수의 비극>

『십각관의 살인』은 규슈 오이타현 일대의 외딴섬 츠노시마와 그곳에 세워진 십각형 건물 십각관을 배경으로 한 본격 미스터리 소설이다. K대학 미스터리 연구회 회원들은 추리소설 작가의 이름을 딴 별명으로 서로를 부르며 섬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특별한 합숙처럼 보이지만, 첫 번째 피해자가 나오면서 모든 것은 실제 살인사건으로 바뀐다. 이후 피해자 표식과 손목 절단이 반복되며, 섬 안의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외딴섬과 십각관은 처음부터 무서운 공간이라기보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장치에 가깝다. 그러나 살인이 벌어지자 그 공간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섬은 빠져나가기 어려운 무대가 되고, 십각관은 인물들의 위치와 동선을 애매하게 만들어 서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장소가 된다. 결국 긴장감을 만드는 것은 공간 자체가 아니라, 그 공간을 이용해 사람을 죽이고 남은 사람들의 심리를 조종하는 인간의 계획성이다.

가장 강한 반전은 반 다인과 모리스 교이치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독자는 섬의 반 다인과 육지의 모리스를 별개의 인물로 받아들이지만, 마지막에 그 믿음은 무너진다. 다만 이 반전은 충격적인 만큼 현실성에는 의문도 남는다. 한 사람이 섬과 육지를 오가며 그토록 고단한 준비와 범행을 해낼 수 있는지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이 부분은 현실 범죄라기보다 본격 미스터리의 소설적 장치로 받아들이는 편이 맞다고 보았다.

육지에서 진행되는 가와미나미와 시마다의 조사는 과거 청옥부 사건과 나카무라 치오리의 죽음을 드러낸다. 치오리의 죽음은 모리스 교이치가 복수를 결심하게 된 원인이 된다. 그러나 술자리에서 비롯된 죽음이 여섯 명 전원을 죽이는 복수로 이어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다소 비약적으로 느껴진다. 결국 이 부분은 실제 인간 심리라기보다, 폐쇄공간 살인극과 마지막 반전을 밀고 가기 위한 장르적 장치로 받아들이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작품 속에 규슈 오이타현 벳푸시 간나와가 나온 점도 반가웠다. 재작년 10월 벳푸 지옥온천 순례를 하며 간나와 일대를 직접 걸어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했던 장소가 소설 속 인물의 생활권으로 등장하니, 작품이 허구이면서도 실제 장소의 기억과 이어지는 느낌을 주었다. 결국 『십각관의 살인』은 설계된 밀실과 조작된 시간, 과거의 죄책감과 현재의 복수심을 치밀하게 엮어낸 본격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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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서 일어났을 때부터 시작되었던 두통이 점점 더 강해져 갔다. 모든 것을 체념하고 오늘은 빨리 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 나도 수면제를 먹어야겠어요."

시마다의 기분도 알 것 같았다. 가와미나미도 처음에는 그리 싫지 않은 표정으로 추리게임에 참가하던 모리스가 갑자기 드러내 보인 그 결벽적인 태도에 어리둥절해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바로 어제 방문했던 자신이 오늘도 고지로의 집을 방문한다는 데에 강한 저항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바보 같은 소리.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자네."
고지로는 거침없이 대답했지만, 가와미나미는 그 순간 고지로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고지로, 이상한 질문도 다 한다고 생각하겠지? 기분 나쁘면 나를 때려도 좋아."
그리고 시마다는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했다.
"치오리는 혹시 자네 딸이 아니었나?"

"그건 참 미안하게 되었네. 마감이 가까운 논문이 있어서 요 며칠간 전화도 손님도 모두 받지 않았다네."
"그것참 섭섭하네. 친구가 찾아왔는데 말이야."
"미안. 자네인 줄 알았더라면 나갔을 텐데."
전화로 방문을 알리지 않았느냐고 가와미나미는 물어보았다.
"고지로는 갑자기 찾아오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이지. 좀 특이한 사람이야. 물론 손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단 모리스와 시마다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모리스가 어떤 의미에서 지극히 보수적인 현실주의자임에 반해, 시마다는 마치 꿈꾸는 소년 같은 로맨티스트라는 것이다.
자신이 흥미를 느낀 현실적인 사건으로부터 자유롭게 상상력을 작동시켜, 하나의 가능성이 도출되면, 그다음은 그 가능성을 일종의 꿈과 같은 차원으로 승화시켜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 그렇게 만들어진 꿈이 진상과 일치하느냐 않느냐는 그에게는 전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건 요시카와 세이치의 사체였네. 세이지 씨가 모든 일을 저질렀어. 가즈에 부인과 기타무라 부부를 죽인 후, 요시카와를 불태워 죽임으로써 자신을 대신하게 했던거야. 따라서 세이지는 아직 살아 있어."
단호한 어조였지만 그의 눈은 시마다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지 못했다. 무릎 위에 내려진 손이 가늘게 떨렸다.

"이번 괴문서를 계기로 작년 츠노시마 사건에 대해 조금 조사를 하고 싶어서 말이야. 그래서 우리가 도달한 결론은 나카무라 세이지 씨는 아직 살아 있고, 그가 사건의 범인이라는 것이었어."
"그건 말도 안 돼. 형은 죽었어. 내가 사체를 확인했단 말일세."

기억할 거야. 그리고 내가 이 집까지 자네를 바래다주고 이 소파에서 잠을 잤는데, 그때 자네는 울면서 잠꼬대처럼 중얼거렸지. ‘가즈에, 나를 용서해줘, 용서해줘‘ 하고 몇 번이나......."

"세이지 씨가 범인이라 한다면, 왜 그는 살인까지 저질러야 할 그런 정신상태에 빠져야 했을까? 언젠가 자네가 말한 적이 있지. 형은 가즈에를 무척 사랑하긴 하지만,
그 사랑의 방식이 좀 이상하다고 말이야. 그리고 그가 젊어서 그런 외딴 섬으로 들어간 것도 가즈에를 곁에 두고 싶어서였다고, 그녀를 섬에 가두어두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이야. 그만큼 사랑했던 아내를 그가 죽였다면, 그 동기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질투밖에 없을 것 같아."

"형은 좀 특이한 사람이었어."
"그러나 아내를 사랑하는 인간이었어. 그 아내가 낳은 딸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은 역시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말인데, 가설이 타당하다고 한다면, 진짜아버지는 누구일까? 몇 가지 상황이 고지로, 자네를 암시해. 섬에 갇힌 가즈에 부인. 그리고 그녀와 접촉이 가능했던 젊은 남자. 치오리 탄생을 전후로 하여 악화된 형제 관계......."

만일 네가 그 사건을 경찰에 알렸더라면 기타무라 부부나 요시카와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몰라. 그날의 침묵은 죄악이 아닐까?"

가와미나미의 가슴에 불을 지핀 것은 그 편지였다. 죽은 사람에게서 온 편지, 확실히 그것만으로도 그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그와 병행하여 연구회 멤버들이 그 섬에 갔다는 것을 안 이상 도저히 가만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일부러 벳부까지 고지로를 찾아가기도 하고, 자신과 의논을 하는 등....... 그렇지만 보통 때라면그 정도에서 식어버리는 것이 가와미나미의 성격이다. 그러나.......

