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하나 차례차례 죽여야 한다. 그렇다, 마치 영국의 저 유명한 여류작가가 그렸던 플롯처럼, 하나씩 서서히. 그렇게 하여 그들은 맛보아야 한다. 죽음이라는 고통을, 슬픔을, 아픔을, 공포를...

‘난 잘 알아. 인간은 신이 될 수 없음을......!
그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인간이 아닌 그 어떤 힘에 최후의 심판을 맡기고 싶었다. 유리병이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 그런 확률적인 것은 문제가 아니다. 단지 모든생명을 창조한 바다에 자신의 선악을 묻고 싶었다.

신이 아닌 인간이 대체 무슨 수로 미래를 완벽하게 예견하고, 인간의 심리와 행동, 그리고 우연을 완벽하게 계산하고 예상해낼 수 있단 말인가.......

‘난 잘 알아. 어떤 정당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일이 결코 정상적이라 할 수 없음을......!

사고가 한 방향으로 굳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줄거리가 아니다. 전체적인 틀이다. 그 틀 안에서, 그때의 상황에 맞게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늘 유연할 것. 성패는 지적 능력과 기회와 그리고 운에 달려 있다.

배는 규슈 오이타현 동쪽 해안으로 머리를 내민 S반도 J곳을 뒤로 한 채 물살을 가른다. 목적지는 해안에서 5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작은 섬이다.

어부 부자 외 여섯 명은 모두 오이타 O시에 있는 K 대학 미스터리 연구회 멤버들이다. 그리고 ‘엘러리‘, ‘카‘, ‘르루‘라는 이름은 ‘포‘가 말했듯이 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별명이었다.

이들 이름의 유래는 엘러리 퀸, 존 딕슨 카, 가스통 르루, 에드거 앨런 포다. 그들이 너무도 사랑해 마지않는 서양 미스터리 작가들이다. 여자 둘의 이름은 ‘애거사’, ‘오르치‘. 그 이름도 물론 미스터리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와 『구석의 노인』으로 유명한 오르치 남작부인임은 말할 것도 없다.

"바람을 피해서 후미진 곳에 몇 번 간 적은 있지만 섬에 올라가 본 적은 없어. 특히 그 사건 이후로는 이쪽으로 오고 싶지 않더라고. 자네들도 조심해."

"들은 이야긴데 말이야, 비내리는 날에 섬 가까이 지나가면 저기 절벽 위에 하얀 그림자가 보인다고 해. 그게 바로 나카무라의 유령이지. 이렇게 손을 흔들며 사람을부른대. 또 아무도 살지 않는 이 섬에 불빛이 반짝인다든지, 불탄 자리에서 도깨비불이 나타난다든지, 섬 쪽으로 접근한 낚싯배가 유령의 장난으로 침몰한다든지......."

섬에는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청옥부屋敷라는 특이한 건물을 짓고 살았던 이상한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이다.

"정말 보러오지 않아도 될까? 전화는 끊어지고 없을 것 같은데."

"섬에 이상한 것이 나타난대."
"유령 말이야. 죽은 나카무라인가 하는 사람의.......!"

"음....... 저게 십각관인가요? 저기 올라가 본 적 있으세요?"
밴 이외 여섯 명은 묘한 원근법을 보여주는 방 배치에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안쪽 문을 지나 건물 중앙 홀로 들어선 후에야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홀은 똑같은 폭을 가진 10면 벽으로 싸인 십각형 방 형태였다.

"현관의 반대편, 저 문을 열면 부엌이야. 그 왼편이 화장실과 욕실. 나머지 일곱 개 방이 객실."
"십각형 건물에 십각형 홀......."

"이게 문제의 십각관인가........"
엘러리가 맨 처음 입을 열었다. 급경사인 절벽에 놓인 작은 돌계단을 오른 때문인지 숨을 헐떡였다. 낙타색 보스턴백을 그 자리에 내려놓고 잠시 하늘을 올려다본다.