"19일 밤, 그 시점에서 넌 벌써 츠노시마 사건을 알았어. 그렇지?"
"어떻게 내가 그 사실을 알았다는 거야?"
"범인, 즉 세이지가 가르쳐줘서지."
그런데 시마다는 가즈에 부인과 고지로의 은밀한 관계를 동기로 보고, 기어이 치오리가 고지로의 딸이 아니라는 데까지 상상의 날개를 펴고 만 것이다.

고지로는 형의 아내 가즈에를 그 후지츠보와 연결시켰음이 틀림없다. 불륜의 과실, 치오리의 탄생. 그 때문에 더욱 멀어져 버린 연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그로 하여금 등나무를 심게 했던 것이다. 후지츠보는 평생 자신과 겐지가 범한 죄를 잊지 못하고, 그것을 스스로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리고 고지로의 연인 또한 후지츠보와마찬가지로.......

결국 사건은 세이지가 계획한 동반자살극이었어."
그리고 가와미나미는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청옥부로 전화를 걸었어. 기다렸다는 듯이 형이 받더군.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목소리로, 형은 이렇게 말했다네. ‘가즈에는 내 거야. 기타무라 부부도, 요시카와도, 모두 죽였어. 새로운 여행길에 나서는 나와 가즈에를 위한 선물이다‘라고. 형은 완전히 미쳐 있었어.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들으려 하지 않고, ‘지옥에서 기다릴게‘ 하고 외치면서 전화를 끊었어.

형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지만, 인간적인 면에서는 어떤 결함을 가지고 있었어. 그는 형수를 사랑했지만, 그것은 일종의 광기에 가까운 독점욕으로 가득 찬것이었고, 오로지 갈구하는 사랑에 지나지 않았어. 형은 스스로 자신의 그런 광기를 잘 알았음이 분명해. 그녀에게 자신이 결코 좋은 남편이 아님을 알고 있었던 거야. 그 때문에 그는 형수를 의심했었고. 치오리에 대해서는 아마도 두려움 같은 감정을 품었던 것 같아. 그러나 한편으로는 치오리만은 자기 자식이라고 믿으려 하는,
또는 믿고 싶은 감정이 반......, 그 반이 20년 동안 그와 아내를 이어주고, 아내를 믿게 하며, 마음의 균형을 이루게 하는 유일한 근거가 되어주었지.

"츠노시마 사건, 그것은 형이 꾸민 동반자살극이었어."
"동반자살극?"
"시마다 씨는 그게 마음에 걸리는 것 같은데, 사체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역시 절벽에 버려져서 파도에 쓸려갔을 거야"

"소포로 받은 가즈에의 손은 어떻게 했는가? 지금 어디에 있지?"
"저길세. 저 나무 아래에 그녀의 손이 잠들어 있어......."
그는 형수를 죽이고 나서 죽은 것이 아니야. 자신이 더 이상 살아 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를 데리고 간 것뿐이지."

그렇다. 시마다가 지적한 대로, 고지로는 죽은 치오리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학생들을 저주한다 해서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것이다.

위에 푸석푸석 윤기 없는 머리카락이 덮여 있다. 그것이 진짜 자신의 모습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거칠어 보였다.

나카무라 세이지. 이 십각관을 세운 사나이. 작년 9월, 청옥부에서 죽임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사나이. 만일 살아 있다면, 그 사람이 사건의 범인임이 틀림없다.
나카무라......, 나카무라......, 나카무라......! ‘나카무라?‘

포가 준 약 덕분에 어젯밤은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방금 눈을 뜰 때까지 죽은 사람처럼 잠을 잤다. 꿈을 꾼 기억은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상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잠이었다.

의식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음을 스스로도 잘 알았다. 혼자서 나가는 것은 위험하다. 일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금방 안개 낀 마음 저 안쪽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르루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두렵다.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다. 그냥 어린애처럼 울면서 도망치고 싶다.......

두렵다.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다. 그냥 어린애처럼 울면서 도망치고 싶다....... 몸을 한 번 부르르 떨더니 밴은 담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더 밝게 화장을 해야지.......
화장품이 든 주머니를 열면서 애거사는 생각한다. 괴상한 사건, 이상한 상황, 이상한 자신의 입장, 미칠 것 같은 이상한 현실 한가운데서 그것은 그녀에게 작은 위안을 가져다주는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세면장 문 건너편에 하얀 물체가 쓰러져 있었다. 섬세한 레이스의 원피스, 축 늘어진 가느다란 손, 그리고 바닥으로 퍼져 나간 검은 머리카락......, 꼼짝도 하지 않고쓰러져 있는 그 물체는 애거사였다.

오른손으로 입을 막고 밴은 일어섰다. 목 안에서 외치고 싶은 충동과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동시에 일었다. 그러나 크게 소리 지를 수 없었다.
"애거사가 당했어?"
"그런 것 같아......."
포는 엘러리를 돌아보았다.
"엘러리, 밴이 괴로워해. 토하게 해줘."

애거사의 사체는 포의 손에 의해 반듯이 눕혀졌다. 눈을 똑바로 뜨고, 입을 조금 벌린 채, 얼어붙은 듯한 그 표정은 고통이라기보다는 경탄에 가까운 것이었다.
"봐. 문에 묶어두었던 끈이 풀어져 있어."
그는 현관홀로 통하는 여닫이문을 가리켰다. 어제 손잡이에 묶어두었던 끈이 풀어져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누군가 밖으로 나갔어."

[제3 피해자]거기에는 붉은 글자의 그 플라스틱 조각이 그들을 조롱이라도 하듯이 붙어 있었다.
아치형으로 덮인 소나무 가지 아래를 빠져나오자, 청옥부 안마당에서 파자마와 카디건 차림의 엘러리가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십각관에서 보면 소나무 숲으로 가려진 위치다.

그러나........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밖으로 나가서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포가 의자를 들어 올려 힘껏 창을 쳤다. 그 충격으로 르루의 방 창문이 부서졌다.
"맞아 죽었어. 이 부근에 흩어져 있는 돌과 벽돌 조각에 맞은 것 같아......."

"세면대 앞에 이런 물건이 떨어져 있었어. 애거사 것이겠지?"
밴은 검은 주머니를 들고 있었다.
"화장품 넣는 주머니야."
엘러리는 립스틱 두 개를 집어 들었다. 양쪽 뚜껑을 모두 열고 색깔을 비교해보았다.
"청산가리......."

"도저히 믿을 수 없어."
포가 탄식하는 듯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 다른 네 사람을 죽인 범인이라니?"
"남은 우리 가운데 ‘살인범’이 있다면 말이야, 이제 밝힐 때가 된 것도 같은데, 역시 나서진 않겠지?"

"맞았어, 엘러리. 독이 발라져 있어."
"정말 죽음의 화장이로군. 하얀 드레스, 거기에다 독살. 마치 동화 속 이야기 같아."

"이 모든 것의 시작은 그 플라스틱 조각이었지. 누군가가 미리 준비해서 섬까지 가지고 온 거야. 그다지 부피가 나가지 않으니 눈에 띄지 않게 가져올 수 있었을 거고.
범인은 우리 세 사람 중의 하나일 수 있어.
사흘째 아침, 범인은 살인예고를 실행에 옮겼어. 피해자는 오르치. 범인은 창문이나 문을 통해 그 방에 몰래 들어가서 목을 졸라 죽였어. 끈이 그대로 피해자 목에 남아 있었다고 했지? 포. 그러나 그것은 아무 단서도 되지 못해. 먼저 문제 삼아야 할 것은 범인은 어떻게 오르치의 방에 들어갈 수 있었냐는 거야.
발견 당시, 문도 창도 잠겨 있지 않았어. 양쪽 다 처음부터 그녀가 걸어두지 않았을 가능성도 물론 있지만, 그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지. 특히 문에 대해서는 더욱그래. 그 전날 살인예고 때문에 그녀는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었거든.
그렇다면 어떻게? 가능성은 여러 가지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다음 두 가지를 추리해 볼 수 있어. 하나는 그녀가 창 쪽의 고리를 걸지 않았기 때문에 범인이 그곳으로 침입했다는 가설, 또 하나는 범인이 그녀를 깨워서 창의 고리를 풀게 했다는 것."

"그 문제는 일단 제쳐두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카의 죽음. 이 사건에 관해서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 하나밖에 없는 그런 유일한 대답은 없어. 단지 그때 논의한 바에 따르면, 우리들 가운데 적어도 밴에게는 카의 커피에 독을 넣을 기회가 없었다는 거야. 미리 컵에 독을 발라두는 방법이라면 누구에게도 기회는 있었지만, 문제의컵에 다른 컵과 구별되는 표시가 없으면 성립되지 않아.
그래서 애거사가 살해당하고 만 지금, 독의 투입이 그 장소에서 마술사 뺨치는 빠른 손놀림으로 행해졌다고 한다면, 유감스럽게도 범인은 나일 가능성이 커. 그러나또......."
"내가 미리 지용성 캡슐에 독을 넣어 먹였다는 말이겠지?"

"이 건물에 널려진 십각형이라는 모양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어. 그러나 이 컵은 십각형이 아니야. 11개의 각이 있어."

"십각형 건물에 십각형 홀, 십각형 테이블, 십각형 천창, 십각형 재떨이, 십각형 컵......, 우리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십각형 무리가 우리들의 눈을 멀게 한 거야."
"애거사가 오늘 아침에 사용한 것은 어제와는 다른 색이었던 것 같은데?"

"몇 년 전 네 어머니는 병원에서 다른 입원환자를 죽이려다가 붙잡혔지. 그때 네 어머니는 정신착란상태에 빠져 있었고......."

립스틱은 항상 그녀의 방에, 주머니 안에 들어 있었지. 오르치와 카가 죽임을 당한 이틀 전부터 애거사는 완전히 신경이 곤두서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방에 열쇠를 걸어두었을 거야. 범인이 몰래 잠입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 그런데 애거사는 매일 립스틱을 사용했단 말이야. 그런 그녀가 오늘 아침 쓰러졌다면 독은 어젯밤에서 오늘아침에 걸쳐 발라졌다고 보아야 해."

엘러리는 담담하게 말했다. 포는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왜? 왜 내가 수상쩍다는 거야?"
"동기 때문이지."
"동기? 동기라고? 왜 내가 친구 네 명을 죽여야 하지? 한번 들어보고 싶군, 엘러리."

"르루의 경우는 아주 특이해. 야외의 그런 장소에서, 더욱이 돌에 맞아서......, 그때까지 범인이 집착했던 손목 자르기도 없고 말이야. 뭔가 이질적인 요소가 들어 있어."
"확실히 그래. 그렇지만 우리 세 사람 다 범인일 수 있는 가능성은 마찬가지야." 하고 말하는 포.

"포의 아버지가 무마시켰으니까. 병원에 관해 나쁜 소문이 퍼지면 안 되니까, 죽임을 당할 뻔한 환자에게 돈을 주어 무마했을 거야. 그때의 담당 변호사가 내 아버지의 친구였어. 그래서 나도 알게 되었지. 의사 부인이란 정신적으로 상당히 부담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신경이 약한 여자는 견뎌내기가 힘들지도 몰라. 또는 사랑하는 남편을 환자에게 빼앗겼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평상시는 엷은 핑크색이었어. 로즈 핑크라는 색......."
"하아."

젖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엘러리는 빗속을 달렸다. 소나무 아치를 통과하는 길을 피하여 곧장 오른쪽 청옥부 쪽을 향했다. 소나무 숲을 가로지를 생각이었다.
"기가 차군. 사람은 역시 평소 때 행동에 조심을 해야 한다니까."
그리고 세 사람은 입을 굳게 다물어버렸다.

"우리의 운명이 걸려 있다 생각하고 저 발자국을 잘 기억해 줘."
차가운 비를 맞으면서 그는 지면에 찍힌 몇 개의 발자국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빗물이 고여 흐르면서 서서히 형체를 잃어가는 발자국을 있는 힘을 다해 머릿속에새겨 넣었다.

"그래. 그런데 그 계단 아래는 바다야. 기억하고 있지? 그 아래 바위 더미 양쪽은 절벽이란 것을. 바다에서 이 섬으로 상륙하기 위해서는 이 바위 더미에서 계단으로오르든지, 아니면 선창가에서 계단으로 오르든지 둘 중 하나지만, 그럼 범인은 도대체 이 바위 더미로 어떻게 접근했을까? 여기서 또 어디로 갈까? 선창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코처럼 툭 튀어나온 절벽을 돌아갈 수밖에 없어. 수심도 깊어. 범인은 수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 계절에는 무리야. 수온이 몇 도나 될 것 같아?"

"범인은 이 십각관에 있는 우리 가운데 한 사람. 그렇다면 그는 일부러 바위 더미로 내려갈 필요가 없지. 걸어서 여기까지 돌아오면 그만이니까. 발자국 크기와 형태는 지면을 밟을 때 적당히 조절하면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어. 전문 감정원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뭔가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어서 바다 쪽으로 돌아가야만 했기 때문이라 생각되는데......."

"첫째, ‘범인‘이 우리 가운데 있다고 믿게 하는 효과가 있어. 그런 만큼 외부에 대해 무관심하게 되니까."
"그다음은?"
"심리적인 압박을 주는 효과일 거야. 최후에 남은 몇 사람이 서로를 죽이도록 하는 것이 범인이 노리는 거지.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고 사체의 수를 늘릴 수 있으니까. 어쨌든 이 범인의 최종 목적은 일곱 명 전원을 죽이는 것이라고 보면 돼."

"먼저 요점을 정리해보자. 범인 발자국으로 생각되는 것은 사체와 계단을 왕복하는 두 줄 발자국뿐이었어. 즉, 범인은 바다로 들어간 셈이야. 지금은 우리 가운데 한사람을 범인이라 전제하고, 그가 밟은 루트를 추적해보면...
우선 그는 십각관에서 선창가로 내려가, 거기에서 헤엄을 쳐서 바위 더미까지 온 다음, 계단을 타고 청옥부로 왔다. 범행 후에 다시 그 경로를 따라 여기까지 돌아온거야. 아까 포는 바다로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될 필연성이라고 말했는데, 도대체 그런 게 어디 있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난센스야. 필연성이고 현실성이고 전혀없어."

"즉, 범인은 어디까지나 내부에 범인이 있는 것으로 상황을 조작해야 하는데 말이야. 그렇다면 청옥부 입구와 계단을 일부러 왕복하면서 발자국을 만들어두는 것이좋았을 텐데. 그 정도 공작이라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
"발자국이 남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그대로 육지로 돌아가 버렸다는 건가? 그럼 ‘제3 피해자‘라는 조각은 어제 붙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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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각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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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각관의 살인』 등장인물 정리

1.섬에 들어간 K대학 미스터리 연구회 회원

가.엘러리(마츠우라 준야)

ㅇ(기본 성격) 논리적이고 말이 많은 인물로, 사건이 벌어진 뒤 스스로 탐정 역할을 하려는 태도가 강함.