정면 벽에는 안으로 통하는 문이 있지만 자세히 보면 그 벽 쪽이 현관 쪽 벽보다 폭이 좁다. 즉, 이 현관홀은 건물의 내부로 향하여 좁아지는 형태였던 것이다.

"게다가 무엇보다 난생처음 무인도 생활이란 걸 해보는데 사람이 드나들면 재미가 없잖아."
"세상에, 간 큰 아가씨도 다 있군."

이 건물 특징은 그 이름대로 십각형, 그것도 대지 위에 정십각형을 그리는 외벽에 있었다. 십각형 내부에 작은 십각형을 하나 넣어 중앙 홀로 삼고, 각 십각형을 이루는 열 개의 정점을 짝맞춰 선으로 연결하여 열 개의 똑같은 방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이다.

"야, 모두들 왔군."
오늘부터 일주일, 이 섬 폐가에서 숙식을 같이할 동료, 밴의 등장이었다. 이름 유래는 명탐정 파일로 밴스를 창조한 SS 밴 다인이다.

각자 방이 정해졌다.
현관을 정면으로 보고 왼쪽에 밴, 오르치, 포, 오른쪽에 엘러리, 애거사, 카, 르루의 순으로 방을 잡았다.

벽은 하얀색. 마룻바닥에는 푸른색 큰 타일을 깔아서 신발을 신은 채 출입할 수 있다. 사방에서 비스듬한 기울기로 올라간 천장 꼭대기에는 십각형 천창이 나 있고,
그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통나무 서까래를 거쳐 하얀 십각형 테이블을 비춘다. 테이블 주위에는 하얀 나무틀에 푸른 천을 씌운 의자가 열 개. 서까래에서 추처럼아래로 늘어진 둥근 전등을 제외한다면, 다른 장식물은 아무것도 없다.

20여 년 전 청옥부라는 건물을 세우고 이 섬으로 이주해 온 인물, 나카무라 세이지. 별관에 해당하는 이 십각관을 세운 사람도 물론 그다.

"정말 그래. 나도 오늘 아침부터 몇 번이나 다른 방으로 들어갔는지 몰라."
"잘못하면 남의 방으로 들어갈 수도 있겠는걸."

"물론 그렇진 않지만 나는 애거사같이 오만한 여자와는 함께 있고 싶지 않아. 또 한 사람 오르치도 마찬가지.
"원래 이 십각관에 오게 된 것은 신년모임 때 나온 얘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아무도 실현되리라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그 후, 이 건물이 자신의 백부 소유가 되었으니초대하고 싶다고 밴 선배가......."

"어쨌든 말입니다. 우리는 이 섬이 젊은이들의 레저에 적합한지 시험해보는 의미에서 이렇게 이 자리에 모인 것입니다. 밴 선배는 아침 일찍부터 우리를 위해 여러 가지 준비까지 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보기 싫은 것은 엘러리뿐만 아니야. 도대체 무인도에 오면서 여자들을 데리고 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
"아, 그렇지. 너와 오르치는 소꿉친구랬지?"
그 녀석은 싸움을 걸어보아야 그냥 웃으면서 비켜 가버리잖아. 너만 바보가 될 뿐이야."

첫날 저녁은 별 탈 없이 흘러갔다.
르루가 점심 식사 시간에 제안했던 것 외에 그들을 구속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원래부터 그들은 함께 모여 일을 벌이는 성격들이 아니라 빈 시간을 제각기자유롭게 보내고 있었다.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낮에 말했던 나카무라 세이지는 정말 편집광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아. 이 컵을 보노라니 소름이 오싹 돋는걸."

"그건 절대로 안 돼. 마술의 비밀을 밝히는 것은 금물. 이것이 미스터리와 다른 점이야. 아무리 신기한 현상이라도 트릭이라는 것을 알면 모두 실망하고 마니까."
"간단하다고 비밀을 밝혀도 되는 건 아니야. 맨 처음에 보여 주었던 것은 어린애도 알 수 있는 간단한 트릭이지만 문제는 방법이 아니라 미스터리를 가장하는 연출력이지."