ㅇ(작품 속 역할) 살인이 시작된 뒤 여러 가능성을 따져보며 사건을 추리하지만, 끝내 범인이 짜놓은 전체 구조를 완전히 꿰뚫지는 못함.

ㅇ(핵심 의미) 엘러리는 추리하는 인간의 자신감과 한계를 함께 보여주는 인물임.

나.카(스즈키 데츠로)

ㅇ(기본 성격) 냉소적이고 말투가 거친 인물임.

ㅇ(작품 속 역할) 오르치에 이어 두 번째 피해자가 되면서, 사건이 장난이나 우연이 아니라 계획된 연쇄살인임을 분명하게 만듦.

ㅇ(핵심 의미) 카의 죽음은 십각관 안의 불안이 본격적인 공포와 의심으로 바뀌는 계기가 됨.

다.포(야마시키 요시후미)

ㅇ(기본 성격) 의학 지식이 있는 인물로, 독이나 시체 문제와 연결되어 의심받기 쉬운 위치에 놓임.

ㅇ(작품 속 역할) 의학 지식 때문에 독자와 다른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의심할 수 있는 인물이지만, 결국 그 역시 범인의 계획 안에 들어간 피해자임.

ㅇ(핵심 의미) 포는 전문 지식이 폐쇄된 공간 안에서는 오히려 의심을 부르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줌.

라.르루(히가시 하지메)

ㅇ(기본 성격) 비교적 조용하고 두드러진 존재감은 약한 인물임.

ㅇ(작품 속 역할) 그의 죽음은 십각관 내부뿐 아니라 창문, 숲, 바깥 지형, 돌조각 같은 섬 전체의 공간을 추리 대상으로 확장시킴.

ㅇ(핵심 의미) 르루는 십각관이라는 건물의 밀실성이 섬 전체의 지형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인물임.

마.애거사(이와사키 요코)

ㅇ(기본 성격) 밝고 당찬 여성 인물로 보이지만, 사건이 진행될수록 공포에 몰림.

ㅇ(작품 속 역할) 립스틱과 화장품 같은 일상적 물건이 살인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줌.

ㅇ(핵심 의미) 애거사의 죽음은 평범한 물건도 범인의 손에 들어가면 섬뜩한 살인 장치가 될 수 있음을 드러냄.

바.오르치(오노 유미)

ㅇ(기본 성격) 처음부터 섬에 오는 일을 불안해하는 인물임.

ㅇ(작품 속 역할) 첫 번째 피해자가 되면서, 미스터리 연구회의 합숙을 실제 살인사건으로 바꾸는 역할을 함.

ㅇ(손목 절단) 오르치의 왼손목이 사라진 점은 과거 청옥부 사건의 시신 훼손을 떠올리게 함.

ㅇ(핵심 의미) 오르치는 현재 사건의 첫 희생자로서, 과거의 비극과 현재의 살인을 연결하는 출발점이 됨.

사.밴/반 다인(모리스 교이치)

ㅇ(기본 성격) 섬에 함께 들어간 연구회 선배로 보이는 인물임.

ㅇ(작품 속 역할) 겉으로는 다른 회원들과 함께 사건에 휘말린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본토의 모리스 교이치와 같은 사람임.

ㅇ(반전의 핵심) 밴/반 다인과 모리스 교이치가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은 작품 전체의 가장 큰 반전임.

ㅇ(핵심 의미) 밴/반 다인은 별명, 시간, 장소를 이용해 독자를 속이는 이 작품의 핵심 인물임.

2.육지 쪽 인물

가.가와미나미 다카아키

ㅇ(기본 성격) K대학 미스터리 연구회 전 회원으로, 본토에서 사건을 조사하는 인물임.

ㅇ(작품 속 역할) 죽은 자의 이름으로 온 편지를 계기로 나카무라 세이지 일가의 과거와 치오리의 죽음을 추적함.

ㅇ(핵심 의미) 가와미나미는 섬의 현재 사건과 본토의 과거 조사를 이어주는 연결 인물임.

나.시마다 기요시

ㅇ(기본 성격) 본토 조사에서 중요한 추리자 역할을 맡는 인물임.

ㅇ(작품 속 역할) 가와미나미와 함께 청옥부 사건, 나카무라 세이지, 고지로, 가즈에, 치오리의 관계를 차분히 따져감.

ㅇ(핵심 의미) 시마다는 작품 속에서 독자가 과거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도록 이끄는 탐정적 인물임.

다.모리스 교이치

ㅇ(기본 성격) 본토에서는 가와미나미 주변 인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섬의 밴/반 다인과 같은 사람임.

ㅇ(작품 속 역할) 치오리의 연인으로, 그녀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본 연구회 사람들에게 복수하려 함.

ㅇ(범행 동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과 분노가 복수심으로 바뀌며, 십각관 연쇄살인을 계획함.

ㅇ(핵심 의미) 모리스는 피해자의 연인이지만, 동시에 복수의 이름으로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른 범인임.

3.나카무라 집안과 청옥부 사건 관련 인물

가.나카무라 세이지

ㅇ(기본 성격) 십각관을 세운 천재 건축가임.

ㅇ(작품 속 역할) 청옥부 사건에서 죽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작품 중반에는 그가 살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제기됨.

ㅇ(인물의 성격)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질투, 소유욕, 광기를 품은 인물로 그려짐.

ㅇ(핵심 의미) 현재 사건의 직접 범인은 아니지만, 작품 전체에 음산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인물임.

나.나카무라 고지로

ㅇ(기본 성격) 나카무라 세이지의 동생임.

ㅇ(작품 속 역할) 가즈에와의 관계, 치오리의 출생 비밀과 깊이 관련된 인물임.

ㅇ(배경) 작품 속에서 규슈 오이타현 벳푸시 간나와에 사는 인물로 나옴.

ㅇ(핵심 의미) 고지로는 청옥부 사건이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니라 가족관계, 사랑, 질투, 출생 비밀이 얽힌 비극임을 보여주는 인물임.

다.나카무라 가즈에

ㅇ(기본 성격) 나카무라 세이지의 아내임.

ㅇ(작품 속 역할) 청옥부 사건에서 희생된 인물이며, 손목 절단이라는 현재 사건의 반복 장치와 연결됨.

ㅇ(핵심 의미) 가즈에는 과거 사건과 현재 사건을 시각적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인물임.

라.나카무라 치오리

ㅇ(기본 성격) 이미 죽은 인물이지만, 작품 전체를 움직이는 핵심 인물임.

ㅇ(작품 속 역할) 연구회 술자리 이후 죽었고, 이 죽음이 모리스의 복수를 낳음.

ㅇ(출생의 비밀) 나카무라 세이지 일가의 가족관계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음.

ㅇ(핵심 의미) 치오리는 현재 시점에 살아 있지 않지만, 모든 사건의 감정적 출발점이 되는 인물임.

마.기타무라 부부

ㅇ(기본 성격) 청옥부에서 일하던 사용인 부부임.

ㅇ(작품 속 역할) 과거 청옥부 사건의 희생자들로 언급됨.

ㅇ(핵심 의미) 이들은 청옥부 사건이 나카무라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휘말린 참극이었음을 보여줌.

바.요시카와 세이치

ㅇ(기본 성격) 청옥부의 정원사임.

ㅇ(작품 속 역할) 과거 사건 당시 행방이 불명확해지며, 청옥부 사건의 진실을 복잡하게 만드는 인물임.

ㅇ(핵심 의미) 요시카와 세이치는 청옥부 사건의 시신과 범인 추정을 헷갈리게 만드는 중요한 인물임.

사.요시카와 마사코

ㅇ(기본 성격) 요시카와 세이치의 아내임.

ㅇ(작품 속 역할) 과거 청옥부와 관련된 사정을 알고 있는 주변 인물로 볼 수 있음.

ㅇ(핵심 의미) 마사코는 본토 조사 과정에서 과거 사건의 배경을 보완해주는 인물임.

4.인물 관계 핵심 정리

ㅇ(섬의 인물) 엘러리(마츠우라 준야), 카(스즈키 데츠로), 포(야마시키 요시후미), 르루(히가시 하지메), 애거사(이와사키 요코), 오르치(오노 유미), 밴/반 다인(모리스 교이치)은 십각관에 들어간 K대학 미스터리 연구회 회원들임.

ㅇ(본토의 조사자) 가와미나미 다카아키와 시마다 기요시는 본토에서 치오리의 죽음과 청옥부 사건을 조사함.

ㅇ(핵심 반전) 밴/반 다인과 모리스 교이치는 서로 다른 인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사람임.

ㅇ(복수의 이유) 모리스는 치오리의 연인이었고, 그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연구회 사람들에게 묻기 위해 범행을 계획함.

ㅇ(과거 사건의 중심) 나카무라 세이지, 고지로, 가즈에, 치오리, 요시카와 세이치는 청옥부 사건과 현재 십각관 사건을 이어주는 핵심 인물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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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차례차례 죽여야 한다. 그렇다, 마치 영국의 저 유명한 여류작가가 그렸던 플롯처럼, 하나씩 서서히. 그렇게 하여 그들은 맛보아야 한다. 죽음이라는 고통을, 슬픔을, 아픔을, 공포를...

‘난 잘 알아. 인간은 신이 될 수 없음을......!
그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인간이 아닌 그 어떤 힘에 최후의 심판을 맡기고 싶었다. 유리병이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 그런 확률적인 것은 문제가 아니다. 단지 모든생명을 창조한 바다에 자신의 선악을 묻고 싶었다.

신이 아닌 인간이 대체 무슨 수로 미래를 완벽하게 예견하고, 인간의 심리와 행동, 그리고 우연을 완벽하게 계산하고 예상해낼 수 있단 말인가.......

‘난 잘 알아. 어떤 정당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일이 결코 정상적이라 할 수 없음을......!

사고가 한 방향으로 굳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줄거리가 아니다. 전체적인 틀이다. 그 틀 안에서, 그때의 상황에 맞게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늘 유연할 것. 성패는 지적 능력과 기회와 그리고 운에 달려 있다.

배는 규슈 오이타현 동쪽 해안으로 머리를 내민 S반도 J곳을 뒤로 한 채 물살을 가른다. 목적지는 해안에서 5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작은 섬이다.

어부 부자 외 여섯 명은 모두 오이타 O시에 있는 K 대학 미스터리 연구회 멤버들이다. 그리고 ‘엘러리‘, ‘카‘, ‘르루‘라는 이름은 ‘포‘가 말했듯이 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별명이었다.

이들 이름의 유래는 엘러리 퀸, 존 딕슨 카, 가스통 르루, 에드거 앨런 포다. 그들이 너무도 사랑해 마지않는 서양 미스터리 작가들이다. 여자 둘의 이름은 ‘애거사’, ‘오르치‘. 그 이름도 물론 미스터리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와 『구석의 노인』으로 유명한 오르치 남작부인임은 말할 것도 없다.

"바람을 피해서 후미진 곳에 몇 번 간 적은 있지만 섬에 올라가 본 적은 없어. 특히 그 사건 이후로는 이쪽으로 오고 싶지 않더라고. 자네들도 조심해."

"들은 이야긴데 말이야, 비내리는 날에 섬 가까이 지나가면 저기 절벽 위에 하얀 그림자가 보인다고 해. 그게 바로 나카무라의 유령이지. 이렇게 손을 흔들며 사람을부른대. 또 아무도 살지 않는 이 섬에 불빛이 반짝인다든지, 불탄 자리에서 도깨비불이 나타난다든지, 섬 쪽으로 접근한 낚싯배가 유령의 장난으로 침몰한다든지......."

섬에는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청옥부屋敷라는 특이한 건물을 짓고 살았던 이상한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이다.

"정말 보러오지 않아도 될까? 전화는 끊어지고 없을 것 같은데."

"섬에 이상한 것이 나타난대."
"유령 말이야. 죽은 나카무라인가 하는 사람의.......!"

"음....... 저게 십각관인가요? 저기 올라가 본 적 있으세요?"
밴 이외 여섯 명은 묘한 원근법을 보여주는 방 배치에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안쪽 문을 지나 건물 중앙 홀로 들어선 후에야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홀은 똑같은 폭을 가진 10면 벽으로 싸인 십각형 방 형태였다.

"현관의 반대편, 저 문을 열면 부엌이야. 그 왼편이 화장실과 욕실. 나머지 일곱 개 방이 객실."
"십각형 건물에 십각형 홀......."

"이게 문제의 십각관인가........"
엘러리가 맨 처음 입을 열었다. 급경사인 절벽에 놓인 작은 돌계단을 오른 때문인지 숨을 헐떡였다. 낙타색 보스턴백을 그 자리에 내려놓고 잠시 하늘을 올려다본다.

정면 벽에는 안으로 통하는 문이 있지만 자세히 보면 그 벽 쪽이 현관 쪽 벽보다 폭이 좁다. 즉, 이 현관홀은 건물의 내부로 향하여 좁아지는 형태였던 것이다.

"게다가 무엇보다 난생처음 무인도 생활이란 걸 해보는데 사람이 드나들면 재미가 없잖아."
"세상에, 간 큰 아가씨도 다 있군."

이 건물 특징은 그 이름대로 십각형, 그것도 대지 위에 정십각형을 그리는 외벽에 있었다. 십각형 내부에 작은 십각형을 하나 넣어 중앙 홀로 삼고, 각 십각형을 이루는 열 개의 정점을 짝맞춰 선으로 연결하여 열 개의 똑같은 방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이다.

"야, 모두들 왔군."
오늘부터 일주일, 이 섬 폐가에서 숙식을 같이할 동료, 밴의 등장이었다. 이름 유래는 명탐정 파일로 밴스를 창조한 SS 밴 다인이다.

각자 방이 정해졌다.
현관을 정면으로 보고 왼쪽에 밴, 오르치, 포, 오른쪽에 엘러리, 애거사, 카, 르루의 순으로 방을 잡았다.

벽은 하얀색. 마룻바닥에는 푸른색 큰 타일을 깔아서 신발을 신은 채 출입할 수 있다. 사방에서 비스듬한 기울기로 올라간 천장 꼭대기에는 십각형 천창이 나 있고,
그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통나무 서까래를 거쳐 하얀 십각형 테이블을 비춘다. 테이블 주위에는 하얀 나무틀에 푸른 천을 씌운 의자가 열 개. 서까래에서 추처럼아래로 늘어진 둥근 전등을 제외한다면, 다른 장식물은 아무것도 없다.