"아, 예...... 『만요슈』시대는 대륙문화 지상주의 풍조가 만연해 있었기 때문에 중국 영향을 많이 받았죠. 벚꽃 노래가 늘어나는 것은 고킨와카슈今和歌集』부터인데...... 그렇지만 꽃이 진다는 노래가 많아요."
"아, 예...... 그러니까 『만요슈万葉集』에 가장 많은 것은 물억새와 매화 노래로......, 각각 백 수가 넘고, 벚꽃 쪽은 사십 수 정도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그럴까? 옛날 이 나라 존귀한 사람들은 모두 벚꽃보다는 매화를 사랑했단다, 르루."
"글쎄요. 다이고 천황은 ‘엔기의 치延喜治‘라고 나라를 잘 다스린 천황으로 유명한데......, 벚꽃이 지는 계절은 역병이 유행하는 때이기도 해요. 벚꽃이 역병을 불러온다고 하여 궁중에서도 이 당시부터는 진화제鎮花祭가 행해지기도 했고요. 아, 그러고 보니 관계가 있을 것 같아요."

"비관적인 세상이었기 때문에? 지는 꽃을 노래했다는 것은......." 하고 엘러리가 물었다.
"벚꽃이라, 왜들 봄만 되면 벚꽃, 벚꽃 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보기에는 매화꽃, 복숭아꽃이 훨씬 좋은 것 같던데."

‘네놈들이 죽인 치오리는 나의 딸이었다.‘
좁은 방에 깔린 이불에 드러누운 채 코넌 다카아키는 눈썹을 찌푸렸다.
발송인 주소는 없다. 봉투 겉면에는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이름만이 적혀 있었다.
"나카무라 세이지......?"

「츠노시마 청옥부에 화재-수수께끼 4중 살인!?」가와미나미는 손가락으로 신문 조각을 탁 튕기고, 그 파일을 든 채 다다미 위에 앉아 중얼거렸다.

그 신년모임 3차 술자리에서 나카무라 치오리는 죽고 말았다.
치오리라는 이름은 기억할 수 있었다. 아마도 저 나카무라 치오리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아버지가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말인가.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사람이 보낸 편지 말입니다.""
당시 코넌이 속해 있는 K 대학 미스터리 연구회에서 신년모임이 열렸다.
그들이 지금 여행을, 그것도 문제 사건이 일어난 츠노시마에. 이것을 아무 의미 없는 우연의 일치라 할 수 있을까?

"하지메는 오늘 아침에연구회 친구들하고 여행을 떠났어요."
"무인도? 섬 이름은 모르시나요?"
"아, 츠노시마라고 하더군요. S해안 쪽......."

"있네요. 이 편지인 것 같은데......."
"왔다고요? 와 있단 말씀이죠?"
"네, 그래요."
갑자기 치오리의 아버지라는 인물이 왜 알지도 못하는 자신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을까?
나카무라 고지로는 벳부의 간나와에 산다. 그 지방 고등학교 선생이므로 봄방학인 지금, 분명히 집에 있을 것이라 짐작되었다.

벳부 간나와는 광물성 연기와 뜨거운 수증기가 솟구치는 유명한 온천 지대이다.

무작정 집으로 찾아간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다. 용기를 내어 치오리의 아버지가 츠노시마의 세이지라는 사실을 확인한 다음, 가와미나미는 세이지의 동생, 나카무라 고지로의 주소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고지로라는 인물의 존재는 신문기사를 조사하는 가운데 알게 된 것이다.

"지금 연구회원들이 츠노시마에 가 있다는 건 알고 계시는지요?"
"형은 작년에 죽었어. 내가 그 시체를 확인했으니까. 처참한 모습이었지. 미안하지만 가와미나미, 그 사건은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네."
"죄송합니다. 그럼 이 편지는 역시 누군가의 악질적인 장난이겠군요?"