20여 년 전 청옥부라는 건물을 세우고 이 섬으로 이주해 온 인물, 나카무라 세이지. 별관에 해당하는 이 십각관을 세운 사람도 물론 그다.

"정말 그래. 나도 오늘 아침부터 몇 번이나 다른 방으로 들어갔는지 몰라."
"잘못하면 남의 방으로 들어갈 수도 있겠는걸."

"물론 그렇진 않지만 나는 애거사같이 오만한 여자와는 함께 있고 싶지 않아. 또 한 사람 오르치도 마찬가지.
"원래 이 십각관에 오게 된 것은 신년모임 때 나온 얘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아무도 실현되리라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그 후, 이 건물이 자신의 백부 소유가 되었으니초대하고 싶다고 밴 선배가......."

"어쨌든 말입니다. 우리는 이 섬이 젊은이들의 레저에 적합한지 시험해보는 의미에서 이렇게 이 자리에 모인 것입니다. 밴 선배는 아침 일찍부터 우리를 위해 여러 가지 준비까지 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보기 싫은 것은 엘러리뿐만 아니야. 도대체 무인도에 오면서 여자들을 데리고 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
"아, 그렇지. 너와 오르치는 소꿉친구랬지?"
그 녀석은 싸움을 걸어보아야 그냥 웃으면서 비켜 가버리잖아. 너만 바보가 될 뿐이야."

첫날 저녁은 별 탈 없이 흘러갔다.
르루가 점심 식사 시간에 제안했던 것 외에 그들을 구속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원래부터 그들은 함께 모여 일을 벌이는 성격들이 아니라 빈 시간을 제각기자유롭게 보내고 있었다.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낮에 말했던 나카무라 세이지는 정말 편집광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아. 이 컵을 보노라니 소름이 오싹 돋는걸."

"그건 절대로 안 돼. 마술의 비밀을 밝히는 것은 금물. 이것이 미스터리와 다른 점이야. 아무리 신기한 현상이라도 트릭이라는 것을 알면 모두 실망하고 마니까."
"간단하다고 비밀을 밝혀도 되는 건 아니야. 맨 처음에 보여 주었던 것은 어린애도 알 수 있는 간단한 트릭이지만 문제는 방법이 아니라 미스터리를 가장하는 연출력이지."

"아, 예...... 『만요슈』시대는 대륙문화 지상주의 풍조가 만연해 있었기 때문에 중국 영향을 많이 받았죠. 벚꽃 노래가 늘어나는 것은 고킨와카슈今和歌集』부터인데...... 그렇지만 꽃이 진다는 노래가 많아요."
"아, 예...... 그러니까 『만요슈万葉集』에 가장 많은 것은 물억새와 매화 노래로......, 각각 백 수가 넘고, 벚꽃 쪽은 사십 수 정도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그럴까? 옛날 이 나라 존귀한 사람들은 모두 벚꽃보다는 매화를 사랑했단다, 르루."
"글쎄요. 다이고 천황은 ‘엔기의 치延喜治‘라고 나라를 잘 다스린 천황으로 유명한데......, 벚꽃이 지는 계절은 역병이 유행하는 때이기도 해요. 벚꽃이 역병을 불러온다고 하여 궁중에서도 이 당시부터는 진화제鎮花祭가 행해지기도 했고요. 아, 그러고 보니 관계가 있을 것 같아요."

"비관적인 세상이었기 때문에? 지는 꽃을 노래했다는 것은......." 하고 엘러리가 물었다.
"벚꽃이라, 왜들 봄만 되면 벚꽃, 벚꽃 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보기에는 매화꽃, 복숭아꽃이 훨씬 좋은 것 같던데."

‘네놈들이 죽인 치오리는 나의 딸이었다.‘
좁은 방에 깔린 이불에 드러누운 채 코넌 다카아키는 눈썹을 찌푸렸다.
발송인 주소는 없다. 봉투 겉면에는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이름만이 적혀 있었다.
"나카무라 세이지......?"

「츠노시마 청옥부에 화재-수수께끼 4중 살인!?」가와미나미는 손가락으로 신문 조각을 탁 튕기고, 그 파일을 든 채 다다미 위에 앉아 중얼거렸다.

그 신년모임 3차 술자리에서 나카무라 치오리는 죽고 말았다.
치오리라는 이름은 기억할 수 있었다. 아마도 저 나카무라 치오리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아버지가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말인가.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사람이 보낸 편지 말입니다.""
당시 코넌이 속해 있는 K 대학 미스터리 연구회에서 신년모임이 열렸다.
그들이 지금 여행을, 그것도 문제 사건이 일어난 츠노시마에. 이것을 아무 의미 없는 우연의 일치라 할 수 있을까?

"하지메는 오늘 아침에연구회 친구들하고 여행을 떠났어요."
"무인도? 섬 이름은 모르시나요?"
"아, 츠노시마라고 하더군요. S해안 쪽......."

"있네요. 이 편지인 것 같은데......."
"왔다고요? 와 있단 말씀이죠?"
"네, 그래요."
갑자기 치오리의 아버지라는 인물이 왜 알지도 못하는 자신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을까?
나카무라 고지로는 벳부의 간나와에 산다. 그 지방 고등학교 선생이므로 봄방학인 지금, 분명히 집에 있을 것이라 짐작되었다.

벳부 간나와는 광물성 연기와 뜨거운 수증기가 솟구치는 유명한 온천 지대이다.

무작정 집으로 찾아간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다. 용기를 내어 치오리의 아버지가 츠노시마의 세이지라는 사실을 확인한 다음, 가와미나미는 세이지의 동생, 나카무라 고지로의 주소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고지로라는 인물의 존재는 신문기사를 조사하는 가운데 알게 된 것이다.

"지금 연구회원들이 츠노시마에 가 있다는 건 알고 계시는지요?"
"형은 작년에 죽었어. 내가 그 시체를 확인했으니까. 처참한 모습이었지. 미안하지만 가와미나미, 그 사건은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네."
"죄송합니다. 그럼 이 편지는 역시 누군가의 악질적인 장난이겠군요?"

"그 저택과 섬은 형이 죽은 후 내가 상속받았지만 S시 부동산업자에게 팔아치웠어. 무척 헐값이었지만 두 번 다시 그곳에 갈 마음도 없고 해서.몰라."
‘치오리는 살해당했다‘
그것뿐이었다. 내용은 다르지만 B5 용지에 워드프로세서로 친 것은 똑같았다.

가와미나미는 바로 봉투 겉면을 확인해보았다. 같은 봉투, 같은 소인, 같은 워드프로세서 서체였다. 그리고 발송인 이름 역시 ‘나카무라 세이지‘.
"내용을 보아도 되겠습니까?"
고지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지로 씨는 그렇게 간단히 처리해버렸지만 왠지 께름칙합니다. 유령이 그런 편지를 쓰진 않았을 테니까요. 물론 누군가가 죽은 자의 이름을 빌려 썼을 테죠. 그렇지만 단순한 장난질 치고는 너무 치밀한 것 같아요."

나카무라 세이지는 오이타현 우사시 어느 자산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상경하여 T대학 건축학과에 입학, 재학 중에 전국적인 응모전에서 상이란 상은 모두 휩쓸어 관계자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대학 졸업 후에는 담당 교수로부터 대학원 진학을 권유받았지만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고향인 규슈로 귀향했다.

사건 진상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저택의 주인 세이지라는 인물에 대해 알아두어야겠지. 나이는 고지로보다 세 살 위니까, 당시 마흔여섯. 이미 은퇴한 상태였지만 그는 오래전부터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천재적인 건축가였어."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입니다. 이것은 작년 츠노시마 사건에 다시 한번 주목하라는, 우리를 향해 보내는 은근한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너무 비약적인 해석일까요?"

"나에게 온 편지로 미루어 발신자가 과연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대체로 세 가지 방향으로 분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첫째, 이 문장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치오리는 살해당했다‘라는 고발의 의미입니다. 둘째, 그래서 나는 네놈들을 증오하고, 복수할 생각이라는 ‘협박‘의 의미. 그래서 이러한 고발, 협박 주체로서 가장 잘 어울리는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이름이 이용되었다는......."

나카무라 세이지는 가즈에와 같은 방에서 전신에 등유를 덮어쓰고 불에 타 죽었다. 사체로부터 다량의 수면제가 검출되었지만, 그것은 다른 세 구의 사체도 마찬가지였다. 사망 추정 시각은 9월 20일, 새벽의 화재 때.
기타무라 부부는 침실에서 머리를 맞아 즉사. 흉기로 추정되는 도끼는 침실에 그냥 놓여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도 밧줄에 묶인 흔적이 있었다. 사망 추정시간은 모두9월 19일에서 화재 전날 오후 이후.

그런데 섬에 살았던 사람은 기타무라 부부라는 피고용인도 있어. 남자는 육지와 오가는 모터보트 운전과 잡일을 하고, 여자는 집안일 전반을 맡았지. 다른 한 사람, 문제의 정원사가 있어. 이 남자는 요시카와 세이치라고 하는데, 보통 때는 아지무 부근에 살았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 며칠씩 섬에 들어와 일하곤 했지. 마침 화재가나기 사흘 전부터 섬에 와 있었다고 해.

나카무라 가즈에는 침대에서 밧줄로 목이 졸려 살해당했다. 사체 왼손이 잘려나가고 없었는데, 그것은 사망 후에 잘린 것으로 보인다. 잘린 손목의 행방은 지금도 알수 없다. 사망 추정시간은 9월 17일에서 18일 사이.
하나는 세이지의 재산. 또 하나는 요시카와가 가즈에 부인을 사모했거나 부인과 밀통했다는 설. 아마도 그 양쪽 다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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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바다.
단조로운 파도 소리만이 끝없이 깊은 어둠 속에서 솟구쳤다가 사라져 간다.
하얀 입김을 뿜어내며 차가운 방파제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그 거대한 어둠을 말없이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 P-1

아무리 발버둥쳐본들 인간은 인간일 뿐, 신이 될 수는 없다. 신이 되려는 욕망이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인 한 그것은 불가능하다. - P-1

신이 아닌 인간이 대체 무슨 수로 미래를 완벽하게 예견하고, 인간의 심리와 행동, 그리고 우연을 완벽하게 계산하고 예상해낼 수 있단 말인가……. - P-1

사고가 한 방향으로 굳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줄거리가 아니다. 전체적인 틀이다. 그 틀 안에서, 그때의 상황에 맞게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늘 유연할 것. 성패는 지적 능력과 기회와 그리고 운에 달려 있다. - P-1

심판. 그렇다, 심판이다.
그는 그들에게 복수의 심판을 내리려 한다.
법을 넘어선 심판. - P-1

"나카무라 치오리, 그 사건......."
밴의 목소리가 작게 오그라들었다.
"그래. 작년 1월, 우리가 실수해서 죽게 만든 후배, 그 나카무라 치오리 말이야."

앞쪽만 조금 피우다 만 라크가 푸른 타일 바닥 위에서 보라색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엘러리와 밴은 꼼짝도 하지 않고 누운 ‘최후의 피해자‘를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물론 나도 믿고 싶지 않아. 나로서는 그 이유가 아니면 설명이 안 돼. 나카무라 치오리는 나카무라 세이지의 딸이라고."

처절한 경련과 함께 위로 향한 그의 사지가 허공으로 올라가더니 "탁" 하고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그것이 포의 최후였다.

"반년 전, 이 섬에서 일어난 사건의 범인은 세이지, 바로 그 사람이었어. 그는 행방불명이 된 정원사, 아니면 자신의 나이, 혈액형이 일치하는 남자를 찾아서 불태워죽이고 그 자신은 살아남은 것이지. 그렇게 하여 딸을 죽인 우리에게 복수를......."

그것은 부엌 바닥에 있는 작은 창고 안에 있었다.
창고 자체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세로 80센티미터, 가로 1미터 정도 크기의 뚜껑이 덮여 있었다. 손잡이를 당기자 간단히 열렸다.

엘러리는 그 컵을 들고 마루에 엎드렸다. 오른손을 창고에 밀어 넣고 중앙 구멍에 컵을 집어넣었다.
"꼭 들어맞는군."
십일각형 열쇠였다.

"십각형 속의 십일각형, 그것이 뭔가를 암시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중얼거리던 밴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혹시 열한 번째의 방이 있는 게 아닐까?"
"바로 그거야!"

그때 건물의 어딘가에서 딱딱한 물건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그것과는 다른 생명체가 탄식하는 것 같은 소리. 조용한 그 소리는 이윽고 조금씩 팽창되고 커지더니.......
잠시 후 십각관은 불길에 휩싸였다.
하얀 건물이 투명한 적색으로 감싸여 갔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 대기를 울리는 굉음, 미친 듯이 솟구치는 거대한 불길은 밤하늘을 흐르는 구름 조각을 향하여 맹렬한 기세로 달려갔다.......
그 불길은 바다 건너 S해안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칙칙한 색을 띠고 이미 원형을 상실한 고깃덩어리, 노출된 황백색 뼈, 휑하니 구멍이 뚫린 눈......, 그것은 거의 백골로 변한 인간 사체였다.

고기가 썩는 냄새였다. 생물이 썩어가는 냄새였다. 더욱이.......
엘러리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전등을 고쳐 잡고 열린 문 저편으로 이어지는 어둠 속을 향해 나아가며 전등을 비췄다.

"나쁜 소식이야. 십각관에 불이 난 것 같아."
"뭐......뭐라고?"
"모두 죽은 것 같다."
"뭐라고? 설마, 농담하는 거지. 만우절은 내일이야."

"그렇게 사방으로 냄새를 맡았으면서도 결국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어. 섬에 있는 녀석들에게 한마디 조심하라는 말이라도 했더라면......."

"당했어."
창 밖으로 눈길을 던진 채, 시마다가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듣고 두 사람이 ‘엣?‘ 하고 고개를 돌리자, 그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은 물론 사고가 아니야. 살인이지, 복수야."

2026.06.27 오전 9시 29분83%
"젠장, 점심 먹기는 틀렸어."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코를 틀어막고 있던 손수건을 떼고 불어오는 소금 내음 섞인 바람을 가슴 가득 들이켰다.

"나 역시 그래. 말로는 세이지가 살아 있고, 섬에 있는 젊은이들이 위험하다고 정색을 했지만, 단지 그것뿐이었으니까. 그들이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결정적인 증거라도 나왔으면 몰라도, 단순한 추측으로 여기까지 찾아오긴 했지만 바다를 건너 섬까지 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까?"

"그들을 이 기회에 섬에서 모두 죽여야만 할 다른 동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없는 것 같아요. 가장 혐의가 짙은 사람은 고지로 씨입니다. 그렇지만 시마다 씨, 그것 역시어디까지나 억측에 지나지 않나요?"
"맞았어, 모리스."