"그 저택과 섬은 형이 죽은 후 내가 상속받았지만 S시 부동산업자에게 팔아치웠어. 무척 헐값이었지만 두 번 다시 그곳에 갈 마음도 없고 해서.몰라."
‘치오리는 살해당했다‘
그것뿐이었다. 내용은 다르지만 B5 용지에 워드프로세서로 친 것은 똑같았다.

가와미나미는 바로 봉투 겉면을 확인해보았다. 같은 봉투, 같은 소인, 같은 워드프로세서 서체였다. 그리고 발송인 이름 역시 ‘나카무라 세이지‘.
"내용을 보아도 되겠습니까?"
고지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지로 씨는 그렇게 간단히 처리해버렸지만 왠지 께름칙합니다. 유령이 그런 편지를 쓰진 않았을 테니까요. 물론 누군가가 죽은 자의 이름을 빌려 썼을 테죠. 그렇지만 단순한 장난질 치고는 너무 치밀한 것 같아요."

나카무라 세이지는 오이타현 우사시 어느 자산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상경하여 T대학 건축학과에 입학, 재학 중에 전국적인 응모전에서 상이란 상은 모두 휩쓸어 관계자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대학 졸업 후에는 담당 교수로부터 대학원 진학을 권유받았지만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고향인 규슈로 귀향했다.

사건 진상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저택의 주인 세이지라는 인물에 대해 알아두어야겠지. 나이는 고지로보다 세 살 위니까, 당시 마흔여섯. 이미 은퇴한 상태였지만 그는 오래전부터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천재적인 건축가였어."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입니다. 이것은 작년 츠노시마 사건에 다시 한번 주목하라는, 우리를 향해 보내는 은근한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너무 비약적인 해석일까요?"

"나에게 온 편지로 미루어 발신자가 과연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대체로 세 가지 방향으로 분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첫째, 이 문장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치오리는 살해당했다‘라는 고발의 의미입니다. 둘째, 그래서 나는 네놈들을 증오하고, 복수할 생각이라는 ‘협박‘의 의미. 그래서 이러한 고발, 협박 주체로서 가장 잘 어울리는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이름이 이용되었다는......."

나카무라 세이지는 가즈에와 같은 방에서 전신에 등유를 덮어쓰고 불에 타 죽었다. 사체로부터 다량의 수면제가 검출되었지만, 그것은 다른 세 구의 사체도 마찬가지였다. 사망 추정 시각은 9월 20일, 새벽의 화재 때.
기타무라 부부는 침실에서 머리를 맞아 즉사. 흉기로 추정되는 도끼는 침실에 그냥 놓여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도 밧줄에 묶인 흔적이 있었다. 사망 추정시간은 모두9월 19일에서 화재 전날 오후 이후.

그런데 섬에 살았던 사람은 기타무라 부부라는 피고용인도 있어. 남자는 육지와 오가는 모터보트 운전과 잡일을 하고, 여자는 집안일 전반을 맡았지. 다른 한 사람, 문제의 정원사가 있어. 이 남자는 요시카와 세이치라고 하는데, 보통 때는 아지무 부근에 살았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 며칠씩 섬에 들어와 일하곤 했지. 마침 화재가나기 사흘 전부터 섬에 와 있었다고 해.

나카무라 가즈에는 침대에서 밧줄로 목이 졸려 살해당했다. 사체 왼손이 잘려나가고 없었는데, 그것은 사망 후에 잘린 것으로 보인다. 잘린 손목의 행방은 지금도 알수 없다. 사망 추정시간은 9월 17일에서 18일 사이.
하나는 세이지의 재산. 또 하나는 요시카와가 가즈에 부인을 사모했거나 부인과 밀통했다는 설. 아마도 그 양쪽 다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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