"그래. 친구로서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 나는 역시 고지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어....... 그는 딸을 잃었어. 가까이할 수 없는 연인과 자신을 이어주는 유일한 가교를그런 식으로 잃어버린 거야. 게다가 그것이 계기가 되어, 그가 했던 말 그대로, 그 연인조차 형 손에 죽임을 당하고 말았어. 이 정도면 충분한 동기가 되겠지.
고지로는 십각관의 전 소유자였어. 어떤 연유로 딸을 죽인 학생들이 그곳에 간다는 것을 알았다고 보아도 무방할 거야. 그리고 세이지가 생존해 있는 것처럼 은근히냄새를 피우고, 사람들 시선을 그쪽으로 몰고 감과 동시에 자신의 울분을 세이지의 이름으로 토로하는 그런 편지를 보낸 거야.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도 편지를 보내고. 스스로를 피해자 중 하나로 보이게 하기 위해......."

사체는 모두 손상이 심했고, 한 구를 제외하고 모두가 불이 나기 전에 죽임을 당했던 것 같아요. 나머지 한 구 사체는 아무래도 자살인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스스로 등유를 흠뻑 덮어쓰고, 게다가 그 방에서 불이 난 것 같습니다. 아직 단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그가 다른 사람을 모두 죽이고 자살하지 않았을까....... 아직 비밀로 해주세요. 그 친구 이름이 뭐라더라."

부장은 종잇조각을 다시 한번 보았다.
"아, 마츠우라...... 마츠우라 준야. 물론 잘 알겠죠?"

"어떤 사람인지 한마디로 말하기에는 좀....... 이번 4월부터 법학부 4학년이 됩니다. 성적은 우수하고, 분석력이 뛰어나며, 말솜씨도 좋습니다. 좀 특이한 성격이긴하지만......."

"경찰에 끈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잖아? 가와미나미, 소개하지. 현 경찰의 시마다 오사무 부장."

"호오, 대가의 이름이군요. 모리스라면 모리스 르블랑?"
부장은 내친김에 물었다.
모리스는 눈썹을 꿈틀하면서 "아니오." 하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띠면서 목소리를 낮추었다.
"밴 다인입니다."

"아, 마츠우라 준야에 대해서인데, 만약 이번 사건이 그의 소행이라고 한다면, 그럴 만한 동기에 대해 아는 게 없어요?"
"글쎄요. 저로서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하필이면 엘러리가 그런......?"
"누구라고요?"
"아, 마츠우라예요. 엘러리라는 별명으로......."
"엘러리? 그럼 작가 엘러리 퀸에서 따온 게로군."

모리스 교이치는 일순 불안에 사로잡혔지만, 금방 마음을 가라앉혔다.
‘괜찮아. 그는 아무것도 몰라. 눈치챌 리가 없어. 절대로 그럴 리가 없어.......

"이 가운데 그들이 츠노시마로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사람은 어느 정도인가요?"
모리스와 가와미나미 두 사람이 손을 들었다.

"예. 저의 백부가 부동산업을 하는데, 이름은 다츠미라고 해요. 그 섬을 샀습니다. 그래서 백부에게 부탁하면 될지도 모른다고.......
다

"그럼 5명을 죽인 사람은 마츠우라 선배이고, 그다음에 자살했다는 말씀이군요?" 원 한 사람이 물었다.
"그런 셈이죠. 세 사람의 독살에 사용된 독극물의 입수 경로는 그의 친척이 0시에서 약국을 하고, 그가 그곳을 자주 드나들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 수사진은 그렇게 추정하는 실정입니다. 단, 동기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에게 참고가 될 만한 이야기를 들어볼까 하고 이렇게 모이게 한것입니다."

"그런 의견은 이전부터 그들 사이에 있었어요. 이번에 우연히 줄이 닿아서 십각관에 머물게 된 것입니다......." 모리스가 말했다.

부장이 단호하게 그 가능성을 부정하자 모리스는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올 뻔한 안도의 한숨을 목 안으로 삼켰다.

‘만일 그때 최후까지 곁에 남아 있었더라면........
얼마나 후회하고 자책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그 여섯 명을 저주했는지 모른다.

다른 사람들 눈을 피해 둘은 사랑을 나누었다. 조용히, 그러나 깊게.

"그래서 나는 르루에게, 아니, 히가시에게 이야기했습니다. 히가시는 이번에 편집장을 맡게 되었고, 모임 리더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는 늘 마츠우라와 의논하여 일을처리했습니다."

바라는 것은 오로지 복수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명확한 의지 하에, 더욱이 살인이라는 수단으로 꼴을 갖추게 된 것은 백부 다츠미 마사아키가 십각관을 손에 넣었다는 사실을 안 그때부터였다.

바라는 것은 오로지 복수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명확한 의지 하에, 더욱이 살인이라는 수단으로 꼴을 갖추게 된 것은 백부 다츠미 마사아키가 십각관을 손에 넣었다는 사실을 안 그때부터였다.

이야기가 결정되자, 그는 준비 담당을 자청했다. 그리고 여섯 명의 사정과 기상대의 장기예보를 살피면서 날짜를 검토했다.
계획상, 하늘이 맑고 파도가 잔잔한 날이어야 한다. 다행히 3월 하순은 맑은 날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예보에 의지하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지만, 만일 결행일이 되어 악조건이 겹쳐진다면 중지해버리면 된다. 이렇게 하여 3월 26일부터 일주일간이라는 일정이 정해졌다.

침구와 식료품, 그 외 많은 필수품을 갖추었다. 업자에게 빌린 침구는 여섯 명분이었다. 섬에 가는 그들에게는 자신도 참가할 것이라 말해두고, 그 외의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자신은 동행하지 않을 것이고 섬에 가는 사람은 여섯 명뿐이라는 인식을 가지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다행히 두 사람의 관심은 현재가 아니라 과거로 향하고 있었다. 적어도 여섯 명의 뒤를 따라 그 섬까지 갈 염려는 없는 것 같다. 가능한 한 자신의 존재를 한계 짓기 위해 ‘안락의자 탐정‘이란 말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시켜 두었다.

그들은 아무 눈치도 채지 못하고 있다. 일주일간 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육지에 연락을 취할 방법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떤 불길한 예감도 품지 않고 일상을 떠난 모험 기분에 사로잡혀 있다.

생각대로 가와미나미는 먹이에 달려들었다. 그날 바로 나카무라 고지로의 집까지 찾아갔다고 했다. 그러나 거기서 그가 알게 된 시마다 기요시라는 남자의 등장에 조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시마다를 향해 내뱉었던 엄하기 짝이 없었던 그 말은 본심이었다. 특히 치오리의 출생 문제를 그가 조사하려 한다는 것을 아는 순간,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새벽녘에 섬으로 돌아갔다. 십각관 방에 도착한 후 잠시 어둠 속에서 가슴을 가라앉혀야 했다.

홀에 숨어들자마자 바로 오르치의 방으로 향했다. 여섯 명에게는 숨기고 있었지만 십각관의 마스터키를 백부에게 받아 두었던 것이다. 그것으로 문을 따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재빨리 목에 끈을 감아 있는 힘을 다해 잡아당겼다.

츠노시마에서 O시까지 여정은 전날 이상으로 괴롭고 힘들었다. 도중에 몇 번이나 이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었는지 모른다....... 자신의 여윈 몸속 어디에 그런 힘이감추어져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불가사의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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